그렇게 시간은 흘러 해가지고 저녁이 되었다. 인석은 자신의 자취방에서 거울을 보며 자신의 치아를 보고 있다.
“하.. 금니가 된 걸 보니 해가 완전히 졌구나.. 공원 갈 때 빵이라도 사가야 하나..”
“하..빵은 질렸을 거 같은데.. 잠시만 내가 이럴 필요 없지 난 잘못한 거 없어! 쳇”
인석은 떳떳한 척 자취방을 나선다. 한편 공원엔 혜선은 오늘 있었던 일을 되새김질 하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나쁜 짓 하려고 한 게 아니었잖아? 맞지 해피야~?”
“헥..헥..”
“저승사자면 다 인가? 나도 저승사자 할 거야! 흥”
잠시 뒤 공원 멀리서 인석이 당당하게 걸어오고 있다. 혜선은 그 모습을 보며 생각한다.
「참나.. 뭘 저렇게 당당하게 걸어와? 자기가 모델인줄 아나..」
인석 또한 벤치에 앉아 자신을 노려보는 혜선을 보고 생각한다.
「뭘 잘했다고 저렇게 째려보는 거야? 아주 악령이 될 기세네~」
이내 인석은 혜선이 앉아 있는 벤치 끝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혜선 또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운데 해피만 신나게 꼬리를 흔들고 있다. 침묵 속에서 어색함이 피어오른다. 둘은 점점 뻘쭘해지기 시작하며 둘 다 똑같은 생각중이다.
「말이라도 좀 걸어봐!!!!」
인석이 힐끗힐끗 혜선을 보다가 한마디 꺼낸다.
“저녁밥 먹었냐...?”
“귀신은 배고픔이 없는 거 알잖아요”
혜선 또한 인석에게 말을 건다.
“오늘 뭐할 거예요?”
“떠도는 망자 잡을 거잖아”
둘은 더 어색해지며 인석은 괜히 도장만 보고 있고 혜선은 괜히 해피만 쓰다듬고 있다. 인석은 이대로는 안되겠는지 갑자기 일어서더니 공원 밖으로 나가고 혜선은 그런 인석의 모습에 당황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있는다. 잠시 뒤 인석이 봉지를 들고 돌아온다.
“자, 오다 주웠다”
“이게 뭐예요? 어..? 웬 도넛”
“해피가 배고파 보이길래 사왔지.. 둘이 나눠 먹어”
혜선은 인석의 미안함이 느껴졌고 먼저 사과를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오빠 아까 있었던 일은 죄송했어요”
“갑자기 그 이야기가 왜 나와, 빨리 먹고 일하러 가자”
“네..”
인석이 그런 혜선의 모습이 이뻐보였는지 머리를 쓰다듬는다. 혜선은 인석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당황하고 먹고 있던 도넛에 목이 막힌다.
“켁..켁..”
“왜? 목 막혀? 천천히 좀 먹지 왜 그러냐”
인석이 자신이 먹고 있던 음료수를 건넨다. 혜선은 괜스레 부끄럽기만 하다. 그렇게 둘은 화해한 듯 했고 잠시 뒤 둘은 망자를 찾으러 공원 밖을 나선다.
“오빠 어금니 쪽에 금니는 다 채웠어요?”
“아니 거의 다 채웠지 왜?”
“그거 다 채우면 어떻게 되요?”
“모르겠는데? 저승사자 은퇴하는 건가? 하하하”
“진짜 그런 거 아니에요?”
“나도 다른 저승사자랑 이야기해 본적이 한 번도 없어서 모르겠다..”
그 와중에 해피가 짖기 시작한다. 시내 근처여서 사람이 꾀 있어서 누굴 보고 짖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뭐야 악령이야? 망자야?”
“어..?오빠 저기 꼬마아이인거 같아요!”
그 순간 꼬마아이 뒤로 어떤 남자가 다가오더니 주머니에서 도장을 꺼낸다.
“어..?저 도장은..?”
남자는 가차 없이 꼬마아이에게 도장을 찍고 아이는 점점 사라진다. 혜선은 놀란 눈으로 보고 있다가 인석을 바라보는데 인석은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
“오빠 저 남자 저승사자 맞죠?”
“도장이 있는걸 보니 저승사자 맞네”
“아는 척 해봐요!”
“저승사자는 서로 관여하지 않는다 도토리”
“뭐야 인정이 없네.,”
“인정이 있으면 이 일을 할 수가 없지 바보야”
“그건 그렇긴 하네..”
“다른 망자를 찾아보자 어차피 우리에겐 해피가 있어 금방 찾을 꺼다”
인석과 혜선은 시내에서 벗어나기로 한다. 시내에서 한참 벗어나니 바다가 보인다.
“역시 밤바다가 최고지~~~안 그래요 오빠?”
“...............”
“오빠는 바다 싫어해요?”
“좋아하진 않지..”
인석은 과거의 안 좋은 추억이 생각난다.
<5년 전>
5년 전 인석은 19살이었다. 친구들과 3명에서 여름방학 때 바다를 놀러 갔었다. 여름이라 바닷가엔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인석 친구 중 민수가 엄청 들떠있었다. 민수는 인석의 초등학생 때부터 친구인 10년 지기 친구이다.
“야! 바다도 왔는데 바나나보트 타야 정상 아니냐?”
“야, 그런 게 어디 있냐 그냥 발만 담구고 가자”
“야, 인석이 쫄았다 큭큭.. 인마 수영 못 하제?”
“못하는 게 아니고 안하는 거야 이 자식들아~”
인석과 친구들은 평소와 같이 장난치고 놀고 있었다. 그중 친구 한명인 민석이 헛기침을 하며 이야기한다.
“흠! 내가 여기 바나나보트 사장님이랑 무슨 관계 인줄 아냐?”
“뭐냐 괜히 설레게..”
“바로 우리 삼촌이시다 하하하, 오늘 공짜로 타볼까~”
“진짜? 이 새끼 거짓말 아니냐?”
친구들이 믿지 않자 민석은 바나나보트 쪽을 향해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삼촌~~~~!!!!”
“민석아 왔냐~~~~~~~~~~”
친구들은 바나나보트를 공짜로 탈 생각에 신이나지만 인석은 유일하게 수영을 못하는 터라 낯빛이 어둡다. 인석의 이런 모습에 민수는 마음에 걸린다. 10분 뒤 민석의 삼촌이 내려오라고 손짓한다. 인석은 무섭지만 구명조끼가 있기에 친구들과 같이 타기로 한다.
“너희가 민석이 친구들이냐? 난 민석이 삼촌 되는 사람이다”
“안녕하세요!!”
“다들 수영 좀 할 줄 아니?”
“한명 빼고 다 할 줄 알아요!”
“넌 구명조끼 단단히 매거라 내가 난폭 운전이 좀 심하거든 하하하”
“네....”
인석은 민석의 삼촌의 말에 겁을 먹지만 친구들은 그런 상황에 구명조끼가 필요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야 솔직히 구명조끼 거리적 거리지 않냐?”
“맞아 우리 수영 국가대표급 아니냐?”
“너희들 그렇게 수영 잘하면 구명조끼 없이 태워준다!”
민석의 삼촌마저 구명조끼를 무시하는 듯 이야기하자 인석의 표정이 어둡고 친구들은 그런 인석의 모습에 비웃기 시작한다.
“야 인석이 표정 봐 큭큭.. 야 넌 구명조끼 입어라”
“야 말 안 해도 입을꺼거든?”
그렇게 인석만 구명조끼를 입은 체 바나나보트를 타고 바다를 질주하기 시작한다. 이 와중에 민석의 삼촌이 제안하나한다.
“야 너희들 바나나보트에서 안 떨어지면 삼촌이 치킨 사준다!”
“우와 진짜요? 야 꼭 얻어먹자!”
삼촌의 말에 친구들은 안간힘으로 바나나보트에서 안 떨어지려 버틴다. 그런데 진짜로 아무도 안 떨어지고 잘 버티자 삼촌은 제한구역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
“이야~! 삼촌 이래도 되요?”
“괜찮아~ 멀리나간다고 큰일 나냐~”
이때 삼촌은 핸들을 크게 꺾고 바나나보트가 심하게 기울어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핸들을 너무 꺽은 나머지 제트스키가 균형을 잃고 심하게 넘어지고 바나나보트 또한 심하게 꺾여 타고 있던 3명은 날아가듯이 바다에 떨어진다. 바로 아수라장이 되고 너무 멀리 온 탓에 해변에 사람들도 잘 보이지 않는다.
“어푸! 어푸워! 야 괜찮냐 다들?”
민수가 다급하게 애들을 찾는다. 그리고 한두 명씩 바다위로 올라오는데 민석의 삼촌이 기절한 듯 보였다. 민석은 얼른 자신의 삼촌을 끌어 잡는다. 근데 더욱 문제는 인석이였다. 입고 있던 구명조끼가 바다에 너무 심하게 부딪친 탓에 끈과 보호클립이 부서져있고 기절해있었다. 민수는 얼른 인석을 붙잡고 민석에게 이야기한다.
“민석아 너희 삼촌 데리고 일단 해변으로 가”
“나는 못갈 거 같다 다리에 쥐가 난거 같아서..”
“야이씨!! 그럼 어떡해 지금 바나나보트도 찢겨서 의지할 곳이 없다고!”
“야 이럴 시간에 빨리 가서 구조요청해라 나 수영 겁나 잘하는 거 알잖냐~”
민석은 인석의 말에 황급히 기절한 삼촌을 데리고 해변 쪽으로 나아간다. 민수는 다리한쪽이 쥐가 심하게 나서 다른 한쪽으로 최대한 헤엄치고 있다. 10분 쯤 지난 뒤 민석은 제한구역 안으로 들어오게 되고 해변 쪽 사람들이 민석을 발견하게 되어 신고를 하게 된다. 곧 발로 구조대원들이 투입되고 민석에게 다가온다.
“어쩌다가 여기까지 나오신 거예요?”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에요 저기 멀리 제 친구 두 명이 있거든요? 빨리요!”
“지금 제트스키가 하나 뿐이어서 여러분부터 빼내겠습니다”
“아니 제 친구가 지금 다리에 쥐가 나서 수영을..”
정신이 없는 상황이라 구조대원은 민석의 말을 듣지 못하였고 해변으로 옮겨지게 되었다.
“다른 친구 분들은 어디 있죠?”
구조대원의 말에 민석은 바다를 둘러보지만 자신들이 어디서 바다에 빠졌는지 헷갈리기 시작하고 답답함에 눈물이 나기 시작한다.
“아..그게..그게... 기억이 잘 안나요 흐.,으..”
“일단 수색 해보도록 하죠”
구조대원은 수색하러가고 민석과 민석의 삼촌은 병원으로 이송된다. 병원으로 옮겨진 뒤 민석은 애타게 인석과 민수가 오기를 기도하고 있다. 순간 다급하게 구도대원과 누군가 들것에 실려진체 들어오는 것이 보인다. 바로 인석과 민수였다 그런데 의사들이 분주하다. 의사들이 둘에게 심폐소생술을 시작한다. 하지만 둘 다 반응이 없고 민석은 큰 충격에 빠진다.
“제발!! 제 친구들 살려주세요!!”
의사들은 민석의 말에 대꾸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 와중에 한 의사가 이야기한다.
“이거 이대로라면 뇌손상으로 인해 살아도 식물인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알아! 일단 살려!”
의사들이 번갈아 가며 심폐소생을 계속한다. 잠시 뒤 인석의 심전도에서 맥박이 뛰기 시작한다. 하지만 민수의 심전도는 여전히 맥박이 잡히지 않았다. 결국 민수에게 있던 의사가 손사래를 치며 이야기한다.
“이 친구는 어쩔 수가 없다..”
민석은 애타게 민수를 부르기 시작한다.
“민수야!!!!!!! 민수야 눈 좀 떠봐!! 살아야 돼!! 살려 이 자식들아!”
하지만 의사들은 냉정하게 민수를 두고 나간다. 민석은 민수가 죽은 것이 자신의 탓 같아 눈물을 흘리며 소리를 지른다.
“으아!!!!!!!!”
그런 와중에 한 의사가 다시 민석에게 다가와 이야기한다.
“저기 학생.. 저기 겨우 살려낸 친구도 위태위태합니다. 저 친구를 위해서 기도하시는 것이 좋을 거예요..”
“민수도 살려주세요 제발요..”
“민수라는 친구는 저희도 최선을 다했지만 어쩔 수가 없네요 죄송합니다..”
민석은 눈물을 흘리며 인석과 민수를 바라본다.
그렇게 시간은 일주일이 지난다. 어느 한 병동에 한 남자가 누워있다 바로 인석이다. 그 옆으로 민석이 인석의 손을 붙잡고 이야기중이다.
“인석아 이제 눈 좀 떠주라.. 민수 보낸 것도 힘든데 너까지 잃기 싫다...”
“다 내 탓이야.. 내가 괜히 바나나보트 타자고 이야기만 안했으면...”
“구명조끼도 그렇고 다.. 싹 다 내가 흐..흑..으..”
민석이 인석 옆에서 흐느껴 운다. 그런 민석 옆에 인석은 평온한 표정으로 아무 말 없이 누워있다. 그 시각 인석과 똑같은 사람으로 보이는 남자와 민수가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