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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재벌 로맨스
작가 : 신나리
작품등록일 : 201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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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상한 남자
작성일 : 17-06-01     조회 : 489     추천 : 0     분량 : 4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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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 호텔, AM 06:00

 

 

 고급스러운 크리스탈 소재의 화이트계열 인테리어들이 호텔의 위엄을 보여주듯 깔끔하고 세련된 공간을 자아냈다.

 

 이 호텔 로비에는 깔끔한 정장차림으로 손목시계를 보며 로비를 나서는 강민혁이 있었다.

 

 “이사님, 오늘 미팅은 10시입니다. 그전에 기획팀에서 제출한 서류를 확인하시고······”

 

 비서의 일정을 들으며 준비된 차에 오르려는 민혁은 훤칠한 키에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소위 말하는 '잘생긴 재벌'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의 눈에 띤 비틀거리는 한 여자.

 

 술을 얼마나 마신 건지 높은 구두를 신고 비틀거리는 서은세가 있었다.

 

 재킷은 또 어디에 둔 건지 은세는 달랑 얇은 블라우스 한 장에 정장치마만을 입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호텔 안내원이 부축하려고 손을 뻗었는데...

 

 그 순간, 민혁이 다가와 안내원의 손을 쳐내고는 그녀를 단숨에 안아 올렸다.

 

 갑작스런 민혁의 행동에 비서도, 호텔 안내원도 놀라서 아무 말 없이 지켜보고만 있었다.

 

 “김 비서님, 먼저 출근하세요. 저는 이 여자분 좀 데려다주고 오겠습니다.”

 

 “네? 아... 혹시 이사님께서 아시는 분인가요..?”

 

 “네. 저한테 중요한 사람이에요."

 

 “·····”

 

 "곧 김 비서님도 알게 될 사이입니다.”

 

 

 민혁은 할 말만 하고는 유유히 그녀를 안고 다시 호텔로 들어갔다. 너무나 갑작스런 일이었다.

 

 

 

 

 

 

 은세는 갑자기 나타난 처음 보는 놈이 자신을 안아드는 순간 거하게 취했던 취기가 확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당황한 티를 내며 입을 열었다.

 

 “이..이봐요. 지금 뭐하는 거예요? 어서 내려주세요!! 당신 누구...”

 

 “K그룹 기획이사 강민혁입니다. 이상한 사람 아닙니다.”

 

 “K그룹? 강민혁? 그게 누구... 뭐? 혹시 대기업 K그룹 말하는 거예요?”

 

 “네. 맞습니다. 그 사람.”

 

 “이게 무슨 일이야. 제가 왜 당신한테 이러고 있죠? 얼른 내려줘요!”

 

 민혁은 그녀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호텔 체크인을 하기 위해 데스크에 섰고 직원들은 뜻밖의 모습에 당황하다가 금세 자신들이 해야 할 업무를 깨닫고는 방을 안내했다.

 

 “1301호 준비해두었습니다. 이사님.”

 

 “감사합니다.”

 

 민혁은 직원의 안내를 형식적으로 받고는 그녀를 여전히 안아 들은 채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아니 저기.. 이사님. 제가 지금 취해서 정신이 없어요. 근데 이건 아닌 거 같습니다. 내려주세요.”

 

 은세는 독한 보드카를 마셨지만 이 남자의 품속은 아니라는 듯 정신을 차리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그는 그녀의 말을 들은 채도 하지 않고 13층으로 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녀를 내려다보고만 있었다.

 

 이건 그녀의 착각인 듯 했지만 그는 슬픈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고 느꼈다. 그런 그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은세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며 입을 다물었다. 기분이 묘했다.

 

 침묵을 유지한 채 둘은 방까지 들어왔고 그는 그녀를 조심스레 침대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의 품에서 벗어난 그녀는 무안함을 깨려는 듯 고마움을 표했다.

 

 “고..고마워..요.”

 

 하지만 그의 품에서 벗어나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강민혁을 보니 지금 이 상황이 더욱 실감이 난건지 말을 흐렸다.

 

 “씻고 옷 갈아입어요.”

 

 민혁은 전혀 이 상황이 이상하지 않은 듯 자연스럽게 말했다.

 

 

 은세의 머릿속은 방금 한 민혁의 말에 혼란스럽기 시작했다. 지금 내 앞에 남자가 있는데, 그것도 호텔에, 단둘이! 그런데 씻으라고?

 

 은세는 민혁의 말이 자신이 생각하는 그런 뜻은 전혀 담겨있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기분이 찜찜했다. 그리고 고심 끝에 우선 이 남자를 내보내기로 결심하고 최대한 태연하게 말했다.

 

 “저는 씻으러 갈 건데 그 쪽은 안 나가세요?”

 

 “씻고 와요. 기다릴게요.”

 

 “안 가.시.냐.고.요.”

 

 은세의 말을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치는 그의 행동에 그녀는 심기가 불편했고, 이제는 대답조차 하지 않고 자신의 정장재킷에서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거는 그였다.

 

 “접니다. 오늘 결근할게요. 결재할 서류들은 메일로 보내주십시오.”

 

 

 뭐라고? 결근? 그리고 어떻게 결근을 통보할 수 있지? 하지만 전화를 끊고 하는 그의 말이 더 가관이었다.

 

 "들었죠? 저 오늘 출근 안합니다. 어지러울 건데 천천히 씻고 와요. 혼자 못 씻겠으면 부르고요.“

 

 못 씻겠으면 뭐..? 불러? 그 쪽을? 그의 마지막 말로 인해 은세에게 남아 있던 술기운은 다 날아가 버렸다.

 

 "...변태"

 

 그녀는 소심한 발언처럼 단어를 내뱉었다. 하지만 그는 혼란에 빠진 그녀를 신경 쓰지 않고 테이블에 놓여있는 노트북을 켜 메일을 확인하며 일을 하기 시작했다.

 

 은세는 이 모든 상황이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소리 나게 내고는 욕실로 향했다.

 

 

 

 

 *

 

 

 

 

 클릭 소리만 들리는 룸에서 업무에 집중하던 민혁은 이상한 느낌이 드는지 노트북에서 손을 내려놓았다.

 

 그녀가 40분이 지나도 나오지 않고 있었다. 천천히 씻는 거라고 하기엔 시간이 너무 지나버렸다는 생각이 든 민혁은 빠르게 욕실로 다가가 노크했다.

 

 똑똑.

 

 “은세씨, 은세씨?”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이 된 그는 망설이지 않고 욕실 손잡이를 잡았다.

 

 욕실 문이 열리고 뿌연 수증기가 가득한 가운데 은세는 거품이 가득한 욕조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다.

 

 “하.. 진짜 이 여자가.”

 

 민혁은 그녀를 보며 안심을 하고는 은세를 불렀다.

 

 “서은세 씨.”

 

 “·····”

 

 “은세 씨.”

 

 “·····”

 

 “후...”

 

 “·····”

 

 “서 선생님.”

 

 그제야 깼다. 아무리 불러도 깨어나지 않더니 ‘선생님’이라는 단어에 잠에서 깬 그녀가 너무 일에 빠져있는 거 같아 민혁은 마음이 좋지 않았다.

 

 “도대체 얼마나 일에 빠져있었던 겁니까.”

 

 “으흠..”

 

 “서은세 씨. 그만 일어나시죠.”

 

 “꺅!!! 뭐.. 뭐.. 또 뭐에요? 꺅!!!! 나가요!! 지금 뭐하는..!! 빨리 나가요!!”

 

 이제야 민혁의 존재를 눈치 챈 건지 은세는 호들갑스럽게 소리를 질렀다. 그는 예상된 반응에 뒤를 돌고 말을 했다.

 

 “술 먹고 바로 씻어서 잠든 거 같은데 이제 그만 씻고 나와요. 너무 오래 씻는 것도 안 좋습니다.”

 

 “알겠으니까 빨리 나가요!”

 

 “혼자 못 씻겠으면 언제든 불러요.”

 

 “저 남자가 진짜 뭐라는 거야! 미친 거 아냐?”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몸을 봤다. 저 남자가 혹시 다 본 건 아닌가 싶어서. 다행히 그녀의 몸은 거품으로 다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놀라 두근대는 마음은 진정이 되지 않았다.

 

 은세는 아직 남은 취기와 오랜 시간의 목욕으로 어지러움을 크게 느꼈다. 욕실부터 벽을 짚으며 나오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주저 앉아버렸다.

 

 “많이 어지러워요?”

 

 아 깜짝이야. 이 남자는 왜 기척도 없어.

 

 “..아니요 괜찮...”

 

 민혁은 어지러운 은세를 조심스레 안아들었다.

 

 “가만히 있어요.”

 

 또 다시 그의 품에 안겨 은세는 침실로 옮겨지고 있었다.

 

 

 벌써 두 번째잖아. 이 남자는 왜 자꾸 나를 안아드는 거야. 이 호텔방이 이렇게 컸었나? 그의 품에서 침실까지로 가는 시간이 길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이런 생각도 잠시 푹신한 감촉이 은세의 몸에 닿았다. 그는 조심스럽게 그녀를 침대 위에 눕혔다.

 

 “잠시만 누워 있어요. 머리 말려줄게요.”

 

 “아니. 강민혁 씨. 우리 초면인데 이러는 거 너무 이상하지 않아요? 저는 이해가 전혀 안 가요. 당신 이런 모습.”

 

 “.. 좀 친해져보려고요.”

 

 “저랑요? 저랑 친해져서 뭐하려고요.”

 

 “그건 비밀입니다.”

 

 “아 비밀이요? 비밀이라고 하니까 더 이상 묻지는 않겠는데, 이만 나가주시죠? 저 출근준비 해야 됩니다.”

 

 “오늘 토요일이에요.”

 

 “······”

 

 은세는 비밀이라는 말에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진짜 출근준비를 하려는지 침대에서 일어나려 했고, 민혁은 그런 그녀의 어깨를 잡고 다시 침대에 앉혔다.

 

 “주말에도 학교 나갑니까?”

 

 “네. 애들 자습 봐줘야 해요. 모르는 문제도 가르쳐줘야 하고. 그러니까 방해하지 마시죠? 강민혁 이사님?”

 

 자꾸만 자신을 붙잡는 그의 태도가 거슬려 은세는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그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은 뜻밖이었다.

 

 “당신이 일을 쉬지 못하는 이유”

 

 “······”

 

 “그 이유가 아니잖아요. 서은세 씨.”

 

 “······”

 

 “그동안 못 쉬었으니까 오늘은 같이 쉽시다.”

 

 “·····”

 

 "해장하러 갈까요?"

 

 “·····”

 

 "아니면, 하고 싶은 거 있어요?"

 

 이 남자 도대체 뭐야.

 

 “먼저 머리부터 말립시다. 감기 걸려요.”

 

 처음 보는 남자의 다정함에 은세는 경계를 하면서도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아무래도 이상했다.

 

 다정한 손길을 가진 이 남자는 나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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