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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재벌 로맨스
작가 : 신나리
작품등록일 : 201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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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결혼 정도면 모를까
작성일 : 17-06-25     조회 : 291     추천 : 0     분량 : 5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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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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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생각해도 이 전개는 이상했다. 너무 빨랐다.

 

 순식간에 이 남자가 이끄는 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서은세 씨.”

 

 “····”

 

 “대답 안 해 줄 거예요?”

 

 “..그냥 말해요.”

 

 은세의 틱틱 거리는 모습에 민혁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속은 좀 괜찮아요?”

 

 “갑자기 나타나서 나한테 왜 이러는 거예요?”

 

 “그게 궁금해요?”

 

 “당신이 공인이니까 내가 범죄 쪽으로는 의심을 안 하겠는데.”

 

 “·····”

 

 “갑자기 나한테 접근한 거 수상해요.”

 

 “그래서 싫어요?”

 

 “싫고 좋다가 아니라 이상하고 수상하고 의심되고 막 그렇다고요.”

 

 진지한 은세와 달리 민혁은 여유롭게 그녀를 대하고 있었다.

 

 “머리 말리면 말해줄게요.”

 

 그는 그녀의 태도에 아랑곳하지 않고 드라이기를 가져와 머리 말릴 준비를 했다.

 

 “내가 정신 나간 여자로 보여요?”

 

 “·····”

 

 “머리 말리자고 하면 내가 ‘네 그래요 말려주세요’ 이럴 거 같아요? 내가 그렇게 만만해요?”

 

 “·····”

 

 은세는 자꾸만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하는 그의 모습에 화가 났다. 왠지 자신이 쉬워 보여 그가 이러는 거 같았다.

 

 “·····”

 

 “···내가 당신을 그렇게 볼 리가 없잖아요. 불쾌했다면 미안합니다.”

 

 민혁의 사과에도 둘 사이에는 날카로운 신경전이 오가고 있었다.

 

 “·····”

 

 “단지.. 비틀거리는 모습이 눈에 밟혔습니다.”

 

 “·····”

 

 “힘들어 보였는데 아무한테도 도움을 안 청할 거 같았거든요, 당신은.”

 

 “·····”

 

 “그래서 오지랖 넓게 행동했습니다. 미안합니다.”

 

 여유롭고 장난스러웠던 아까와는 달리 민혁은 진지하게 대답했다.

 

 적막한 분위기 속에 둘의 시선만 부딪히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짧았던 적막은 그의 목소리로 깨져버렸다.

 

 “그러니까 머리 말리고 오늘 같이 놀아요.”

 

 응?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지?

 

 “얼른 여기 앉아요.”

 

 “네?”

 

 “같이 놀자고요 오늘.”

 

 뭐지 이 또라이는.

 

 "해장도 같이 하고."

 

 틀림없다. 이 남자는 분명 미친놈이다.

 

 “거절은 없어요."

 

 "······"

 

 " 그러니까 데이트해요 나랑.”

 

 

 여전히 전개는 이상했다. 막장 드라마도 이 정도는 아닐 듯 싶었다.

 

 

 

 

 *

 

 

 

 

 민혁의 단호한 행동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젖은 머리를 그의 손에 맡겼다.

 

 처음 보는 낯선 남자에게 머리를 맡기는 스스로도 미쳤다는 생각을 하는 은세였다.

 

 

 하지만 푹신한 침대에 앉아 받는 그의 손길은, 부드러웠다. 간질거리면서도 묘한 느낌이었다.

 

 “만나는 여자분들 머리 자주 말려줬나 봐요?”

 

 “무슨 말입니까?”

 

 “자연스러워서요.. 솜씨가.”

 

 “좋다는 뜻이죠?”

 

 이 남자 또 실실거리기 시작한 거 같았다. 은세는 놀아나는 느낌이 들어 대답하지 않았다.

 

 민혁이 꼼꼼히 머리를 말리는 동안 그녀는 생각에 잠겼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DS사업 수정 업무 마쳐야하고, 어제 받은 서류도 검토하고 결재해야하고...’

 

 은세는 어느새 민혁의 손길도 잊은 것인지 업무로 머릿속을 채우고 있었다.

 

 그런데 ‘톡톡’ 뭔가가 자신의 머리를 두드렸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그녀를 생각에서 꺼낸 건 아프지 않게 머리를 두드린 그의 손가락이었다.

 

 “아.. DS사업 왜 통과시키지 않으신 거죠?”

 

 “흠. 업무 얘기 하는 거 안 좋아하는데.”

 

 “계약금, 부지선정 중에 어떤 게 문제였죠? 알려주시면 적절한 선에서 시정하겠습니다.”

 

 “오늘 말고 다음에 만나면, 그때 알려줄게요. DS사업이 체결되지 않은 이유.”

 

 그는 말을 마치며 침대에서 일어났고 그녀는 그런 그를 올려다보며 날카롭게 말했다.

 

 “....맘에 안 들어 당신.”

 

 “해장하러 갑시다.”

 

 역시나 그는 또 말을 돌렸다.

 

 “짜증나.”

 

 “옷 갈아입고 나와요.”

 

 “출근할 거라고요.”

 

 “가운은 야해요. 서은세 씨.”

 

 능글맞은 그의 말에 그녀는 심기가 불편했다. 날이 선 그녀의 눈빛에 장난스런 눈으로 대응하는 모습조차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장난치지...!!”

 

 “장난 아닌데.”

 

 소리치는 그녀의 입을 막으려는 듯이 그는 그녀에게 다가갔고, 순식간에 그와 그녀의 입술은 가까워졌다.

 

 “뭐..뭡니까!”

 

 은세는 당황한 기색을 하며 뒤로 물러났지만 민혁은 그런 그녀에게 점점 더 다가갔다.

 

 “가운은 야하다고요. 귀찮으면 갈아입혀 드릴까요?”

 

 이 남자, 자꾸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였다.

 

 “나가주세요.”

 

 은세는 단호하게 말했고

 

 “...가까이에서 보니까 더 예쁘네요. 당신은.”

 

 민혁은 또 그녀를 혼란시켰다.

 

 “·····”

 

 “준비하고 나와요.”

 

 민혁은 은세를 보면서 기분 좋게 웃고는 호텔 방을 나갔다.

 

 

 

 이들의 첫 만남은 이렇게 이상했고, 은세는 이상한 만남의 비밀을 아직까지 알지 못했다.

 

 

 

 

 

 *

 

 

 

 

 

 블랙계열 정장차림에 185cm에 가까운 큰 키. 날카로운 콧날과 뚜렷한 눈매를 가진 이 남자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 남자는 정말, 잘 생겼다.

 

 호텔 로비에서 은세가 내려오기만을 기다리는 이 남자를,

 

 로비에서는 직원들과 호텔 객들이 마치 연예인을 본 듯 빙 둘러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다들 이 남자를 사진 찍기 바빴고 자기들끼리 수군거리며 얼굴을 붉히었다. 하지만 정작 민혁은 이들의 존재에 관심도,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는 오로지 엘리베이터만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가 내려오기만을 기다릴 뿐.

 

 

 

 

 

 *

 

 

 

 

 

 호텔 방을 나서는 은세는 1층 로비 상황을 알지 못했다. 그녀는 남은 숙취로 인해 아픈 머리를 한 손으로 짚으며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그리고 ‘띵’

 

 1층을 알리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는데,

 

 “뭐야.. 저 상황은. 미쳤네 미쳤어.”

 

 내리자마자 인파가 몰려있는 곳으로 자연스레 눈길이 갔는데, 그와 눈이 마주쳤다. 딱 봐도 아까부터 계속 이곳만 응시하고 있었음이 짐작되는 자세였다.

 

 그런데, 모든 여자들은 자신만 쳐다보는데 정작 본인은 은세만 바라보는 지금 이 상황이 그녀는 아이러니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의 마음속은 ‘귀찮은 건 딱 질색이야.’였다.

 

 은세는 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체크아웃 절차를 밟으려고 프론트로 향했다.

 

 “체크아웃 하려고 하는데요.”

 

 “1301호 말씀하시는 거죠? 이미 처리되었습니다.”

 

 “네?”

 

 “강 이사님께서 좀 전에 하셨습니다. 저희 호텔을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저 남자가 내 생활에 끼어든 것이다. 강 이사님, 그 놈의 강 이사님, 저 강민혁 이사님. 진짜 마음에 안 든다.

 

 직원의 친절한 인사를 눈웃음으로 답했지만 그녀의 기분은 좋지 않았다.

 

 그리고 그 때, 누군가 뒤에서 자신의 머리에 살며시 손을 얹혔다. 익숙한 향이었다. 은세는 이제 반응하기도 귀찮은지 그의 손길을 신경 쓰지 않고 호텔을 나가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이제 어지럽지 않아요?”

 

 다정한 목소리.

 

 “떨어져서 걸어요.”

 

 차가운 목소리.

 

 “해장하고 뭐할까요?”

 

 “졸려요.”

 

 귀찮다는 대화.

 

 “그럼 호텔 와서 잘까요?”

 

 자극적인 내용.

 

 은세의 걸음이 멈췄다. 고개를 들어 민혁을 노려봤다.

 

 큰 키 때문에 고개를 많이 들어야했지만 그래도 째려보는 걸 그만두지 않았다.

 

 “·····”

 

 “재택근무. 호텔에서 DS사업 재택근무 같이하고 잠도 자고.”

 

 “뒤에 거는 빼죠.”

 

 “그럼 재택근무만 하는 걸로.”

 

 “단둘이.”

 

 그녀를 약 올리려고 작정했나보다.

 

 

 

 

 은세는 씩씩거리며 걸었다. 그런데 그의 손에 의해 낯선 차 앞, 그것도 그가 열어준 차 문 앞에 서게 되었다.

 

 “타세요. 공주님.”

 

 “.. 지금 뭐하는 거죠?”

 

 “에스코트. 같이 해장하기로 했잖아요. 왜 모른 척 하실까?”

 

 능글맞게 웃으며 반강제적으로 그녀를 차에 태우고 문을 닫는 그였다.

 

 

 제멋대로 하는 그의 행동에 한 마디 하려다가 은세는 입을 다물었다. 이제 이 남자랑 말싸움 하는 것도 지쳤다. 그리고 DS사업을 위해서 이 정도는 참자고 다짐하는 그녀였다.

 

 

 

 

 

 *

 

 

 

 

 

 그의 운전은 부드러웠다. 한 손으로 여유롭게 핸들을 잡고 중간 중간에 은세를 보며 미소 짓는 것까지, 보통 여자들이 옆에 탔으면 아마 혼이 빠져나갔을 것이다.

 

 강민혁은 존재 자체가, 그의 손길 하나하나가 선수처럼 보였다.

 

 “생각보다 속이 괜찮아 보이네요.”

 

 은세가 그를 보며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그가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고 은세는 또 까칠하게 대답했다.

 

 “제가 원래 비틀거림은 심한데 속은 괜찮아요. 이런 일이 일상이라.”

 

 “······”

 

 그녀의 ‘일상’이라는 말에 순간 정적이 흘렀다.

 

 

 “일은 해야 했고 술은 마시고 싶고 그러다보니 내성이 생겼나 봐요. 밤새 마시고 출근하는 게.”

 

 덤덤하게 창밖을 바라보며 말하는 그녀의 모습이 쓸쓸해보였다. 그런 그녀에게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앞으로는 나랑 마셔요.”

 

 “싫어요. 더 이상 당신이랑 엮이기 싫어요.”

 

 “······”

 

 “왜 말이 없어요?”

 

 “대답하면 싫어할 거잖아요. 그냥 지금 말 안하고 은세 씨 마실 때 깜짝 등장하려고요.”

 

 이 남자 대답은 갈수록 기가 막혔다. 그의 뻔뻔스런 얼굴에 은세가 헛웃음을 한번 치는데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 어제 같이 술을 마신 희연이었다.

 

 - 야~ 너 괜찮아? 난 죽겠어.

 

 “어. 난 괜찮지 뭐.”

 

 - 잠깐만. 밖이야? 소리 나는데... 너 혹시 출근중이야? 미쳤어 미쳤어 이 기집애가. 그렇게 마시고 또 출근했어?! 우리 출근 안하기로 약속하고 헤어졌잖아. 너 약속 어긴 거다. 당장 핸들 돌려. 넌 쉬어야 한다고!!!

 

 희연은 옆에 민혁이 듣고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있었다.

 

 “지금 출근하는 거 아니거든. 나 해장하러 가는 중이야.”

 

 - 해장? 니가 해장을? 웬일이야..? 너 원래 해장 같은 거 안 하잖아.

 

 “그게...”

 

 속 쓰리면 쓰린 대로 독하게 버텼던 은세가 해장을 하러 간다니.. 희연에게 뭐라고 설명해야 될 지 곤란한 그녀였다.

 

 그때 옆에 있던 그가 은세의 폰을 가져가 대신 전화를 받았다.

 

 “은세 씨. 지금 저랑 데이트 중입니다.”

 

 - ...네? 누구세요?

 

 “K그룹 강민혁입니다. 은세 씨 제가 잘 모실 테니까 걱정 마세요.”

 

 - 네?? 강민혁? 그 이사 강민혁..? 씨..?

 

 “네. 그 강민혁 맞습니다.”

 

 - 아하하하.. 저는 은세 친구 김희연 입니다. 근데 은세한테 강민혁 씨 얘기는 한 번도 못 들은 거 같은데...

 

 “제가..”

 

 - 혹시 갑자기 막 들이댄 건 아니겠죠..?

 

 “그게..”

 

 - 가끔 자신감 충만한 그룹 자제분들이 은세한테 접근하고 그러거든요. 애가 좀 예쁜 게 아니니까. 그쪽은 우리 은세한테 관심이 있다거나 연애가 희망사항이라거나 그런 건 아니죠?

 

 희연은 그의 말을 듣지도 않고 은세의 엄마마냥 그를 경계했고 조곤조곤 쏘아붙이며 할 말을 다했다.

 

 이건 희연이 자신의 가장 소중한 친구, 일 말고는 다 귀찮다는 이유로 자꾸만 스스로를 포기하려는 친구, 서은세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은세가 스스로를 돌보지 않는다면 자신이라도 은세를 지켜줘야 한다는 게 희연의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네. 저는 단순한 관심 때문에 은세 씨한테 접근한 게 아니에요.”

 

 - 그렇다면 안심이네요. 우리 은세 맛있는 거 사주시고 조심히 귀가시켜주세요. 부탁드립니다.

 

 

 “결혼정도면 모를까.”

 

 

 순간 두 여자는 자신들의 귀를 의심했다. 옆에 앉아 듣고 있던 은세는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았고 전화에서는 당황하는 목소리가 크게 들렸다.

 

 - ..네? 뭐.. 뭐라고요?

 

 민혁은 또 은세의 심기를 건드리기에 충분한 발언을 해버린 것이다. 만난 지 세 시간 조금 넘는 사람이랑 결혼이라. 농담치고는 수위가 높았다.

 

 

 ‘결혼’이라는 말이 그녀들의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것도 잠시 드디어 그토록 말했던 해장할 곳에 도착했다.

 

 그는 희연에게 은세의 해장을 책임지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장난스럽게 전달하고 다음에 한번 같이 만나자는 형식적인 멘트로 전화를 끊었다.

 

 “내리시죠, 공주님.”

 

 “서은세.”

 

 “내리시죠, 서은세 씨.”

 

 조수석 문을 열어주며 ‘공주님’이라는 호칭으로 그녀를 불렀는데 단번에 도도한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또렷하게 말하는 그녀로 인해 호칭을 정정당한 그였다.

 

 그는 이런 대화마저 좋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고 그녀의 어깨를 한 팔로 감싸 안으면서 음식점 안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역시나 그의 손은 응징을 당했다.

 

 “얌전히 따라와요.”

 

 몇 시간 전에 술에 취해 비틀거리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직장 상사가 부하에게 말하듯 말해버리고는 앞장서서 걷는 도도한 공주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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