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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재벌 로맨스
작가 : 신나리
작품등록일 : 201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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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내 옆에서
작성일 : 17-06-25     조회 : 261     추천 : 0     분량 : 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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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서 오십시오.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이들의 해장은 조금 남달랐다.

 

 보통은 얼큰한 국물이 있는 해장국을 찾지만 이들은 청담동에 자리한 조용하고 한옥을 연상시키는 한정식점을 찾았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의아했을 것이지만 이들에겐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이곳은 셀러브리티들이 편히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미로식의 구조를 띠었다.

 

 식사를 하러 들어갈 때와 마치고 나올 때도 다른 사람과 마주치지 않도록 오직 그들만을 위한 시간, 공간을 제공하는 곳이었다.

 

 그래서 많은 재력가들이 이곳을 즐겼고, 민혁과 은세 또한 당연히 이 곳 VIP였다. 점장은 직접 아늑하고 넓은 룸으로 안내했다.

 

 

 민혁은 가끔 이곳에서 해장을 해봤는지 그녀를 해장시키기 위해 메뉴에 없는 것을 점장에게 특별히 부탁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웠다.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혼자 갈 수 있겠어요?”

 

 화장실을 가려는 그녀를 잡으며 말하는 그의 표정에는 걱정스러움이 담겨 있었다.

 

 “손 씻으러 가는 거예요.”

 

 

 그는 그녀의 말에 조금 안심이 되었는지 잡았던 손목을 놓아주었다. 하지만 그녀의 안색은 아까부터 좋지 않았다.

 

 

 

 거울에 비친 얼굴은 역시나 좋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가 옆에서 시답잖은 농담을 던져 신경을 다른 데 둬서 몰랐었는데 몸은 좋지 않음을 표현하고 있었다.

 

 아무리 그녀라도 과로에 과음까지는 무리였다.

 

 “지금 민혁 씨 와있더라?”

 

 “어머 진짜? 어떻게 알았어?”

 

 “들어올 때 민혁 씨 뒷모습 잠깐 봤어. 내가 한때 그 사람한테 빠졌었잖아.”

 

 “이젠 잊은 거처럼 말한다? 근데 그 사람, 곧 결혼한다며?”

 

 “뭐? 진짜? 어디서 들은 소문이야?”

 

 “우리 아버지가 K그룹 임원이잖아. 안 그래도 어떤 여자랑 들어가더라. 분위기가 그렇게 다정해보이진 않았는데 민혁 씨가 많이 좋아하는 게 티가 나더라. 그러니까 그만 잊어.”

 

 “난 안 믿을거야. 그리고 네가 잘못 본거야. 설령 한다고 해도 정략결혼일건데 어떻게 좋아할 수가 있겠니? 다 보여주기지.”

 

 “하긴. 강민혁 그 사람 자기관리 철저한 사람이니까. 그 정도 연기는 자연스러운 게 당연하겠다.”

 

 

 은세는 파우더 룸에서 두 여자가 화장을 고치며 하는 대화를 모두 들었다. 다행히 그들은 은세가 아까 민혁의 옆에 있었던 여자인 걸 눈치 채지 못하고 화장실을 나가버렸다.

 

 “그 사람, 결혼하는구나.”

 

 다섯 시간 가까이를 함께한 남자에게 호감이 있었던 건 절대 아니다.

 

 다만 놀랐을 뿐이다. 은세는 갑작스런 소식에 순간 멍해졌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다.

 

 “가서 축하 인사라도 해줘야하나.”

 

 그녀는 핸드 티슈로 손을 닦으며 그가 있을 룸으로 발걸음을 움직였다.

 

 

 

 

 

 

 

 이미 준비된 음식과 함께 민혁은 은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은세가 부드럽게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오자 그녀의 안색부터 살피는 그였다.

 

 “괜찮아요?”

 

 “네. 식기 전에 얼른 먹죠.”

 

 그녀는 먼저 수저를 들었다. 무미건조한 은세의 태도에 식사하는 내내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정적을 깨고 입을 연 건 그녀였다.

 

 “결혼 축하드려요.”

 

 “·····”

 

 “뭘 그렇게 굳은 표정을 지어요?”

 

 “······”

 

 “방금 화장실에서 어쩌다가 들었어요. 그분들이 내가 강민혁 씨 배우자 될 사람인 줄 알고 착각하더라고요.”

 

 은세의 입에서 예상치 못한 ‘결혼’이라는 말이 나와서 그의 얼굴은 굳어졌다. 하지만 곧 자신의 일이 아니라는 듯이 다시 페이스를 찾고 민혁은 은세를 챙겼다.

 

 “이것도 먹어요.”

 

 그는 그녀의 숟가락 위에 정갈한 반찬을 하나 올려주었다.

 

 “결혼할 남자가 이렇게 다정하면 곤란해요.”

 

 그녀는 그에게 일침을 놓았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은세만을 생각했다.

 

 “얼른 먹고 호텔가서 좀 쉽시다. 안색이 더 안 좋아요.”

 

 “내 말은 왜 무시하는 거죠? 이럴 거면 대화를 왜 해요. 그리고 아까부터 나를 왜 자꾸 챙기는 거예요?”

 

 “······”

 

 그녀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민혁의 두 눈을 직시하며 말했다.

 

 “당신 아주 마음에 안 들어. 제멋대로야, 제멋대로. 이때까지 만난 여자들은 이런 걸 좋아했나보죠? 근데 저는 이런 배려 없는 행동 싫어합니다."

 

 그녀는 더 이상 입맛이 없는지 내려놓은 숟가락을 들지 않았고 대신 가방을 들고 룸을 빠져나왔다.

 

 은세는 어지러운 머리를 붙잡고 급하게 나왔는데, 심한 어지러움으로 인해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면서 넘어지려고 했다..

 

 “괜찮아?”

 

 누군가는 쓰러질듯 한 그녀를 단단하게 붙잡았다.

 

 그리고 그 사람의 얼굴을 확인한 은세의 두 눈은 흔들렸고 낮게 읊조리듯 입을 열었다.

 

 

 “...오빠.”

 

 

 “오랜만이다, 은세야.”

 

 그녀와 연이 깊은 남자.

 

 

 ‘과거’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그녀의 영원한 키다리아저씨, 이선우였다.

 

 

 

 

 *

 

 

 

 

 

 "오랜만에 봤는데 안색이 왜 그래? 병원 가야 하는 거 아니야?"

 

 "아냐..! 병원 안 가도 돼. 잠깐 어지러워서 그래."

 

 

 7년간 은세를 알고 지낸 선우는 그녀가 두통이 자주 있다는 것도 힘들면 술을 마신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단번에 은세의 목선으로 다가가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체취를 맡았다.

 

 선우의 예상대로 그녀의 몸에서는 술 냄새가 조금 났다.

 

 "술 얼마나 마신거야. 오빠가 마시면 꼭 연락하라고 했지."

 

 선우의 목소리는 화가 나 있었다. 그의 태도에 그녀는 별 일 아니란 듯이 애써 웃으며 선우의 품에서 나오려고 했다.

 

 "얼마 안 마셨어. 그러니까 이 손 좀 이제 놔줘."

 

 "싫어. 데려다 줄게."

 

 

 

 곧 뒤따라 나온 민혁은 지금 이 상황이 무척이나 마음에 안 들었다. 다른 남자의 품에서 실랑이라, 속이 뒤틀리는 느낌이었다.

 

 

 ‘살벌하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무섭게 선우의 품에 기대있는 은세를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겼다.

 

 “이만 가죠.”

 

 민혁은 화가 나 있었지만 은세의 최대한 어지럽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그녀를 부축했다.

 

 그녀는 그의 손길을 거부하고 싶었지만 현재로는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에게 몸을 맡기는 수밖에.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선우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입을 뗐다.

 

 “오랜만에 뵙는군요. 강민혁 이사님.”

 

 “네. 근데 보시다시피 은세가 많이 아파서요.”

 

 은세. 처음으로 그가 이름만을 말했다.

 

 

 가장 놀란 건 이름의 주인, 그녀 본인이었다.

 

 

 

 자신의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준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

 

 

 이 남자는 따뜻하고, 자연스럽게 그녀의 이름을 말했다.

 

 

 “제가 데려다줄게요.”

 

 

 선우의 도발 아닌 도발이었다. 그에 민혁은 곧바로 받아쳤다.

 

 “괜찮습니다. 오늘은 저랑 같이 있기로 약속했거든요.”

 

 

 이 또한 충분한 도발이었다. 유치한 남자들의 기싸움이라고 하기엔 이들의 눈빛은 너무 살벌했다.

 

 민혁의 품에 있는 모습이 맘에 안 드는지 선우가 은세의 손목을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선우 씨."

 

 곧 그를 뒤따라 나온 선우의 여자친구, 혜주가 선우에게 팔짱을 끼며 옆에 섰다.

 

 

 하지만 선우는 신경 쓰지 않고 은세만을 보고 있었다.

 

 

 이 상황을 보고 있던 은세는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민혁이 은세의 마음을 읽었는지 그녀를 두 손으로 안아들었다.

 

 

 마음대로 자신을 안아드는 그가 싫었지만 지금은 걸을 힘조차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오빠.. 연락할게.”

 

 은세는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힘겹게 선우에게 인사를 했다. 이들은 빠르게 음식점을 빠져나왔다.

 

 *

 

 그녀를 차에 태우고 부드럽게 운전하던 그가 그녀의 이마에 살포시 손을 얹었다.

 

 “열도 있는 거 같네.”

 

 은세는 아파서 속상했다. 오늘 출근 못 한 것도 마음에 걸리는데 이렇게 병 신세라니.

 

 “출근 생각은 접어둬요. 도착할 때까지 푹 자요. 아무 생각하지 말고.”

 

 이 남자 독심술도 쓸 줄 아는가?

 

 

 그녀는 그가 자신의 마음을 읽은 건가하는 이상한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아픈 몸으로 복잡한 생각은 안하기로 했다.

 

 은세가 눈을 감고 쉬려고 하는데 휴대폰이 짧게 진동했다. 선우로부터 온 메시지였다.

 

 

 ‘진료 꼭 받고 괜찮아지면 연락 줘. 오빠가 보러 갈게. 사랑해 은세야.’

 

 

 은세는 선우의 문자를 보고 울컥했다. 예전에 묻어두었던 감정들이 올라온 느낌이었다.

 

 언제나 습관적으로 그에게 듣는 '사랑'한다는 말.

 

 과거에 이 말은 그녀를 아프게 했다.

 

 선우와 은세의 '사랑'은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세는 뼈를 깎는 고통으로 그에 대한 마음을 정리했고, 시간이 지난 지금은 그의 사랑을 받는 게 좀 더 편했다.

 

 

 그는 더 이상 은세가 '짝사랑'하는 남자가 아니었다.

 

 

 이제 그녀의 마음속에 선우는 은세의 영원한 키다리 아저씨로 남아있었다.

 

 

 

 

 

 

 *

 

 

 

 

 

 그녀는 피곤함과 노곤함이 겹쳐 잠이 들었다. 잠귀가 어두운 그녀는 도착하고 나서도 깨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조심스럽게 그녀를 안아들었다.

 

 

 민혁은 아까부터 느낀 거지만 이 여자, 가벼웠다. 아무리 체구가 작은 그녀라고 하지만 이렇게 가벼운 건 역시나 그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는 호텔이 아닌 자신의 오피스텔로 왔고 그녀를 자신의 침대에 눕혔다.

 

 민혁은 흐트러진 그녀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넘겨주었다. 그리고 그녀가 알지 못할 말을,

 

 

 “늦어서 미안해. 앞으로 행복하게 해줄게.”

 

 "이선우가 아닌 내 옆에서."

 

 

  이렇게, 그녀가 잠든 사이 속삭였다. 그리고 그녀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겹쳐 잡았다.

 

 

 이제 정말로 그와 그녀의 공식적인 '가약'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는 그녀가 상처받지 않고 받아들여주길, 자신의 마음이 그녀에게 잘 전달되길 간절히 바라며 두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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