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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재벌 로맨스
작가 : 신나리
작품등록일 : 201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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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마음을 녹이다
작성일 : 17-06-25     조회 : 269     추천 : 0     분량 : 5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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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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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위를 잘 타는 그녀가 오랜만에 따뜻하게 잤다. 그래서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려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누군가 나를 안고 있다...?

 

 은세는 급하게 눈을 떴다. 눈앞에는 그녀에게 팔베개를 해주며 나머지 한 손으로는 그녀를 따뜻하게 안고 잠들어 있는 그가 있었다.

 

 너무 놀라 은세는 순간적으로 소리를 지를 뻔 했지만, 곤히 자는 모습에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천천히 그의 얼굴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이 남자의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는데..

 

 

 강민혁 이 남자, 정말 잘생겼다.

 

 

 사교계에서 K그룹 후계자가 탑 스타들과 외모를 견주어도 손색없을 정도로 큰 키에 우수한 외모, 배려심, 목소리, 사교적인 성격까지 모두 갖춘 완벽한 남자라는 소문을 은세도 들었다.

 

 

 그의 얼굴을 계속 쳐다보다가 그녀는 아기처럼 뽀얀 그의 피부를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신도 모르게 그의 얼굴에 손을 댔다. 은세의 한 손이 그의 얼굴을 감쌌다.

 

 “피부도 좋네.”

 

 그의 피부에 내심 부러움을 느끼며 콧날도 한번 만져보고자 손을 옮기려는데, 그가 눈을 뜨고 말았다.

 

 “어..그게..”

 

 “잘 잤어요?”

 

 “어..네.”

 

 갑작스런 상황에 눈도 못 마주치며 그의 품속에서 허둥대는 그녀의 모습은 대기업 팀장이 아닌 영락없는 아가씨였다.

 

 

 

 그런 은세의 모습이 귀여웠는지 민혁은 짧게 입을 맞췄다.

 

 

 “뭐하는 거...!”

 

 

 다시 한 번, ‘쪽’

 

 

 화내는 모습도 좋은 건지 그는 곧 꿀 떨어질 거 같은 눈으로 바라보며 자꾸만 짧게 입을 맞췄다.

 

 은세도 따뜻한 품에서 달콤한 목소리와 함께 맞춰지는 그와의 입맞춤이 엄청 불쾌하지만은 않은지 심하게 저항하지는 않았다.

 

 

 제멋대로라서 싫다고 말한 게 불과 몇 시간 전인데 그녀에게서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모순된 행동이었다.

 

 

 어쩌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에게 호감을 가진 걸지도.

 

 “아까 혼난 사람 어디 갔죠?”

 

 은세는 비꼬듯이 운을 뗐다.

 

 “음.. 글쎄.”

 

 “근데 당신 품, 따뜻하네요.”

 

 “······”

 

 “그냥 그렇다고요.”

 

 “말이 좀 모순적인 거 같은데요.”

 

 “...나도 알아요. 그래서 뭐..!”

 

 은세는 자신의 감정 따라 표현했을 뿐인데 자신이 봐도 이건 앞뒤가 맞지 않았다.

 

 하지만 뻔뻔하게 나가기로 했다. 내가 이렇게 느낀다는데 뭐 어쩔 거야!

 

 “좋다고요. 그러니까 앞으로 많이 안아줄게요.”

 

 “수작 부리지마요.”

 

 그의 낯간지러운 소리에 그녀는 수작부리지 말라며 틱틱 거리는 소리를 했다. 하지만 행동은 달랐다.

 

 

 그녀는 여전히 그의 품에 있었다.

 

 처음 느껴보는 자신을 감싸는 온기. 이 따뜻함이 영원히 자신을 떠나지 않길 바라면서.

 

 그 또한 그녀의 마음을 알았는지 머리를 부드럽게 감싸며 그녀를 품에 안았다.

 

 

 외로움에 젖은 그녀를 녹이기에 그의 손길은, 그의 온기는 충분해 보였다.

 

 

 

 *

 

 

 

 다시 짧게 잠이 든 은세는 기지개를 폈고 손에 아무것도 닿는 느낌이 없자 눈을 떴는데,

 

 “밥 먹자.”

 

 여태 바닥에 앉아 그녀의 자는 모습을 감상하고 있었던 그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아 깜짝이야.”

 

 “자는 모습도 예쁘네.”

 

 “왜 반말이에요?”

 

 “친해지려고.”

 

 그는 또 예쁘게 웃었다.

 

 

 은세는 순간 두근댄 자신의 심장을 느꼈지만 태연한 척 침대에서 일어나 방을 나섰다. 그러고 보니 여긴 호텔이 아니었다. 호텔과 다른 구조였다.

 

 “여기는 어디에요..?”

 

 “내가 지내고 있는 오피스텔.”

 

 

 아무렇지 않은 듯 편하게 자신의 오피스텔임을 밝히는 그의 태도에 그녀는 기가 찼다.

 

 “그럼 제가 그쪽 오피스텔에서... 방에서 그러니까 침대에서.... 같이.. 잤다는 말이에요?”

 

 “응. 근데, 비밀로 해줄게. 나 입 무거워.”

 

 민혁은 아까부터 싱글벙글이었다.

 

 

 

 한정식점에서의 그 살벌한 분위기는 다 어디로 갔는지, 충격 받은 그녀의 물음도 대수롭지 않은 듯 대답하며 그녀를 테이블 의자에 앉혔다.

 

 

 아무 일 없었지만 그래도 그의 침대에서 잤다는 게 마음에 걸리는 은세였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로 신경이 옮겨졌다.

 

 “밥 먹고 DS사업 같이 검토하자. 뭐가 문제였는지 알려줄게.”

 

 “지금까지 당신이 했던 말 중에 가장 맘에 드네요.”

 

 “아까 침대에서 제일 좋았던 게 아니고?”

 

 “강민혁 씨!”

 

 은세는 얼굴을 붉히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알았어. 장난 안칠게. 대신 맛있게 다 먹어야 돼.”

 

 

 그와의 대화 속에 빠져있어서 몰랐는데 테이블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는 맑은 국과 다채로운 반찬들, 각종 과일과 야채가 어우러진 신선한 샐러드가 한상 차려져 있었다.

 

 “아까 제대로 못 먹었잖아.”

 

 “음식 하는 아주머니가 왔다 가신 거예요?”

 

 “내가 다 한 건데?”

 

 그는 맞은편에 앉아 그녀가 수저를 들고 먹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남자가 차린 상은 처음 봐요. 아, 아니다.. 선우오빠가 간단하지만 자주 차려줬었네.“

 

 “서은세.”

 

 그가 단호하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고 곧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휘둥그레 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입술을 맞대고 가만히 있었지만 이번에는 전보다 좀 더 길었다.

 

 놀란 은세가 밀어내지 않았다면 계속 하고 있었을, 농도가 짙지 않았지만 야릇한 느낌의 키스였다.

 

 “뭐에요 자꾸! 함부로 남의 입술에!!”

 

 “다른 남자 얘기하면 또 할 거야.”

 

 

 그의 눈은 진지했다. 목소리 또한 아까보다 조금 가라앉은 듯 했다.

 

 “알겠어요, 알겠어. 진짜 별 꼴이야. 밥이나 먹어요.”

 

 은세는 투덜거리며 그가 차린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일반인이 한 거라고 하기엔 음식 솜씨가 좋았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느낄 수 있는 특유의 깔끔함과 담백함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비위가 약해 깔끔하고 정갈한 음식을 좋아하는 은세의 취향에 맞는 음식 덕분에, 평소보다 그녀의 젓가락질은 꽤 오랜 시간 계속되었다.

 

 

 “요리 잘 하는 남자, 어때?”

 

 

 민혁은 턱을 괸 채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생각 안 해봤는데 좋을 거 같아요. 제가 요리를 못해서.”

 

 

 “그럼 요리 잘 하는 남자랑, 결혼은 어때?”

 

 

 “뭐. 잘하는 남자랑 하면 좋긴 하겠죠.”

 

 

 은세의 대답을 끝으로 짧은 침묵이 흘렀다.

 

 

 

 “그럼, 나랑 결혼하는 건 어때?”

 

 

 

 응? 뭐라고? 이 남자가 진짜! 밥 먹는데..!!

 

 

 결국 은세는 사레에 들리고 말았다. 물을 건네며 자신의 등을 토닥여주는 그를 쏘아보면서 그녀는 똑똑히 말했다.

 

 “매일 사레 걸릴 거 같아요.”

 

 “대신 매 순간 행복해진다면?”

 

 “매 순간, 어떻게 행복할 수 있어요...”

 

 

 행복은 은세와 거리가 먼 단어였다. 지난 몇 년 간 그녀만의 사정으로 인해 자신의 행복을 접고 달려왔기 때문에.

 

 

 “행복하게 해줄게.”

 

 

 “······”

 

 

 “매일, 매 순간.”

 

 

 “······”

 

 

 “평생을.”

 

 조금 뜬금없는 고백이라고 할 수 있지만, 둘은 이 상황이 우습지도 장난스럽지도 않았다.

 

 그의 마음이 진심이었기 때문이다. 장난 속에 감춰진 진심.

 

 그녀는 수저를 내려놓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눈을 직시했다. 놀란 눈도 감동받은 눈도 아니었다.

 

 ‘그게 무슨 뜻인지 아냐고.’

 

 너무 잘 알고 있는 그에게 단지 이 말만 눈으로 전할 뿐이었다.

 

 이들의 결혼은 감정하나로 맺어질 수 있는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이들의 결혼에는 주식과 주가, 이해타산적인 모든 것들이 얽혀있다는 것을 이들은 너무 잘 알고 있었고, 알아야만 했다.

 

 

 이 모든 것을 아는 그가, 그녀에게로 한 걸음 내딛은 것이다.

 

 

 손을 내밀며 자신과 평생 함께하자고.

 

 

 이렇게 그는 자신의 마음을 드러냈다.

 

 

 

 

 

 *

 

 

 

 

 

 은세는 민혁을 흐트러짐 없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도 그녀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둘은 오랜 침묵을 유지했지만, 은세가 의자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면서 침묵은 깨졌다.

 

  그녀는 노트북을 가져와 테이블에 올려놓고는 거실 바닥에 앉았다.

 

 "밥 안 먹을 거면 빨리 DS사업 검토하죠? 못난이 강민혁 씨."

 

 그녀는 분위기를 바꿔보고자 그를 ‘못난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그녀의 노력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민혁이 그녀에게로 다가왔다.

 

 그녀 옆에 앉으며 업무를 시작할 건지 노트북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하지만 사실 지금 그에게는 업무는 안중에도 없었다.

 

 오로지 그녀에게만 집중되어 있을 뿐이었다.

 

 가까워진 둘 사이에서는 서로의 향기가 느껴졌고, 그 향기는 조화로웠다.

 

 

 그는 곧 노트북에 둔 시선을 은세에게로 돌리며, 밀착해갔다. 은세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밀어내야할지, 아니면······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몰라 눈만 꿈뻑 뜨고 있는 은세는 이 거리가 곧 키스를 불러올 거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은세야."

 

 진지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불렀다. 그리고 그는 움찔하는 은세의 손을 맞잡으며 키스했다.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그녀의 입술을 탐했다.

 

 ‘그와의 키스.’

 

 그와의 키스는 꽤 오래 계속되었다.

 

 은세는 그가 이끄는 대로 끌려가고 있었다. 강제성이 아닌 ‘호감’이라는 감정으로.

 

 민혁은 그녀를 배려하듯 조심스럽게 입을 맞췄지만, 순간 벌어진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더 깊숙이 그녀에게 파고들었다.

 

 은세는 충분히 밀어낼 수 있음에도 거부하지 않았다. 그녀의 감은 두 눈은 부끄러움을 담고 있었다.

 

 그의 손은 어느새 그녀의 허리에 가 있었고, 그녀를 들어 올려 자신의 무릎에 앉혔다.

 

 야릇한 자세.

 

 은세는 붉어진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위험할 거 같아요."

 

 민혁은 부끄러워하는 은세가 귀여운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난 위험해서 좋을 거 같은데."

 

 "강민혁 씨!!"

 

 자신의 품에서 놀란 얼굴로 아등바등 거리며 모습까지 사랑스러웠다.

 

 "좋아해."

 

 갑자기... 뭐야.

 

 은세는 심장이 멎을 거 같았다. 그가 너무 ‘훅’ 들어왔다.

 

 "······"

 

 "은세야."

 

 그녀의 두 손을 꼭 쥐고 환한 웃음으로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민혁.

 

 "······"

 

 "공주님."

 

 다정해서, 너무 다정해서 눈물이 날 거 같았다.

 

 "...... 그렇게 부르지 마요."

 

 은세는 울고 있었다.

 

 그동안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서 묻어놨던 감정들이 올라와 버렸다.

 

 외로웠던 그녀에게 이 남자는 너무 따뜻했다. 녹아버릴 만큼, 헤어 나오지 못할 만큼, 그에게 중독되고 있었다.

 

 "반해버렸는데."

 

 "······"

 

 "이렇게 네가 혼자 우는 거 보면 미칠 거 같은데."

 

 "······"

 

 

 "우리 결혼할까?"

 

 

 

 

 진심이 담긴 고백에 결국 은세는 울음이 터져버렸다.

 

 

 처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남자를 만났다. 말하지 않아도 마음을 다 알아줄 것만 같은 사람. 아니, 알아줄 사람.

 

 

 그런 그가 속삭였다. 자신과 결혼해달라고. 평생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의미를 담으면서.

 

 

 "나는..."

 

 

 그녀는 입을 열었지만 말을 잇지 못했다.

 

 

 "생각해보고 말해줘. 그동안 나도 열심히 꼬셔볼게."

 

 그의 마지막 말에 은세는 작게 웃음이 나왔다. 꼬셔본다니.

 

 

 

 그녀에게 부담감을 주고 싶지 않은 그의 장난 섞인 배려였다.

 

 

 그녀는 그의 이런 배려가 좋았고, 진심이라서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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