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연재 > 판타지/SF
일리언
작가 : 사이딘
작품등록일 : 201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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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 화
작성일 : 16-07-12     조회 : 751     추천 : 0     분량 : 5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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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새 세 사람을 보며 앉아 있던 일리언은 오늘 낮에 교실에서 류네아가 말했던 윌로우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윌로우가? 그건 나 역시 자세히 아는 게 없는데.”

 “두 녀석 말고 더 있는 건가.”

 “어? 그건 어떻게 알았어? 블레드 선배랑 밀드란 선배밖에는 얘기 안 했는데.”

 “두 사람을 가지고 여러 명이라고 지칭하지는 않지.”

 “아!”

 류네아가 윌로우 그룹에 대해서 설명을 할 때, ‘윌로우’라는 이름을 가진 이들이 동시에 여러 명이 나타났다고 말한 것을 일리언이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2명을 가지고 여러 명이라고 지칭하는 일은 거의 없으니 말이다.

 “뭐야! 안 듣는 척하면서 다 듣고 있었잖아!”

 “시끄러. 쓸데없는 소리 할 거면 당장 나가.”

 “알았어. 알았어. 말해주면 될 거 아냐. 치사한 인간.”

 류네아는 투덜거리며 잠시 일리언을 노려보다가, 당장이라도 내쫓을 듯한 그의 눈빛에 급히 말을 이어 나갔다.

 “네 말대로 블레드 선배와 밀드란 선배 말고도 두 명이 더 있어. 그들 역시 이곳에 재학 중이지.”

 “그들도 학생회 소속인가?”

 “응? 응, 맞아. 어떻게 안 거야?”

 “잘난 것들이 모인 곳 같아서 말이야.”

 “맞는 말이긴 하지. 학생회 멤버들 모두 집안, 외모, 머리에 있어 최고들이니깐 말이야. 그리고 그중에서도 윌로우가에 속한 이들은 더욱 특별한 이들이라고나 할까.”

 “네 명 다 남자?”

 “아니, 한 명은 여자야. 각각 2, 3, 4, 5학년에 재학 중이지.”

 “블레드라는 녀석이 가장 나이가 많나 보군.”

 “글쎄…… 네 사람의 나이는 아무도 정확하게 몰라. 이곳의 입학 조건이 25세 미만이니, 다들 그 안의 나이라는 것만 짐작하는 거지.”

 “…….”

 “그래도 뭐 대충 블레드 선배의 나이가 제일 많다는 것은 맞을 거야. 다른 이들 모두 그의 말에는 꼼짝 못하니깐 말이야. 그 대단한 밀드란 선배마저도 말이야.”

 “이상하군.”

 “응?”

 엘브란스 아카데미에 현재 입학한 윌로우가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건네던 류네아는 일리언의 말에 말을 멈추었다.

 “신입생치곤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 아닌가.”

 “…….”

 “그들이 유명해도 이곳에 들어와 지낸 생활에 대해서는 바깥 세상에 알려진 것이 없다고 네가 직접 말하지 않았나.”

 “그건…….”

 “그런데 고작 며칠 사이에 그 많은 것을 알아냈다는 건가. 능력이 좋나 보군.”

 일리언의 말에 류네아는 처음으로 표정이 굳어지며 그를 잠시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러다 피식 웃으며 별거 아니라는 듯 간단하게 대답했다.

 “내가 그들에게 좀 관심이 많거든.”

 “스토커냐.”

 “뭐야! 야! 이렇게 예쁜 스토커 봤어!”

 “그럼 못생기면 다 스토커냐? 그거 어디서 나오는 논리야?”

 “나한테서 나오는 논리다! 어쩔래!”

 “됐다, 스토커. 그만 가라.”

 “꺅! 스토커 아니라니깐!”

 일리언은 류네아에게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았지만, 말하고 싶지 않은 듯 가볍게 말을 돌리는 그녀의 모습에 그 역시 더 이상 그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았다. 본인이 말하기 싫어하는 것을 억지로 물고 늘어지는 성격은 아니었기에 불필요한 관심을 끊었다.

 “그런데 일리언, 갑자기 그들에 대해서 왜 물어요?”

 한편, 카르젠은 조금은 놀란 눈빛으로 일리언을 바라보고 있었다.

 매사에 관심이 없는 그가, 그것도 처음 보는 윌로우가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것이 신기했던 것이다.

 지금껏 그와 함께 살면서 지금처럼 누군가에 대해 궁금증을 표하는 경우는 처음 보았다.

 “신경 쓰이는 게 있어서.”

 “네? 그게 뭔데요?”

 “알 것 없어.”

 게다가 신경이 쓰이다니. 옆에서 누가 죽어 나가도 그저 슬쩍 보고 외면해 버릴 일리언이 누군가가 신경이 쓰인다는 것은 너무도 의외의 일이었다.

 하지만 대답할 생각이 없다는 듯 자신의 의문이 가득 담긴 시선을 외면해 버리는 일리언으로 인해 카르젠은 더 이상 아무것도 물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넌 왜 일리언에게 존댓말을 하는 거야?”

 “응?”

 그때 들려온 류네아의 물음에 카르젠은 일리언에게서 시선을 돌려, 의아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나이 차이도 별로 나지 않는 것 같은데, 뭘 그리 존대를 하냐고.”

 “아, 그게…… 그냥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존댓말을 했던 지라.”

 형제도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처음 보는 어색한 사이도 아닌 것 같은데 카르젠 혼자 존대를 하는 것이 이상해 보였던 류네아였다.

 “처음부터?”

 “응, 처음부터.”

 일리언을 처음 보았을 때도 저 모습이었다.

 자신이 꼬마였을 때도, 10대에 들어섰을 때도, 그리고 지금도 언제나 똑같은 모습으로 자신의 앞에 서 있었다.

 어릴 때 자신보다 크고, 나이가 많은 이에게 존대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그게 지금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져 온 것이다.

 지금은 자신과 별로 나이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어릴 때부터 해 온 존대를 바꿀 생각을 하지 못했다.

 솔직히 그에게 묻고 싶은 것은 많았다.

 왜 아버지가 자신을 그에게 맡긴 건지, 왜 그가 자신의 가문이 관리하는 영지에 살고 있었던 건지, 왜…… 왜 그가 나이를 먹지 않는 건지. 어릴 땐 이런 것들이 너무도 궁금했다.

 하지만 지금은…….

 ‘뭐, 별로 상관없는걸.’

 지금은 아무것도 궁금하지 않았다. 그가 누구든 상관없었다. 그는 그저 일리언이었으니깐.

 카르젠은 그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래도 이상해. 친구 사이에 웬 존댓말?”

 “흐음…… 남들이 이상하다는데 그냥 말 놓을까요, 일리언?”

 “……좋을 대로.”

 “정말?”

 “내일 아침부터 기상 방법이 더 세지는 것을 원한다면 말 놔. 친구 먹자는데 친구로서 아주 확실하게 깨워 주지.”

 “누가! 누가 말을 놔요! 어떤 놈이 그래요!”

 “…….”

 “에헤헤! 일리언, 차 드실래요?”

 류네아와 리아는 일리언의 말에 단숨에 비굴 모드로 들어서는 카르젠을 보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잠 좀 세게 깨우는 게 뭔 대수라고 저리 비굴해지는 건지. 카르젠의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들이 어찌 알겠는가. 지금도 생사를 넘나드는 방법으로 매일 아침을 맞이해야 하는 카르젠의 심정을 말이다.

 “에헤헤!”

 “그만 웃고 차나 가져와.”

 “네!”

 묘한 관계의 두 사람을 류네아와 리아는 그저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런 그녀들의 시선에 신경 쓸 사람은 현재 이곳에 아무도 없었다.

 

 ***

 

 “어떻게 됐지?”

 “뭐, 대충 수습은 됐습니다. 언제나처럼 며칠 지나면 조용해지겠죠.”

 학생회실 안에 마련된 회장실. 학생 회장실이 아닌 대기업 회장실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고급스럽게 꾸며진 그곳에 두 사람이 자리하고 있었다. 바로 학생회의 최고 간부인 블레드와 밀드란이었다.

 “그보다 재미난 녀석들이 보이더군요.”

 윌로우가의 둘째로 알려져 있는 밀드란은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입가에 진한 미소를 머금었다.

 “저번에 블레드 님이 관심을 보이던 두 사람 말입니다.”

 “그들을 만난 건가?”

 “네, 오늘 아침 식당에서……!”

 카르젠과 일리언을 만난 얘기를 꺼내던 밀드란은 자신의 얼굴을 스쳐 지나가는 날카로운 무언가에 멈칫했다.

 그리고 곧 조금 전까지 블레드의 책상에 놓여 있던 서류 봉투를 자르는 작은 나이프가 자신이 앉아 있는 곳의 뒤에 자리한 벽에 깊이 박혀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관심을 두지 말라고 했을 텐데.”

 “……죄송합니다.”

 밀드란은 나이프가 스친 곳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닦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블레드를 향해 깊이 고개를 숙였다.

 블레드는 자리에서 일어나 밀드란에게 다가가 고개를 들게 한 뒤, 조심스럽게 그의 상처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닦아주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을 건넸다.

 “재미난 녀석들이긴 하지.”

 “…….”

 “하지만 또한 위험한 향기도 나.”

 “네?”

 밀드란은 블레드의 말에 의아한 눈빛으로 되물었지만, 이미 블레드는 그에게서 등을 돌려 창가로 다가갔다.

 “그들을 건드리지 마라.”

 “……네.”

 “그들을 건드릴수록 그 위험한 향기 또한 진해질 테니깐 말이야.”

 여전히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으며 창밖을 바라보는 블레드의 모습에 밀드란은 입을 다물고는 회장실을 빠져나갔다.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것은 자신이 스스로 풀어야 할 숙제일 뿐, 그가 용납하지 않는 이상 질문은 허락되지 않았다.

 “위험한 향기.”

 창밖을 바라보던 블레드의 시선이 멈춘 곳에서는 마침 한 사람이 학생회실 건물 아래를 지나가고 있었다.

 그는 문득 걸음을 멈춘 채 정확하게 블레드가 있는 곳을 향해 시선을 주었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한 날카로운 눈매가 인상적인 이. 바로 일리언이었다.

 블레드는 자신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는 일리언을 보며 작게 웃음을 터뜨린 후, 뒤로 한 걸음 물러나 그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우리와 같은 향기를 가진 자이기도 하지.”

 마지막으로 조용히 혼잣말을 내뱉은 블레드 역시 잠시 후 그 자리에서 완전히 모습을 감추었다.

 

 

 

 제6장 세티르 윌로우

 

 

 

 “역시 알면 알수록 웃긴 세계란 말이야.”

 이미 어둠이 짙게 깔린 늦은 시간. 벽에 걸린 시계는 어느덧 새벽 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하지만 일리언의 책상에는 여전히 불빛이 환하게 켜진 채 책장이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르게티아 대륙보다 몇 단계는 더 발전된 세계.”

 그것이 바로 현재 지구라는 곳이었다. 마법이라는 학문은 없지만, 과학이라는 학문으로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힘을 자신들 것으로 만들어 놓은 세계.

 솔직히 놀라웠다. 벌써 10년이라는 세월을 이곳에서 지내고 있지만, 알면 알수록 알아야 할 것이 많은 곳이었다.

 “그 시대와 비슷해.”

 자신이 알고 있는 또 하나의 세상. 고도로 발전된 문명과 과학을 가지고 있던 그곳. 하지만 어느 날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신조차 부럽지 않을 문명을 가지고 있던 시대. 그 시대와 현재 자신이 있는 이곳, 그곳과 지구의 모습은 많이 닮아 있었다.

 물론 다른 점이 훨씬 많았다. 그저 인간이 편리함을 찾아 기술들을 끊임없이 개발해 나가는 모습이 많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탁!

 “흐음.”

 일리언은 방금까지 자신이 읽고 있던 책을 덮으며 생각에 잠겼다.

 어느덧 이곳에 온 지 10년.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대부분이 본래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한 일들이었다.

 그리고 현재 그 최종 목적지인 목걸이가 있는 엘브란스 아카데미까지 오게 되었다.

 “반드시 이곳이 끝이어야 된다.”

 이 세상 역시 충분히 매력적이고, 알고 싶은 것도 많은 곳이지만 일리언은 반드시 본래의 세계로 돌아가야 할 이유가 있었다.

 

 ‘반지를 찾는 이들이 있습니다.’

 

 오래 전 카르젠을 데리고 자신을 찾아온 기사 뉴마가 내뱉은 한마디.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한가하게 이곳에서 시간을 지체할 수가 없었다. 반드시 그곳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것이다.

 “으윽! 불…… 불…… 윽!”

 “…….”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일리언은 카르젠의 침대 쪽에서 흘러나오는 신음 소리에, 익숙한 듯 별다른 표정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곳으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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