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연재 > 판타지/SF
일리언
작가 : 사이딘
작품등록일 : 201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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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 화
작성일 : 16-07-15     조회 : 658     추천 : 0     분량 : 5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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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8장 2등을 향하여

 

 

 

 “아으윽! 저 이러다 죽는 거죠.”

 며칠 후, 모든 예선 경기가 끝나고 체육대회 당일 경기만 남겨 놓고 있었다.

 “죽더라도 네가 죽어서 묻힐 곳으로 돌아갈 방법은 찾아 놓고 죽어.”

 “우씨! 인정이라고는 코딱지만큼도 없는 인간!”

 운인지, 실력인지, 아니면 마법 덕분인지 카르젠은 본선에 올라가 있는 상황이었다.

 더불어 그 덕에 1학년 중 유일하게 단체 경기 모두 본선 진출한 반으로, 1학년 A반의 이름이 사람들 사이에서 퍼져 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경기에 출전해 승리를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휴식 시간도 거의 없이 다음 경기 시간을 맞추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녀야 했고, 아무리 기본 체력이 좋은 카르젠이라도 예선 경기를 치르면서 이미 체력이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하아암…….”

 지금처럼 먹는 것을 앞에 두고도 꾸벅꾸벅 졸 정도로 말이다.

 턱!

 “…….”

 일리언은 식사를 하다가 식판으로 떨어뜨리는 카르젠의 머리를 이미 예상한 듯 여유 있게 잡아주었다.

 그리고 앞에 놓인 식판을 옆으로 치운 후, 카르젠의 머리를 잡고 있는 자신의 손을 치웠다.

 쿵!

 “아얏! 우웅…… 하아암…….”

 식탁에 머리를 그대로 부딪친 카르젠은 몽롱한 시선으로 아픔을 호소하다가, 다시 식탁에 머리를 기댄 채 잠이 들었다.

 “카르젠이 먹는 것을 앞에 두고도 자는 것을 보니 정말 피곤한가 보네.”

 마침 일리언과 카르젠에게 다가서던 류네아와 리아는 그런 카르젠의 모습에 작게 웃음을 터뜨리며 자리에 앉았다.

 “그럼 요 음식은 내가 먹…….”

 “내 거야!”

 “……!”

 카르젠이 손도 대지 않은 음식을 먹으려고 하던 류네아는 순간 벌떡 고개를 들며 식판을 끌어당기는 카르젠으로 인해 흠칫했다.

 “우웅! 아앙! 아! 으음…… 하아암…….”

 그리고 졸면서 음식을 먹기 시작하는 그를 류네아는 어이없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어! 내 밥!”

 그렇게 신기한 묘기(?)를 보여 주듯 식사를 모두 끝낸 카르젠은 다시 깊게 잠이 들더니 잠시 후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깨끗하게 비워진 자신의 식판을 보고는 울상을 지었다.

 “누가 내 밥 다 먹었어!”

 “…….”

 “…….”

 “…….”

 이어진 카르젠의 말에 그가 깨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던 류네아와 리아는 황당한 표정으로 그를 보았고, 일리언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머리를 강하게 한 대 쥐어박았다.

 “너는 입가에 묻은 음식 자국이나 지워.”

 “에?”

 카르젠은 일리언의 말에 입가를 닦으며 멍한 표정으로 아직 잠이 덜 깬 듯 머리를 흔들었다.

 “진짜 깬다, 깨. 너 좀 생긴 대로 놀면 안 되니?”

 “내가 생긴 게 어때서?”

 “모르면 됐다. 어서 일어나기나 해. 수업 시작하겠다.”

 “흑! 류네아.”

 “왜, 왜.”

 고개를 흔들며 자리에서 일어나던 류네아는 자신을 슬픈 눈빛으로 보며 울먹이는 카르젠의 모습에 흠칫하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사내 녀석이 울상을 지으면서도 왜 이리 예쁘장해 보이는 건지. 류네아는 괜히 남자와 외모로 비교당하는 느낌에 자신도 모르게 뒤로 한 걸음 물러선 것이다.

 “있잖아.”

 “응.”

 “나 배고파.”

 “제발 생긴 대로 좀 놀아!”

 “아얏!”

 하지만 이어지는 카르젠의 말에 류네아는 그의 머리를 한 대 꾹 쥐어박은 뒤, 리아와 함께 먼저 식당을 빠져나갔다.

 “흑! 진짜 배고픈데.”

 식당 안에서는 홀로 남은 카르젠이 포크를 입에 문 채 여전히 울먹이는 소리를 낼 뿐이었다.

 

 ***

 

 “자! 이번만 이기면 우리가 우승이다!”

 체육대회 당일.

 수업이 없다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지만, 이번 대회에서 누가 우승을 할지도 학생들에게 있어 최대 관심사였다.

 물론 대회에 걸린 상품도 상품이었지만, 학생들이 그렇게 결과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한 가지 더 있었다.

 “난 3학년이 이긴다에 오십 달러!”

 “난 1학년이 우승한다에 백 달러!”

 바로 예선 후반전 때부터 시작된 일종의 승부 결과 맞히기 도박 때문이었다.

 “이러다 너 교수님들이나 학생회에 걸리면 어쩌려고 그래.”

 “교수들? 걸릴 턱이 있나.”

 그리고 그 중심에는 너무도 태연하게 도박을 주도하고 있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일리언이었다.

 “뭘 믿고?”

 류네아는 그런 일리언에게 어이없는 눈빛을 보내며 충고를 했지만, 일리언은 그녀의 말을 듣고도 하나의 서류를 내밀 뿐이었다.

 “이게 뭐…… 엥?”

 너무도 당당한 일리언의 모습이 의아했던 류네아는 그가 내민 서류를 보고는 황당한 표정으로 서류와 그를 번갈아 보았다.

 서류에는 승부 결과 맞히기 도박에 참가한 이들의 이름과 액수가 적혀 있었다.

 “저기…… 여기 적힌 이름이 설마 내가 알고 있는 이들은 아니겠지.”

 “교수 이름도 잊어먹는 머리였냐.”

 “…….”

 바로 이곳 교수들 역시 승부 결과 맞히기 도박에 참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니들 정말 생긴 대로 좀 놀면 안 되냐!”

 류네아는 서류를 다시 일리언에게 돌려주며 고개를 내저었다.

 여자보다 예쁘장하게 생긴 주제에 먹는 것 앞에서는 사족을 못 쓰는 데다, 다른 남자들보다 더 훨훨 날아다니며 모든 경기를 승리로 이끌어나가는 카르젠이나, 온갖 분위기를 다 잡는 주제에 학생들과 교수들을 꾀어 도박판을 벌이고 있는 일리언이나, 알면 알수록 생긴 것과 다르게 노는 그들로 인해 류네아는 머리가 아파 왔다.

 “그런데 너, 이번에 왜 카르젠에게 안 걸어?”

 그런 생각을 하며 한숨을 내쉬던 류네아는 일리언이 이번 경기에 카르젠이 아닌 상대 팀에게 돈을 건 것을 보고 의아한 눈빛이 되었다.

 매번 도박을 추진하면서 카르젠에게 돈을 걸던 그가 이번에는 상대 팀에게 돈을 걸었기 때문이다.

 “도박은 돈을 따라고 있는 거니깐.”

 “뭐?

 류네아는 일리언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의 설명을 더 바랐지만, 일리언은 입을 닫은 채 경기장을 향해 시선을 줄 뿐이었다.

 

 “우승을 목표로! 아자!”

 “2등을 목표로! 아자!”

 “…….”

 “…….”

 “아, 하하하! 히, 힘드니깐 말도 엉뚱하게 나오네. 아자! 우승!”

 일리언이 그들의 패배에 돈을 걸었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농구 경기의 결승에 올라간 1학년 A반 선수들은 결승까지 올라왔다는 사실에 잔뜩 흥분하며 우승을 다짐했다.

 하지만 유일하게 우승을 해서는 안 되는 카르젠은 순간 다른 구호를 외치다가, 아이들의 어이없다는 시선을 받고는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카르젠!”

 “응? 아!”

 잠시 후 경기가 시작되고, 평소처럼 공격의 시작점이 된 카르젠은 패스를 받으며 상대편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가볍게 슛을 시도했다.

 “와아!”

 “역시 저 녀석은 대단하네!”

 깔끔하게 첫 점수를 올린 카르젠은 순간 당황하며 응원석에 앉아 있는 일리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미간을 찌푸리며 자신을 보고 있는 그의 모습에 당황하며 마구 고개를 저었다.

 ‘실수예요, 실수!’

 설마 그 공이 들어갈 줄이야. 그냥 무작정 던진 공이 너무도 깔끔하게 들어가자 카르젠도 당혹스러웠다.

 그렇게 경기는 카르젠의 3점 슛을 성공으로 빠르게 흘러갔다. 그리고 얼마 후…….

 삐이익!

 “1학년 A반의 승리!”

 “우아아!”

 “우승이다!”

 “웬일이니!”

 경기가 끝났다는 휘슬이 울리고, 1학년 A반의 승리를 알리는 소리와 함께 우승 타이틀 또한 처음으로 1학년이 가져가게 되었다.

 “…….”

 “…….”

 하지만 승리에 기뻐하는 이들 가운데에서 유일하게 조용히 서로를 보며 서 있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카르젠과 일리언이었다.

 “저, 저기…… 있잖아요, 일리언.”

 “우리 대화가 좀 필요한 것 같지.”

 도리도리.

 “맞고 따라올래, 그냥 따라올래.”

 “그, 그냥요.”

 열심히 고개를 젓던 카르젠은 일리언의 말에 고개를 푹 이고는 끌려가듯 체육관을 빠져나갔다.

 “정말 실수였다니까요! 저도 제가 설마 그토록 슛 실력이 좋은 줄 몰랐어요!”

 인적이 드문 체육관 뒤로 나온 카르젠은 열심히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자신도 정말 이런 결과가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 슛을 쏘는 족족 들어갈 것이라고 누가 예상이라도 했겠는가.

 마법을 쓰지도 않았는데 너무도 정확하게 공이 바스켓에 들어가자, 경기하는 내내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었다.

 그렇다고 눈에 띄게 일부러 엉뚱한 곳으로 공을 던질 수도 없는 일이지 않은가.

 “그래. 무식한 네 체력을 어쩌겠냐.”

 “맞아요. 무식한 제 체력이 문제…… 우씨! 그래요. 제 체력 무식한데 보태준 거 있어요?”

 “시끄러!”

 “쳇!”

 “네가 지금 죽자고 개고생하는 이유를 잊은 건 아니겠지.”

 “물론이죠.”

 “우리가 필요한 것은 상품이 아니다.”

 “네네, 알아요, 알아.”

 “알기는 개뿔. 다음에도 이런 실수를 했다간…….”

 “하, 하면요?”

 “궁금하면 해 봐.”

 “쿨럭! 안 해요! 절대!”

 일리언의 살기 어린 눈빛에 큰 소리로 두 번 다시 이런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는 카르젠이었다.

 “1학년 A반의 우승!”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체육관 안에는 묘한 정적이 흐르기 시작했다.

 경기가 하나하나 끝나가며 우승이 결정되자 사람들은 놀란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예상외로 모든 경기의 우승이 한곳으로 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A반의 승!”

 바로 신입생들이라고 깔보았던 카르젠이 속한 A반을 향해서 말이다.

 “카르젠의 승리!”

 농구를 시작으로, 개인전으로 치러진 펜싱이나 육상에서도 우승을 차지한 카르젠.

 그렇게 모든 경기가 끝나갈수록 체육관 안에는 더욱 고요한 침묵이 흘렀다.

 오로지 함성을 지르는 이들은 A반 학생들과, 선배들이 진 것에 만족해하는 신입생들뿐이었다.

 물론 그들 중에도 예외가 있었으니, 안색이 새파래진 채 일리언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카르젠과, 그런 그를 보며 어이없는 눈빛을 띠고 있는 일리언이었다.

 “이, 일리언.”

 “그냥 나가 죽어! 이 자식아!”

 “으악!”

 

 ***

 

 “그래, 무식한 네 녀석을 믿은 내가 멍청했다.”

 “이, 일리언.”

 “경기만 시작되면 죽자고 덤벼드는 너의 그 단순함을 파악하지 못한 내가 미련했지.”

 “그, 그게…… 일리언.”

 “네가 뭔 죄겠냐.”

 “그, 그렇죠. 제가 뭔 죄겠어요.”

 “…….”

 “으앙! 제가 잘못했어요! 일리언!”

 체육대회가 끝나고 기숙사로 돌아온 카르젠은 자신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나직한 음성으로 말을 이어나가는 일리언을 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일리언이 화가 날수록 음성이 낮아지고, 오히려 차분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내 잘못이다.”

 “아, 진짜! 제가 잘못했다니까요!”

 “널 믿은 내 잘못이라니깐.”

 “우씨! 그럼 이거라도 치워주든가요!”

 카르젠은 자신의 주변을 감싸고 있는 얼음으로 만들어진 날카로운 화살들을 보며 울상을 지었다.

 “솔직히 말해보세요! 지금 경기에서 이긴 것보다 내기로 잃은 돈이 아까워서 이러시는 거죠!”

 “알면 닥치고 있어.”

 “으앙!”

 똑똑!

 그렇게 보석을 얻지 못했다는 사실과, 내기로 잃은 돈에 대한 분풀이로 카르젠을 괴롭히고 있던 일리언은, 곧 입구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에 카르젠을 감싸고 있던 마법을 거두어 들였다.

 달칵!

 “뭐해, 니들!”

 “우아! 나이스! 타이밍!”

 노크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이들은 바로 류네아와 리아였다.

 카르젠은 여신이라도 만난 듯한 눈빛으로 그녀들에게 소리치며 최대한 일리언에게서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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