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연재 > 판타지/SF
일리언
작가 : 사이딘
작품등록일 : 2016.7.8
  첫회보기 작품더보기
 
제 2 화
작성일 : 16-07-08     조회 : 690     추천 : 0     분량 : 5572
뷰어설정열기
기본값으로 설정저장
글자체
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햇빛이라고는 전혀 본 적이 없는 것 같은 새하얀 얼굴과, 허리까지 내려오는 연한 은보라 빛 머리를 가볍게 동여맨 모습은 날카로운 눈매와 매우 잘 어울렸다.

 누가 보아도 한 번쯤 뒤돌아 볼 정도로 잘생긴 외모였지만, 전체적으로 차가운 분위기가 그런 그의 모습을 조금은 가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런 것은 전혀 상관없다는 듯 안경을 올리며, 앞에 그려진 마법진을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그의 앞에는 방 안을 가득 메울 정도로 커다란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지금 막 마법진이 발동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듯 그곳에서는 아직까지도 은은한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응?”

 마법진을 보던 남자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려 한 곳을 보다가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그의 앞으로 흐릿한 영상이 나타나며 새로운 장면이 보이기 시작했다.

 흐릿한 영상에는 한 젊은 기사가 어린아이를 안은 채 자신이 있는 성안으로 오기 위해 같은 자리를 뱅뱅 돌며 달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흐음.”

 아마도 저자는 자신이 현재 같은 자리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낯선 이가 침입했을 때 미로 같은 영상이 앞에 나타나 평생 그 자리를 맴돌게 하는 마법진이 성 주변을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는 유령의 집을 앞에 두고 내기를 하듯 동네 꼬마 녀석들이 장난삼아 들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그럴 땐 겁을 먹을 때까지 길을 헤매게 놔둔 후, 울음을 터뜨리기 직전에 밖으로 나가게 해 주었다.

 그런 일이 있은 뒤, 더욱 기피 대상 지역이 되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제법 오랜 세월 아무런 침입(?)도 받지 않고 조용히 지내던 남자는 오랜만의 낯선 이의 등장에 조금은 흥미로운 눈빛을 했다.

 그렇게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마법진으로 인해 같은 자리를 열심히 달리고 있는 젊은 기사의 모습을 잠시 감상하던 남자는 다시 한 번 가볍게 손을 휘저어 영상을 사라지게 했다.

 그리고 손을 튕기며 한 장소를 응시했다.

 그러자 이내 방금까지 길을 헤매고 있던 젊은 기사와 그의 품에 안겨 있는 어린아이가 실제로 남자의 앞에 나타났다.

 “……!”

 무의식적으로 앞을 향해 달리던 젊은 기사는 순간 주변 풍경이 바뀌자 흠칫하며 급히 검을 뽑아 주변을 경계했다.

 “넌 뭐냐.”

 “……!”

 그러다 들려오는 낯선 이의 음성에 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인기척을 전혀 느끼지 못하다니.’

 자신의 실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던 젊은 기사, 뉴마는 자신의 바로 옆에 있었음에도 말소리가 들려오기 전까지 인기척을 느끼지 못한 남자의 존재에 적잖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경고. 같은 말이 내 입에서 세 번 나오게 하면 죽는다.”

 “……!”

 “다시 묻지. 너, 뭐하는 녀석이냐?”

 “뉴마라고 합니다.”

 기사 뉴마는 남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정말로 대답이 늦었다간 자신의 목숨이 날아갈지도 모른다는 강한 느낌을 받으며 말이다.

 “내가 네 이름 알아서 어디다 쓸 건데.”

 “프레피스 공작님이 보내서 왔습니다! 일리언 님이 맞으십니까!”

 눈매가 더욱 날카롭게 변하는 남자, 일리언의 모습에 기사 뉴마는 급히 다음 말을 내뱉었다.

 “프레피스 공작가?”

 “네.”

 기사 뉴마의 말에 일리언은 잠시 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시선을 내려 아직까지도 울고 있는 남자아이를 보았다.

 “아빠! 흐…… 흐흑!”

 “…….”

 “으아아앙!”

 아이는 일리언이 자신에게 시선을 주자 성이 떠나갈 정도로 더욱 크게 울기 시작했다.

 마치 지금까지 자신의 존재를 무시한 채 둘이서만 대화를 나눈 것이 서럽기라도 하다는 듯이 말이다.

 “뭐냐, 이 시끄러운 녀석은?”

 “엉엉! 으아앙!”

 “…….”

 자신의 말에 더욱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를 잠시 말없이 응시하던 일리언은 천천히 아이에게 다가가 손을 뻗어 아이의 턱을 잡아 자신의 눈을 마주 보게 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으며 아이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져갔다.

 “닥쳐.”

 그러다 내뱉어진 한 마디.

 “……우아아아앙!”

 잠시 동안 멍한 표정을 짓던 아이는 이내 다시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우아……!”

 하지만 이내 일리언이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아이의 입에서 흘러나오던 울음소리가 사라지는 게 아닌가.

 아이는 울음소리뿐만 아니라 자신의 음성이 밖으로 나오지 않자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아무리 소리를 내보려고 해도 내뱉어지는 것은 숨소리뿐이었다.

 “그래서 닥치라고 했잖아.”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며 일리언은 싸늘하게 한 마디를 내뱉은 후, 더 이상 관심이 없다는 듯 다시 기사 뉴마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네?”

 “프레피스 공작가에서 왔는데 나보고 어쩌라고.”

 “카르젠 도련님을 일리언 님에게 모시고 가라는 명을 받고 온 것입니다.”

 일리언은 그 말에 다시 시선을 돌려 어느새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아이를 바라보았다.

 “여기가 탁아소냐. 저 녀석을 나한테 왜 데려와.”

 “프레피스 공작가가 공격을 당했습니다.”

 “그래서.”

 “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지.”

 “…….”

 다른 곳도 아닌 프레피스 공작가가 공격을 당했다는 말에도 아무런 표정 변화도 보이지 않는 일리언의 모습에 기사 뉴마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뭐, 의외이긴 하군. 프레피스 가문이 많이 허술해진 건가. 다른 놈들에게 공격을 받을 정도로 말이야.”

 “믿었던 이에게 배신을 당하신 겁니다.”

 기사 뉴마는 일리언의 말에 누군가를 향한 분노 어린 눈빛을 머금은 채 이번에 벌어진 일을 떠올렸다.

 ‘기사 세이션!’

 기사 세이션. 고아 출신인 자신과 마찬가지로 어린 나이에 프레피스 공작의 눈에 들어 이곳으로 들어와 기사까지 된 인물이었다.

 뛰어난 실력과 서글서글한 성격으로 동료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았던 그는 자신에게 있어서도 친한 동료이자 형제였고, 최고의 경쟁자였다.

 그랬던 그가 설마 누군가가 심어놓은 첩자였을 줄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커헉!”

 “……프레피스 공작님!”

 영지를 공격하는 이들이 있다는 소식에 급히 프레피스 공작과 함께 성문으로 향하던 기사 뉴마는 뒤에서 들려오는 신음 소리에 급히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뒤돌아 본 그의 눈앞에서 믿을 수 없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최고의 동료였던 기사 세이션의 검이 프레피스 공작의 가슴에 꽂혀 있었던 것이다.

 기사 세이션은 그가 돌아보는 순간, 빠르게 검을 회수하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기사 뉴마는 급히 쫓아가고 싶었지만, 무엇보다 프레피스 공작의 안위가 중요했기에 그럴 수가 없었다.

 “뉴마, 카르젠을 일리언 님에게 데려가라.”

 “……!”

 그 후, 기사 뉴마는 프레피스 공작의 아들인 카르젠을 북쪽성에 있는 일리언에게 데려가라는 명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 그들이 있는 곳으로 급히 달려온 기사들에게 프레피스 공작의 안위를 맡긴 뒤, 카르젠을 데리고 프레피스 공작의 명에 따라 현재 이곳에 와 있는 것이었다.

 

 “허술해진 게 아니라 멍청해진 거군.”

 “네?”

 “믿을 게 없어서 사람을 믿나. 멍청하긴.”

 그때의 일을 떠올리며 상황을 대충 설명하던 기사 뉴마는 비웃음이 가득 담긴 일리언의 말에 이야기를 멈추었다.

 “그래서 칼 맞고 뒈졌으면 끝이지, 날 왜 찾아와.”

 “아직 안 뒈졌습니다만.”

 “안 죽었어?”

 “네. 그리 명줄이 짧은 분은 아니십니다.”

 “…….”

 일리언은 자신의 막말에도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대답을 이어나가는 기사 뉴마를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보통 자신이 모시는 이에 대해 모욕적인 언사를 듣게 되면, 검을 뽑고는 사과를 요구하는 게 기사들의 전형적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살아 있으면 됐네. 저 꼬맹이 녀석, 데리고 당장 돌아가.”

 “하지만 상처가 심해서 은밀히 도주하는 것조차 힘든 상황입니다. 게다가 어찌 된 일인지 저희 프레피스 가문이 반역자로 몰린 상황입니다.”

 “그렇겠지. 너희 가문을 죄로 다스릴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이 반역이니깐.”

 이곳으로 도망치듯 달려올 때 주변에서 들려오던 소리는 모두 반역자들은 스스로 그 죄를 받으라는 외침이었다.

 그리고 쳐들어온 이들의 깃발에는 놀랍게도 알리티마 왕국의 상징인 하얀 장미가 그려져 있었다.

 한 마디로 프레피스 공작가를 쳐들어온 이들이 반역자들을 심판하기 위해 온 왕국 병사들이라는 말이었다.

 “그런 상황에 어린 카르젠 도련님까지 모시고 도망치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일에 대해 저희의 조사가 끝나고, 다시 힘을 모을 때까지만 도련님을 맡아달라는 부탁이셨습니다.”

 “거절한다.”

 “…….”

 기사 뉴마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곧바로 거절의 답을 내뱉는 일리언의 모습에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반역자로 찍힌 너희들이 어떻게 다시 힘을 기르겠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쓸데없는 일에 끼어들 생각도 없고, 저런 꼬맹이를 맡아줄 생각은 더더욱 없다. 좋은 말로 할 때 조용히 여기서 떠…….”

 “반지를 찾는 이들이 있습니다.”

 멈칫!

 조금의 틈도 보이지 않고 빠르게 말을 내뱉던 일리언은 들려온 기사 뉴마의 음성에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모든 것을 얼려 버릴 듯한 싸늘한 표정을 지은 채 기사 뉴마를 향해 나직한 음성으로 되물었다.

 “지금 뭐라고 했지?”

 “이번 일이 반지를 찾는 이들이 벌인 일일지도 모른……!”

 일리언의 되물음에 조금 전의 말을 되풀이하던 기사 뉴마는 순식간에 자신에게 다가와 멱살을 잡아 올리는 그의 손길에 흠칫했다.

 “그 반지가 무슨 반지인지는 알고 떠드는 거냐.”

 “모, 모릅니다. 단지 프레피스 공작님께서 전하시라는 말을 마저 전하는 것입니다.”

 온몸을 압박해오는 강한 살기에 기사 뉴마는 적잖이 당황한 모습으로 급히 대답했다.

 프레피스 공작이 카르젠을 일리언에게 데리고 가라는 명을 내리며, 이 말도 함께 전하라고 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반지를 찾는 이들이 있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토록 일리언이라는 자가 분노할 일인지 자신은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지금 프레피스 녀석은 어디에 있……!”

 “……?”

 분노 어린 표정으로 기사 뉴마를 향해 프레피스 공작의 현재 위치를 묻던 일리언은, 순간 놀란 눈빛으로 급히 시선을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이런!”

 “왜 그러십니까.”

 언제 소리 없이 움직인 것인지, 방 안 가득 그려져 있는 마법진 정 가운데에 카르젠이 서 있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마법진이 다시 발동되고 있었다.

 마법에 문외한인 기사 뉴마는 당황하는 일리언의 모습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일리언은 빠르게 카르젠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마법으로 간단하게 카르젠을 자신이 있는 곳으로 불러오는 방법도 있었지만, 마법진 안에서는 그 어떤 마법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마법진이 발동될 시 다른 주변 상황에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 자신이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러나 마법진을 그렇게 만든 것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잊은 채, 일리언은 속으로 마법이 통하지 않는 마법진에 온갖 욕설을 내뱉으며 카르젠을 향해 달려갔다.

 화아아악!

 “……!”

 “……!”

 그리고 막 카르젠을 안아 들고 다시 밖으로 달려 나가려는 순간, 마법진에서 더할 수 없이 환한 빛이 뿜어져 방 안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잠시 동안 일리언을 멍하니 보고 있던 기사 뉴마는 환한 빛에 급히 손으로 눈을 가렸다.

 
 

맨위로맨아래로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25 제 25 화 7/15 655 0
24 제 24 화 7/15 557 0
23 제 23 화 7/15 571 0
22 제 22 화 7/15 633 0
21 제 21 화 7/15 621 0
20 제 20 화 7/15 592 0
19 제 19 화 7/15 598 0
18 제 18 화 7/15 619 0
17 제 17 화 7/15 669 0
16 제 16 화 7/15 658 0
15 제 15 화 7/12 714 0
14 제 14 화 7/12 656 0
13 제 13 화 7/12 753 0
12 제 12 화 7/12 872 0
11 제 11 화 7/12 751 0
10 제 10 화 7/8 706 0
9 제 9 화 7/8 655 0
8 제 8 화 7/8 578 0
7 제 7 화 7/8 563 0
6 제 6 화 7/8 636 0
5 제 5 화 7/8 684 0
4 제 4 화 7/8 669 0
3 제 3 화 7/8 649 0
2 제 2 화 7/8 691 0
1 제 1 화 7/8 1016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