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연재 > 판타지/SF
일리언
작가 : 사이딘
작품등록일 : 2016.7.8
  첫회보기 작품더보기
 
제 4 화
작성일 : 16-07-08     조회 : 669     추천 : 0     분량 : 5993
뷰어설정열기
기본값으로 설정저장
글자체
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지금부터 엘브란스 아카데미 제103회 입학식을 시작하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한 번에 수용할 수 있을 만큼 넓은 강당. 그 안에 자리 잡고 앉아 있는 수많은 사람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엘브란스 아카데미에 신입생들을 맞이하는 행사가 지금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엘브란스 아카데미.

 오래 전 세계 각 대기업에서는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이 아카데미를 건립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인재 발굴.

 어둠 속에 숨어 있는 젊은 인재들을 모아 그 능력을 키워 각 기업의 중요 인재로 발탁한다는 목적과 계획을 가지고 엘브란스 아카데미라는 곳을 설립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계획은 지금까지 충분한 성과를 보이며, 이곳 엘브란스 아카데미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이들 모두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각 기업의 중요 간부로 들어가 자신들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총 교육 과정은 5년. 그 안에 어떤 능력을 보여 주느냐에 따라, 졸업을 한 후 좀 더 고위 요직에 올라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엘브란스 아카데미를 졸업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디를 가든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었기에, 이곳에 들어오려는 이들은 매년 넘쳐나고 있는 실정이었다.

 하지만 이곳 엘브란스 아카데미에 입학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매년 뽑는 학생들의 수는 고작 1백 명. 그러나 지원자는 매년 늘어나, 올해도 1만 명이 훨씬 넘는 엄청난 인원이 모여든 상황이었다.

 결국 시험을 통해 상위 1백 위 안에 드는 이들을 뽑게 되었고, 현재 강당에 모인 신입생 1백 명이 바로 그들인 셈이었다.

 “그런데 정말 이곳에 있는 건 확실해요?”

 “지금 내 능력을 의심하는 거냐.”

 “그, 그게 아니라 거기에 담긴 기운이 완전히 사라졌다면서요.”

 그런 1백 명에 속한 두 사람, 바로 일리언과 카르젠이었다.

 오늘 이른 아침부터 급히 집을 나선 이유가 이곳 입학식에 늦지 않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런던 한쪽에 자리 잡고 있는 엘브란스 아카데미는 전원 기숙사 생활을 원칙으로 하고 있었다.

 또한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었으며, 학생이라는 증표가 없는 이상 그 어떤 이들도 출입이 허가되지 않았다.

 심지어 입학식 때 조금이라도 늦거나 참석을 못할 시 자동적으로 입학이 취소된다는 공문이 있었기에, 다른 나라에서 오거나 런던에 거처가 없는 이들은 한 달 전부터 아카데미 주변에 숙소를 마련하고 입학식을 기다려야 했다.

 “분명 이곳에 있어.”

 “그걸 어찌 확신하냐고요! 저번에도 확실하다 해놓고는!”

 이들이 이곳에 입학한 이유는 하나의 물건을 찾기 위해서였다.

 본래 자신들의 세계인 무르게티아 대륙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하나의 물건을 찾아야 했다.

 일리언이 처음 차원 이동 마법진을 성공했을 때 자신의 기운을 담아 보냈던 하나의 목걸이. 바로 그것을 찾기 위해 엘브란스 아카데미에 들어온 것이다.

 “지금 나한테 따지는 거냐.”

 “그게 아니라!”

 “애초에 아무 준비도 하지 못한 채 이곳으로 떨어지게 만든 게 누구지?”

 “……!”

 “돌아갈 마법진을 그릴 재료조차 들고 오지 못하게 만든 게 누구였더라.”

 “…….”

 “그래서 지금 죽자고 목걸이를 찾아야만 하는 이유가 누구 때문이냐고!”

 “오늘 날씨 참 좋아요. 그렇죠? 헤헤!”

 카르젠은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그의 음성이 이어질 때마다 식은땀을 흘리며 어색한 웃음으로 말을 돌렸다.

 일리언의 말대로 지금 자신들이 본래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하나의 재료가 필요했다.

 일반적인 마법진이야 일리언이 가지고 있는 마나만으로도 간단하게 그릴 수 있지만, 차원 이동 마법진에는 꼭 하나 필요한 재료가 있었다.

 바로 ‘세피로아’라는 광물. 붉은빛이 흐르는 수정처럼 투명한 광물이었다.

 무르게티아 대륙에서도 매우 귀한 재료로, 현재 이곳 세계에서는 아예 존재조차 하지 않았다.

 아주 소량만 있으면 되지만, 아무런 준비도 없이 이곳에 떨어진 일리언과 카르젠은 돌아갈 방법이 있음에도 ‘세피로아’라는 광물을 구할 수가 없어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이곳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것이 일리언이 처음 차원 이동 마법진을 통해 보냈던 목걸이였다.

 그 목걸이가 바로 ‘세피로아’로 만든 것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도착한 뒤 몇 년 동안 ‘세피로아’를 찾아 전 세계를 돌아다녀야 했고, 그 후 이곳에 그 ‘세피로아’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일리언은 결국 자신의 기운이 담긴 그 목걸이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또 하나의 문제가 생겼으니, 목걸이가 이곳 세계로 넘어오며 그것에 담긴 일리언의 기운이 너무도 희미해져 버린 것이다.

 그 위치를 정확하게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현재 그들이 있는 이곳은 본래의 세계인 무르게티아 대륙보다 너무도 부족한 마나를 보유하고 있었다.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주변에 마나만 있다면 스스로 기운을 뿜어낼 줄 아는 일리언의 목걸이가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한 마나만이 존재했다.

 그러다 보니 정확한 위치도 모른 채 그 희미한 기운을 따라 목걸이를 찾아 돌아다닌 지 몇 년이 흐른 지금, 이제는 그 기운을 완전히 놓쳐 버린 일리언이었다.

 단지 마지막으로 그 기운을 느낀 곳이 바로 엘브란스 아카데미이기에 이곳까지 오게 된 것이다.

 “반드시 목걸이를 찾아야 해.”

 “여기에 없으면요?”

 “있다니깐.”

 “그래도 만약이라는 게 있잖아요. 만약에 없으면요.”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한다.”

 “맙소사! 완전 무계획이잖아요!”

 “이게 다 누구 때문……!”

 “아……. 하하! 식 시작해요, 일리언.”

 “망할 녀석!”

 투닥거리던 두 사람은 식이 시작된다는 사회자의 말에 입을 다물고는 시선을 앞으로 주었다.

 “먼저 재학생 대표 블레드 윌로우의 환영 인사가 있겠습니다.”

 잠시 후, 사회자의 말이 끝나고 누군가 강단 위로 천천히 올라섰다.

 그 모습에 웅성거림이 남아 있던 강당 안은 어느새 쥐 죽은 듯이 고요해지며, 다들 블레드라는 이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동양인처럼 칠흑 같은 검은 머리와 시리도록 푸른 눈빛, 햇빛이라고는 전혀 받아본 적이 없는 것 같은 새하얀 피부가 묘하게 매치를 이루며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엘브란스 아카데미에 온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사람들은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 말하는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재미있는 녀석이군.”

 “한 인물 하긴 하네요. 사람 좋아 보이는데요.”

 “사람이 좋아 보여? 어디가?”

 “왜요. 잘생겼잖아요.”

 “잘생기면 다 사람이 좋은 거냐.”

 “잘생긴 사람이 원래 성격도 좋다고 하잖아요.”

 “누가 그런 헛소리를 지껄여!”

 “저요.”

 “…….”

 “여기 저라는 증거가 있잖아요. 잘생기고 착한 인간.”

 “맞고 닥칠래, 그냥 닥칠래?”

 “그, 그냥요.”

 일리언과 카르젠이 다시 다투는 사이, 블레드는 짧은 환영 인사말을 남기고 강단을 내려갔다.

 “다음은 신입생 입학 인사가 있겠습니다.”

 계속해서 식이 이어지며, 신입생의 입학 인사가 있다는 사회자의 말에 사람들은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신입생 대표로 입학 인사를 한다는 것은, 엘브란스 아카데미를 수석으로 들어왔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성적으로 졸업해야 이곳을 나가서도 좋은 대우를 받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학생들은 자신들의 최대 경쟁자가 될 소지가 다분한 이에 대한 질투, 부러움이 뒤섞인 눈빛으로 대표로 일어설 이를 찾기 시작했다.

 “어떤 놈인지 독한 녀석일세. 또한 바보군.”

 “그러게요. 이런 학교에 수석으로 들어와 얼마나 사람들에게 시샘을 받을…….”

 “수석으로 입학한 카르젠 군은 앞으로 나와 주십시오.”

 “…….”

 “…….”

 일리언과 카르젠 역시 주변을 둘러보며 어떤 독한 녀석이 수석으로 들어와 사람들의 관심과 시샘을 받게 될지 궁금해 했다.

 그러다 이어지는 사회자의 말에 카르젠은 그대로 표정이 굳어졌고, 일리언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런 그를 바라보았다.

 “수석?”

 “그, 그러게요.”

 “미친! 물건 찾으려고 들어온 놈이 사람들 시선을 끌어서 어쩌려는 거냐!”

 “누군 하고 싶어서 했어요! 시험에서 떨어져 이곳에 입학 못하면 죽인다고 매일같이 협박한 사람이 누군데 그래요!”

 “적당히! 적당히라는 단어는 어디다 삶아먹은 거냐!”

 “으악! 미치겠네. 여기는 미리 연락도 안 해주는 거야!”

 연락도 없이 갑작스럽게 입학 선서를 하라고 부르는 아카데미 측의 행동에 불만을 토해 내는 카르젠은 몰랐지만, 그것이 이곳의 전통이라면 전통이었다.

 모든 능력을 지켜볼 필요가 있는 아카데미 측에서는, 수석으로 입학한 이가 갑작스런 이런 사태에 어떤 행동을 취하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일종의 순발력 테스트라고 생각해도 좋았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모르는 카르젠은 당혹스런 표정으로 일리언을 바라볼 뿐이었다.

 여전히 미간을 찌푸린 채 그런 그를 보던 일리언은 결국 속으로 짧은 한숨을 내쉬며 카르젠의 머리를 가볍게 한 대 쳤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사람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켜 주고 와.”

 “네?”

 의아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카르젠의 모습에, 일리언은 그가 푹 눌러 쓰고 있던 모자와 안경을 벗긴 후, 그의 머리를 가볍게 흐트러뜨렸다.

 “봐줄 거라고는 얼굴밖에 없는 네 녀석의 능력으로 이곳 학생들을 확실하게 네 편으로 만들고 오라고.”

 “에?”

 “카르젠 군, 안 계십니까. 그럼 자동적으로 입학 취소…….”

 “아! 여기 있어요!”

 화악!

 카르젠은 사회자의 입에서 나온 입학 취소라는 단어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순간 카르젠을 향해 쏟아지는 수많은 시선에, 강당 안의 공기가 모두 그가 있는 곳으로 몰리는 듯했다.

 “바보 녀석.”

 그에 카르젠의 모자를 써서 얼굴을 가린 일리언은 그와 일행이 아닌 척 고개를 돌려 버렸다.

 “……!”

 강당 안의 모든 이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몰리자 순간적으로 얼음이 되어버린 카르젠.

 그러나 강당 안의 다른 이들 역시 카르젠을 보는 순간 놀란 표정이 되었다.

 은발에 가까워 보일 정도로 연한 금발 머리와 금안을 소유한 카르젠.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키에 예쁘장한 얼굴을 하고 있어, 다들 여자인지 남자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지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사람들의 시선에 당황하던 카르젠은 깊게 숨을 내쉰 뒤, 강단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곧 강단 위로 올라선 카르젠은 자신을 응시하는 이들을 보며 잠시 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런 그의 침묵에 괜스레 긴장된 모습으로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카르젠이 입을 다물고 있자 자신들이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긴장이 되었다.

 그러자 조금 전 블레드가 나왔을 때와는 또 다른 침묵이 강당 안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가끔 저런 녀석들이 있지. 천부적으로 사람을 잡아끄는 능력이 있는 녀석이 말이야.’

 단지 일리언만이 유일하게 그런 강당 안의 모습을 보며 재미있다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특이한 녀석이긴 했다. 외지에 혼자 떨어뜨려 놓아도 절대 굶어 죽을 팔자는 아닌 녀석.

 힘없이 길가에 앉아 있기만 해도 지나가던 사람들이 데려가 먹을 것을 사주거나, 선물을 안겨 주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인물값 한다고 자신에게 엄청난 구박을 받기도 했지만, 대체로 사람들에게 호의적인 손길을 이끌어내는 능력을 타고 난 녀석이 바로 카르젠이었다.

 ‘일리언?’

 사람들을 바라보던 카르젠은 마지막으로 일리언이 있는 곳을 응시하다가, 그가 웃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카르젠은 그가 웃고 있는 모습에 긴장되었던 마음이 풀리는 것을 느끼며, 다시 한 번 속으로 긴 숨을 내쉬었다.

 낯선 곳에 떨어져서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이. 온갖 구박을 받긴 했지만 그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였다.

 카르젠은 마음이 진정되자 편안한 미소를 머금으며 앞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 모습에 강당 안에 모인 이들 역시 자신들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카르젠을 바라보았다.

 “긴 말은 필요 없을 듯합니다.”

 그리고 다시 침묵. 카르젠은 주변을 다시 한 번 훑어본 뒤, 그 어느 때보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맨위로맨아래로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25 제 25 화 7/15 655 0
24 제 24 화 7/15 557 0
23 제 23 화 7/15 571 0
22 제 22 화 7/15 633 0
21 제 21 화 7/15 621 0
20 제 20 화 7/15 592 0
19 제 19 화 7/15 598 0
18 제 18 화 7/15 619 0
17 제 17 화 7/15 669 0
16 제 16 화 7/15 658 0
15 제 15 화 7/12 714 0
14 제 14 화 7/12 656 0
13 제 13 화 7/12 753 0
12 제 12 화 7/12 872 0
11 제 11 화 7/12 751 0
10 제 10 화 7/8 706 0
9 제 9 화 7/8 655 0
8 제 8 화 7/8 578 0
7 제 7 화 7/8 563 0
6 제 6 화 7/8 636 0
5 제 5 화 7/8 684 0
4 제 4 화 7/8 670 0
3 제 3 화 7/8 650 0
2 제 2 화 7/8 691 0
1 제 1 화 7/8 1016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