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연재 > 판타지/SF
일리언
작가 : 사이딘
작품등록일 : 201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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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 화
작성일 : 16-07-08     조회 : 563     추천 : 0     분량 : 5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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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선배님은 여기서 뭐하고 계세요?”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카르젠은 블레드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자신이야 신입생 환영 행사 때문에 밖에 나와 있는 것이지만, 그가 이런 늦은 시간에 나와 있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학생회장이라는 신분을 가졌다고 해도, 그 역시 바깥출입이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나?”

 “네.”

 “그냥 바람이나 쐴까 해서.”

 “이런 추운 날씨에 그런 차림으로요?”

 카르젠은 블레드의 대답에 그의 옷차림을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검은색의 얇은 셔츠 차림. 그의 외모와 너무도 잘 어울리는 옷차림이었지만, 2월의 바닷가 날씨에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블레드는 그런 카르젠의 말에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이렇다 할 대답은 하지 않았다.

 “저쪽 방향으로 오백 미터쯤 가다가 오른쪽에 보면 원하는 것이 있을 거다.”

 그러다 말을 돌리듯 한쪽 방향을 가리키며 카르젠이 찾는 곳의 위치를 알려 주는 블레드였다.

 “아! 그렇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에 카르젠은 환하게 웃으며 꾸벅 인사를 건넨 뒤, 빠르게 그쪽 방향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시간이 너무 지체되었다는 생각에 카르젠의 행동은 빨라질 수밖에 없었다.

 “……?”

 그 모습을 그 자리에서 서서 지켜보던 블레드는 순간 갑자기 방향을 돌려 다시 자신이 있는 곳으로 달려오는 카르젠의 모습에 의아한 눈빛을 했다.

 “왜 그러……!”

 그리고 입을 열던 블레드는 자신의 목을 감싸는 따뜻한 무언가에 멈칫했다.

 “이거 안 돌려주셔도 돼요. 자, 다 됐다. 이제 좀 따뜻해 보이시네요.”

 “…….”

 “그럼 나중에 또 뵙겠습니다.”

 블레드는 그 말을 끝으로 손을 흔들며 다시 달려가는 카르젠을 그저 말없이 응시했다.

 그러다 시선을 내려 목에서부터 심지어 머리까지 둘둘 말아놓은 목도리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카르젠의 목을 감고 있던 목도리. 그 온기가 그대로 남아 있는 듯했다.

 “하…….”

 한참을 그렇게 목도리를 바라보던 블레드는 작게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들어 카르젠이 달려간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렇지만 이미 카르젠의 모습은 사라지고 아무런 흔적도 찾을 수가 없었다.

 “…….”

 그럼에도 한참을 그곳을 보며 서 있던 블레드는, 잠시 후 걸음을 옮겨 그 자리를 떠나갔다.

 “따뜻하긴 하군.”

 여전히 목에는 카르젠이 준 목도리를 한 채 말이다.

 

 ***

 

 “일리언!”

 “뭐하다가 이제 와!”

 “어! 찾았네요! 안 그래도 이곳에 있다는 정보를 듣고 달려왔는데!”

 “정보? 누구한테?”

 “그런 게 있어요. 으쌰! 으윽! 제법 무거운걸요!”

 “……?”

 카르젠이 블레드에게 위치를 듣고 그곳에 도착했을 땐 이미 일리언이 카르젠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리언은 이곳의 위치를 누군가에게 듣고 왔다는 카르젠의 말에 의아한 눈빛을 했지만, 걸리지 않고 무사히 왔으면 됐다는 생각에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말없이 무거운 술 상자를 낑낑거리며 들고 있는 카르젠을 향해 경량화 마법을 시전해 줄 뿐이었다.

 “아, 가벼워졌다.”

 “무식한! 아무리 네가 괴물 같은 체력을 가졌다 해도 그걸 그냥 들고 가려고 하다니! 마법을 배웠다 어디에 써먹을 거냐!”

 “헤헤! 깜빡했어요.”

 “마법을 가르쳐 준 보람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는 녀석.”

 “아, 진짜! 그냥 깜박한 것 가지고!”

 “시끄러! 닥치고 빨리 나머지도 들고 가기나 해!”

 “에? 저 혼자 다 들라고요?”

 “그럼 여기서 너 말고 누가 들어!”

 “……네, 저밖에 없죠.”

 카르젠은 여기서 따져 봤자 돌아오는 것은 구박 어린 말과 살기 어린 눈빛뿐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나머지 술 상자도 들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헉! 생각보다 빠른데!”

 “어떻게 온 거야? 빨라도 한 시간은 더 있어야 할 줄 알았는데!”

 그렇게 다시 기숙사 건물 지하로 돌아오자, 학생들은 놀란 눈빛으로 일리언과 카르젠을 바라보았다. 생각보다 너무 빨리 돌아온 것이다.

 몰래 이곳을 빠져나가는 것만 해도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을 텐데, 나간 지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돌아온 두 사람을 보며 다들 놀란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대단해. 안 걸리고 진짜 빨리 돌아왔는걸.”

 “마치 실패라도 하길 기다린 이들 같군. 왜 난리들이야?”

 “하하! 놀랄 만도 하지. 지금까지 이렇게 빨리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온 이는 없었으니까.”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성공했으니 약속이나 지켜.”

 “오케이. 언제든 필요한 일이 있으면 나를 찾아와. 책임지고 너희가 원하는 부탁 한 가지는 들어줄 테니깐 말이야.”

 베히너 역시 놀람을 감추지 않은 채 일리언과 카르젠에게 다가와 말했다.

 “이야! 이게 얼마만의 술이야!”

 “호오! 이번에도 좋은 술로만 들어왔는데! 양도 제법 되는걸!”

 사람은 많고, 술이 적을 때는 독한 술이 최고라고 했던가.

 일리언과 카르젠이 들고 온 술 상자에는 세계적으로 독하기로 소문난 고급술로만 가득 채워져 있었다.

 “자, 받아. 오늘의 주인공들이니 먼저 개시를 해야지.”

 베히너는 상자에서 술을 한 병 꺼내, 일리언과 카르젠에게 잔을 건넨 후 따라 주었다.

 “먹지 마.”

 “에? 왜요?”

 베히너가 따라준 술을 단숨에 비운 일리언은 자신을 따라 술을 마시려는 카르젠의 손을 붙잡아 그의 행동을 막았다.

 “그래. 오늘 같은 날은 한 잔 해도 돼. 마시게 놔둬.”

 “후회할 텐데.”

 “하하! 주사가 있나 본데, 그 정도야 다들 이해하니 걱정 말라고.”

 “……난 분명히 말렸다.”

 카르젠의 불만 어린 목소리와 베히너의 말에 일리언은 카르젠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자! 다들 마시자고!”

 그에 카르젠은 히죽 웃으며 술을 마셨고, 베히너 역시 더 이상 두 사람에게 신경 쓰지 않고 다른 신입생들과 재학생들에게 다가가 술을 권하며 일종의 술 파티를 즐기기 시작했다.

 그 후, 카르젠은 다른 학생들이 따라주는 술을 넙죽넙죽 받아먹으며, 그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으흐흐! 히히히히히!”

 “……!”

 “푸흡!”

 “뭐, 뭔 소리야!”

 “유, 유령?”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어느 정도 취기가 올라 바닥에 쓰러진 이들이 보이며 자리를 파할 분위기가 흐를 때, 그런 이들의 정신을 단숨에 깨뜨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유령이 내는 울음소리도 이토록 소름이 끼치지는 않을 듯했다.

 웃음소리인지, 울음소리인지 구분도 안 가는 소름 끼치는 소리에 학생들은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응?”

 “뭐야?”

 “저 녀석이 방금 그 소리를 낸 거야?”

 그리고 의자에 주저앉은 채 눈을 감고는 히죽거리며 웃고 있는 카르젠을 볼 수 있었다.

 “으흐흐흐흐흐! 히히히!”

 “커헉!”

 “뭐, 뭐야!”

 사람에게서 도저히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웃음소리를 낸 게 맞는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카르젠을 응시하던 학생들은, 다시 그의 입에서 정확하게 흘러나오는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에 멍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후회할 거라고 했지.”

 “머, 멋진 주사군.”

 그런 카르젠을 보며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베히너는 곁으로 다가온 일리언의 음성에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멋져? 그럼 어디 한번 오늘 밤 저 소리를 들으며 잘들 자 보라고.”

 일리언은 피식 웃으며 말을 한 뒤, 여전히 히죽거리며 웃고 있는 카르젠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다가 그를 안아들고 지하실을 빠져나갔다.

 “사람의 웃음소리가 소름 끼칠 수도 있다는 것을 난생 처음 알았다.”

 그렇게 두 사람이 떠나간 후 들려온 누군가의 말에 다들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 어린 눈빛을 했다.

 

 

 

 제4장 수상한 움직임

 

 

 

 “으음…… 차가워. 차가…… 으악! 실드!”

 언제나 똑같은 아침 풍경.

 어젯밤에 마신 술로 인해 한 번도 깨지 않고 아침까지 고이 잠들어 있던 카르젠은 차가운 기운을 느끼며 번쩍 눈을 떠서 방어 마법을 시전했다.

 그리고 방어 마법에 부딪혀 사라지는 얼음 창을 보며,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닦지도 못한 채 안도의 숨을 길게 내쉬었다.

 “일리언! 여기선 좀 곱게 깨워줘요!”

 “닥치고 어서 일어나.”

 “아, 진짜! 전 오래 살고 싶다고요!”

 “더럽게 오래 살 것 같으니깐 걱정 마라.”

 “네? 또 무슨 소리예요?”

 “아마 어젯밤 평생 사람들에게 받아먹을 욕 다 먹었을 테니 오래 살 거다.”

 “에?”

 “빨리 씻기나 해.”

 “……네.”

 카르젠은 일리언의 알 수 없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응?”

 그렇게 수업 받을 준비를 마치고 아침 식사를 위해 일리언과 함께 식당으로 향하던 카르젠은, 자신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의아한 눈빛을 했다.

 “다들 몰골이 왜 저래?”

 다들 잠을 자지 못한 듯 힘없이 걸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때로는 자신을 원망 어린 눈빛으로 보다가 지나가는 이들도 있었고, 고개를 흔들며 사라져 가는 이들도 있었다.

 “왜들 저래요?”

 “내가 알 게 뭐야.”

 “흐음.”

 물론 일리언은 그 이유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술만 먹으면 괴상한 웃음소리를 내는 카르젠의 술버릇이 어제도 어김없이 발휘가 되었고, 그 웃음소리는 지하실을 떠난 후 방으로 돌아와서도 계속되었던 것이다.

 지하실에서 술을 마시던 신입생과 재학생들은 카르젠의 웃음소리에 술이 완전히 깨버리자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

 남아 있던 술기운이 있었기에 다들 금세 잠이 들었고, 이내 기숙사에는 고요한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잠시 후, 그런 고요함을 깨며 희미하게 들려오는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에 다들 오싹함을 느끼며 잠에서 깨어나야만 했다.

 바로 조금 전 지하실에서 들었던 카르젠의 웃음소리였다.

 옆에서 듣는 것보다 희미하게 멀리서 들려오는 카르젠의 웃음소리에 학생들은 더욱 심한 공포를 느끼며 쉽게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온몸의 털이란 털은 다 곤두서게 만드는 카르젠의 웃음소리에 그들은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그렇다고 카르젠에게 뭐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에게 술을 권하고, 함께 마신 것 또한 자신들이지 않는가.

 그가 직접 누군가를 때린 것도 아니고, 물질적인 피해를 준 것도 아니니 뭐라 할 수도 없었다.

 ‘술 먹고 왜 웃는 거야!’ 라고 따지는 것도 웃긴 일이지 않는가.

 그렇게 학생들은 밤새 카르젠과 시설이 좋다고 정평이 나 있는 기숙사 건물의 방음에 대해 온갖 욕설을 내뱉으며 아침을 맞이했고, 피로감으로 인해 얼굴에 다크서클이 생긴 채 돌아다니고 있는 중이었다.

 “자네는 멀쩡하군.”

 물론 예외인 사람도 있었다.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추레한 모습으로 나타난 베히너는 멀쩡한 모습으로 식사를 하고 있는 일리언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카르젠과 같은 방을 쓰는 일리언이 자신들과 다르게 너무도 멀쩡한 모습이라서, 베히너는 신기한 눈빛으로 그의 맞은편 자리에 앉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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