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개발사업단 연구실 옥상에 선 연호는 바람을 맛본다.
달근한 수풀내음과 보랏빛 물향 맛이 나는 바람.
무더운 여름 습기를 잔뜩 머금어 조금은 무게감이 느껴지는.
0.5 그램 정도.
영혼의 무게의 4분의 1.
이 기분 좋은 존재감.
되는 일이 없던 오늘
바람을 맛보자 연호의 기분이 순식간에 가벼워진다.
바람은 공평하다.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으니까.
“팀장님.”
‘그 인턴이군.’
“죄송합니다, 팀장님.”
지수가 연호 뒤에 다가와 고개를 꾸벅 숙였다.
“손은 왜 그런 겁니까?”
“... 어렸을 때 화상을 입었습니다. 외할머니도 엄마도 모두 그 물건 때문에...”
“그 물건?”
지수는 말끝을 흐렸다.
주술처럼 신화처럼 전설을 읊조리듯 말했던 외할머니의 말이 지수의 머릿속을 순간 스치고 지나갔다.
‘아가, 이건 업보요 의무란다. 우리는 대대로 이것을 전수하고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거룩하고 신성한 의무지. 하지만 이 귀물을 지키는 대가로 우리는 한 손을 희생해야 한다. 선택받은 자들의 운명이지 영광만을 차지할 수 없다는 것은. 이 귀물로 누군가는 신의 빛을 보지 못하게 되었고, 누군가는 가슴을 잃어야 했다.’
할머니는 사라졌고
그 업보는 엄마가 이어 받았다.
엄마가 사라지면 지수가 이어받아야 한다.
하지만 지수는 그 망할 놈의 의무를 부셔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문득 인기척이 느껴지자 지수는 퍼뜩 제정신이 들었다.
좀 전까지 옥상 끝에서 바람을 맞고 서있던 연호.
그가 어느 새 지수 앞에 바싹 다가와 서있다.
지수는 긴장했다.
‘팀장님 앞에만 서면 숨을 못 쉬겠어.’
지수는 호흡을 가다듬고 빛을 등지고 선 연호를 올려다보았다.
푸른빛이 살짝 살짝 감도는 연호의 눈빛.
그는 모르겠지. 자기 눈빛이 검푸르게 출렁거리는 것을.
그게 얼마나 신비스럽게 보이는지.
그리고 조각같이 잘생긴 얼굴에 더해 얼마나 멋지게 보이는지.
“오늘 일은 그냥 넘어갈 수는 없어요 송지수씨. 퇴근 전까지 나한테 시말서 가져와요.
강주임과 다른 직원들이 이 정도에서 넘어가달라고 사정해서 시말서로 끝나는 겁니다. 고마운 줄 알아요 선배들한테."
"... 네."
"어디 인턴이 빠져가지고!”
연호의 말투는 여전히 차가왔다.
하지만 지수는 그 차가움이 연호의 본 모습이 아님을 오늘 알게 되었다.
* * *
연호로부터 모욕적인 언사를 들었던 강주임.
하지만 그는 다시 연호의 근거리에서 연구를 도와주고 있었다.
“팀장님, 이건 어떻습니까.”
연호는 강주임이 내민 테스트지를 받아 신중하게 향기를 흡입했다.
“부향률이 높아. 너무 진해.”
“그러면 오데퍼퓸정도로 해볼까요?”
(*오데퍼퓸 또는 오드퍼퓸 : 10~15%의 향료를 함유하고 있다. 향수보다 강도가 조금 낮아 잔향이 오래간다.)
“그건 너무 흔해. 저렴하고 대중적인 느낌은 이젠 통하지 않아. 뭔가 색다른 도전이 필요해. 토일렛처럼 무겁고 강렬하되 깊이는 퍼퓸같은 느낌의 그런 것.”
연호가 말하는 조건은 너무나 까다로운 조건이다.
강주임은 표나지 않게 고개를 저었다.
그 사이 송지수가 다가왔다.
“팀장님, 시말서입니다.”
“읽어봐.”
“네? 여기서요?”
“그럼 나더러 어떻게 읽으라는 건가?”
“하지만...”
“나 혼자 읽길 원한다면 점자로 만들어오던가.”
‘헐.’
지수는 난감했다.
사실 몇 줄 밖에 안 되는 시말서이긴 하지만, 연구실 사람들 앞에서 큰 소리로 이걸 읽으라니. 망신 망신 멍멍이 망신이다.
“그렇게는 못하겠습니다만.”
“만?”
“팀장님만을 위해서 조용히 읽어드릴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조용한 곳에 가서, 아주 조용히 작게요.”
“그러지 그럼.”
연호가 나가자
시말서를 챙겨든 지수가 황급히 뒤따라 나갔다.
“여기면 되겠습니까?”
“... 네. 여기면 되겠습니다.”
비상구에 선 연호를 보며 지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시말서를 꺼내 든 지수는 연호의 귀에 몸을 기울였다.
“시.말.서, 소속 향수개발사업부, 성명 송지수, 직위 인턴”
“큭”
‘뭐야. 왜 웃는 거야.’
“흠! 2016년 9월12일 오전 7시30분 경 저는 저의 분노조절장애로 인하여 연구실 팀장님께 대든 후, 무단으로 외출을 감행하고 연구소를 이탈하였습니다. 물론 이는 팀장님과의 마찰에서 초래된 일이긴 하지만 직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결과이므로 깊이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번 사고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큭큭”
“팀장님! 도대체 왜 웃으세요?”
“아 나 참. 큭”
“지금 제가 얼마나 진지하고 심각한지 정말 모르십니까.”
“하하하.”
지수는 기가 막혔다. 인터넷에서 시말서 양식을 다운 받아서 3시간 동안 정성들여 쓴 나의 첫 시말서를! 도대체 뭐가 어디가 어떻게 웃기다는 거야!
한참을 웃던 연호는 겨우 웃음을 참으며 눈물을 닦았다.
“귀 간지러운 거 겨우 참았네. 왜 자꾸 귀에 바람을 부나?”
“에? 무슨 그런 야한 말을!”
지수는 양미간을 모은 채 연호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연호는 천진한 미소를 띤 채 지수를 내려다보았다.
“여기서 뭐해 연호씨?”
“혜주?”
비상구 문가에 어느 새 혜주가 서있었다.
“언제 왔어?”
“나 온지 몰랐어?”
혜주의 목소리가 조금 까칠해진다. 예민한 귀와 예미한 후각을 가진 연호.
혜주가 미처 연호를 알아보기도 전에 언제나 먼저 자기 존재를 알아차려줬던 연호.
그런데 오늘은 10분이나 서있는 자신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저 선머슴 같은 여자는 누구야.’
혜주는 보이시한 송지수를 날카롭게 보았다.
그 순간 가슴에 지릿한 통증이 느껴진다.
“으!”
“왜 그래 혜주야!”
연호가 다급히 다가와 혜주를 부축했다. 그리고 혜주의 손을 잡았다.
혜주의 손이 얼음처럼 차가왔다.
“당장 병원에 가자.”
“... 아냐. 괜찮아.”
“안 돼! 조금만 이상해도 바로 가야 해.”
“연호씨, 잠깐만 이대로 있어봐.”
연호의 품에 기댄 혜주가 숨을 할딱인다.
연호가 혜주의 팔과 어깨를 정성스럽게 주무르기 시작했다.
이내 파랬던 입술에 조금씩 생기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저어... 괜찮으세요?”
숨죽이며 상황을 지켜보던 지수가 조심스레 물었다.
“따뜻한 물 한잔 갖다 드릴까요?”
“부탁해요, 지수씨.”
연호의 다급한 말에
지수는 후다닥 비상문을 열고 나갔다.
연호는 그 사이 혜주를 부축해, 복도로 들어왔다.
그리고 벤치에 혜주를 부드럽게 앉혔다.
혜주가 연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 물이요.”
돌아온 지수가 따뜻한 물을 내밀자,
연호가 건네받아 혜주에게 조금씩 먹여주기 시작했다.
“진짜 괜찮겠어?”
“... 응.”
“심박수는?”
“고르게 느껴져 이제.”
“후...”
긴 한숨을 내쉰 연호는 그제야 자신의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그 사이, 혜주는 눈앞에 선 지수를 본다.
오그라든 손.
좀 전에 컵을 내밀 때 혜주가 보았던 그 손을,
지수는 어느 새 소매사이에 감추고 있었다.
‘불길해.’
퍼뜩 혜주의 머릿속에 지수의 손이 불길하다는 생각이 스쳤다.
아버지 김박사가 불완전한 심장을 가지고 태어난 것처럼
혜주 역시 태어날 때부터 심장이 고장 난 상태였다.
혜주가 성장할수록 혜주의 심장은 오그라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스스로 뛰는 기능을 멈췄다.
심장이 완전히 고장 난 이후 혜주도 아버지처럼 인공심장 수술을 받았다.
지난 10년 간 심장은 항상 똑같은 속도와 리듬을 유지하며 혜주를 그 어느 때보다도 건강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 선머슴 같은 여자애와 맞닥뜨린 순간, 심장이 미치게 뛰었던 것이다.
* * *
지리산 10경 중 하나인 지리산 세석평전.
이곳은 지리산 주능선 촛대봉(1,703m)과 영신봉(1,652m) 사이의 30여만 평에 달하는 고산평원 지대로, 사방으로 길고 웅장한 계곡을 보유하고 있다.
연호는 국내 야생들풀을 채취하기 위해 주말에 세석평전에 내려왔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야생풀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았던 혜주가 함께 따라나섰다.
연호가 손으로 만진 들풀들의 향기를 맡고 맛보는 사이,
혜주는 완만하게 펼쳐진 세석평전의 풍광을 한눈에 담고 있었다.
“연호씨, 여기 왜 이름이 세석평전이야?”
“잔돌고원을 한자로 바꾼 거야. 예전엔 작은 돌만 모여 있는 토양지대였거든.”
“저기 저건 뭐야?”
“뭘 말하는 거지?”
“오른 쪽에 삐죽이 솟아오른 바위가 있어.”
“그건 촛대봉이라고 해.”
“왜 촛대봉이야?”
“세석 철쭉과 관련된 슬픈 전설이 있대.”
“그게 뭔데? 궁금하다. 얘기해 줘.”
혜주는 연호의 옆에 눌러 앉아 귀를 내밀었다.
이럴 때 보면 호기심 많은 아이처럼 귀여운 구석이 있었다.
“옛날 연진이라는 여인이 있었어. 연진에게는 남편 호야가 있었지.
두 사람은 대성계곡에서 행복하게 살았대. 그런데 자식이 없어 고민이 컸지.
어느날 아내인 연진이 지리산 흑곰으로부터 정보를 얻게 되었어.
세석공원의 신비의 샘물을 마시면 자식을 낳을 수 있다는 말이었지.
연진은 그 길로 영신봉 음양수를 마셨어.
근데 문제는 영신봉 음양수는 산신령의 소유였다는 거지.
산신령의 허락도 받지 않고 음양수를 마셔버린 거야.
이걸 호랑이가 지리산 산신령에게 일러바쳐 버렸어.
그 호랑이는 흑곰과 원수 사이였거든.
산신령은 노해서 연진에게 남편과 생이별하라는 중벌을 내렸대.
그리고 일평생 철쭉밭을 가꾸라는 벌도 함께 내렸지.
그런데 연진은 남편과의 생이별이 너무 슬펐지.
그래서 바위에서 촛불을 켜고 천왕봉 산신령에게 용서를 빌기 시작했어.
그리고 세월이 흐르고 흘러서 그대로 돌로 굳어버렸지.
그렇게 굳어버린 연진이 촛대봉 바위가 된 거고...
철쭉꽃이 왜 저토록 붉고 이쁜지 알아?”
“왜?”
“연진이의 손끝에서 배어나온 피가 철쭉꽃에 물들어서 그렇대.”
“슬프네”
혜주가 한숨을 푹 내쉬는 사이,
연호의 눈빛이 허공에 멈춰졌다.
[여기예요.]
“여기라니 무슨 소리야 혜주야?”
“응?”
“방금 네가 말했잖아. 여기라고.”
“나 아무 말도 안했는데”
연호의 얼굴이 심각하게 굳어진다.
혜주도 아니다.
어제는 송지수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20년 전 나를 붙잡던 그 소리인가.
다시 돌아온 그 소리.
이유가 무엇이냐.
왜 나를 쫓아다니는 것이냐.
“연호씨 나 당귀 찾았어. 이거 봐 당귀 맞지?”
“뭐라고?”
“당귀 향이 난다니까. 당귀는 몸에 좋다던데? 먹어볼까?”
혜주가 야생초를 입에 대려는 순간,
코를 킁킁거리던 연호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혜주의 손에 든 약초를 낚아챘다.
“왜 이래!”
“야, 이 바보야! 너 죽을 뻔 했어!”
“뭐?”
“이건 당귀가 아니야. 지리강활이라는 독초라고!”
혜주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연호가 아니었으면 하마터면 죽을 뻔 했다.
불길했다.
뭔가 불길한 기운이,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음을 혜주는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 * *
산장에는 테이블이 달랑 두 개 뿐.
손님도 없다.
40대의 여인을 보니, 손님을 받을 생각도 없는 듯 보였다.
여인은 주방에서 차를 끓이는 중이었다.
혜주는 고개를 갸웃하며 여인을 잠시 보았다.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누구인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향기가 독특한데? 여긴 어떻게 생겼는지 말해줘.”
연호는 낯선 장소에 들어오면 언제나 혜주에게 배경설명을 청했다.
“응, 여기는 뭐랄까, 동굴같은 느낌이야. 아주 낡고 오래된 산장인데, 테이블은 두 개밖에 없어. 지금 주방에서 차 끓는 소리 들리지? 주인아줌마는 40대 후반 정도인 것 같구...”
“이 향기가 그 차의 향기인가?”
“응.”
“매화와 녹차를 블랜딩 한 건가. 혹시 마른 들풀이나 꽃들이 벽에 걸려있어?”
“응, 여기저기 조금씩 드라이 된 식물들이 있어. 그리고 또. 어? 잠깐만 연호씨.”
혜주가 갑자기 발딱 일어났다.
벽 한 면에 낡고 오래된 청동거울(이하 동경)이 걸려 있었다.
“멈춰요!”
혜주가 손을 내밀어 동경을 만지려는 순간,
주인여자가 재빨리 다가와 제지했다.
“죄송해요... 전, 그냥... 궁금해서요.”
“그건 함부로 만지면 안 돼요, 아가씨.”
“왜 그래 혜주야? 무슨 일이야?”
연호가 놀라서 물었다.
혜주는 어색하게 자리에 앉으며 연호를 제지했다.
주인여자가 차를 내왔다.
“놀라게 했다면 미안해요 아가씨. 차 드세요.”
“저 동경은 어디서 구하셨나요?”
혜주가 차를 마시며 질문을 했다.
그러나 여인은 답을 주지 않고 빙그레 미소만 지었다.
“동경? 벽에 그런 게 걸려있어?”
“응, 연호씨. 아주 오래된 귀물같아. 적어도 수천 년은 된 것 같은데... "
"수천년?"
"응. 신기하다. 일반 사람이 동경을 가지고 있기는 쉽지 않거든.”
이때 주인 여자가 갑자기 벽에 걸린 동경을 내렸다.
그리고 면포로 소중하게 감싸 혜주 앞에 내밀었다.
“동경에 대해 많이 궁금해 하시는 것 같아서 한번 보여 드리지요.”
“정말 고맙습니다, 아주머님!"
혜주의 눈이 기쁨으로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세상에... 이건 정말 수천 년은 된 것 같네요. 세형청동검에 새겨진 문양들과 아주 유사한 장식문양이 있어요. 그런데 이건 뭘까요? 왜 이렇게 군데군데 깊이 패인 걸까요. 마치... 불똥이 떨어져 녹은 것처럼 군데군데 수포자국이 있군요.”
"이건... 뜨거운 물이 닿은 흔적이예요."
순간 혜주는 자신도 모르게 동경을 터치하고 말았다.
“아 뜨거!”
혜주가 화들짝 놀라 손을 뗐다.
“제가 만지지 말라고 경고하지 않았습니까!”
주인 여자의 목소리가 무섭게 돌변했다.
여자는 면포로 동경을 확 덮어버렸다.
그 순간 여자의 흉측한 손이 그대로 드러났다.
“어마!”
놀란 혜주가 단말마 비명을 내질렀다.
“왜 그래 혜주야!”
“소, 손이... 이 여자 손이...”
“손이 왜?”
“오그라들었어. 이 여자 오른쪽 손이 연호씨 회사의 그 직원처럼 오그라들었어.”
“뭐?”
연호는 더듬더듬 주인여자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 여자의 손에 들린 동경을 와락 잡았다.
혜주가 안 된다고 만류할 사이도 없이 연호는 동경을 꽉 움켜쥐었다.
“나처럼 손을 잃고 싶지 않다면 당장 그 손 치워!”
주인여자가 다시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하지만 이내 여자의 얼굴이 돌변했다.
동경을 들고 선 연호의 얼굴이 너무나 평온했던 것이다.
누구나 동경을 만지면 고통을 느끼고 비명을 내질렀다.
지난 수천 년간 누구나 다.
그런데 이놈은!
“당신!”
주인 여자가 연호의 팔을 꽉 잡았다.
“왜 이래요!”
“누구야 당신! 누구야!”
주인 여자가 무서운 목소리로 다그치듯 쏘아물었다.
연호는 당황한 듯 혜주 쪽으로 시선을 준다.
그 순간 혜주의 눈빛에 공포감이 가득해졌다.
가슴에 지릿한 고통이 일순간 전율처럼 일었다.
혜주는 연호의 팔을 붙잡고 있는 주인여자를 힘껏 밀쳤다.
“정말 이상한 여자야! 연호씨 우리 당장 여기서 나가자!”
혜주가 다급하게 연호의 팔을 잡아 밖으로 이끌었다.
“잠깐만요! 잠깐만!”
주인 여자가 허겁지겁 뒤쫓아 나왔다.
“왜 이래요 저리가요!”
“당신! 잠깐만 내 말을 들어요.”
“우리 연호씨한테 무슨 수작이야!”
“내 말을 들어야 합니다.”
주인 여자는 혜주의 반항에는 아랑곳 없이
연호의 팔을 잡고 간곡한 목소리로 말했다.
“언제든 수리동굴로 오세요. 언제든!”
3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