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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거울의 비밀
작가 : 최극
작품등록일 : 201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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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마주하다 (기원편)
작성일 : 17-06-01     조회 : 79     추천 : 1     분량 : 6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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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00년 전.

 

 

 지리산 세석평전 들야.

 지천으로 핀 철쭉꽃 사이에 18세의 전사 수랑이 서있다.

 다부진 몸매에 꽃 같은 미소년 얼굴.

 수리부족 모든 여인들의 찬사 속에서 사랑을 독차지 해 온 그 남자.

 하지만 오로지 한 여인만을 품은 그.

 석 달 보름동안 사냥을 떠났던 그가 드디어 무사히 돌아왔다!

 

 

 “성아- 성아-”

 

 

 억새 사이를 가르며

 철쭉꽃으로 장식한 쓰개를 쓴 누군가가 저만치서 달려오고 있었다.

 등을 보이고 선 수랑이 돌아서려는 순간,

 그 누군가가 수랑의 등에 풀쩍 뛰어올라 업힌다.

 

 

 “성아”

 

 

 자운비는 수랑의 목을 꽉 끌어안았다.

 지난 석 달 보름동안 얼마나 그리워하던 이인가.

 행여나 호랑이에게 물려가 버린 것은 아닌지.

 혹여나 흑곰에게 사지가 찢긴 것은 아닌지.

 달이 세 번 기울고 세 번 차는 동안 애태우며 마음 졸였던 간절한 시간들.

 

 

 “자운비님, 이러시면 안됩니다. 내려 오십시오.”

 “... 성아 나빠. 다른 전사는 모두 돌아왔는데 성아만 이제 오구. 그동안 내가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알아? 내 속이 다 시커멓게 탔다구. 보여줄 수도 없고 증말.”

 “제가 언제 한번이라도 자운비님과의 약속을 어긴 적이 있습니까?”

 “그치만.”

 “달이 세 번 기울고 차기 전에 돌아온다고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그놈의 달 하도 들여다봐서 차는지 기우는지 잊어버렸단 말야.”

 

 

 수랑은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는다.

 여전히 아이같이 귀여운 그녀.

 수랑이야말로 그녀를 꽉 끌어안아주고 싶지만,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엄하게 부율을 따라야 한다.

 

 “이제 그만 내려오시지요. 너무 무겁습니다, 자운비님.”

 “성아!”

 

 

 자운비는 화난 목소리로 풀쩍 뛰어내렸다.

 

 

 “무겁다고? 성아! 어떻게 나한테 그리 말할 수가 있어? 그게 꽃같이 이쁜 나한테 가당키나 한 소리야?”

 

 

 수랑은 잠시 자운비를 바라보았다.

 맞습니다, 가당치도 않은 소리. 당신은 꽃보다 더 이쁜 자운비님.

 어느 새 성장하여 나의 가슴에 불을 질러 놓은 붉은 철쭉꽃.

 하지만.

 

 

 “자운비님, 저한테 성아라고 부르지 않기로 약속하지 않으셨습니까.”

 “그건... 지키기가 좀 힘들어.”

 “지키셔야 합니다. 당신은 이제 열여섯. 군장어른의 외동딸이며 수리부족의 운명을 책임질 여인입니다. 지금처럼 어린 망아지 같은 행동을 보이면 안 됩니다.”

 “어린 망아지라고?”

 “예. 철부지 같은 행동이죠.”

 “그게 왜 안 되는데?”

 

 

 자운비가 수랑의 가슴에 손을 올리며 천진한 얼굴로 물었다.

 그러자 수랑의 귓가가 붉어지면서 가슴 속 맥박이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나는 수랑이 좋아. 그러니까 내가 어릴 때 당신을 부르듯 성아, 라고 계속 부를 거야. 나는 군장의 딸이야. 그러니까 수랑이 내 말을 들어야지. 내가 그렇게 하겠다고 말하면 그게 곧 부율이 되는 거야.”

 

 

 자운비가 수랑을 똑바로 쳐다보며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수랑에게 말했다.

 

 

 ‘자운비. 너는 이제 더 이상 어린 애가 아니구나. 그러나 우리는 이뤄질 수 없는 운명이다.’

 

 

 

 * * *

 

 

 

 ‘무슨 꿈을 꾸는 걸까.’

 

 

 혜주는 고개를 갸웃했다.

 잠들어 있는 연호의 입가에 아까부터 잔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아이처럼 천진하면서도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미소였다.

 그런 미소는 평소 연호의 얼굴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다.

 

 평온하고 온화해진 연호의 얼굴을 한참 보고 있자니 오늘 낮에 있었던 괴상한 만남에 대한 불길함이 조금씩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손이 오그라든 산장의 여자. 동경을 신주 모시듯 품에 끌어안고 연호에게 수리산으로 오라는 괴상한 메시지를 전한 여자.

 

 혜주는 갑자기 무릎을 쳤다.

 그 여자의 얼굴!

 누구와 닮았는지 떠올랐던 것이다.

 연호의 회사에서 만난 선머슴 같은 그 여자, 송지수!

 바로 그녀의 얼굴과 똑 닮아 있었다.

 

 

 

 * * *

 

 

 

 2500년 전

 

 

 

 한밤중, 적막한 지리산 숲이 대낮처럼 환했다.

 거칠게 들리는 여인의 숨소리가 빠르게 지나갔다.

 연이어 여인을 뒤쫓는 장정들이 횃불을 들고 숲을 뒤지며 달려간다.

 야밤의 횃불에 놀란 고라니 무리가 이리저리 날뛰는 사이.

 수백 년 수령의 잣나무 뒤에 몸을 숨겼던 여인의 정체가 탄로 난 순간이 왔다!

 

 

 “자운비다! 잡아라-”

 

 

 장정들의 횃불이 일제히 자운비에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자운비는 양 치마를 붙잡고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가시덤불과 억새에 옷이 찢어지고 생채기가 났다.

 종아리에서 피가 철철 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자운비는 달음박질을 멈추지 않았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마침내 저기 수리계곡이 보이기 시작했다.

 

 부활과 생명의 상징인 수리계곡, 그곳까지만 가면 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어!

 

 순간, 자운비의 머리가 뒤로 확 젖혀졌다.

 

 

 “이년!”

 

 

 호가가 자운비의 머리채를 낚아챘던 것이다.

 자운비의 몸이 사정없이 바닥에 패대기쳐졌다.

 동시에 [찰그랑] 소리와 함께 자운비의 가슴 속에 있던 동경이 데굴데굴 굴러 나왔다.

 자운비가 동경을 향해 손을 내뻗는 순간, 호가의 발이 자운비의 팔목을 있는 힘껏 눌러 밟는다.

 

 

 “으아------”

 

 

 자운비의 비명 소리에 아랑 곳 없이, 호가는 더욱 거세게 자운비의 팔을 밟아버렸다. 연이어서 자운비의 팔뼈가 너덜너덜 해질 만큼 호가는 몇 번이고 잘근잘근 밟았다. 40대의 비대한 호가의 무게가 그대로 뼈를 바수고 있었다. 그런데도 자운비는 이를 악물며 더 이상 비명을 지르지 않으려 애를 쓰는 것이 아닌가.

 

 [독한 년]

 

 호가의 얼굴에 잔인한 미소가 스쳐갔다.

 자운비의 얼굴에 침을 퉤 뱉은 호가는 장정에게 횃불을 건네받았다.

 

 

 “지독한 년. 네년의 꽃같은 얼굴을 뭉개주리라.”

 

 

 

 * * *

 

 

 

 [안돼! 안돼!]

 

 혜주는 번쩍 눈을 떴다.

 연호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연호씨! 정신차려! 연호씨!”

 

 

 연호의 몸을 연거푸 흔들자 연호가 비로소 눈을 떴다.

 혜주는 얼른 렌턴을 켜고 연호를 살펴보았다.

 연호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있었다.

 

 

 “연호씨 괜찮아?”

 

 

 연호는 말없이 허공을 더듬거렸다.

 혜주가 헛손질하는 연호의 손을 꽉 잡아주었다.

 

 

 “비가 오고 있어?”

 “응, 폭우가 내리고 있어.”

 “여긴...”

 “노고단 산장이야.”

 “다른 사람도 있어?”

 “아니, 우리 둘 뿐이야.”

 “여러 사람이 있었어. 여자와 남자 하나, 그리고 그 여자를 뒤쫓는 다른 남자도.”

 “그건 다 꿈이야. 낮에 만난 그 이상한 여자 때문에 악몽을 꾼 거야.”

 “...그건 꿈이 아냐...”

 “꿈이래도. 내가 계속 옆에 있을게. 그러니까 걱정 말고 더 자. 응?”

 

 

 

 * * *

 

 

 

 간밤의 폭우는 흔적 없이 사라졌다.

 운전 중인 혜주는 옆자리의 연호를 조심스레 바라보았다.

 무슨 악몽을 꾼 걸까. 그건 꿈이 아니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아니, 그 무엇보다도 산장에서 만난 여인과 송지수는 어떤 관계일까.

 

 

 “왜 그래 혜주야.”

 “뭘?”

 “아까부터 말이 없잖아. 무슨 생각하는데? 걱정이 있어?”

 “그 산장에서 만난 여자 말이야. 아무래도 누구를 닮은 것 같아서.”

 “누굴 닮았는데?”

 “연호씨 회사에 들어온 그 인턴.”

 “송지수씨?”

 “응. 정말 비슷하게 생겼어. 가족인가, 아니면 친척?”

 “...”

 “손에 장애가 있는 것까지, 의심의 여지가 없잖아.”

 

 

 혜주의 말이 맞다면, 그렇다면 산장의 여인은 송지수의 모친일 확률이 높다.

 송지수가 외할머니와 어머니도 자신처럼 손이 오그라들었다고 말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송지수는 그 물건 때문에 장애를 얻었다고 말했었다.

 

 

 “그것뿐 만이 아니야. 어제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야. 그 여자가 움켜쥐고 있던 그 동경은 그건 마치...”

 “마치 뭐?”

 “살아있는 것 같았어. 만지니까 뜨거웠다고.”

 “그럴 리가. 난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그러니까 이상하다는 거지. 연호씨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나는 정말 너무 뜨거웠다니까. 조금만 더 붙잡고 있었으면 나도 그 여자처럼 화상 입었을 거야.”

 

 ‘동경이 뜨거웠다니. 믿을 수가 없군. 내가 만졌을 때는 그저 차가운 금속덩어리였는데 화상을 입을 뻔했다니. 그렇다면 송지수가 말한 그 귀물이라는 게 산장에 있던 그 동경일까? 그게 송지수의 손과 모친과 외할머니의 손까지 망가뜨린 걸까. 그런데 왜 그런 일이? 그리고 왜 나한테는 아무 일도 안 일어난 거지?’

 

 연호의 머릿속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었다.

 그건 혜주도 마찬가지였다.

 

 ‘그 동경, 아무래도 수상해. 아버지랑 다시 가서 조사해봐야겠어.’

 

 

 

 * * *

 

 

 

 혜주의 차가 마침내 박물관 중앙구역에 멈췄다.

 하지만 연호는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단 한마디의 상의도 없이 낯선 곳에 자신을 데려오다니.

 낯설음과 불편함은 연호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었다.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야.”

 “맨날 바쁘다고 하니까 그렇지. 정말 미안해.”

 “정말 바빠. 내달까지 새 향수를 내놓아야 한다구.”

 “그래, 알았어. 한번만 봐주라, 응?”

 

 

 어쩐지 연호는 이상하다 싶었다.

 야생초 탐방에 한번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혜주였다.

 그런 혜주가 이번 탐방에 함께 한 데는 모종의 이유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어제 구한 야생초를 당장 분석하지 않으면 향기가 소실 된다구.”

 “내가 당장 연구실 가서 보존박스 준비할게. 거기에 진공압축해서 바로 넣어줄게. 그럼 되는 거지? 제발 응? 한 번만 봐주라 응?”

 “... 알았다. 가자.”

 “고마워 자갸-”

 

 

 연호의 볼에 혜주의 입술이 쪽- 닿았다.

 

 

 “감사의 보너스”

 “빨리 안내나 하셔.”

 

 

 연호를 ‘출입통제구역’ 으로 안내한 혜주 앞에 경비원이 다가와 꾸벅 인사를 했다. 그리고 전자인식기에 지문을 갖다 대자 문이 열렸다.

 

 

 “이제 안으로 들어가면 돼 연호씨.”

 “...”

 “왜 그래?”

 “아니야. 좀 추워서.”

 “자 이제 200미터 전진해서 좌회전 할 거야.”

 

 

 혜주가 침착하게 연호를 안내했고

 마침내 두 사람은 미라 안치실에 도착했다.

 

 

 “여긴 원래 이렇게 추워?”

 “무슨 소리야. 지금 온도계는 24도 인데?”

 “한 겨울처럼 추운데 난.”

 “좀 으스스 하긴 하지? 아마 기분 탓일 거야.”

 

 

 [청동기 시대 족장의 무덤은 화려했습니다.]

 

 

 누군가의 목소리에 연호가 고개를 휙휙 돌렸다.

 

 

 “연호씨, 인사해. 우리 아버지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한 연호입니다.”

 “우리가 발굴한 미라는 돌무더기에 아무렇게나 버려졌습니다. 김중식이라고 합니다.”

 

 

 김박사가 연호에게 악수를 청하며 손을 내밀었다.

 그런데 연호는 멍하게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 게 아닌가.

 당황한 김박사가 헛기침을 했다.

 

 

 “제가 장님인 걸 모르셨나 보군요.”

 “허. 이거 참. 우리 딸이 사람을 놀래키는 데는 일가견이 있구만.”

 

 

 김박사의 시선이 비난하듯 혜주를 향했다.

 어쩌자고 장님인 남자를 데려온 것이냐, 는 표정이었다.

 혜주는 짐짓 모른 척 하며 연호에게 설명을 이어갔다.

 

 

 “미라에 대해 보충 설명을 하자면, 키는 대략 170센티고 근육질의 전사의 모습을 하고 있어. 긴 머리는 상투 비슷하게 틀었고 쓰개를 썼어. 가죽장화를 신었고, 청동방울을 허리에 둘렀지.”

 “청동방울?”

 “그 시대의 청동은 대단한 지배계급만의 전유물이었지. 특히 청동방울은 소리를 내는데, 소리는 신에게 선택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일종의 권위였다네.”

 

 연호가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심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계속 혜주의 설명이 이어졌다.

 

 “어떻게 시신이 썩지 않고 유지되었을까. 윗옷에 다방면의 얼룩이 묻어 있어. 우리가 궁금한 건 얼룩의 정체야. 무색, 무취의 얼룩.”

 “성분 검사결과는 나왔어?”

 “극소량의 염분이 나왔네.”

 “극소량의 염분과 무색무취의 무엇이라면... 그건 눈물입니다.”

 “눈물!

 

 

 혜주와 김박사는 탄복 했다.

 색깔도 냄새도 없지만 약간의 짠 맛이 나는 그것.

 그렇다, 눈물이 틀림없다.

 

 

 “이게 눈물이라면, 누구의 눈물일까요 아버지?”

 “글쎄다. 누구도 중요하지만 눈물이 사체훼손을 막을 수 있는지도 의문이구나.”

 

 

 김박사와 혜주가 미라를 들여다보며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

 연호는 미라의 곁에서 조금씩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왜 그래 연호씨? 어디 아파?”

 “답답해, 혜주야. 여기서 내보내줘.”

 

 

 연호가 갑자기 머리를 감싸 쥐며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놀란 혜주가 달려와 연호를 얼른 부축했다.

 

 

 “연호씨 쫌만 참아.”

 “나가자 어서”

 

 

 연호가 다시 재촉했다.

 혜주는 김박사에게 대충 인사를 건네고는 연호를 부축해 데리고 나갔다.

 김박사는 미간을 좁히며 미라를 유심히 보았다.

 

 ‘한연호 저 녀석 미라를 처음 본 순간부터 수상쩍었어.’

 

 사실 김박사는 연호를 만난 순간부터 계속 그를 주시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혜주가 연호에게 미라에 대해 설명하는 동안,

 연호가 세 번이나 움찔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한연호 조향사. 눈물 말고 또 무엇을 느낀 거지?

 

 

 핸들을 잡은 혜주의 손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안개가 지독했다.

 박물관을 빠져나온 순간부터 눅눅하고 혼탁한 백색의 안개가 천지 사방에 가득 차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워셔액을 뿌리고 와이퍼를 반복해 돌려도 차장 앞 유리에는 계속해서 안개물방울이 희뿌옇게 뒤덮였다.

 게다가 어디서 나타난 건지 날벌레들이 차창 유리를 향해 계속 돌진했고 녹색의 끈끈한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탁 탁 탁]

 

 

 “무슨 소리야?”

 “끔찍해. 계속해서 날벌레들이 날아와서 유리창에 부딪치고 있어. 아무리 와이퍼를 틀어도 지워지질 않아.”

 “빨리 달려봐 그럼.”

 “그럴 수가 없어.”

 “왜?”

 “온통 안개야. 여기가 땅인지 구름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야. 아무래도 박물관으로 다시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아 연호씨.”

 “안 돼!”

 “깜짝아. 왜 그렇게 소리를 질러.”

 “돌아가는 건 안 돼.”

 “1센티 앞도 안 보인다구. 이러다가 낭떠러지로 추락이라도 하면... 아 난 몰라. 더 이상 운전 못해. 돌아갈래.”

 “안 돼 혜주야!”

 

 

 연호가 손을 뻗어 핸들을 꽉 잡았다.

 

 

 “이거 놔. 위험해.”

 “돌아가는 게 더 위험해.”

 “그게 무슨 소리야? 돌아가는 게 위험하다니?”

 “내가 봤어.”

 “보긴 뭘 봐? 도대체?”

 

 

 연호의 얼굴이 새하얗게 창백해지고 두 손이 사정없이 떨리기 시작했다.

 

 “절대로 돌아가면 안 돼 혜주야. 절대로!”

 

 

 

 4화 끝 -

꿈몽 17-06-12 21:39
 
잘 보고 있습니다ㅎㅎ
최극 17-06-14 00:16
 
한 회 한 회 정주행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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