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꽤 오래 걸어온 것 같은데 샤프 도그는 언제 나오려나."
페리스가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고 있을 때, 나무의 그림자 안에서 짐승의 소리가 들렸다.
"그르르릉..."
페리스는 나무의 그림자를 응시했다.
"뭐지? 짐승인가?"
그늘에서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뾰족한 털을 가진 개가 나왔다. 페리스는 그 개가 샤프 도그라는 것을 인식하고 칼을 들어서 전투태세로 돌입했다. 페리스가 칼을 들자마자 샤프 도그는 페리스에게 이빨을 세워서 달려 들었고, 페리스가 샤프 도그의 공격을 칼로 막은 순간 금속끼리 부딪히는 큰 소리가 났다.
"윽...! 얼마나 단단한 이빨인거냐."
"그르릉..."
페리스는 샤프 도그의 이빨과 맞대고 있던 칼을 빼서 샤프 도그의 옆구리를 노리고 찔렀다. 하지만 샤프 도그는 날렵한 몸놀림으로 페리스의 공격을 가볍게 피하고 다시 달려들었다. 페리스는 이 때를 노린 듯, 파이어 볼을 샤프 도그의 정면에 사용했다.
"걸렸네. 파이어 볼!"
페리스의 손바닥에서 날아간 불덩이가 샤프 도그의 안면에 정확히 꽂혔고, 샤프 도그는 비틀거리면서 도망치려고 했다. 페리스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칼을 그대로 샤프 도그의 옆구리에 찔렀다. 샤프 도그의 옆구리에서는 피가 솟구쳤고, 페리스는 그 피를 피해서 뒤로 이동했다.
"캐갱! 끼익..."
"후..."
옆구리에서 피를 뿜던 샤프 도그는 괴상한 소리를 내고 쓰러졌고 샤프 도그는 거친 숨을 쉬다가 파랑색의 떠다니는 빛들에 둘러싸여서 소멸했다. 샤프 도그가 있던 자리에는 날카로운 이빨만 남아 있었다. 그리고 페리스의 눈에는 어떤 문자가 보였다.
샤프 도그의 특성 획득 -민첩한 몸놀림-, 샤프 도그의 마법 획득 -후각 강화-
"흠... 민첩한 몸놀림은 아까 샤프 도그처럼 몸이 빨리 움직이는 거겠지. 마법은 내가 직접 발동시키는 건가? 그건 그렇고 후각 강화라니... 쓸 데가 없다고."
페리스는 후각 강화를 획득한 것을 아쉬워 하고 샤프 도그가 사라지고 남은 아이템인 날카로운 이빨을 주워서 가방에 넣었다.
"가격이 많이 나갔으면 좋겠다만."
페리스가 샤프 도그의 특성과 스킬을 얻어서 마키와 세실에게 돌아가려고 한 순간, 페리스의 위에서 날카로운 무기가 날아왔다. 페리스는 방금 얻은 샤프 도그의 특성인 민첩한 몸놀림 덕에 아슬아슬하게 날카로운 무기를 피했지만, 바로 다음에 날아온 무기는 완전히 피하지 못해서 오른쪽 팔을 베였다.
"윽... 뭔데..."
페리스가 무기의 정체를 확인하려고 바닥에 꽂힌 무기를 주웠다. 그 무기는 표창, 주로 암살자가 직업인 사람들이 쓰는 무기.
"표창? 암살자인가?"
페리스가 자신을 공격한 사람이 암살자라는것을 알아채자, 나무 위에서 사람 한 명이 내려왔다.
"암살자라기보다는 감시자지. 너가 맞은 표창에는 수면 독이 발라져 있다. 곧 편안하게 잠들거야."
"수면 독? 젠장... 분명 판 아저씨가 준 물건들중에 해독약이 있을텐데..."
가방을 뒤지고 있는 페리스의 앞에 서 있는 자칭 감시자는 페리스의 말을 비웃었다.
"해독제? 풉, 해독제는 고가의 물건이라고? 그런걸 고작 어떤 아저씨가 갖고 있을리가 없잖아?"
"있을거야... 판 아저씨라면 줬을거야."
페리스는 가방을 계속 뒤지다가 눈이 감겨지기 직전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해...독제... 맞지... 맞을거야..."
페리스는 가방에서 꺼낸 액체가 담겨 있는 병을 마셨고, 자칭 감시자는 계속 비웃었다.
"풉... 푸하하하! 해독제일리가 없다니까? 웃기네, 이거."
페리스는 약을 마시고 정신을 조금 차렸는지, 감겨지던 눈을 다시 떴다. 그리고 자칭 감시자는 눈을 다시 뜬 페리스를 보고 놀랐다.
"정말 해독제? 아니, 그럴 리가 없지. 발버둥 치지 말고 그냥 편히 자라고?"
"흐으... 해독제 맞는 것 같네. 점점 괜찮아지고 있으니까 말이야."
페리스는 눈을 또렷히 뜨고 자칭 감시자의 허리춤에 있는 표창을 응시했다.
수면 독을 발라 놓은 표창인가. 저걸 맞지 않고 공격하려면 역시 파이어 볼이겠지.
"파이어 볼!"
자칭 감시자에게 페리스의 손바닥에 있던 불덩이가 날아갔고, 자칭 감시자는 정신을 완전히 차린 페리스를 보고 당황해서 움직이지 못했다.
"으... 으아아!!"
자칭 감시자의 오른팔이 타들어간것을 보고 페리스는 칼을 들고 바로 달려들었다.
"자... 잠시만! 죽이지 말아줘! 난 의뢰를 받은 것 뿐이라고!"
페리스는 자칭 감시자의 말을 듣고 바로 앞에서 멈췄다.
"의뢰를 받았다고? 누구한테 받았지? 무슨 의뢰였지?"
"누군지는 몰라... 근데 데리고 온 경호원들의 수와 타고 온 마차를 보면 상당히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인 것 같았어. 그리고 의뢰 내용은 너를 납치해서 데리고 오라는거였어. 난 정말로 의뢰를 받은 것 뿐이었다고. 너를 데리고 와야 하는 이유도 얘기해주지 않았고."
"그래? 흠... 이것도 대답하면 살려줄게. 너 유용한 스킬이나 고유 마법 같은거 있어?"
자칭 감시자는 페리스의 질문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살려준다는 말을 듣고 바로 대답했다.
"스킬은 색적, 하이드가 제일 편리하고 고유 마법은 추격자야."
"효과는?"
"색적은 주변에 있는 적을 찾아주고 하이드는 내 인기척과 모습을 지워줘. 추격자는 상대방을 들키지 않고 따라가게 해주는 고유 마법이..."
페리스는 자칭 감시자가 하던 말을 끊고 칼로 자칭 감시자의 심장을 찔렀다.
"그래? 고마워."
"어...?"
자칭 감시자의 심장에서는 계속 피가 흘렀고 자칭 감시자는 신음을 내며 쓰러졌다.
"으... 으으..."
몇초 후, 페리스의 눈에는 어떤 문자가 보였다.
테인스의 특성 획득 -추격자-, 테인스의 마법 획득 -색적, 하이드-
"이름이 테인스였나. 먼저 나를 납치하려고 했으니까 정당 방위겠지. 범죄에 포함되지 않을거야."
페리스는 테인스의 시체를 놔두고 마키와 세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페리스를 본 세실은 갑자기 큰 소리를 내며 페리스에게 달려갔다.
"페리스으-!! 왜... 왜... 다친거야?"
"다쳤다고?"
"그래, 네 갑옷에는 다량의 피가 묻어 있다만?"
페리스는 자신의 갑옷에 많은 피가 묻어 있다는 마키의 말을 듣고 갑옷을 봤다. 갑옷에는 마키의 말대로 많은 피가 묻어있었다.
"아, 진짜네. 사실은 말이야, 샤프 도그를 사냥하고 돌아오려고 하는데 암살자가 날 납치해가려고 해서... 하하."
세실은 고개를 숙였다.
"그래서... 죽인 거야?"
아차, 세실은 이런거에 좀 민감하지. 화났으려나... 곤란하네.
"아하하... 일부로는 아니지만..."
세실은 페리스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 글썽이면서 말했다.
"으... 괜찮은거야? 어디 다치지는 않은거지? 다음부터는 조심하라구 페리스... 정말, 걱정되니까 말이야."
아? 단지 내 걱정이었나. 기분은 좋네.
"그래도 나 초월자니까 말이야. 가뿐히 이겼다고?"
처음에는 판 아저씨가 준 해독약이 없었으면 위험했지만 말이야.
마키는 피 냄새를 맡았는지 얼굴을 찡그리고 손으로 코를 막았다.
"으, 일단 갑옷을 닦아야하겠구만. 워터."
페리스의 위에서 물이 떨어졌고 갑옷에 묻은 피는 씻겨나갔다.
"윽?! 차가워!"
마키는 물에 젖어서 몸을 떠는 페리스를 보고 한숨을 쉬고 페리스에게 손바닥을 펼쳤다.
"엄살은 심하네. 드라이."
페리스의 몸에 있던 물은 전부 말랐다.
"오? 편리하네. 워터랑 드라이 둘 다 내가 쓸 수 있는거야?"
"기초마법이니까 쓸 수 있을거다."
"좋네. 편하겠어. 세실은 마법 많이 배운거야?"
"응, 조금 힘들기는 했지만 하위 마법은 전부 다 배우고 중위 마법은 절반 정도 배웠어."
"그러면 대단한거 아니야, 마키?"
"그래, 대단한거다. 고작 한 시간 정도만에 거의 삼십 가지의 마법들을 배운거야. 진짜 대단한 재능이다."
세실의 얼굴이 붉어졌다.
"대... 대단한건 아니라고? 그냥 열심히 한 것 뿐이야..."
마키는 웃으면서 말했다.
"세실은 데레데레하네?"
페리스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하고 웃었다.
"데... 데레데레라니! 페리스도 웃지 말라고!"
"미안미안. 마키는 세실이랑 좀 친해졌나봐? 말하는 것도 좀 풀린 것 같고."
"뭐... 조금은 친해졌으려나... 너는 샤프 도그와 암살자를 사냥하고 뭘 얻었지?"
"샤프 도그에게서는 민첩한 몸놀림, 후각 강화를 얻었고 암살자에게서는 추격자랑 색적, 하이드를 얻었어."
마키는 놀란 듯 말했다.
"색적이라고? 색적을 얻을 수 있는 암살자는 적어도 A등급 이상부터인데 역시 초월자라 이건가. 민첩한 몸놀림도 꽤 좋은 특성이고 말이야."
"아, 이번에는 상대가 방심해서 운이 좋았어. 아직 나는 전투 경험이 없어서 상대방이 긴장을 풀지 않은 상태로 싸웠으면 확실하게 납치당했을거야."
"뭐, 상대방을 방심하게 만든것도 실력이니까 말이다. 전투 경험은 앞으로 쌓아가도 되는거고."
"아, 샤프 도그한테서 얻은 마법중에 후각 강화를 어디에 쓸 수 있는지 궁금한데. 어디에 쓰는 마법이야?"
"후각 강화인가. 평소에는 쓰지 않지만 무언가를 쫓아갈 때나 위험한 장소에서 피 냄새가 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렇게 필요가 없는 마법은 아니야. 오늘은 이 정도만 하고 돌아가자. 시간도 꽤 늦었다."
하늘은 벌써 해가 지고 있었다. 세실과 페리스는 노을을 보고 감탄했다.
"노을... 예쁘네, 세실."
"그러게, 페리스. 우리 마을만큼은 아니지만, 헤헤."
"당연하지. 우리 마을은 풍경이 엄청 좋으니까. 페이로 돌아가면 오늘 잡은 몬스터들의 드롭 아이템을 팔러 가자. 어느 정도 벌 수 있을거야. 판 아저씨가 준 돈도 별로 남지 않았으니까."
"마키, 몬스터들의 드롭 아이템은 어디서 팔아야 해?"
"그냥 아무 상점에서나 팔아도 된다. 하지만 내가 추천하자면 세실과 페리스, 너네 둘이 갑옷과 단검을 산 곳에서 파는게 좋을거다. 그곳 주인은 사람이 착하니까 말이야."
"그러게. 저번에 장비를 사러 갔을 때 안 팔린 장비긴 했지만 싸게 줬으니까."
마키는 놀란 표정을 짓고 세실과 페리스의 갑옷과 단검을 천천히 살펴봤다. 전부 다 살펴보고 마키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하하... 안 팔리는 장비라고? 초보 모험가들한테 제일 인기가 많은 장비들이다. 그럴 리가 없어."
"어...? 그러면 그냥 싸게 준거야?"
"그런 것 같네, 페리스. 오늘 가면 감사하다고 얘기하자."
"아, 안된다. 그 장비점 주인은 츤데레니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