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연재 > 무협물
우화등선
작가 : 촌부
작품등록일 : 201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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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9 화
작성일 : 16-07-15     조회 : 688     추천 : 0     분량 : 7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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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무 진인이 철퍼덕 땅에 앉을 무렵 운혜의 몸에서는 이상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본래 개정대법 후에 별다른 일이 없다면 적어도 이 년은 육체가 붕괴될 일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에 극양지기가 담긴 현무 진인의 내공과 만년화리의 내단이 들어갔다.

 음기는 양기에 대항하여 솟구쳐 올랐고, 덕분에 겨우 막아놓았던 순음지체의 효능이 다시 발휘되었다.

 이대로라면 운혜는 필사. 육체의 붕괴로 끔찍한 죽음을 맞게 된다.

 현성 진인이 있었다면 침으로 음기가 흐르는 혈도를 막아볼 수 있었을 것이나 지금은 그런 방비책도 없다.

 결국 육체의 붕괴가 진행되었다.

 진행의 처음은 손가락이었다.

 손가락에 흐르는 피가 얼어붙는다. 피가 다 얼어붙으면 그 부분은 얼음 덩어리가 되어 작은 충격에도 부서지고 만다.

 현무 진인은 자리에 앉아 운혜를 바라보다가 손가락이 새파랗게 변하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부분부터 성에가 동굴로 퍼지는 것을 발견했다.

 “운혜야!”

 현무 진인은 달려가 운혜의 맥을 짚었다. 현성 진인만큼은 아니지만 무림인이기에 최소한의 의학 상식은 있었다.

 운혜의 몸에서 음기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무량... 제기랄!”

 태생이 도사였던 현무 진인은 무의식 중에 진언을 읊조리다가 욕설을 내뱉었다. 이대로라면 운혜는 죽는다.

 현무 진인이 운혜를 들어 앉혔다.

 “운혜야, 너 안 죽는다.”

 잠시 중얼거린 현무 진인은 곧 양손을 들어 운혜의 등으로 가져갔다.

 운혜의 등이 서서히 앞으로 쓰러지다가 자석에 휩쓸린 듯 현무 진인의 손에 달라붙었다.

 현무 진인이 이를 악물었다.

 ‘몸에... 내기가 없다.’

 현무 진인은 자신의 몸 상태가 어떤지 잘 알고 있었다. 진신내공을 운혜에게 불어넣었으니 내기가 남아 있을 리가 없다.

 현무 진인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방법이 없었다. 운혜의 몸은 계속 얼어붙어 가고 있었다. 냉기가 벌써 손목까지 치고 올라왔다.

 ‘운혜야.......’

 현무 진인이 마음속으로 읊조렸다. 그리고는 눈을 질끈 감고 진원지기를 뽑아 올렸다.

 진원지기는 생명의 원정(原精). 이것이 다 빠져나가면 자신은 죽는다. 하지만 지금은 살려야 한다.

 운혜 대신 죽을 수 있다면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좋다.

 진원지기를 양손으로 가져간다. 그리고 운혜의 몸에 넣고 양기를 자극한다.

 현무 진인이 이를 악물었다. 수염이 파르르 떨렸다.

 “쿨럭!”

 현무 진인은 결국 참지 못하고 검은 피를 뱉어냈다. 하지만 운혜의 몸에서 팔을 뗄 수는 없었다. 음기가 끊임없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때였다.

 어떻게 알았는지 현평 진인이 작은 동굴에 도착했다.

 “사제!”

 달려오던 현평 진인이 신음성을 내뱉었다. 얼어붙어 가는 운혜의 손가락을 본 탓이다.

 현평 진인이 입을 일(一) 자로 굳게 다물었다.

 ‘허어, 음기가.......’

 현평 진인이 오는 것도 모르는 현무 진인은 진원지기가 고갈되어 가는 것을 느꼈다. 눈에서 눈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운혜는 이렇게 죽어서는 안 됐다. 운혜는 자신의 제자였다. 운혜는 이렇게 죽어서는 안 됐다.

 “운혜야, 너 안 죽어!”

 현무 진인은 왼손으로 음기가 침투해 들어오려 한다는 것을 느꼈다. 이를 악문 현무 진인이 왼손으로 진원지기를 모았다.

 겨우 음기를 막아낸 현무 진인이 마음을 돌릴 찰나였다.

 갑자기 오른손으로 음기가 침투해 들어왔다. 서둘러 진원지기를 오른손으로 보내보았지만 음기가 쏟아져 들어오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

 현무 진인이 양손을 떼었다. 그리고는 옆에 놓인 송문고검을 들어 오른팔을 잘랐다.

 현평 진인이 비명을 질렀다.

 “사제!”

 “크윽!”

 한 번에 다 잘리지 않았다. 현무 진인이 다시 검을 들어 베자 그때야 자른 팔이 떨어졌다.

 현평 진인이 외쳤다.

 “이제 그만 하게!”

 “시끄러워!”

 현평 진인의 말소리를 듣고 현무 진인이 외쳤다. 그리고는 왼팔로 오른팔을 점혈했다. 피가 조금씩 멎었다.

 “집착하는 것은 도가 아닐세[執着不道]!”

 현평 진인이 비명처럼 외쳤다.

 현무 진인의 수염은 피로 점점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아랑곳 않고 현무 진인이 말했다.

 “그런 거 안 믿어!”

 현평 진인이 깜짝 놀라 현무 진인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배워온 모든 것을 믿지 않겠다고 말한 현무 진인의 눈에는 눈물이 배어 있었다.

 이순 ―육십세―을 바라보건만 아직 젊은 현무 진인이었다. 이제 다 늙었다고 생각했거늘 아직 혈기가 남아 있는가 보다.

 “그런 거... 안 믿어.......”

 “그만 하게! 그러다 사제가 죽겠네!”

 현평 진인이 비명처럼 외쳤다.

 하지만 현무 진인은 조용히 중얼거리며 남은 한 팔을 들어 운혜에게 가져갔다.

 “사형, 얘는 내 제자야! 내가 살려야 돼!”

 “그럼 내가 하겠네!”

 현평 진인이 몸을 날려 운혜에게로 달려갔다. 하지만 현무 진인은 핏발 선 눈으로 현평 진인을 바라보았다.

 “가까이 오지 마, 사형!”

 “내가 하겠네!”

 현평 진인이 아랑곳 않고 달려들었다.

 현무 진인은 남은 왼팔로 재빨리 근처에 있는 송문고검을 들어올렸다. 그리고선 광기 어린 눈으로 현평 진인을 노려보았다.

 현평 진인은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도를 이루어 세속의 이치에 초월하지는 못했다지만 도가의 장문인으로서 세속의 명리와 정을 초월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니 모두 헛것이었다. 어릴 때 자신에게 어리광을 부리던 사제가 예전의 그 말투로 돌아가서 중얼거리는 말을 들으니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가까이 오지 마!”

 현평 진인이 차마 가까이 오지 못하는 것을 확인한 현무 진인이 검을 바닥에 버렸다.

 “내가 해야 돼. 내 제자야.”

 현무 진인은 다시 남은 한 팔을 들어 운혜의 등 뒤로 가져갔다. 남아 있는 진원지기도 얼마 되지 않았지만 현무 진인은 모든 잠력을 끌어올렸다.

 운혜는 자신의 제자이다.

 강호에 피바람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르는 제자다.

 하지만 자신에게 풀각시를 만들어준 제자다.

 어릴 적에는 자신의 볼에 쪽 하고 입을 가져다 대주었던 제자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달라고 징징대며 울던 제자다.

 언젠가는 운풍 사형이 좋아졌다고 수줍게 고백하던 아이다.

 아니, 어쩌면 운혜는 그냥 제자가 아닌지도 모른다.

 운혜는 자신이 마음으로 낳은 딸이다.

 ‘운혜야, 너 안 죽는다. 너 안 죽어!’

 현무 진인이 진원지기를 모두 뽑아 올렸다. 현기증이 일었다. 음기가 왼팔마저 잠식해 들어갔다.

 하지만 손을 뗄 수 없었다. 손을 떼면 운혜는 죽는다.

 ‘운혜야... 너... 죽지 않아.’

 현무 진인이 속으로 중얼거리며 진기를 움직였다.

 아직 한 줌의 진원지기가 남았건만 음기에 잠식당한 팔은 어느새 모든 혈이 막혀 있었다.

 ‘운혜야.......’

 음기에 잠식당해 꽁꽁 얼어버린 팔이 파삭 하고 부서졌다.

 팔꿈치 아래가 허전해졌다. 마치 얼음을 바닥에 내동댕이치듯 팔이 그렇게 부서져 버렸다.

 양팔을 모두 잃고 진원지기까지 뽑아 올린 현무 진인이 바닥으로 무너졌다. 팔을 잃어 균형 감각을 잃은 탓이다.

 현무 진인은 이마로 땅을 밀어내며 일어서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헛수고였는지 몸은 자꾸 넘어져만 갔다.

 현무 진인이 운혜를 바라보았다. 운혜의 몸이 얼어가고 있었다.

 현무 진인이 이마로 땅을 찧으며 통곡했다.

 “으흐흑, 으흑, 으흐흐흑... 운혜야... 으흐흑.......”

 “사제!”

 도저히 보고 있을 수 없게 된 현평 진인이 달려들었다. 운혜가 현무 사제의 딸이라면 현무 사제는 자신의 동생이었다.

 스물넷에 처음 현무 사제를 봤을 때부터 왠지 모르게 가슴이 아렸다. 나이 많은 사부보다 사형이 좋다고 매일 달려들던 사제였다.

 이대로 놔둘 수 없다.

 현평 진인은 현무 진인의 등에 손을 대고 내기를 불어넣었다. 몸 안을 살펴보니 조금의 진원지기도 없다.

 현평 진인의 눈에 드디어 습막이 차 올랐다. 조금의 내기가 들어오자 현무 진인이 다시 바르작거렸다.

 팔도 없는 몸으로 현무 진인은 운혜에게 다가가기 위해 버둥거리고 있었다.

 “사제! 사제! 사제!”

 “운혜야... 운혜야... 으흑, 운혜야.......”

 현무 진인이 운혜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노력이 큰 효과를 보지 못했는지 운혜의 몸은 점점 더 싸늘히 식어가고 있었다.

 현무 진인은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사형이 뭐라고 말하는 듯했지만 귀에 들리지 않는다.

 현무 진인은 서서히 무너져 가며 운혜를 바라보았다.

 ‘운혜야... 죽지 마.......’

 현무 진인의 눈이 감겼다. 운혜가 더 보이지 않았다.

 

 ***

 

 청명은 운검과 함께 무당의 상공을 떠돌고 있었다. 별이 땅으로 쏟아질 듯 빛나고 있었다. 청명은 입을 헤 벌리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아......!”

 청명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은 별을 보며 허공을 떠돌던 청명의 눈이 이번엔 땅을 향했다.

 ‘인간지도.......’

 청명은 내심 중얼거리며 운검을 휘돌려 방향을 바꾸었다. 인간지도를 생각하면 답답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

 스스로 그러함의 이치를 알고 또 그것이 자신과 다르지 않음을 알았지만 원시천존께서는 인간의 도를 배우고 오라 하시고는 선계에 들지 못하게 하셨다.

 도대체 인간의 도는 어디서 구해야 한단 말인가!

 청명의 얼굴이 조금씩 시무룩해졌다. 본시 인간이 스스로의 뜻대로 살기 시작하면 인위가 생기고 인위가 생기면 도가 사라진다.

 하지만 원시천존께서는 도리어 그 속에 도가 있다 하셨으니 그야말로 모를 일이 아닌가.

 그 도가 무엇인지 알려면 아마 자신은 인간 속에서 인연을 지으며 제법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할 터이다.

 ‘인연, 인연이라.......’

 청명은 싱긋 웃으며 자신의 인연을 떠올렸다. 선계에 오름으로써 끊어졌던 인연은 하계로 내려오며 다시 이어졌다.

 그리고 그 인연 중에는 운혜 사손이 있었다.

 청명은 미소를 지으며 호흡을 크게 들이마셨다.

 “후우!”

 미소를 짓던 청명의 얼굴에 갑자기 이상한 표정이 떠올랐다. 천기의 흐름이 조금씩 어그러지고 있었다.

 인연의 흐름이 바뀌어가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운혜가 죽어가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어이쿠, 운혜 사손이 죽는다!’

 청명이 재빨리 검을 움직여 천주봉으로 향했다.

 음기가 천주봉을 휘감고 있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조금 으슬으슬해졌다고 생각하겠지만 음기는 천주봉 전체를 휘감고 있었다.

 청명이 마음을 보내어 검을 움직이자 주변 환경이 재빠르게 뒤로 넘어갔다.

 ‘운검아! 빨리 가야 돼! 운혜 사손이랑... 현무 사질도 위험해!’

 청명의 마음이 다급해졌다. 그에 따라 검의 속도도 빨라졌다.

 어느새 작은 동굴까지 도착한 청명은 장문인이 현무 사질을 안고 통곡하는 소리를 들었다.

 “사제! 사제! 현무야!”

 동굴 위에서 검이 맴돌았다. 다급히 청명이 검에서 뛰어내렸다.

 마음이 급해 착지를 제대로 못했는지 제법 큰 소리가 울려 퍼지며 청명이 엉덩방아를 찧었다.

 “어이쿠!”

 “사백!”

 청명을 발견한 현평 진인이 비명처럼 외쳤다. 서둘러 사제를 살려야 한다. 이러다가 정말 사제가 죽게 생겼다.

 사백께서는 신선이시니 어떻게든 사제를 살려줄 것이다.

 “사백! 사제를 살려주십시오!”

 “장문 사질! 으앗! 현무 사질!”

 청명이 현평 진인의 품에 안겨 있는 현무 진인을 보고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현평 진인의 마음이 급해졌다.

 “빨리 구해주십시오! 이러다가 현무 사제가 죽습니다!”

 “저, 저... 저는.......”

 청명이 당황한 듯 울상을 지었다. 자신은 그런 걸 할 줄 몰랐다.

 아플 때는 약초를 먹거나 스승님께 배운 연단법으로 약을 지어 먹으면 되지만 지금은 약재를 구할 도구도 없다. 그리고 또 현무 사질의 상처는 너무 징그러웠다.

 두 번째 문제야 눈을 감고 치료하면 된다지만 치료하려면 자연지기를 이용해야 한다.

 ‘그건 평범한 일이 아닌데.......’

 호풍환우를 했을 때 황우 사손이 그것은 평범한 일이 아니라고 했으니 자신은 그 일을 할 수 없다.

 하지만 하지 않았다가는 현무 사질이 죽게 생겼다.

 “서둘러 주십시오! 장문인의 명입니다! 빨리!”

 마음이 급해진 현평 진인이 소리를 질렀다. 평생 닦은 도가 모두 헛것이었다.

 정에 이끌려 도를 버렸으니 이제 자신은 도인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청명이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인상을 찌푸리며 잠깐 고민하더니 동굴 입구로 도도도 달려가 하늘을 보고 말했다.

 “원시천존님! 한 번만 더할게요!”

 도대체 뭘 한다는 소릴까?

 하늘을 잠시 보던 청명은 번개가 내리치거나 하늘에 먹구름이 끼지 않자 원시천존이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었다고 생각하고는 서둘러 현무 진인에게 달려갔다.

 현무 진인의 앞에 선 청명이 잠시 눈을 감고 현무 진인의 팔꿈치로 손을 가져갔다.

 아무 일도 없었다.

 천지 조화도 없고 손에서 빛이 나거나 뭔가 특별한 일이 벌어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운혜의 음기에 침식당했던 팔꿈치가 서서히 녹아가고 있었다.

 마침내 청명이 손을 뗐을 때는 상처가 모두 아물어 있었다.

 다시 오른쪽 어깨로 손을 가져간 청명이 손을 뗐을 때 역시 팔이 떨어지고 피가 철철 나던 어깨가 모두 아물어 있었다.

 청명이 잠시 현무 진인의 이마를 어루만졌다. 현무 진인의 숨소리가 훨씬 고르게 변했다.

 이 모든 것을 바라보던 현평 진인이 놀란 눈으로 청명을 바라보았다. 사백께서 신선이라더니 정말 그랬구나! 처음으로 기적과도 같은 광경을 본 현무 진인이었다.

 하지만 곧 사제에게로 눈을 가져갔다. 다시 눈에 습막이 차 올랐다.

 “이놈아... 어쩌자고.......”

 현평 진인이 현무 진인의 잘려진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잠시 뒤 현평 진인이 흐느끼기 시작했다.

 현평 진인의 흐느낌을 들으며 청명은 이번엔 운혜를 바라보았다. 운혜 사손이 또 잠에 들었으니 깨워줘야 한다.

 운혜 사손이 있는 곳은 항시 추우니 괜찮지만 운혜 사손의 몸까지 얼었다가는 운혜 사손은 죽고 만다.

 청명이 운혜에게 걸어갔다. 서서히 음기가 가라앉았다.

 손목까지 얼었던 운혜의 몸이 서서히 녹아갔다.

 청명이 완전히 운혜의 앞까지 걸어가자 이제는 거의 보통 사람처럼 보이는 운혜였다.

 청명이 운혜에게 말했다.

 “왜 깨어나지 않지요, 운혜 사손?”

 현평 진인이 흐느끼다 말고 놀라 청명을 바라보았다. 저 말이 맞다면 운혜는 정신을 차렸으면서도 일부러 깨어나지 않았다는 소리다.

 사제가 이렇게나 몸을 망쳤는데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게 무슨 소립니까?”

 청명이 다시 말했다.

 “운혜 사손, 안 들려요?”

 “사백!”

 현평 진인이 청명을 바라보며 외쳤다.

 청명은 심각한 얼굴로 고민하고 있었다. 대답이 없는 것을 보니 아무 소리도 못 듣나 보다. 하지만 지금 운혜 사손을 깨우지 않으면 운혜 사손은 죽는다. 깨우려면 마음을 읽는 수밖에는 없을 듯하다.

 “어떻게 하지? 안 들리는 것 같은데....... 아아, 운혜 사손이 마음은 읽지 말라고 했는데.”

 현평 진인이 답답한 듯 인상을 찌푸리고 말했다.

 “그게 뭐든 얼른 하십시오!”

 운혜가 곱게 보이지 않는 현평 진인이었다.

 만약 정신을 차렸는데도 현무 사제의 몸이 이 모양이 될 때까지 부러 깨어나지 않은 거라면 운혜를 용서할 수 없다.

 만약 그렇다면 자신은 그동안 헛된 일을 한 것이다. 운혜는 차라리 죽었어야 할 인물이다.

 청명이 잠시 현평 진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운혜 사손이 화를 내거든 장문 사질이 시켜서 했다고 말하면 그만이다.

 실제로 그런 것이니 거리낌이 없다.

 청명이 운혜에게 마음을 보냈다.

 [운혜 사손, 왜 깨어나지 않지요?]

 청명이 운혜의 마음속으로 파고들어 갔다. 복잡한 운혜의 심사가 고스란히 청명에게로 전해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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