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연재 > 무협물
우화등선
작가 : 촌부
작품등록일 : 201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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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 화
작성일 : 16-07-08     조회 : 679     추천 : 0     분량 : 7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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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밖은 여전히 소란스러웠다.

 아직 식전인데다가 오전 일과도 치르지 않았으니 마땅히 금언(禁言)해야 될 텐데 오늘의 일로 모두들 흥분한 모양이었다.

 “운형 사백, 역시... 본 파의 기인이 맞겠지요?”

 “그런 것 같다. 학을 타고 나타나서 삼보를 들이밀며 자신이 십육대 전인이라고 말하는데 거짓일 리가 있겠느냐!”

 “으하하핫! 그럼 이번에 우리 무당파가 다시 한 번 이름을 날리겠군요?”

 황우자가 신나게 웃었다.

 황우자의 아버지는 사천의 거부로서 그 넘치는 재력으로 자신의 모든 아들을 명문에 입문시켰다.

 장남은 무당파, 차남은 화산파, 막내는 점창파에 입문했는데 실제로 출가한 건 장남인 황우자뿐이었다.

 출가를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속세의 인연이 남은 탓에 가끔 형제들과 만나게 되는데 만나기만 하면 누구의 사문이 최고인지 늘상 치고받게 되었다.

 게다가 삼 년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독주였건만 어느샌가 화산파 출신의 동생이 영약 쪼가리를 처먹고서는 맞먹고 있다.

 하지만 이제 확실하게 굳히기 한 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역시 화산쯤은 아무것도 아니었어. 진짜 신선이 예 있는데 감히 어딜.”

 “이놈, 황우야! 그리 경박하게 말하다니! 도를 공부하는 처지에 다름이 어디 있겠느냐?”

 “...사숙도 화산을 그리 달가워하지는 않잖아요?”

 “음, 그야 그렇지만.......”

 운형자도 사문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당연히 화산보다야 무당이 낫다. 암, 그렇고말고.

 단순한 운형자는 기분이 좋아졌다.

 “역시 진짜 신선이 탄생하다니! 우리 무당파가 최고로구나!”

 “그렇지요? 으하하핫!”

 두 사질이 잔뜩 흥이 나 크게 웃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던 운혜가 말했다.

 “화산이 좋을지도.......”

 “뭐라고요?! 사저는 어찌 그리 말하는 겁니까?”

 “그래요! 도고께서는 너무하십니다!”

 서른 줄에 다다른 운형자와 이십 줄에 다다른 황우자가 동시에 눈에 불을 켰다.

 하지만 운혜는 여전히 멍한 표정이었다. 잠에서 너무 급박하게 깼나? 다시 졸음이 온다.

 “거기는 바보들이 없잖아!”

 “.......”

 운혜는 한마디로 두 사질을 침묵시키고는 졸음을 쫓으며 아까의 사조(?)를 생각했다.

 ‘어려 보이는데... 많아봐야 내 또래? 음, 뭐, 상관없겠지. 성격이 사부님 같지만 않다면야. 그보다 요즘 들어 잠이 늘었네? 시시때때로 자고 싶어. 아, 졸려.’

 운혜가 입을 막고 몸을 돌리고는 하품을 했다. 동료 도사들에게 입 안을 보이는 건 규율에 어긋난다.

 ‘잘까... 말까.......’

 운혜는 모처럼 규율을 어기고 농땡이를 치기로 했다.

 ‘그냥 자버리지, 뭐.’

 운혜는 몰래 숨어 숙면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우진궁 뒤에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고는 우진궁으로 쭐래쭐래 걸어가기 시작했다.

 

 ***

 

 청명은 장문인의 끝없는 질문에 시달려야 했다.

 도첩을 놓고 과거의 사승 관계를 조사하면서 그에게 이것저것 캐묻기 시작한 것이다.

 때문에 청명은 열두 살 이후로는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기억해 내야 했다.

 그런 조사가 끝나고 나자 이번에는 깨달음을 시험하기라도 하듯 경전의 이곳저곳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청명은 구십 년 전부터 펴본 일이 없는 경전의 내용을 기억해 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잊어버린 구절이 더 많았다.

 현평 진인은 잠시 청명을 의심하는 눈초리로 바라보았으나 뒤에 나눈 대화로 청명을 완전히 믿게 되었다.

 “도가 무엇입니까?”

 “...모르겠어요.”

 어째서일까? 현평 진인은 이 허탈한 대답을 듣고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도첩에 적힌 일현 진인의 글을 청명에게 보여주었다.

 그곳에는 ‘도를 모르겠다[不知道]’라고 쓰여 있었다. 사부의 대답이 그대로 제자에게 이어진 꼴이니 재미가 있을 만도 했다.

 곧 현평 진인이 말했다.

 “저의 스승님이 며칠 전 저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답니다.”

 “뭔데요?”

 현평 진인이 사부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말했다.

 “‘며칠 내로 문파에 좋은 일이 생길 것인데 그 복을 가져온 사람에게 도가 무엇이냐고 물어보거라’라고 하셨지요.”

 “아, 네. 그렇군요.”

 “모른다고 대답하거든 너보다 훨씬 지체 높은 사람이니 머리도 들지 말고 공경하라고 하셨습니다.”

 “아, 그렇군요.”

 이런저런 경전의 이야기도 지루했고 옛날에나 알던 사람들을 기억해 내라는 장문인의 압박에 지쳐 가던 청명은 건성건성 대답하고 있었다.

 장문인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던 청명이 물었다.

 “어... 누구한테 공경해야 되는데요?”

 현평 진인이 미소를 지었다.

 “사숙... 아니, 사백 말씀입니다. 누가 뭐래도 신선이시니까요.”

 현평 진인이 서둘러 말을 고쳤다. 사부님보다 배분이 높으니 엄연히 사백이라고 불러야 한다.

 곰곰이 머리를 굴리다 그제야 앞에 나눈 대화들을 기억해 낸 청명이 쑥스러운 듯이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는 뭔가가 생각난 듯 머리를 탁 쳤다.

 “아! 혹시 스승님의 도명이 청허이신가요?”

 “예. 제 사부님께서 청허 진인이십니다.”

 “잘됐다!”

 “예?”

 현평 진인이 의아한 듯 청명을 바라보았다.

 “제가 전할 말이 있었거든요. 선계에서 얼른 올라오라는 전언을 보냈어요. 청허 진인에게요. 늦장이 심하다고도 하셨어요.”

 “.......”

 스승께서도 도를 깨달으셨구나.

 현평 진인은 자부심을 느끼며 미소 지었다. 하지만 곧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그 말을 직접 전했다간 ‘날더러 빨리 죽으라는 것이냐!’ 하고 호통 치실 것이 뻔했다.

 “...직접 전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곧 제가 안내해 드리지요.”

 “네.”

 장문인과의 대화는 곧 운혜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한 가지 여쭈어도 될까요?”

 “물론이지요. 사백께서는 언제든지 하문하셔도 된답니다.”

 “제가 학이랑 하늘에 떠 있을 때 본 건데요, 밑에서 싸우던 사람들이 있잖아요, 도명이 어떻게 돼요?”

 현평 진인이 인상을 찡그렸다.

 “제 사제인 현무... 자와 그 제자인 운혜입니다.”

 하마터면 현무 진인이라고 말할 뻔했다. 본시 배분상 어른의 앞에서는 진인의 칭호를 잘 붙이지 않는다.

 장문인의 말을 들은 청명이 고개를 갸웃했다.

 “늙은 쪽이 현무자인가요?”

 “예.”

 “그럼 저는 운혜 사손과 인연이 있군요.”

 현평 진인이 깜짝 놀란 듯 청명을 바라보았다.

 운혜라면 앞으로 열릴 많은 일들의 열쇠를 쥐고 있는 아이다.

 당금 무림의 제일 기밀이라 할 만한데 신선이 확실한 사백께서는 무슨 연유로 그 아일 찾을까? 그것도 인연이 있다고 말하니 꼭 부부 관계를 말하는 듯하다.

 “인연이라 하심은?”

 “네, 같이 살아야 돼요.”

 “.......”

 신선이 혼인도 하던가? 아니, 그보다 운혜는 도사란 말이다. 그리고 그 아이는.......

 현평 진인이 무례를 무릅쓰고 물어보았다.

 “저... 혼인이라도 할 계획이신가요?”

 말하고도 민망하기 짝이 없다. 신선에게 이런 질문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래도 당금 강호에서 그 아이의 역할을 생각해 보면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다.

 혼인이란 말에 청명은 얼굴을 붉혔다.

 “아니요. 혼인이라니요. 저는 그런 말이 아니었는걸요.”

 “그럼......?”

 “잠시 인간 세상을 돌아다닐 텐데 같이 돌아다닐 인연이라서요.”

 현평 진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 아이는 함부로 무당 밖을 나갈 수 없다. 한데 세상을 돌아다닐 인연이라니....... 현평 진인은 일단 말을 돌리기로 했다.

 “무당을 떠나신다구요?”

 “예.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보러 갈 거예요.”

 “언제쯤으로... 계획하고 계신지요?”

 현평 진인이 말했다.

 그 질문에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전혀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던 청명이 이마를 찌푸리며 끙끙댔다.

 “그, 글쎄요....... 언제 떠나지요? 언제 가야 될지 모르겠어요.”

 “아직 계획하신 바가 없다면 잠시 무당에 머물다 가시지요. 상청궁(上淸宮)에는 깨달음을 얻으신 분들이 많으니 말상대가 부족하지는 않을 겝니다.”

 청명이 잠시 생각에 빠져들었다. 청허 진인에게 말을 전하라는 스승의 배려를 생각해서라도 잠시간은 무당에 머무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지엄하신 원시천존의 명이 있으니 금방 떠나야 할 것도 같다.

 청명의 상념을 뚫고 현평 진인이 말했다.

 “...그리고 며칠 내에 총회합이 있을 예정입니다. 사백께서는 본 파의 장로 배분이시니 참석하시어야 합니다.”

 청명은 마음을 정했다. 총회합이 뭔지는 모르지만 그 이후에 떠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아, 그렇군요. 그런데 총회합이 뭔가요?”

 “현 자 배분 이상의 진인들은 모두 참석하는 문파의 최고 회의입니다. 문의 가장 큰 중대사는 그곳에서 결정되는 바가 많지요. 특히 이번에는 사백을 소개시켜 드리는 자리가 되기도 할 겝니다.”

 청명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소개요?”

 “오랜만에 본산에 내려오신 것이니 제자들에게 가르침을 주셔야지요.”

 한마디로 밖에서 서로 몰라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소리다. 얼굴은 당연지사 익혀두어야 하는 법이다.

 그런 이치들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백께 설명해 주자 그제야 청명이 ‘알았어요’ 하고 웃는다.

 이제 청명뿐 아니라 현평 진인 역시 피로를 느꼈다.

 도첩을 뒤져 보느라 피곤했던 탓도 있지만 오늘의 일이 적잖이 충격이었던 것이다. 사실 이처럼 피곤해 본 것도 몇 년 만인지 모른다.

 “저, 이제 밤이 깊었으니 사백께서는 쉬시지요.”

 “네!”

 여태껏 차분차분 대답하던 청명이 쉬라는 말에 신이 난 듯 대답했다.

 그동안 청명의 눈에 지루한 기색이 역력했던 것을 생각하며 현평 진인이 쓴웃음을 지었다. 표정 하나하나가 저리 솔직하니 이제껏 붙잡은 자신이 민망해진다.

 “운풍은 거기 있느냐?”

 현평 진인이 태화궁 밖을 바라보며 외쳤다.

 “예, 제자 여기 있습니다.”

 “사백께서 쉬실 자리를 안내해 드려라. 본 파의 어른이시니 마땅히 상청궁(上淸宮)으로 안내해 드려야 할 것이다.”

 “제자가 명을 받듭니다.”

 현평 진인이 청명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쉬시지요. 제자가 자리를 안내해 드릴 겁니다.”

 “네, 그럼 내일 뵈요.”

 “.......”

 청명이 ‘드디어 탈출이다’라는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청명이 읍하고 방을 빠져나가자 현평 진인은 태화궁 밖을 바라보았다.

 “허허헛, 당대에 신선을 뵈었으니 나도 복이 꽤 많구나.”

 오늘의 일은 정말 신비로웠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복잡한 면도 있어 심기를 몽땅 소진해 버린 느낌이다.

 오늘은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이전에 일이 있다.

 “밖에 사제가 서 있으렷다!”

 현평 진인이 다시 밖을 바라보며 외쳤다.

 곧이어 죽을상을 한 현무 진인이 쭈뼛거리며 걸어 들어왔다. 나이는 먹을 대로 먹은 노인이 하는 행동은 마치 벌 받기 싫어하는 꼬마 같다.

 “운혜는 어디다 두고 자네만 오는가?”

 냉엄한 목소리로 현평 진인이 말했다. 현무 진인이 여전히 쭈뼛거리며 말했다.

 “아, 운혜 고것이 오전부터 아예 안 보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여기저기 샅샅이 뒤졌거든요? 근데도 안 보여서.......”

 “뭐라?! 그래서 아직 운혜를 못 찾았단 말인가?!”

 현평 진인이 다급하게 말했다. 설마 무당에 누군가가 침입하기라도 한 것일까? 그래서 운혜를.......

 현평 진인이 침음성을 흘리며 말했다.

 “음, 청검대(靑劍隊)를 소집하게. 운혜를.......”

 현평 진인의 말을 끊고 현무 진인이 말했다.

 “아이구, 사형.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아까 운형이 말하기를 우진궁 뒤 죽림에서 자고 있을 거랍디다. 그래서 가봤는데 역시 거기서 자고 있더군요.”

 “으음.......”

 현평 진인은 운혜의 소재를 파악했으니 잘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더 생각해 보니 잠을 자고 있단다.

 “오전부터 지금까지 자고 있단 말인가?”

 “예, 장문 사형. 계속 잠만 잔 듯합니다.”

 “그렇다면.......”

 “.......”

 현무 진인은 현평 진인의 상념에 찬 모습을 바라보며 어두운 얼굴이 되었다. 현평 진인의 심사를 익히 짐작하는 탓이다.

 잠시 침묵하던 현평 진인이 더 생각할 것이 있다는 듯 아무 말 없이 손을 내저어 축객령을 내렸다. 그러자 현무 진인이 자리를 비켜주었다.

 침묵이 깊어가는 태화궁 위로 별이 빛났다.

 

 ***

 

 운혜가 다시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청명이 태화궁을 나선 지 한 시진이나 지난 후였다. 밤이 깊을 때까지 잠을 잔 것이다.

 운혜는 크게 하품을 했다.

 “으하아암― 무진장 잤잖아? 아아, 잠은 잘수록 늘어난다더니 또 자고 싶네.”

 운혜는 우진궁 뒤편에 있는 죽림에 누워 있었다. 산의 차가운 기후 덕분에 몸이 싸늘히 식어 있었지만 운혜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운혜가 일어난 자리는 살짝 얼어 서리가 앉아 있었다.

 사람이 누워 있던 땅에 서리가 앉아 있다니!

 본래라면 체온 때문에 언 땅도 녹아 있어야 할 터이다. 하지만 운혜는 잠에서 갓 깨어난 탓인지 별반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다.

 “아아, 졸려!”

 “많이 졸려요?”

 운혜가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뒤에서는 학을 타고 내려왔던 소년이 운혜를 보고 웃고 있었다.

 “아, 사조님.......”

 “많이 졸려요? 아까부터 쭉 잤죠?”

 “아, 네. 너무 졸려서.......”

 운혜는 당황했다. 사조께서 이렇게 갑자기 나타날 줄은 몰랐다. 어머, 그러고 보니 예를 갖추지도 않았다.

 “무당파 십팔대 전인 운혜가 사조님을 뵙습니다.”

 “아, 네. 무당파 십육대 전인 청명이 사손을 뵙습니다.”

 “.......”

 청명이 운혜의 말을 그대로 따라했다. 운혜는 사조님께서 자신을 놀린다고 생각했다. 배분이 높은 어른이 어린 제자에게 저런 식으로 소개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

 “놀리지 마세요. 졸립다구요.”

 운혜가 조금은 어색한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청명은 청명 나름대로 당혹 속에 빠져 있는 중이었다.

 ‘어, 어... 인사하는 걸 몰라서 그대로 따라했는데 이게 아닌 모양이다.’

 당황한 청명이 버벅대자 운혜가 피식 웃었다.

 “그렇게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돼요. 저희 사부님은 더한 장난도 하시는걸요.”

 운혜는 청명이 장난을 쳐놓고는 미안해서 저렇게 당황한 것으로 착각했다. 청명은 그 오해를 깨주고 싶었으나 능력이 안 됐다.

 “아, 저... 제가 인사하는 걸 잘 몰라서.......”

 “더는 놀리지 마세요.”

 “.......”

 청명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놀린 것이 아닌데 자꾸 놀린다고 한다. 왠지 서운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청명은 곧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운혜가 말했다.

 “저, 근데... 여기는 어쩐 일이세요?”

 청명이 멋쩍게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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