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연재 > 무협물
우화등선
작가 : 촌부
작품등록일 : 201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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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 화
작성일 : 16-07-08     조회 : 676     추천 : 0     분량 : 7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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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풍자를 따라 상청궁에 도착했을 때는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장문인과 있을 때는 지루하고 피곤하더니 장문인과 헤어지자마자 피곤이 달아나 버리는 것을 느낀 청명은 할 일도 없고 심심해져 상청궁의 노도인들과 대화를 하려 했다.

 하지만 노인들이라 그럴까? 잠이 깊게 든 노도인들이 깨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혼자 가만히 앉아 있어야 했던 청명은 심심함에 몸부림치다 도관들을 구경하기로 결심하고는 이곳저곳을 떠돌았다. 그러다 마침내 우진궁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그냥... 어쩌다가 오게 됐어요.”

 운혜는 잠시 이상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곧이어 상관없다는 듯 말했다.

 “아, 그럼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운혜가 공손히 읍하고 사라지려고 하자 청명의 마음이 다급해졌다.

 “잠깐만요!”

 운혜가 걸어가다 말고 몸을 돌려 의아한 듯 청명을 바라보았다.

 “저랑 더 있으면 안 돼요? 심심한데.”

 “심심하시다니요?”

 “헤헤, 사실 저는 열두 살 이후로 사람을 만난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오랜만에 사람을 만나니까 좋아서요.”

 그랬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장문인과의 대화도 나쁘지 않았다.

 오랜만에 사람과 대화하니 기뻤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오전의 소동을 생각하면 역시 장문인과의 대화는 지루한 축에 속했다.

 운혜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열두 살이요?”

 “네. 저는 일곱 살 때 사부님을 따라 산중 수련을 떠났다가 등선할 때까지 거기서 살았어요.”

 “어머! 그럼 뭘 먹구요?”

 “벽곡단을 먹다가 다 떨어져서 쑥이랑 물이랑 약초들이랑... 뭐... 그런 것만 먹었어요. 고기도 먹어본 적이 없는걸요, 뭐.”

 청명이 쑥스러운 듯이 웃었다.

 ‘과연 신선이라더니 어릴 적부터 속세와 떨어진 생활을 해왔구나.’

 운혜는 갑자기 청명이 불쌍해 보였다. 자신은 몇몇 사질과 숨어 뱀을 고아먹는 것이 취미였다.

 사부님께 걸린 적도 많았지만 사부님은 그 모습을 보고 빼앗아 먹기에 바빴기 때문에 죄책감은 없었다. 그 맛있는 고기를 한 번도 먹지 못했다니.......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스승님께서 파랑 마늘을 좀 길러두셨거든요. 그래서 파랑 마늘은 매일매일 먹었어요.”

 청명이 은근한 어조로 말했다. 도문에서는 향채인 파와 마늘 등 향이 진한 채소를 금하고 있는데 그것을 매일 어겼다고 고백하는 것이다.

 운혜는 그 이야기를 듣게 되자 청명이 더 불쌍해 보였다. 자신은 파를 곁들인 멧돼지 구이를 먹어본 적도 있었다.

 “저... 저도... 가끔 파를 먹어본 적이 있어요.......”

 청명이 헤헤 하고 웃었다.

 “장문인께 걸리면 혼나지요? 저는 사부님이 열두 살 때 등선해 버려서 혼낼 사람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매일매일 먹었는데.......”

 운혜가 보기엔 정말 헛된 자랑을 하는 청명이었다.

 나는 혼나지 않고 그것을 먹었다고 자랑하는 것이 아이와 같은 치기인데다가 그 수준 차이가 워낙 크게 나는 것이다.

 운혜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청명은 계속 조잘조잘댔다.

 “하지만 말할 사람이 없어서 좀 심심하긴 했어요. 그럴 때는 어떻게 하는지 아세요? 나무를 바라보며 이름을 붙인 다음 말을 걸어보기도 하고, 아니면 벌레를 잡아서 이름을 붙여서 대화해 보기도 하고....... 대답이 없어서 재미없지만요.”

 청명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가장 친한 소나무의 이름은 송학이라느니 송학의 몸에서 버섯이 자라 몹시 아파 보이기에 자신이 그걸 떼줬다느니, 가장 친한 귀뚜라미가 있었는데 그 귀뚜라미는 일 년도 못 살고 죽어버려 삼 일씩이나 울었다느니 하는 잡다한 이야기였다.

 운혜는 홀로 산에 살았을 청명을 생각해 보았다. 친구가 없어 나무에 이름을 붙였을 것이고 벌레를 잡아 키우면서 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혼낼 사람도 없는데 규율을 어긴다는 짜릿함에 파를 길러 먹었을 것이고, 정히 심심할 때는 재미없는 경전을 읽으며 생각에 잠겼을 것이다.

 열두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부모형제 없이, 심지어 사부도 없이 홀로 살았다는 사실에 운혜는 괜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저... 저는.......”

 “그래도요, 사부님이 재미있는 놀이를 가르쳐 줘서 괜찮았어요.”

 “그게 뭔가요?”

 운혜가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청명이 돌을 들어 바닥에 놓고 검지와 엄지로 그것을 퉁긴 다음 돌이 놓여 있던 자리부터 굴러간 자리까지 선을 죽 그었다.

 “이렇게 한 다음에 요렇게 해서요, 세 번 만에 삼각형을 만들면 되는 놀이예요. 저는 지금도 이것만 하면 심심하지 않아요.”

 운혜가 여섯 살 때 졸업한 땅따먹기 놀이를 즐겁게 시연해 보이는 청명이었다.

 운혜는 웬일인지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자신이 감상적이 되었다는 생각에 운혜는 미소를 지었다.

 “사조님, 같이 하실래요?”

 “네? 어떻게요?”

 “제가 세 번을 하고 사조님이 세 번을 해서 누가 더 큰 땅을 만드는지 시합하는 거지요.”

 “네?”

 청명은 쉽사리 이해를 못했지만 운혜가 몇 번 더 설명을 해주자 금방 놀이 방법을 깨달았다.

 곧이어 둘의 경쟁이 이어졌다.

 “운혜 사손, 그건 반칙이에요! 분명히 선이 다 이어지지 않았다구요!”

 “어떻게요! 분명히 저 선까지 돌이 굴러갔잖아요!”

 “아니에요! 돌이 선에서 새끼 손톱만큼이나 떨어져 있는데 자꾸 거짓말하실래요? 이번엔 운혜 사손은 삼각형을 만들지 못했다구요!”

 “시끄러워요! 내가 이겼어요! 오호홋!”

 웬일인지 치사해진 운혜였다. 운혜는 몰래 손가락으로 돌을 밀어 선까지 닿게 했던 것이다.

 그리고 마구 우기는데 마음이 상쾌한 것이 웃음이 절로 나왔다.

 청명은 분한 마음에 시근덕거리고 있었다.

 “치사해요!”

 날이 밝도록 둘은 땅따먹기 놀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제2화 의심하는 마음은 도(道)가 아닌 것을!

 

 

 

 태청관에 새벽이 다가오고 있었다.

 변함없이 순찰 도사가 묘시를 알리는 타판 소리를 내었고, 잠에서 깬 도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짧게 소세하고 도복을 갖춰 입었다.

 태청관의 몇몇 방이 수리 중이라 서로서로 끼어 잤던 도사들은 불쾌한 표정이었다. 잠을 편히 자지 못하면 사람은 불쾌한 법이다.

 날이 새도록 땅따먹기 놀이에 열중했던 운혜와 청명 또한 묘시를 알리는 타판 소리를 들었다.

 운혜야 도복 차림으로 노숙을 했으니 먼지만 털면 될 일이고, 청명의 도복은 예에 어긋나지 않는 깔끔한 상태였다.

 어느새 친해진 둘은 함께 오전 일과를 보러 가기로 했다.

 

 도사들의 아침은 대충 이렇다.

 일단 일어나면 물을 마신다. 한 잔을 다 마시지 못하면 규율에 어긋난다. 물을 마시고 나면 소세하고 도복을 입은 다음 궁(宮)에 모인다.

 이때에는 금언해야 하는데 말을 하는 것은 규율에 어긋난다.

 태청관의 경우 우진궁에 모이게 된다.

 우진궁에 모이면 서로 열을 맞춰 사열하고 제일 앞줄부터 삼청전(三淸殿:옥청 원시천존(玉淸 元始天尊)과 상청 영보천존(上淸 靈寶天尊), 태청 도덕천존(太淸 道德天尊)의 상이 놓여 있는 곳)으로 들어가 삼궤구고―무릎을 꿇고 세 번 절하기를 세 번 하는 것―를 한다.

 운혜와 청명은 우진궁 뒤에서 눈치를 보다가 사람들이 모이자 재빨리 열 안으로 들어갔다. 새치기다.

 주위의 도사들이 눈썹을 꿈틀대며 항의했으나 어차피 말도 못할 것, 무시하기로 했다.

 청명을 알아본 도사들은 눈썹을 꿈틀거리긴커녕 공손해졌다. 신선께서 자신들과 함께 있으니 공손해하는 것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규율을 하나도 모른 채로 살아온 기괴한 신선이었다. 당연히 도사들의 아침이 어떤지 모른다.

 “운혜 사손, 배고파요. 밥은 안 먹어요?”

 “.......”

 운혜가 당황하여 손사래를 쳤다. 양손을 허공으로 휘젓다가 입을 막는 시늉을 한다.

 청명은 조용히 하라는 소린 줄 알고 입을 다물었다.

 [아, 운혜 사손, 말하면 안 돼요?]

 운혜는 깜짝 놀랐다. 귀에서 들린 소리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전음도 아니다.

 진기의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았으니 확실하다. 청명 사조의 말이 마음속에서 그냥 떠올랐다.

 운혜는 자신이 청명 사조의 말을 상상해 냈다고 생각하고는 조용히 침묵했다.

 [배고파요, 운혜 사손. 이건 제가 한 말이니까 상상했다고 하지 마요.]

 운혜가 멍하니 청명을 바라보았다. 서, 설마 사조님은 마음에 떠오른 생각을 읽은 것일까? 어디, 다른 생각은.......

 ‘장문인 콧수염은 왼쪽이 더 길다.’

 [와! 그래요? 똑같아 보이던데?]

 운혜는 할 말을 잃었다. 신선이 하는 일이니 범상치 않은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마음을 읽은 것은 불쾌했다.

 ‘마음을 읽지 마세요! 그러면 안 돼요!’

 냉정한 어투에 청명은 지레 놀랐다.

 [네? 네, 알았어요. 화내지 마요.]

 청명은 의기소침해져서는 고개를 숙였다. 이런 것은 평범한 인간이 하는 행동이 아닌가 보다. 말을 하면 안 된다니 조용히 있어야 하는데 도대체 밥은 언제 줄까?

 운혜 역시 고개를 숙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생각을 읽힌다는 것은 불쾌한 일이다.

 머리 속에는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상상도 있는 법. 그것을 누군가가 속속들이 안다면 당연히 불쾌할 것이다.

 하지만 불쾌함과 동시에 사조님께 화를 냈다는 사실이 미안해졌다.

 운혜는 흘끗 청명을 바라보았다. 청명은 주위에서 하는 것을 조심스레 보고 어설프게 따라하는 중이었다.

 시선을 느꼈는지 청명이 운혜를 바라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운혜도 마주 웃어주었다.

 삼궤구고가 끝나면 도사들은 조만공과경(早晩功課經:신선이 되기 위한 선행들을 적은 경전)을 읽는다.

 약 반 각 동안 경전을 읊조린 후 도사들은 다시 사열하여 서로 마주 보고 길게 읍한 다음 식사를 하러 간다.

 이때까지도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식당에 도착하면 도사들은 자리에 맞춰 앉은 다음 물을 한 잔 마신다.

 마시지 않는 것은 규율에 어긋난다. 그 다음에야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청명은 삼궤구고를 무사히 끝내고는 기쁜 미소를 지었다. 말을 할 수 있을 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혜가 여전히 입을 막는 시늉을 하자 크게 실망했는지 울상이 되어버렸다.

 곧이어 운혜와 도사들이 경전을 읽기 시작하자 아주 예전에 읽었던 공과경을 기억해 낸 청명은 그것이 몹시 지루했음을 상기하고는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운혜가 그 모습을 훔쳐보며 미소를 지었다.

 마침내 경전을 다 읽고 식당에 도착했을 때다. 청명은 다시 한 번 소리내어 말해보려 했으나 역시 운혜가 입을 막는 시늉을 했다.

 청명은 이제 어찌 되었든 괜찮다는 표정으로 밥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크게 기대하고 있는지 얼굴에는 홍조가 띠어 있었다.

 주위의 사람들을 따라 물을 한 잔 따라 꿀꺽꿀꺽 마신 청명은 자신에게 다가온 밥을 보았다.

 청명은 좌절했다.

 인간 세상에 내려올 때는 꼭 맛있는 걸 먹고 싶었다. 마음이 세상과 통해 있어 세상 일을 알려고만 하면 바로 알 수 있는 청명이다.

 당연히 세상에 맛있는 음식이 얼마나 많은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도관의 밥은 고작해야 멀건 죽과 간단한 소채가 전부였다.

 간소한 식단에 대단히 실망했지만 배가 고팠던 청명은 주섬주섬 젓가락을 들어 그것들을 입가로 가져갔다.

 식사가 끝나면 점심까지는 연무하거나 경전을 공부하거나 연단을 공부한다.

 대체로 사승 관계가 명확한 무당에서는 사부가 제자에게 공부를 가르치기도 했다.

 운혜도 스승인 현무 진인을 찾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저는 이제부터.......”

 “이제 말해도 되나요?”

 청명이 신나는 목소리로 물었다. 운혜는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해도 된다.”

 청명은 몸을 들썩이면서 즐거워했다. 수십 년 동안이나 말을 하지 못했다가 어제 잠깐 대화를 나눈 것이 벌써부터 못내 그리웠던 것이다.

 하지만 운혜가 곧 말을 끊었다.

 “저는 이제부터 사부께 가보아야 한답니다.”

 “말해도 된다!”

 아랑곳 않고 즐거워하는 청명이었다. 운혜가 다시 한 번 큰 목소리로 외쳤다.

 “저는 이제부터 사부님께 가보아야 된답니다!!”

 그제야 운혜의 말을 알아차린 청명이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네? 사부님께요? 운혜 사손, 그럼 저는요?”

 “음, 사조님은 신선이니까 어떻게 하셔도 괜찮아요.”

 “하지만 저는 할 일이 없는걸요.”

 청명이 시무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음, 그럼 장문인을 뵙는 것은 어떠세요?”

 “네? 음, 평범한 무당 제자는 장문인을 자주 뵙나요?”

 “아, 물론 그건 아니에요. 보통은 장문인 뵙기가 하늘의 별 따기랍니다.”

 “그럼 저는 안 갈래요.”

 운혜는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장문 사백이나 사부님 외에 신선을 받아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이미 평범한 무당 제자가 되기는 글렀다.

 잠시 생각하던 운혜는 청명의 말 속에서 ‘평범’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를 발견했다.

 “그런데 평범이라니요?”

 “에... 원시천존께서 제게 인간 세상에 대해 배워오라는 명을 내리셨거든요. 제게 평범하게 살라고 말씀하셨어요.”

 운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도사들은 평범하지 않은데요?”

 “네? 도사들은 평범하지 않아요?”

 “그럼요. 보통 평범한 사람들은 농사를 짓거나, 장사를 하거나, 객점에서 점소이를 하거나, 나무를 베거나 하죠.”

 청명이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도사는 인간이 아닌가요?”

 운혜가 다시 고민했다. 도사도 물론 인간이 맞았다. 하지만 평범한 인간이라고 말하기엔 좀 이상한 감이 있다.

 아무래도 검을 들고 강호를 횡행하거나 신선의 도를 닦는 사람이 평범할 리가 있겠는가.

 “인간은 맞지만 평범한 건 아닌 것 같아서요.”

 청명이 말했다.

 “음, 인간이 사는 데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었구나. 나무도 베고, 농사도 짓고, 도사도 되고, 점소이도 되고. 그럼 뭐가 평범한 거지?”

 “글쎄요. 농사천하지대본(農事天下之大本)이라 했으니 농사짓는 게 가장 평범한 것이 아닐까요?”

 “그럴까요?”

 운혜는 점점 시간이 늦어지는 것을 느꼈다. 사부의 장난기에 지각한 사실이 추가되면 그날은 괴로운 날이 된다. 서두를 필요를 느꼈다.

 “저, 사조님, 저는 이만 가봐야겠습니다.”

 “저는 어떻게 하구요?”

 청명이 시무룩하게 말했다. 말하고서 생각해 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이제 뭘 한단 말인가? 당장 할 일이 없는 것은 둘째 치고 사람의 부류에도 여러 부류가 있으니 그 일들을 다 해보려면 앞으로도 고달프게 생겼다.

 이런 부류의 사람도 경험해 봐야 하고 저런 부류의 사람도 경험해 봐야 한다.

 하지만 평범해야 하니 어떤 부류의 사람을 경험해 보든지 일이 어렵게 됐다. 당장 도사만 해도 평범한 도사가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되지 않았는가?

 “저기... 평범한 도사들은 지금 뭘 해요?”

 운혜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도 원시천존의 명을 받았다고 하니 제대로 대답해 줘야 한다.

 “도사들은 평범하지 않다니까요!”

 “도사들도 인간이잖아요.”

 운혜는 그제야 청명의 말을 알아들었다. 생각해 보니 자신은 ‘평범함’이라는 단어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이해하고 있었다.

 즉, 인간을 하나로 보고 그중에 도사가 특별하다 말했는데 사조님은 ‘인간’에 중점을 두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사조님은 인간을 여러 부류로 놓고 그중 도사란 부류는 어떻게 해야 평범하냐고 묻는 것이다.

 관점의 차이란 이처럼 무섭다. ‘평범한’ 인간이냐, 평범한 ‘인간’이냐.

 운혜는 머리가 복잡해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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