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연재 > 무협물
우화등선
작가 : 촌부
작품등록일 : 201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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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 화
작성일 : 16-07-08     조회 : 691     추천 : 0     분량 : 7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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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지금쯤 사부를 모시는 제자는 사부께 가르침을 받고, 아직 사부를 모시지 못했으면 연무장에서 무공 훈련을 하거나 경전을 공부하지요, 사조님.”

 “아, 그럼 그쪽으로 가면 되겠네요!”

 운혜가 미소를 지었다.

 “가시는 길은 아세요?”

 “아니요. 전혀 몰라요.”

 “여기가 태청관의 주방이니까 아까 올라갔던 우진궁으로 걸어 올라가신 다음에 궁에서 좌측 산길로 걸어 올라가시면 돼요.”

 “아, 고마워요, 운혜 사손. 그럼 있다가 봐요!”

 청명은 자신에게도 할 일이 있다는 기쁨 때문인지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바람처럼 사라졌다.

 ‘나와 떨어지기를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잠시 청명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운혜가 미소를 지었다.

 곧 운혜는 몸을 돌려 사부의 숙소로 걸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머리 속에는 조금 전 사조님과 나눈 대화를 떠올리고 있었다.

 인간은 하나일까, 여러 부류일까? 어떤 것이 평범하고 어떤 것이 특별할까?

 상념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생각해 보니 사조님은 자신에게 존댓말을 쓰는 것을 전혀 어색해하지 않았다.

 당연히 말을 내려야 하는데 어째서 계속 올리셨을까? 나는 왜 그것을 느끼지 못했을까? 왜 말리지 못했을까? 그리고 언제부터 내가 이렇게 고분고분해졌지? 사조님과 있을 때는 말투가 차분해지고 침착해졌다.

 세상에! 앞으로 날 말괄량이라고 부르는 놈은 눈알을 콕 찔러줄 테다! 그리고... 지각이다!

 운혜는 상념의 끝에서 지각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유운신법을 펼쳐 달려가기 시작했다.

 구름처럼 표홀한 움직임만 남기고 운혜가 사라졌다.

 하지만 운혜가 깨닫지 못한 것이 두 가지 있었다.

 청명과 함께 있을 때 졸음이 오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몸이 조금이나마 춥게 느껴졌다는 것을 말이다.

 

 ***

 

 무당의 도관은 넓다. 때문에 각각의 도관들은 따로 유기적으로 움직이게 되어 있는데 연무장 또한 각 도관마다 따로 준비되어 있었다.

 각 도관을 책임지는 진인들은 장문인의 명을 받고 그 책임자가 각 도관의 제자들에게 명을 내리는 식의 체계가 잡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곳 천주봉에는 금전과 태화궁, 우진궁과 자소궁 등 문파의 중추가 위치해 있어 장문인이 직접 책임자가 된다.

 당연히 연무도 그 직전제자가 맡게 되어 있다.

 제자들에게 기본공(基本功)을 가르치는 책임은 장문인인 현평 진인의 제자 운풍자가 맡고 있었다.

 운풍자는 말수가 적고 과묵한데다, 무당제일검을 노리는 최고의 검수로 태극혜검을 사사받으리라 짐작되는 인물 중 일순위이다.

 “모든 제자들은 마보를 취하라!”

 근엄한 목소리로 운풍자가 말했다.

 다른 곳이라면 속가제자라든가 아니면 도동들이 모여 있을 테지만 이곳은 문파의 심장부인지라 정식 제자들이 모여 있다.

 대부분이 사승 관계를 맺고 있지만 운풍자에게 기초 무공을 배우는 것이다.

 “마보, 반 시진 후 태극권으로 몸을 푼다.”

 이른바 준비 운동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운풍자는 근엄한 표정으로 버틸 수 있었다. 저기 달려오는 사조가 아니었다면 말이다.

 “자, 잠, 잠시만요! 헉헉! 잠시만요! 헉!”

 청명은 운혜와 헤어진 뒤 계속 달렸기 때문에 숨이 거칠었다. 너무 숨이 차 ‘잠시만요’ 다음에는 말을 잇지 못하겠다.

 “숨부터 돌리시지요.”

 “네! 헉헉......!”

 차분한 목소리로 운풍자가 말했다.

 어젯밤 사조를 상청궁으로 안내하고 온 그에게 장문 사부께서 말씀하시길, ‘청명 사백께서는 본 파의 기인이거니와 그 사실이 명확하게 확인된 바, 제자는 사백을 대할 때 예의를 갖추라’고 하셨다. 조만간 총회합 때 사조의 소개가 끝나면 정식으로 제자들과 인연을 맺게 될 것이다.

 물론 일반 제자들은 벌써부터 그를 신선 사조라고 부르며 경외하고 있었지만 운풍자 자신은 조금 의심을 품고 있던 차다.

 하지만 티를 낼 수는 없는 일. 운풍자는 근엄하게 말했다.

 “제자들은 들으라! 사조께서 오셨으니 마보를 풀고 예를 갖추라!”

 “무당파 십구대 제자들이 태사조를 뵙습니다!”

 무릎을 꿇고 엎드리며 도사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장문인의 제자인 운풍 사숙께서 저리 말씀하시니 장문인께서도 태사조를 인정하신 것이 틀림없다. 무당에 신선이 탄생한 것이다!

 도사들은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혔다. 검선이 연무하러 오셨으니 경거망동할 수는 없었다.

 “아, 네... 저는 십육대 제자인 청명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청명이 고개를 숙이자 도사들이 민망해했다. 태사조 되시는 분께서 머리를 숙이다니.......

 “사조께서는 머리를 숙일 필요가 없습니다. 저 아이들은 사손의 제자들이니 고개를 숙이셨다간 도리어 저들이 중죄를 저지른 게 됩니다.”

 “아, 그래요? 그럼 머리를 숙이지 않을게요.”

 청명이 맑은 목소리로 말했다. 운풍자가 표정 하나 없는 얼굴로 청명을 바라보았다.

 “사조께서는 어떤 가르침이 있어 제자를 찾으신 겁니까?”

 “저도 무공을 배우려고요!”

 청명이 신이 난 얼굴로 말했다. 나도 보통 사람들처럼 할 일이 있다!

 “저는 보통의 도사들이 하는 대로 무공을 익혀야 한답니다!”

 그 말에 운풍자가 처음으로 표정을 지었다. 아주 약간, 아주 야악간 미간을 꿈틀거렸다.

 “무공을... 저희에게 가르쳐 주시는 게 아닙니까?”

 “네? 저는 무공을 모르는걸요.”

 “무공을... 모르신다고 하셨습니까?”

 “네, 전 무공을 몰라요.”

 순진무구한 얼굴로 해맑게 말하는 청명이었다.

 운풍자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무당의 제자라면 모든 무공은 모를지라도 태극권은 알아야 한다. 일반 도사들도 그것을 익히는 까닭이다.

 무공을 모르는 일반 도사가 오랫동안 좌정하고 수련하면 엉덩이가 짓무르거나 척추의 뼈가 휘는 현상이 있는데 그를 방지하기 위해 장삼봉 조사께서 만드신 것이 태극권이다.

 그런데 무공을 모른다니....... 의심이 조금 더 깊어졌다.

 “하오시면... 어떻게 신선이......?”

 “경전을 읽다가요. 사부님께서 태상노군(老子)께서 직접 저술하신 경전을 주셨거든요. 그것을 읽고 깨달음을 얻어 등선했어요.”

 말도 안 된다. 차라리 연단을 하여 불로불사의 선단을 먹고 신선이 되었다면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경전을 참오하다 깨달음을 얻었다? 있을 수 있는 일이나 극히 드물다.

 행함으로 도를 얻는 것이 참 도라 했거늘 어찌 읽는 것만으로 깨달음을 얻는단 말인가?

 하지만 운풍자는 청명이 그 일부에 속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경전을 읽고 산마루에 앉아 늘상 나무와 바람과 안개를 바라보며 참오하였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때로는 행함보다 궁리함이 더 나을 때가 있는 것이다.

 “음... 그러하시면... 무공을 익혀야 하신다면 이곳에서 연무하시는 것도 좋을 겁니다. 그럼 저쪽에 제자들과 함께 서시지요.”

 “아, 네.”

 운풍자와 청명의 이야기를 주워들은 도사들은 이미 실망할 대로 실망한 후였다.

 물론 태사조께서 깨달음을 얻어 신선이 되셨으니 좋기야 했지만 아무래도 검선(劍仙)이 아닌 탓이다.

 그 실망은 황우자가 제일 심했다.

 ‘에잇! 화산파의 멍청이한테 자랑할 수가 없게 됐잖아!’

 몰래 청명을 흘겨보며 황우자가 생각했다.

 ‘무공을 배우지 않고 신선이 되다니....... 쳇, 기왕이면 좀 배우고 신선이 되면 좋잖아! 에이, 글렀네.’

 [미안해요.]

 황우자는 심장이 멎을 듯이 놀랐다. 마음에 ‘미안해요’라는 말이 새겨진 것이다.

 얼른 태사조를 바라보니 태사조께서 자신을 바라보며 멋쩍게 웃고 있다. 황우자는 얼른 시선을 내리깔았다.

 ‘서, 설마 마음을......?’

 황우자는 설마 ‘마음을 훔쳐본 것일까’ 하고 생각하다가 그것마저 읽힐까 저어되어 바로 청명의 눈치를 보았다.

 하지만 청명은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그럴 리가 없지. 나도 참, 이상한 생각을 떠올렸구나. 그래도 사조님인데 불경한 생각을 했다.’

 하지만 청명은 황우자가 화를 낼까 봐 모른 척하고 있을 뿐이었다. 분명히 ‘미안해요’라고 말하긴 했다.

 운풍자가 말했다.

 “보통의 제자들은 자신의 무공 수위를 보여주고 나서 다른 무공을 수련합니다. 사조께서도 평범한 수련을 하길 원하신다면 제게 배우신 바를 펼치셔야 합니다.”

 운풍자는 만약 태극권도 못한다면 그를 본격적으로 의심해 볼 참이었다. 하지만 청명은 수월히 응낙했다.

 “아아주우 예전에 태극권을 배운 적이 있어요. 사부님이 가르쳐 주셨거든요. 그것밖에 못하는데... 그거라도 할까요?”

 ‘아주’를 강조하며 청명이 말했다.

 청명은 처음부터 운풍자의 마음에서 의심을 읽었다. 하지만 별로 괘념치 않았다.

 그런 의심과 의혹은 도를 닦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은 자신의 할 도리를 다하면 되는 것이다.

 “예, 사조. 그럼.”

 운풍자의 안내대로 청명이 중앙으로 나가 마보를 취했다.

 그 모습을 찬찬히 바라보던 운풍자가 오늘의 두 번째 표정을 지었다. 눈썹이 약간 찌푸려졌다.

 ‘기세가... 없다.’

 청명의 기수식에는 기세가 없었다.

 무공을 배웠든 배우지 않았든 내기가 없는 사람은 없다.

 사람이라면 진원지기가 있고 선천지기가 있는 법. 무공을 익혀 기세를 감춘다 해도 완벽하게 기세를 감출 수는 없다.

 흔히 인기척이라 말하는 것이 그것이다.

 살수들은 훈련으로 그것을 감춘다고 하지만 무공이 높은 사람은 감춘 인기척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청명에게서는 기세가 없었다. 그런 경우는 흔히 말하듯 무공이 경지에 올랐거나.......

 ‘아니면 사람이 아닌 것이다.’

 운풍자가 보다 신중해진 눈으로 청명을 바라봤다.

 청명이 태극권의 투로를 밟았다.

 왼쪽 발을 축으로 오른발로 원을 그린다. 손목이 부드럽게 회전하며 양팔은 태극의 문양을 그린다.

 기세가 없어서 그럴까? 청명의 태극권은 신비로웠다. 곧이어 마보를 풀고 왼쪽 다리를 뻗으며 오른팔로 원을 그린다.

 양 손목은 부드럽게... 부드럽게.......

 ‘부드럽지 않잖아!’

 황우자가 생각했다. 저건 장난도 아니고 완전히 엉망이다. 초기의 투로가 그럴듯해 잠시 시선을 빼앗겼지만 그 뒤의 투로는 엉망이다.

 팔은 흐느적흐느적, 다리도 흐느적흐느적. 부드러운 게 아니라 무슨 연체동물 같다. 팔이 뻗는 것은 이곳저곳 찌르는 듯해 보기에도 추해 보였다.

 ‘혹시... 저기에 뭔가 굉장한 무리(武理)가 섞여 있진 않을까?’

 황우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청명의 기묘한 춤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역시 얻을 게 없다.

 ‘내 무공이 경지에 오르지 못해서 그런가? 음, 뭐, 저게 진짜 태극권일 수도 있지.’

 그런 생각 끝에 주위를 돌아보니 주변의 도사들도 그런 생각으로 청명의 태극권을 뜯어보고 있는 눈치다. 황우자는 피식 웃었다.

 ‘니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겠지? 하핫!’

 하지만 황우자의 갸륵한 짐작은 완벽하게 틀렸다. 무리(武理) 같은 것은 아예 없었다.

 태극권은 배운 후 꾸준히 연마하면 몸을 건강하게 해주지만 그것은 언제나 좌정하는 도사의 경우다.

 청명의 스승인 일현 진인은 좌정하고 깨달음을 얻으나 누워서 깨달음을 얻으나 똑같다고 말했다.

 청명은 탈각(脫殼)했을 때도 방만하게 누운 자세로 육신을 벗었다.

 ‘아아, 이게 아닌데? 어떻게 하는 거였더라? 왼쪽인가? 오른쪽인가?’

 청명은 잠시 동안 더 태극권을 시연했다.

 ‘그만둘까? 아아, 창피하다.’

 청명은 드디어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저, 운풍 사손, 나는 못하겠어요.”

 “...예.”

 운풍자는 청명의 태극권을 보고 더 많은 의혹을 가슴에 안아야 했다.

 저게 과연 무당의 태극권이 맞는가! 하지만 의심은 조금 있다 해야 할 처지였다. 어쨌든 수련하러 오셨으니 슬슬 수련을 시작해야 했다.

 “저... 패검하지 않고 오셨으니 수련용 목검을 따로 쥐셔야 할 것 같습니다만....... 가서 목검을 고르십시오.”

 운풍자가 좌측의 검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검대에는 송문고검 두 자루와 목검 여덟 자루가 꽂혀 있었다.

 ‘원래 저 정도면... 마보 세 시진, 달리기 서른 회, 그 이후에 태극권 연습 세 시진 감인데.......’

 운풍자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오늘 지은 세 번째 표정이다. 냉정한 무공 사부인 자신의 입장에서 저런 초보는 체력 훈련부터 다시 해야 했다.

 하지만 일단은 사조님인지라 그냥 검을 들게 하기로 했다. 다른 제자들 앞에서 마냥 마보만 취하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청명은 검대에 가까이 다가가 목검들을 바라보았다.

 “음... 저... 아무 거나 골라도 되나요, 운풍 사손?”

 “네, 물론입니다.”

 “음... 그럼... 이거요.”

 정말 잘 골랐다. 중검(重劍)을 배울 때 쓰는 철심 박힌 자단 목검이다.

 청명은 만족의 의미로 고개를 몇 번 끄덕거리고는 검을 쥐고 들어올렸다. 하지만 너무 무거워서 잘 들리지 않는다.

 “으으으읏! 으읏! 으읏!”

 청명은 양손으로 검을 뽑으려고 애썼다. 아주 조금씩 검이 검대에서 뽑혀져 올라왔다.

 도사들은 멀뚱멀뚱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 어제의 소동을 기억하는 도사들은 조금 실망한 상태였다.

 학을 타고 날아온 반로환동의 고수가 검을 들고 강호를 횡행하는 것을 상상했던 것이다.

 하지만 기대가 충족되지 않았다고 해서 청명을 미워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보통 제멋대로 기대하고 제멋대로 실망해 버리곤 하는 것이 사람인데 웬일인지 청명은 밉지 않으니 신기한 일이었다.

 마침내 청명이 검을 다 뽑았다. 그리고는 검을 제대로 들지도 못하고 질질 끌며 운풍자에게 다가왔다.

 “흐에에, 운풍 사손, 이거 너무 무거워요.”

 “그 정도는 들으셔야 합니다.”

 운풍자가 냉정하게 말했다.

 사조라서 어느 정도 봐줄 수는 있으나 한 번 고른 무기를 제멋대로 바꾸는 것은 무인의 자존심에 용납할 수 없었다.

 “운풍 사손, 하지만 너무 무거운걸요.”

 청명이 울상을 지으며 칭얼댔다. 하지만 운풍자는 그 말을 무시하며 냉정하게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모두들 배분의 순서대로 열을 맞추어라! 줄을 다 맞추었으면 구궁검의 기수식을 취한다!”

 배분이 높은 사람이 앞에, 낮은 사람은 뒤에 선다. 더 많이 배운 사람을 앞에 세워 뒤의 사람이 보고 배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평소라면 훌륭한 수련법이 되었겠지만 오늘은 그런 배치가 좋지 않은 날이었나 보다. 청명이 제일 앞에 서버리게 됐다.

 도사들이 열을 맞춰 자리를 잡아가는 동안 청명은 검이 무겁다고 칭얼대면서도 눈치껏 자리를 찾아 제일 앞에 섰다.

 열을 맞추고 나니 제법 자기도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잠시 헤헤거리며 웃던 청명은 몹시 기대한다는 눈길로 운풍자를 바라보며 순진무구한 목소리로 물었다.

 “운풍 사손, 구궁검이 뭐지요?”

 “...삼재검법의 기수식을 취하라!”

 뒤편의 도사들이 키득거렸다. 냉정하기로 소문난 운풍자가 저렇게 쉽게 말을 바꾸는 것을 보다니 역시 사조는 위대하신 분이었다.

 “사조님께서는 저를 보시고 그대로 흉내 내시면 됩니다.”

 “아, 네. 알았어요, 사손.”

 운풍자가 검을 들어 위에서 아래로 내리그었다. 천(天)의 초식이다. 그 다음에는 가로로 검을 베어나갔다.

 지(地)의 초식이다. 마지막으로 검을 대각선으로 베어나간다. 인(人)의 초식이다.

 물론 삼재검법에는 이것보다 많은 여러 가지 검로(劍路)가 있다.

 모두 기본 공격술에 충실한 검로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이 세 가지 동작이다. 검을 사용하는 가장 기본적인 동작인 것이다.

 세 동작 다음으로 찌르기를 시범 보이면서 운풍자는 마무리를 지었다.

 청명이 그 모습을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와아! 쉽군요! 금방 할 수 있겠어요!”

 “네, 사조께서도 이 무공은 연마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과연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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