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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절무제
작가 : 서현
작품등록일 : 2016.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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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 화
작성일 : 16-07-11     조회 : 876     추천 : 0     분량 : 5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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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은 오가장의 보이지 않는 힘이었고 그 힘은 결코 미약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얼마 전 호남의 백무련의 련주인 사마군의 사마세가와 사돈지연을 맺음으로써 오가장은 가일층 발전할 발판을 마련했다.

 무게가 사마세가로 기우는 혼인이었지만 오위맹은 그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지 않았다.

 재력 면에 있어서 중원 전체를 털어 보아도 오가장을 따를 곳이 몇 없을 정도였고, 또한 사돈의 연을 맺은 사마세가가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목표가 부합된다면 어떤 일도 서슴지 않는 성격의 오위맹이었다.

 사마세가와 사돈을 맺으면서 그들은 복건성 제일의 세력으로 올라설 발판이 마련된 것이었다.

 오위맹의 노성이 내실을 가득 울렸다.

 “바보 같은 놈!”

 둘째 아들 오극이 팔이 부러져 장원으로 돌아온 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부러진 팔이야 시간이 흐르면 낫는다 하지만 진맥해 본 결과 내부 장기가 상한 것은 여간해서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무엇 하는 놈이더냐!”

 오극을 호위하던 임정산은 오위맹의 호통에 말을 제대로 이을 수가 없었다.

 “경황이 없어서…….”

 사실 그들도 무혼의 존재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했다.

 당시에는 우선 그곳을 빠져나와 소공자를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보기당인가?”

 “그런 것은 아닌 듯합니다.”

 오위맹 또한 보기당의 짓은 아니라 판단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식으로 도발할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회였다.

 어차피 빌미를 만들기 위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오위맹에게 있어 이번 사건은 보기당을 복건성에서 사라지게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나가 봐!”

 “예.”

 임정산이 물러나고 곧 오가장의 장자이자 다음 장주의 자리에 오를 오혁이 내실로 들어왔다.

 “아버님.”

 “혁이구나. 너는 이번 일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기회입니다.”

 오혁은 아비 오위맹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아버지가 동조하는 듯하자 오혁은 자신의 생각을 꺼내어 놓았다.

 “보기당은 언젠가 제거해야 할 곳이었습니다. 그놈들만 사라진다면 지금 오가장이 일으키는 수익은 두 배 가까이 신장될 것입니다. 사마세가에서도 원하는 것은 저희들의 금력. 보기당을 제거하고 일어나는 수익의 일부를 사마세가에 지원한다면 사마세가에서도 발 벗고 나설 겁니다. 며느리의 오라비가 초죽음이 되었다는 것으로 충분히 명분이 설 수 있는 일입니다.”

 오위맹의 얼굴에 비릿한 미소가 그려졌다.

 자신만큼이나 치밀하고 냉철한 성정을 가진 장자 오혁이 마음에 들었다.

 차후 오가장을 맡긴다 하더라도 문제없이 이끌어 갈 능력을 가진 아들이었다.

 “사마세가에 기별을 넣고 극이를 그렇게 만든 놈의 신병을 확보해라.”

 “예.”

 무엇보다 아들을 상하게 한 놈의 신병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놈을 잡아들이고 난 후, 그놈의 입에서 보기당의 지시였다는 말을 하게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된다면 명분은 생겨나는 것이었다.

 도발은 보기당에서 먼저 일으킨 것이 되니 누구의 눈치도 볼 일이 없었다.

 보기당의 뒤를 보아주고 있는 흑맹도 명분이 뚜렷한 이번 일에 쉽게 관여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보기당! 이번 기회에 지워 버린다.’

 보기당을 생각하는 오위맹은 보기당의 당주 맹원력을 떠올리며 주먹을 말아 쥐었다.

 

 ***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에 눈을 뜨는 중년의 사내는 현 복건성을 분할하여 천주(泉州)현 오가장(誤家莊)과 대립하고 있는 보기당(寶伎堂)의 당주 맹원력(孟原力)이 보였다.

 맹원력에게 있어 오가장은 그야말로 눈엣가시였다.

 그들이 차지하고 있는 상권은 보기당이 욕심을 낼 만한 황금 상권이었고, 오가장이 만만하지 않아 그 상권을 흡수하지 못한 데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다.

 오가장의 장주 오위맹이 남해검객으로 불리고 있다 하더라도 자신보다는 한 수 아래라는 게 맹원력의 생각이었다.

 비록 그렇게 무력에서는 보기당이 앞선다 하더라도 오위맹의 인맥이 가볍지 않아 섣불리 손을 대었다가 무슨 화를 당할지 모를 일이었다.

 특히 부담스러운 것은 지금 강호의 정점에 서 있는 사마세가와 오가장이 얼마 전 사돈 관계를 맺음으로써 그들의 힘이 더욱 커졌다는 점이었다.

 다른 곳도 아니고 사마세가였다.

 호남에 자리한 사마세가는 현 중원의 최강 세력으로 우뚝 서 있는 실정이었다.

 물론 사마세가가 아닌 백무련이라 하지만 그 일면을 살펴보면 그것은 사마세가가 또 다른 이름을 지어 놓은 것에 불과했다.

 사마세가.

 그 이름만으로도 보기당은 숨도 쉬지 못할 정도의 힘을 가진 곳이었다.

 그것이 맹원력을 힘들게 했다.

 그들이 백무련의 중추인 사마세가와 정략혼을 하기 전에 어떤 명분을 내세워서라도 일전을 벌였어야 했다.

 하지만 이미 기회를 놓쳤다.

 이미 오가장은 사마세가와 한 식구가 되었으니 오히려 보기당이 숨을 죽여야 하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었다.

 흑도 쪽으로 그 성향이 기울어 있는 보기당 또한 지원 세력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사마세가의 힘은 그렇게 치부할 정도로 가볍게 여길 것이 아니었다.

 그들에게는 무와 문의 힘이 동시에 존재했다.

 사마세가와 반목한 세력 중에 멸문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한번 부딪치면 그 뿌리까지 뽑아 버리는 사마세가였다.

 물론 그들은 늘 적절한 대의명분을 내세웠고 정파의 연합 단체인 정의맹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으니 사마세가의 손에 멸문한 세력은 하소연할 곳도 없다고 보아야 했다.

 실정이 그러한데 보기당과 같은 흑도 소속의 세력은 말할 것도 없었다.

 “휴우…….”

 긴 한숨을 내쉬던 맹원력은 문밖에서 들리는 인기척에 침상에서 옷매를 추스르고는 탁자에 앉았다.

 “구사성입니다.”

 “들어오게.”

 “예.”

 구사성이 내실로 들어온 뒤 맹원력은 의아한 물음을 던졌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웬일인가?”

 “보고 드릴 것이 있습니다.”

 “말해 보게.”

 “보름 전쯤 오가장의 둘째 아들이 사경을 헤매며 호위에게 업혀 가는 것을 보았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둘째라면 오극이라는 망나니 놈을 말하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하하핫! 그것 참 재미있는 일이군. 그놈 하는 짓거리가 언젠가 된통 당할 날이 있을 줄 알았지.”

 맹원력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내실을 가득 울렸지만 그를 보좌하는 지낭 격인 구사성(九司成)의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오늘날 보기당이 오가장과 대립할 정도로 성세를 이루어 낸 이면에는 바로 이 사내, 구사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주 맹원력은 칠 척에 이르는 거구에 걸맞게 성정이 불같아 앞뒤 가리지 않고 밀어붙이는 성격이었다.

 물론 전투에 있어서 그것은 아주 장점이라 할 수 있지만 조직 관리에 있어서 바른 방법은 아니었다.

 그런 맹원력의 부족한 점을 채워 주다 못해 넘치게 하는 이가 바로 구사성이었다.

 어릴 적부터 맹원력과 한 마을에서 자라 온 아우인 구사성은 누구보다 맹원력의 성정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그런 연유로 오늘날 맹원력을 필두로 보기당을 일구어 내며 보기당의 부당주 자리에 위치한 것이었다.

 “당주, 그저 웃고 넘길 일로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그럼 자네는 즐겁지 않다는 말인가?”

 “오극이 만신창이가 된 것은 저 또한 즐거운 일입니다. 하지만 오가장에서 이번 일의 주모자를 저희 보기당으로 간주할 수도 있는 일입니다.”

 “그게 말이 되는가? 사실이 그렇지 않은데.”

 “사실이 아닌 것은 관계없습니다. 지난번 오위맹의 여식이 사마세가의 자제와 혼인을 함으로 인해 이미 그들은 뒤를 받쳐 줄 강대한 지원 세력을 얻었습니다. 이번을 기회로 어떤 일을 벌일지 모를 일입니다. 굳이 사마세가가 아니더라도 백무련이라는 이름으로 충분히 도발을 일으킬 수 있는 일입니다.”

 구사성의 말에 맹원력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그동안 구사성의 예상은 빗나간 적이 전무했고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맹원력이었다.

 “그럴 수 있겠군.”

 “아마 분명히 이번 일을 빌미로 잡을 것입니다. 호시탐탐 본당을 노리던 오가장입니다. 그들에게는 이번 일이 절호의 기회겠지요. 더군다나 사마세가가 이끄는 백무련은 중원 전역으로 그 세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오가장과 사돈을 맺은 이유도 바로 불모지나 다름없는 복건성에 자신들의 세력을 뿌리 내리기 위해서입니다. 그런 사마세가에서 저희 보기당은 입 속에 박힌 가시와 같을 것입니다.”

 비록 변방이라 볼 수 있는 복건성의 귀퉁이에 자리한 보기당의 부당주 구사성이었지만 중원의 정세를 보는 눈은 정확했다.

 그의 말과 같이 최근 백무련을 등에 업은 사마세가는 점점 자신들의 세력을 확장하고 있었고, 얼마 전 오가장과의 혼인이 정략혼임은 맹원력도 알고 있었다.

 “대책은?”

 “일을 일으킨 자를 잡아 우리 보기당과 관련이 없음을 밝혀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오가장에서 명분을 세울 수가 없습니다.”

 맹원력의 굵은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것은 그가 상당히 심기가 불편할 때 일어나는 습관이었고, 구사성은 그 모습을 보면 마음이 불안해졌다.

 “자존심 상하는 일이군.”

 “그렇지 않으면 전쟁을 준비해야 합니다.”

 지금 보기당의 입장에서 전쟁이 불가한 일임은 맹원력 또한 알고 있었다.

 언젠가는 전쟁을 치러야겠지만 지금은 시기가 아니었다.

 “흠…….”

 맹원력이 나지막이 침음성을 흘렸다.

 “뒤를 생각하셔야 합니다.”

 이어지는 구사성의 말에 맹원력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존심이 상하기는 했지만 지금은 시기가 아님을 모를 리 없는 맹원력이었다.

 “그놈의 신병을 확보하도록 해. 언젠가 그놈들을 없애 버릴 기회가 오겠지.”

 “알겠습니다. 그리고 흑맹에도 기별을 넣어 놓겠습니다.”

 흑맹이란 소리에 맹원력이 의문을 일으켰다.

 “흑맹?”

 “예. 오극을 상해한 이의 신병을 확보해 두더라도 오가장이 어떤 식으로 나올지 모를 일입니다. 어떤 연유를 만들더라도 흑맹의 고수들을 몇 분 초청해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는 게 좋겠습니다.”

 치밀한 생각이었다.

 보기당을 오늘까지 이끌어 올 수 있었던 것이 바로 구사성의 이런 치밀함 덕분이었다.

 “그게 좋겠군.”

 맹원력이 동의하자 구사성이 깊게 읍을 하고는 내실을 나섰다.

 ‘지금 비록 자존심을 굽히지만 언젠가는 오가장, 네놈들의 씨를 말려 주마.’

 이빨을 빠드득 갈아붙이는 맹원력이었다.

 

 ***

 

 남해의 대해를 바라보며 소나무 둥지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는 거지 하나가 다른 거지를 보며 소리를 질렀다.

 “바짝 익히거라!”

 “알아서 할 테니 제발 잔소리 좀 하지 마슈.”

 투덜거리는 거지의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했지만 솥을 달구고 있는 불씨에 바람을 불어넣는 것은 잊지 않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거지의 입매가 호선을 그렸다.

 “그놈, 투덜거리기는.”

 그렇게 한마디 하고는 입 속으로 호리병을 털어 넣는 거지의 몰골이 꾀죄죄하기는 하지만 그 눈빛만큼은 영명해 보였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리 많은 나이를 먹지 않은 듯한 외모에 이목구비가 뚜렷한 게 거지의 복색이 아니었다면 여자깨나 울렸을 터였다.

 

 ‘이놈이 아주 꼴값을 떠는구나. 거지가 계집질을 해?! 삼 년간 복건성에 가서 근신해! 알았어!’

 ‘사부님, 그것은 너무 심하지 않습니까! 다른 곳도 아니고 복건성이라니요.’

 ‘북두(北斗)야.’

 ‘예.’

 ‘그럼 신강이나 서장으로 갈래?’

 

 냉북두(冷北斗).

 개방 방주의 기명제자인 그가 복건성으로 오게 된 것은 사랑을 나눈 여인이 이미 남편이 있는 유부녀인 줄 몰랐다는 것이 화근이었다.

 그렇게 쫓겨나다시피 이곳 복건성 혜안으로 오게 된 북두는 요즘 살맛이 나다 못해 행복에 겨워 죽을 정도였다.

 변방이라 생각했던 복건성은 생각보다 훨씬 더 살기 좋은 곳이었고, 또한 복건성에 개방의 뿌리를 완벽하게 내려놓으라는 사부의 명도 아주 똑똑한 수하를 하나 거느리면서 별문제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모든 게 완벽했다.

 삼 년이 아니라 한 십 년 정도 이곳에 있고 싶은 마음이었다.

 ‘사부, 고맙습니다. 저를 이렇게 편안하고 아름다운 곳으로 보내 주시다니.’

 구수한 냄새가 피어나고 그 냄새를 코로 빨아 당긴 냉북두의 얼굴에는 순박한 웃음이 가득 피어났다.

 “하! 대해를 바라보며 개고기를 뜯는 것 자체가 진정한 거지의 풍류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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