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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약먹은인삼
작품등록일 : 2016.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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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화
작성일 : 16-07-15     조회 : 590     추천 : 0     분량 : 6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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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의 중앙으로 가면 우물이 있고 그 옆에 커다란 과실수가 있었다. 촌장 게론은 그 아래에서 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그래, 미소가 자연스러운 청년. 무슨 일로 나를 찾는 겐가?”

 주름진 미소로 나를 반기는 게론이다.

 “제 수준으로 배울 수 있는 기술이 있을까 싶어 왔습니다.”

 “아아, 그거 말이로군.”

 게론은 소매에서 양피지를 꺼내 내게 건네주었다.

 “헐헐. 요즘은 이렇게 심심할 때마다 여행자가 말을 건네주어 아주 흡족하다네. 그래, 얼마든지 궁금한 것이 있거든 물어보시게나.”

 3번째인 터라 제법 익숙해진 스킬 창이 좌르르 펼쳐졌다. 물론 내가 익힐 수 있는 스킬은 몇 되지 않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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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력 응집 : passive(Lv1)

 마력으로 정신을 맑게 유지한다.

 효과 : 지혜 2 상승

 습득조건 : 마력 1 보유자

 

 고요의 정신 : passive(Lv1)

 심상을 떠올려 대상의 언어, 문자를 각인하면 해석할 수 있다.

 효과 : 독서. 유사인종과의 대화

 습득조건 : 마력 1 보유자

 

 마법사의 본능 : passive(Lv1)

 마력의 움직임을 파악하여 기술의 효용성을 높인다.

 효과 : 스킬 성공률 2% 상승

 습득조건 : 마력1 보유자

 

 /-------------/-------------

 

 이상의 아홉 가지 스킬을 모두 익히고 숙련도 대상으로 선택했다. 이쯤 되고 나니 스킬이나 처음의 능력치를 근육별로 상세 배분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레벨 1임에도 발군의 전투실력을 보여준 태권도의 사내처럼 스킬을 집중하여 키울 것인지. 아니면 다양성을 확보하여 키울 것인지 말이다.

 그때.

 “음? 오호. 축하하네. 자네는 갈렌 마을에서는 처음으로 조건부 기술을 익힐 수 있게 되었구먼. 마법 전사의 초기 조건을 달성했으이.”

 “그게 무슨 말이십니까?”

 “우선 보시게나.”

 게론의 말에 따라 양피지를 받아 들었다. 새로 열리는 창에는 처음에는 보지 못했던 스킬이 있었다.

 

 /-------------/----------------

 

 쇼크웨이브(shock wave) : Active(Lv1)

 같은 양의 혈력과 기력을 충돌시켜 마력으로 다루는 기술.

 심상을 통해 형태를 조정하여 충격파를 쏘아 보낸다.

 효과 : 대상 1명을 3m 밀쳐낸다.

 습득 조건 : 혈력 집중. 기력 활용. 마력 응집. 고요의 정신 보유자.

 혈력과 기력의 수치가 같은 자.

 

 고통의 희열 : Active

 지극한 고통을 통해 수련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효과 : 혈력과 기력을 불태워 100의 숙련도가 향상한다.

  소멸시킨 혈력과 기력은 복구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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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눈에 보아도 대단할 것 같은 기술은 아니었다. 쇼크웨이브는 아무런 공격력은 없이 밀쳐내는 효과가 전부였고 고통의 희열 역시 대가성 스킬이니까. 그것도 전사를 전사답게 만드는 혈력을 없애는 것 말이다.

 이를 익힌 뒤 물어보자 게론은 헐헐 웃으며 답했다.

 “조건부 기술이라는 것은 다른 직업 간의 기술이 조합이 되어 파생되는 기술을 말함일세. 이를테면 응용법이랄 수 있지. 이 중 자네가 익히게 된 두 가지 기술은 마법을 주로 사용하는 전사들이 익히는 것이라네.”

 “흔한가 보군요.”

 “우리 마을의 여행자 중에서는 처음이지만, 세상 전체로 보자면 적잖은 직업군이지. 그래도 너무 실망하지는 말게나. 고통의 희열을 이겨내는 마법 전사들은 모두 빼어난 실력을 자랑하는 터라 꽤 인정받는 다네.”

 그러더니 자신의 소매에 손을 깊숙이 넣고는 무언가를 찾더니 푸른빛의 양피지를 꺼냈다.

 “자네도 알고 있을지 모르겠구먼. 사실 여행자들을 사이에 두고 ‘누가 더 성장이 빠를꼬.’에 대해 우리끼리 내기를 하고 있으이. 자네는 아직 그 대상에 속하지는 않지만, 특별히 내 미리 등록시켜 줌세. 우리 마을 최초로 조건부 스킬을 익힌 이니까 신경 써 주는 게야.”

 ‘과잉친절이십니다만.’

 그는 다른 손으로 소매를 뒤져 깃털 펜을 들었다.

 “여기에 등록되면 200펜실의 장려금과 무기 교환권을 받을 수 있지. 뿐만이랴.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성장할 때마다 더 큰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네. 자네는 그 기회를 한발 앞서 받고 그만큼 더 받게 되는 것이야. 이를 바탕으로 부지런히 성장하여 내 체면을 좀 세워주게나. 허허허!”

 망할 랭킹이었다.

 “굉장한 거군요.”

 맞장구치며 웃자 게론이 더욱 기꺼워했다.

 반면, 나는 슬쩍 주위를 살폈다.

 마침 저 멀리서 흑인 사내가 일직선 방향으로 게론을 향해 오고 있었다.

 ‘적당히 시간을 보내다 빠져나가야겠군.’

 나는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런데 조언 좀 해주시겠습니까? 그나마 있는 힘을 불태우고 얻게 되는 기술이 밀쳐내는 것뿐이니 어찌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군요.”

 “실망이 매우 컸나 보구먼. 그렇다고 내가 자네의 길을 정해줄 수는 없지 않겠는가.”

 “지혜를 조금만 빌려주시지요.”

 “허허. 정 그렇다면야, 고통의 희열을 잘 사용하시게나. 자네는 다른 이들과 달리 그 기술을 통해 마음먹은 기술의 효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으이. 기본적인 기술일지라도 숙련도가 쌓이고 경지가 높아지게 되면 이는 제법 위력을 발휘하거든.”

 “그 말씀은 많은 기술을 익히는 것보다 한 가지 기술을 제대로 익히는 것이 더 강하다는 말입니까?”

 게론은 헐헐 웃었다.

 “그럴 리가. 뜻밖에 괜찮기는 하다는 말일세. 솜방망이를 매섭게 휘둘러 상대를 깜짝 놀라게 할 수는 있어도 쇠몽둥이의 위력을 낼 수는 없는 차이인 거지.”

 “아무리 노력해도 기본은 기본일 뿐이라는 거군요.”

 “물론일세. 그러나 좌절하기엔 너무 일러. 중급의 기술들과 마법사의 기술이 연동하게 된다면 새로운 조건부 기술이 모습을 드러낼 테니까. 색다르고 매력적인 기술을 자네가 연구하고 찾아보시게.”

 new century의 세계에는 수많은 기술이 있으며 조건만 갖춰지면 누구라도 익힐 수 있었다. 그러한 탓에 지난 삶에서도 태진이의 말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었지만 랭커들의 특수 스킬만큼은 절대로 공개되지 않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습득 조건만 안다면 누구나가 알 수 있는 것이 new century인 탓이다. 온갖 경우로 안배된 스킬들을 찾아내는 것은 게이머의 몫일 뿐. 기회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열려 있는 세계가 바로 new century였다. 얻어지는 이익이 대단하니만큼 그들을 랭커답게 만드는 스킬은 가히 기업기밀과도 같았던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혈력과 기력을 불태운다면 무슨 수로 중급과 상급의 기술들을 익힐 수 있겠는지요?”

 “아직 경험이 부족한 자네로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지. 그 해결법은 두 가지가 있으이. 하나는 자격이 되었을 때 시험을 보고 보상으로 얻는 것이고 두 번째는…… 바로 여기에 있지.”

 

 “임무 말이군요.”

 퀘스트를 통하는 방법이었다.

 “그뿐 아닐세. 직업과 특성에 대하여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게 된다면 여러 가지 혜택이 있다고 말했었지? 그중의 하나가 행동을 통해 기술을 익히고 연마할 수 있다는 것이야. 예컨대, 적합한 행동을 누가 봐도 괜찮을 정도로 정확하게 반복한다면 기술로 인정받게 되네. 그뿐만 아니라 몬스터를 수없이 사냥한다거나 놀라운 일을 해냈을 때 ‘칭호’라는 것을 얻어 명성을 높일 수가 있게 되지.”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떠오르는 바가 있었다.

 “혹시 동일 몬스터를 천 마리 이상 잡으면 얻는다는 ‘학살자’라는 것도 ‘등록’이 되어야만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까?”

 “맞네. 아무리 영웅적인 일을 해도 목격자가 있어야 영웅 대접을 받는 법이지 않는가? 마찬가지로 여행자들 간의 경쟁에 참여해야 만이 비로소 공적으로서 인정되며 대우받게 되는 게야.”

 랭킹제도에 가입하지 않으면 어떤 혜택도 얻을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자신의 재능을 살린 스킬 습득은 물론이거니와 공적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공헌도’까지.

 그때 게론이 다가오는 흑인 사내를 보고 웃었다.

 “어이쿠. 잠시만 기다리게. 내 체면을 살려줄 고마운 여행자가 오는구먼. 마을의 두 번째 기대주가 말이야. 허허허.”

 흑인 사내 역시 걸걸한 목소리로 대뜸 말했다.

 “어르신. 타이틀 또 얻었으니 등록 좀 다시 해주쇼. 이만하면 이 마을에서 최초 달성이지 않소?”

 “기특하구먼. 하지만 그렇지는 않네. 또 두 번째거든.”

 “또 그 년이요?”

 “맞네. 스칼렛이 진작 달성했지.”

 “쳇. 계속 한발 늦는군. 아무리 그래도 23레벨보다 높다니 이거야 원.”

 “그보다 대단한 이도 있거늘 뭘 그리 불만인고? 쾌속의 검, 카이져 라는 사내도 있지 않던가. 그를 따라잡는 것은 힘들어도 스칼렛 정도는 자네가 파렌의 남편을 먼저 찾아준다면 역전할 수도 있다네.”

 그 사이, 나는 과실수 뒤로 슬쩍 돌아갔다. 가만히 있다간 랭킹에 들어갈 수도 있으니까 도망하는 것이다. 저렇게 뛰어난 이들보다 우월한 랭커가 될 수는 없지만, 랭킹에 등록되는 것 자체가 Z&F의 눈에 들어간다는 말과 동격이니 피해야 옳았다.

 ‘그나저나 태진이 녀석. 단연 압도적이군.’

 쾌속의 검이라는 것은 칭호다. 카이져는 녀석의 아이디.

 ‘저 칭호를 얻었을 때가 30레벨이라 했었지?’

 태진이는 비장의 노하우로 무섭게 질주하는 것이 분명했다.

 ‘하긴. 게임 폐인이 과거 회귀까지 했는데 압도적으로 앞서나가지 못하면 이 역시도 웃기는 일이겠지.’

 후발주자들이 녀석을 보며 ‘벽’을 느낀다면, 나로서는 참으로 듬직할 뿐이다.

 ‘바라건대, 그렇게 커서 좌절하지 말고 꼭 성공하기를.’

 2초간 기도해본다.

 

 *

 

 이제 보조 스킬을 얻을 차례였다.

 간단한 의뢰를 하는 조건으로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생계형 보조 스킬이다. 일례로 요리 스킬이 되겠다. 마을 내에서는 공복도가 감소하지 않는 덕분에 관계가 없지만, 필드로 나가게 되면 절실해지는 스킬.

 물론 가상현실인 탓에 사냥을 통해 얻은 고기를 먹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말 그대로 취미에 불과할 뿐 공복도는 차오르지 않는다. 제아무리 호텔 요리사가 제대로 요리한다 해도 불가능했다. 반면 요리 스킬을 배운 후 고기를 굽게 되면 공복도가 차오르고 스킬 레벨에 따라 여러 부가효과도 얻을 수 있게 된다.

 ‘이 스킬이 없다면 보관함에 항시 음식을 갖춰서 다녀야 하지.’

 이 외에도 여관 주인인 ‘짐’으로부터 로그아웃을 대비하여 안전지대를 만드는 스킬인 야영도 배웠다.

 보조 스킬인 요리와 야영.

 하지만 배울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였다.

 약초채집을 배우고자 찾아간 파렌으로부터는 ‘남편의 흔적을 찾아주세요(1).’라는 연계 퀘스트를 받게 된 까닭이다. 클리어용 저레벨 퀘스트라면 모르지만 이건 게론과 흑인 사내의 대화를 엿들었듯이, 20레벨이 넘는 이들이 진행하는 퀘스트다.

 얼추 다 배운 것 같다. 남은 50펜실과 토끼고기를 모두 팔아서 초보자용 의복을 구매하고 이제 여행을 떠나야……

 ‘아차.’

 더 챙길 것이 없나 떠올리던 나는 한 NPC를 더 떠올릴 수 있었다.

 바로 노파, 피렛.

 그녀는 옷 수선을 비롯한 재봉 스킬을 가르쳐 준다. 하나라도 더 배워야 하는 상황인지라 당장에 수선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피렛의 수선집에 도착하여 문 손잡이를 잡았을 때였다.

 문 너머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노파의 수선집에서 맑은 노랫소리가 전해온다.

 이는 누군가 퀘스트를 진행하는 중이라는 의미다.

 ‘애매하네.’

 보안 모드라는 것이 있다. 게임의 시스템 중 하나로서 타인이 퀘스트와 관련된 대화나 단서를 듣지 못하도록 1:1로 마주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설정하게 되면 두 사람은 임의의 공간 안에 단둘이 있게 되고, 외부의 다른 사람들은 일상적인 모습의 NPC를 대하게 되는 공간 분리가 이루어진다.

 의미 없이 사용한다면 호감도의 대폭하락은 물론, 적대감마저 생길 수 있다는 페널티가 있기는 하지만, 중요 퀘스트는 노하우 유출을 막기 위해 반드시 행하는 시스템이기도 했다. 현재 내가 노랫소리를 듣는 것으로 보아, 안의 플레이어는 보안 모드를 설정하지 않은 듯했다.

 ‘게임 초기니까 아직은 다들 모르는 상황이겠지.’

 지금 상황에 문을 연다면 안의 분위기는 일순간 엉망이 될 것이 자명하다.

 잠시 문 손잡이를 잡고 노래를 음미하던 나는 결국 가만히 있기로 했다. 누군가의 이벤트를 방해할 수는 없었으니까.

 그렇게 언제 끝이 나려나… 하고 듣다 보니 노래를 감상하는 모양이 돼버렸다.

 들은 바 있으나 제목조차 모르는 대중가요.

 꽤.

 ‘듣기 좋군.’

 현실의 노랫가락이 고운 미성에 실려 아련하게 들려온다. 떠나간 사랑을 그리며 절정으로 치달으니 애절해지고 불러도 대답 없는 사랑에 결국 포기하고 마는 노래.

 가만히 문 앞에 서서 듣는다.

 고운 음색을 음미하다 이내 끝이 날 무렵, 박수소리가 들렸다.

 “참 곱구나, 고와. 생소한 운율이기는 하지만 네 진심이 내 마음에 전해졌단다. 아이야, 참으로 고맙구나. 너라면 세월과 함께 묻어두었던 내 꿈을 소중히 다루어 줄 것 같다.”

 늙수그레한 목소리의 피렛.

 곧 오래된 상자를 여는 듯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운율이 사라랑 거리며 흘렀다. 그 사이로 나직하게 말하는 피렛의 목소리가 들렸다.

 “처녀 시절. 나도 세상을 떠돌며 운율에 마음을 담고 사랑과 슬픔. 환희를 담고자 했었지. 하지만 그저 한때의 꿈이었어. 한 남자를 만나 가정을 이루고 지금은 이렇게 늙어갈 따름이었단다. 참으로… 참으로 오래간만에 그때가 떠오르는구나. 바늘과 옷감이 아니라 리라를 들고 이렇게 연주를 하곤 했었지.”

 잔잔하며 느린 운율. 세월의 깊이를 담은 음색이 들려왔다. 음악에 대해 잘 모르는 나지만 말 그대로 넓고 깊다는 표현이 절로 나올 정도.

 그와 동시에 눈앞으로 한 여인의 삶이 파노라마와도 같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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