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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약먹은인삼
작품등록일 : 2016.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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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화
작성일 : 16-07-15     조회 : 753     추천 : 0     분량 : 6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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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두근거림을 감춘 채 넌지시 제안해 보았다.

 “관장님이기에 가능한 일. 앞으로 주목받으며 주목받고 선망의 대상이 되는 직업이 있는데 어떠세요?”

 “그런 직업이 있어?”

 “네, 소장님. 월 500 이상의 수익은 물론이거니와 명예까지 얻을 수 있습니다. TV 출연은 물론이고 CF까지도 가능하죠. 활동에 따라 몇억은 벌 수 있거니와 외려 넘치는 관심 때문에 생활이 불편해질 정도가 되기도 해요.”

 “헐~ 톱스타처럼?”

 긍정하자 강하성 소장이 큰 관심을 보였다.

 “그런 꿈의 직업이 있단 말이냐? 나도 보급소 때려치우고 그거나 할까?”

 반면 이용택 관장은 탐탁지 않은 투로 말했다.

 “나는 내 가족과 함께 있을 수 있는 직업이면 만족한다. 그 이상의 주목을 받는다면 싫다.”

 “쯧. 고집하고는.”

 혀를 차는 강하성 소장지만 나로서는 불감청 고소원인 부분이었다. 사실 그의 활약이 커질 것을 대비해 계약과 더불어 조건을 달을 셈이었으니 말이다.

 “관장님은 무술을 널리 알리거나 유명해지는 것이 싫으신가요?”

 “물론. 나는 내 가족은 사랑하지만, 남에게는 얼마든지 잔인해질 수 있는 사람이다. 무술을 익힌 것 역시 나를 위함이고 도장을 연 것은 아내가 바랐기 때문이었지.”

 “만약 가족이 원한다면 다시 도장을 운영하실 건가요?”

 내 물음에 멈칫하는 이용택 관장이다.

 “관련이 있는가보구나.”

 “꽤 많이요.”

 “떳떳한 직업인가?”

 “선망의 대상이죠.”

 곧 그가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나 역시 태진이의 입장으로 한 번 앞날을 생각해 보았다. 현실의 실력이 탄탄한 바탕으로 자리 잡는 new century의 특성상, 고작 도장 몇 달을 다닌 태진이보다는 이용택 관장의 경지가 당연히 높을 터다.

 현실에서의 막강 고수인 그의 등장은 태진이에게는 날벼락 같은 일이 될 것이 자명했다. 더불어 그가 게임 속에서의 활약으로 유명인이 되고 이를 바탕으로 도장이라도 열게 된다면 단순한 변수를 넘어 큰 변화가 될 수 있었다.

 그러니 거듭 확인하는 것이다.

 그때 고추를 집어먹으려다 ‘아차, 이거 매웠지.’ 하며 내려놓던 강하성 소장이 내게 물었다.

 “대충 듣자하니 돈벌이는 확실하지만 쌓이는 노하우를 전수하면 안 되는 업종 인가 본데? 도장이니 어쩌니 하는 걸 보면 무술가로서도 전하면 안 되는 거고. 어때, 얼추 비슷하냐?”

 “정확해요.”

 그러자 씨익 웃더니 이용택 관장의 등을 팡! 소리나게 쳤다.

 “고민할 게 뭐 있어. 어차피 혜란씨가 도장 접으라고 했다며? 그런데 나중에 가서 유명해지고 팔자 바뀌었다고 다시 하라 그러면 안 되지~ 그렇지 않냐?”

 “…너를 제외한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도. 전하지도 않으마. 이것이 네가 바라는 것이 맞나?”

 “충분해요.”

 확답 이후로 우리의 대화는 급물살을 타고 진행됐다.

 그의 가족생활이 침해되지 않는 것과 더불어 월 수익 500을 보장해 주기로 약속했다. 긴 대화와 다양한 합의 끝에 서로 웃으며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10일.

 그 안에 성륜의 정체를 알 수 있기를 기대한다.

 

 (2)

 

 이용택 관장의 게임 접속일은 이틀 뒤.

 최고가의 캡슐을 주문하고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기도 하다. 나야 돈만 제공했을 뿐 명의는 이용택 관장에게로 되어 있었다.

 ‘이틀.’

 미행하며 보낸 지난 몇 달보다 더욱 값진 며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 *

 

 여느 때와 같이 접속한 나는 잠시 오른손의 성륜을 잠시 바라보았다. 마치 기생하는 괴물 같게 느껴졌다. 경황 중이라 넘어가긴 했지만 내 몸임에도 꿈틀거렸던 것을 떠올리면 적잖게 모골이 송연했다.

 ‘…좋은 단서니까.’

 억지로나마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게임 속에서도 단서를 접하게 되면 그 정도의 격한 움직임을 보인다는 확신을 주었지 않는가.

 웃자. 웃도록 하자.

 그리 결론짓고 나는 걸음을 재촉했다.

 계획했던 데로 오늘은 마을을 벗어나 볼 생각이다.

 

 갈렌 마을은 란티놀 제국의 변방에 자리한 작은 마을.

 황도와 대도시로 가기 위해서는 서쪽으로 가면 된다.

 ‘홈페이지에 공짜지도가 올라왔으려나?’

 기대를 조금 품고 위쪽에 새로운 창을 불러 new century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Z&F 로고에 이어 new century라는 글자가 스쳐 지나갔다. 이후 창 하나 가득 노을빛이 물들며 다양한 게시판이 떠올랐다. 국가. 지도. 몬스터. 아이템. 스킬. 등등 체계적이며 세부적으로 분류된 수많은 게시판.

 그러나 막상 클릭하여 들어가면 어떤 정보도 올라와 있지 않았다.

 아아. 정정한다. 안내 메시지는 있었으니까.

 [여러분의 지식을 new century의 역사에 남겨주세요. 공헌하시는 만큼 보상을 얻게 됩니다]

 라고 말이다.

 ‘하여간 불친절하다니까.’

 텅 빈 게시판.

 이거 보고 정말 말이 많았다. 건의 게시판을 들어가면 ‘이게 뭐하자는 거냐.’ ‘운영 이따위로 할 거냐.’ 하는 막말에서부터 별의별 이야기가 다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Z&F는 꿈쩍도 않을뿐더러 저 방침을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

 아직 눈치챈 사람은 없었다. 정보는 회사가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게이머가 밝혀나간다는 취지라는 것을.

 ‘정보등록이라는 것의 가치를 아는 이도 없고.’

 차트만 있고 여백만 보이고 있는 텅 빈 홈페이지.

 각각의 항목을 채울지 말지는 플레이어의 자유였다. 그러건 말건 new century를 즐기는 데에는 아무런 관계도 없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공식 홈페이지에 정보를 등록하는 과정은 꽤 번거로웠다. 주관적인 생각을 올려서도 안 된다. 그냥 ‘정보를 올립니다.’하고 파일을 주르륵 올리는 것도 허용치 않는다. 정해진 양식과 항목을 잘 지켜서 세세한 정보를 자신이 직접 녹음하고 사용의 예, 용법 등을 올려야 했다. 마치 백과사전에서 분류하고 예제까지 제시하는 것처럼 말이다.

 여기에 전제조건으로 ‘직접 플레이한 것들’만을 인정한다.

 이쯤 되면 번거로운 것을 넘어 짜증까지 날 요구사항이 분명했다.

 그 때문에 대다수 게이머는 ‘그저 그런가 보다.’ 하며 지내고 있었다. 이들의 정보공유의 창은 동호회나 무료, 유료 카페 등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두 달 뒤에 40대 여성에 의해 바뀌게 된다.

 ‘이름이 크리스티였었지?’

 뉴질랜드의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그녀는 자신의 딸이 게임에서 사기를 당하게 되자, 홧김에 게임을 하고 딸을 위해 정보를 모으게 된다. 그리고 아예 부실한 게시판에 일침을 가할 요량으로 모은 정보들을 체계적으로 정리, new century의 홈페이지에 올린다.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올린 그녀.

 이는 홈페이지에 정식으로 등록된다. 아울러 그녀에게 모든 일에 있어 최초의 게이머에게 부여되는 ‘선구자’의 칭호와 Z&F로부터 다달이 보상을 받게 된다.

 마치 저작권과도 같은 개념이 적용되어 이용자가 정보를 클릭하는 만큼 돈으로 환산되어 지급되는 것이다.

 그다음?

 ‘인생역전.’

 그녀의 남편은 직장 그만뒀다고 한다. 그리고 부부는 물론 가족까지 모조리 게임을 하면서 잘 산다고 했다.

 ‘얼마나 부러웠던지.’

 물론, 크리스티 부부가 이번에도 인생역전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태진이가 있으니까. 나야 현실에서 돈을 벌어들이지만, 녀석은 ‘게임 정보’들을 쫓아 재테크를 할 것이 눈에 선했다.

 하여간, 이러한 이유로 공식 홈페이지는 깜깜무소식인 상태.

 공짜 지도는 괜한 기대인 듯하다.

 나는 대략 가늠해서 걷기로 했다.

 

 * * *

 

 밝아지는 지도의 중심에 내가 흰빛으로 반짝였다.

 몬스터는 붉은색. NPC는 파란색.

 선공을 않는 몬스터는 녹색이다.

 현실감보다는 게임성이 강조되는 이러한 기능은 역시 1%의 효과였다.

 ‘어떻게 사냥해야 할까? 어떻게 성장해야 할까?’

 발아래의 길만 보면 되는 까닭에 나는 오른쪽에 스킬창을 열어 보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혈력과 기력으로 사용하는 스킬에는 소모성 기술이 없었다.

 즉, 혈력이나 기력은 있어봐야 무용지물이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나는 모두 고통의 희열을 사용해 숙련도로 전환했다.

 그렇게 생긴 포인트는 모두 300.

 ‘숙련도 레벨이 1에서 2로 오르는 데 필요한 양은 100.’

 내가 익힌 스킬의 수는 스킬 레벨업이 필요 없는 야영과 고통의 희열을 제외하고 12개다. 공평하게 나누면 각각 25%의 숙련도가 오른다.

 하지만 당장 필요한 것은 전투와 관련된 스킬이니, 나는 300의 숙련도를 모두 세 가지 스킬에 집중시켰다.

 

 /-------------------------

 

 혈력 집중 : passive(Lv2 0.00/200.00%)

 지닌바 혈력으로 신체를 강화한다.

 효과 : 힘 4 상승

 직업효과 : 힘 10 추가 상승. 체력 20% 미만 시 공격력 7%. 공격속도 7% 증가.

 습득조건 : 혈력 1

 

 전사의 본능 : passive(Lv2 0.00/200.00%)

 빈틈을 감각적으로 감지한다.

 효과 : 적중률 4 상승

 직업효과 : 적중률 5 추가 상승. 체력 10% 미만 시 공격력 12% 증가.

 습득조건 : 혈력 1

 

 전사의 육체 : passive(Lv2 0.00/200.00%)

 두드려 강해지는 강철과도 같이 전사의 몸은 고통에 굴하지 않는다.

 효과 : 2%의 물리적 피해를 감소한다.

 직업효과 : 피해 10 감소.

  Lv10상승 시 신장 1㎝ 증가.

 습득조건 : 혈력 1

 

 /------------------------

 

 스킬 레벨업의 필요 경험치는 +100의 비율로 늘어난다. 300의 숙련도로 한 가지를 높이면 스킬 레벨이 3이 될 뿐이지만 3가지로 분산시키면 모두 레벨 2가 되니 훨씬 효율적이리라.

 그렇게 스킬을 재정비하고 10여 분을 걸었을 무렵.

 지도에 붉은색이 보였다.

 ‘들개.’

 그것도 네 마리나 된다. 가만히 마주하자 간단한 정보가 위에 생겼다.

 [들개 : Lv 5 : 체력 140]

 현재 내 레벨이 5이며 스킬 가중치를 더하면 힘이 33. 체력은 165가 된다.

 ‘4마리와 싸운다면?’

 내 싸움은 피하고 때리는 것이 아닌 맞고 때리는 것이니 답은 금방 나왔다.

 죽었다.

 “마을 행이군.”

 별반 돌아다니지도 못했는데 재시작이라니, 웃기는 노릇이다.

 이번에 돌아가면 평범하게 돈을 번 뒤 체력 포션이나 약초라도 꼭 사야겠다. 아니면 차근차근 레벨 업을 하던가 말이다.

 “와라.”

 몽둥이를 양손으로 쥐었다.

 “컹컹!”

 들개들 역시 마주 달려들었다. 시차를 두고 달려드는 것을 보고 나는 힘껏 오른쪽 어깨 뒤로 몽둥이를 넘겼다. 야구 배트를 휘둘러 공을 치듯, 첫 번째 들개의 머리를 풀 스윙하여 때렸다.

 퍼억!

 매섭게 머리를 두드리고 난 몽둥이가 왼손으로 옮겨진다.

 깔끔한 타격. 사실 동선으로 따지면 다른 들개도 공격할 수 있는 넓은 범위의 휘두름이었지만 역시나 1% 체감도다. 한 번의 동작에 한 마리만 때릴 수 있었다.

 그다음

 “쇼크웨이브.”

 비어 있는 오른손을 뻗으며 다음의 들개에게 스킬을 사용했다.

 마력 2를 사용하는 유일한 나의 액티브 스킬.

 퉁-!

 손 앞의 대기가 일그러지고 무형의 파동이 들개를 밀어냈다. 3m를 밀려나는 들개.

 그러나 스킬 설명대로 들개는 ‘아무런 손해도 입지’ 않았다.

 들어오는 순간을 노려 정확하게 풀스윙했음에도 불구하고 들개는 나가떨어짐과 동시에 달려들 따름이다.

 [들개에게 공격당했습니다]

 애써 피하고 때리고자 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사방에서 달려드는 들개에 대해 방어하지 않았다. 그러자 목과 팔. 다리가 물리고 들개는 자신의 머리를 흔들었다.

 [‘전사의 육체’로 인해 피해 10이 감소합니다]

 메시지가 떠오르며 체력이 단숨에 20이 하락했다.

 ‘한방에 40짜리였으면 30의 손상이었겠어.’

 다소 견딜 만한 손해였으나 중요한 것은 4마리라는 사실.

 단숨에 80의 체력이 감소했다.

 나는 토끼를 잡듯이 들개 한 마리의 목덜미를 오른손으로 쥐었다. 이어 왼손으로 몽둥이를 들고 대충. 기계적으로 들개의 머리를 두드렸다. 무미건조하며 기계적인 내 스타일의 싸움이다.

 휙! 퍽!

 휙! 퍽!

 덤덤하게 몽둥이를 휘둘렀다.

 풀스윙하건 약하게 휘두르건 나의 공격력은 같으니 관계가 없다. 마찬가지로 들개가 움직이자 내 몸이 둔감하게 흔들린다.

 그리고

 “깨갱!”

 들개가 죽어 버렸다.

 “벌써?”

 손아귀를 빠져나가는 들개를 보며 나는 내 체력을 보았다. 남아있는 체력은 120이다.

 ……이상하다. 죽어야 하는 건 난데 어떻게 사냥에 성공한 걸까?

 ‘운이 좋았나?’

 이해할 수 없지만 남은 들개는 3마리가 됐다. 나는 죽어서 마을에 가기 전까지 하던 사냥을 마저 하기로 했다.

 그렇게 몽둥이를 휘두르고 반짝이는 아이템을 거둬들일 때였다.

 - 꿀꺽!

 누군가 음식을 크게 삼키는 소리가 났다. 귓가에 대고 꿀꺽 삼켜대는 소리. 그리고 바닥에 가까웠던 내 체력이 165까지, 가득 차오르는 것이 아닌가.

 들개의 주검은 진공청소기에 빨려 들어간 종잇조각처럼 순식간에 증발해버렸다.

 차오르는 체력과 마력.

 맛있다는 듯 꿀꺽꿀꺽 삼켜대는 소리.

 ‘설마.’

 나는 꿈꾸듯 몽롱한 정신을 애써 다잡으며 사냥에 ‘집중’해 보았다.

 앞서와 같은 상황을 만들었다.

 들개의 목덜미를 쥐고 손을 들어 놈을 후려친다. 그리고 상태창과 들개의 체력을 유심히 관찰했다.

 “크르릉!”

 들고 있는 녀석이 나를 꽉 물었다.

 줄어드는 체력 20.

 ‘여기까지는 정상.’

 좌우에 있던 다른 두 마리가 나를 공격했다. 그 순간, 기현상이 일어났다. 갑자기 내가 움켜쥔 들개의 체력 80이 확 줄었던 것이다.

 아울러 내 몽둥이가 들개를 때릴 때마다 들개에게서 7의 체력이 줄어들고 내 체력이 7만큼 차오른다!

 - 츄릅.

 빨아 먹는 소리에 이어.

 “깨갱!”

 세 번의 공격이 오감과 동시에 죽어버리는 들개였다. 역시나 아이템을 움켜쥐자 꿀꺽이는 소리와 함께 들개의 주검이 증발하고 체력이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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