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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약먹은인삼
작품등록일 : 2016.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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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화
작성일 : 16-07-15     조회 : 615     추천 : 0     분량 : 6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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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크웨이브.”

 한 마리를 날려 버린 후 다른 한 마리를 붙들었다. 그러자 붙잡힌 녀석은 내게 맞아 죽었고 나를 공격하던 들개는 꼬리를 말고 저만치 도망쳐 버렸다.

 ‘허허…….’

 심호흡한 나는 아이템을 수습하기 위해 쥐었던 왼손을 조심스럽게 펼쳤다. 곧 손이 들개의 몸을 스쳐 가며 고기와 10펜실이 보관함으로 들어온다.

 이번에는 오른손으로 시신을 훑었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일그러진 성륜에서 날카로운 이빨이 철컥 이며 움직이는 모습을. 마치 진공청소기와도 같이 시신을 빨아들여 씹어 삼키는 것을 말이다.

 

 <2>

 

 1. 기변

 

 상태창을 열어 지켜보았다. 체력은 물론, 마력과 공복도까지 회복되고 있었다. 그렇게 완치된 후 살아 움직이던 성륜이 멈추며 다시 문신으로 멎어 버렸다.

 꽈악.

 주먹을 쥐었다 핀다. 생각을 정리했다.

 일찍부터 조짐은 있었을 것이다. 다만 내 체감도가 너무도 낮아서 느끼지 못했으리라 생각된다. 뭐, 이제부터라도 알았으니 알아 가면 될 일이지만, 과연 타인이 본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다른 게이머들한테 들키면 곤란해.’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음을 새삼 확인한 뒤 다시금 걸었다. 이어, 조용히 다섯 마리의 들개를 더 사냥했다. 내가 본 것이 착각인지 등등을 재삼 확인하는 것이다.

 그 결과, 발동 조건은 오른손과 상대의 접촉이라는 것을 알았다.

 ‘성륜의 효과가 대단하구나.’

 첫 번째 능력은 내가 입은 피해를 잡고 있는 상대에게 옮기는 것이었다. 그 덕에 포위공격을 당하는 상황에서 빠른 속도로 들개들을 죽일 수 있었다.

 두 번째 능력은 공격력만큼의 체력 흡수.

 마침 두 마리의 들개가 보이자 한 마리는 쇼크웨이브로 날리고 다른 들개 한 마리의 목덜미를 쥐었다.

 공격을 당할 때마다 20씩 떨어지는 나의 체력.

 여기에 몽둥이를 휘두르면.

 “깽!?”

 들개의 체력이 줄어들자 개 짖는 소리 사이로. 아주 작은 이질적인 느낌과 괴이한 소리가 들렸다. 둔감한 느낌이지만 오른손이 꽉 조여들면서 ‘츄릅!’하고 빨아먹는 소리였다. 그리고 내 체력이 7만큼 차올랐다.

 소리에 집중하고 있을 즈음. 밀려났던 들개가 다가와 나를 물었다. 곧 내 체력이 줄어드는 대신 쥐고 있는 들개가 급속도로 죽어갔다. 그렇게 손쉽게 죽이고 남은 한 마리가 도망치지 못하게 움켜쥐었다.

 “거참.”

 피로 물든 손 중심으로 새빨간 들개의 피가 쑥 빨려들어 가더니 이내 처음의 문신으로 변하고 만다.

 꿈틀거리며 철컥철컥 움직이는 성륜.

 슬쩍 손을 떼려 하자 마치 빨판으로 살점을 움켜쥔 것과도 같이 들개의 가죽이 쭉 따라 올라왔다. 일그러진 성륜이 꽉 움켜쥐고 있는 모습이었다.

 “낑… 낑…”

 겁먹어 도망치려는 들개 때문에 살점이 점점 늘어났다.

 들개의 비명이 더욱 커졌다. 딱히 들개가 죽어가는 것은 아니었지만, 고통은 전해지는 듯했다. 그렇게 줄다리기 아닌 줄다리기를 하던 내가 작정하고 쭉 잡아당겼다. 곧 저항감이 느껴지다가 손바닥이 떼어졌다.

 들개가 쏜살같이 줄행랑을 쳤다.

 ‘이제 마지막 테스트다.’

 이놈이 나도 공격할까? 내게 피해를 준다면 어느 정도일까?

 나는 살아 움직이며 입을 오므렸다 펴는 성륜을 왼팔에 대었다.

 두 눈을 질끈 감았는데.

 “……휘유."

 성륜은 곧 활동을 멈추어 움직이지 않았다. 나의 체력이 줄어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최소한 적아(敵我)는 가리는 셈이다.

 다행이다.

 ‘마을에서 NPC를 잡고도 아무런 반응이 없던 걸 보면 NPC 역시 관계가 없다는 거겠지. 반면에 토끼한테는 효과가 있고.’

 이로 미루어 보면 ‘적’으로 규정된 녀석들에게만 효과가 있다는 뜻이 된다.

 나는 죽은 들개의 아이템을 수습하러 오른손을 움직였다.

 - 꿀꺽!

 과도한 목 넘김. 시체를 한 번에 삼키는 그 소리가 들렸다.

 세 번째의 효과.

 시체를 먹어 차오르는 체력과 마력을 회복시킨다.

 ‘처음 들었던 때가 토끼를 잡았던 때였지, 아마.’

 아마 그때는 레벨업을 한 직후라 이 변화를 발견하지 못했던 것 같다. 지켜보던 빈센트까지도 말이다.

 일그러진 성륜의 힘.

 피해를 다른 이에게 전하고 공격력만큼의 체력을 빼앗으며 시체를 삼켜 완전회복을 만든다.

 철컥이는 이빨로 흡혈귀처럼 피를 빨아대는 성륜은 성스러움은커녕 밝은 느낌조차 아예 없었다. 과연 이것이 본래 성륜의 기능일지, 아니면 변형된 탓에 생겨버린 돌연변이 기능일지 나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성륜의 힘이 new century의 세계에서 버그라 표현해도 될 만한 영역에 속해 있다는 사실이다.

 ‘지나치게 불공평하며 밸런스를 무너뜨릴 정도.’

 게임에 대해 잘 모르는 나만 해도 충분히 악용할 방법이 떠올랐다. 내 체력을 단숨에 날려버릴 수 있는 고레벨의 몬스터라면 힘들지만, 그렇지 않은 몬스터를 사냥할 경우 나는 말 그대로 쓸어버릴 수 있게 된다. 소수보다는 외려 다수가 좋다.

 받은 피해를 그대로 전달하면 되니까.

 뒤처진 레벨 따위 마음만 먹으면 금방 따라잡을 수 있었다. 태진이가 아무리 퀘스트를 줄줄이 꿰차고 있어도. 스킬에 대해 훤히 알아 효과를 극대화한다 할지라도 관계없다.

 사냥의 효율 그 자체가 다르니까.

 돈을 벌기 역시 쉽다. 물약을 쓸 이유가 없는 나다. 지출이 없는 상태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상점에 팔아넘기면 넘치도록 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들키지 않게 조심하자.’

 걸렸다가는 큰일이 날 테니까.

 

 연이은 사냥으로 또다시 레벨업!

 능력치를 분배하고 더 걷자 이번에는 늑대 무리가 달려들었다.

 7레벨의 몬스터이고 6마리씩이나 되었지만, 왼손으로 적절하게 체력을 채워주고 오른손으로 피해를 전가해 죽였다. 그런 뒤 시신을 흡수하면서 피해를 줄일 겸 쇼크웨이브로 늑대를 날려버렸다.

 “아주 편해졌어.”

 더욱 많은 수에다 높은 경험치 탓일까. 나는 쉽사리 7레벨로 오를 수 있었다. 이를 분배하자 스킬 가중치와 더불어 능력치가 증가했다. 이로써 얻은 혈력과 기력이 각기 1이다. 나는 이를 고통의 희열 스킬로 소멸시킨 뒤 도둑의 시야에 집중시켰다.

 [스킬레벨 상승!]

 [인식 범위 2% -> 4%증가]

 지도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계속 걸음을 이어나갔다.

 ‘들키지 않는 것이 최우선이니까.’

 몬스터는 더는 위협이 되지 않았다. 내가 조심해야 할 것은 사람이다.

 ‘그러고 보니 성륜이란 게 나만 있는 게 아니었었지.’

 현실에서는 태진이에게 무기력하게 당했던 그들의 성륜이 new century에서 이렇게 각성한다면, 나로선 예상하기 힘든 일들이 게임 속에서 펼쳐질 성 싶었다.

 ‘태진이가 랭커로 명성을 날리던 때에도 이러한 성륜의 소유자들이 있었을까? 그랬다면 Z&F는 어떤 식으로 그들을 관리했을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갔다. 딱히 나오는 답이 없는 상황.

 정보가 부족한 까닭이다.

 ‘괜찮아. 급할 건 없어.’

 스스로 다독였다.

 시간은 내 편이다.

 

 (1)

 

 [기상 시간입니다]

 새벽 5시.

 쪽지창이 반짝였다. 나는 반복되던 사냥을 접고 new century의 접속을 종료했다.

 몽롱하던 정신이 점차 돌아오고 감각이 서서히 일깨워진다.

 몸이 누워있음을 자각하는 순간 나는 선글라스를 벗고 센서를 떼어냈다.

 “후우.”

 그제야 비로소 실감이 된다.

 몽롱하기만 한 게임 속에서는 와 닿지 않은 변화. 그리고 단서들에 대해.

 꽈악.

 움켜쥔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나는 찬물을 받아 세안한 뒤 거울을 보았다. 이어 오른손을 거울에 비추어 보였다.

 몇 달째 본 터라 이제는 익숙하기만 한 문신.

 한몸이 되어 생활해 온 움직임 없던 이 일그러진 성륜과 드디어 접촉했다. 예상대로 성륜은 new century와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그렇다면 현실에선 어떨까?

 세안을 마치고 옷을 입었다.

 “진짜 하기 싫은데…….”

 거울을 보며 숨을 푹푹 내쉬다가 이내 눈을 질끈 감았다.

 “제길!”

 이를 악물고 과도로 왼손을 찔러 상처를 헤집었다.

 조금은 큰 상처. 피가 뚝뚝이 아니라 줄줄 흐른다. 붕대로 감싼 뒤 심장보다 높게 들어 꽉 누른 채로 기다렸다. 피가 더 배어 나와 붕대를 붉게 만들자 그 위로 더 감싸고 다시 압박한다.

 그렇게 10여 분이 지나 얼추 지혈되었다. 나는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대상을 포착하는 순간, 달려나갔다.

 “야옹!”

 느긋하게 하품하며 지나던 고양이가 깜짝 놀라서 도망했다.

 그 뒤를 전력을 다해 쫓기 시작했다.

 

 산동네의 또 다른 표현은 재개발지역이며 판자촌이다.

 하나둘 사람이 모여 살며 뜯어고치고 거하며 만들어진 거주지. 그러한 탓에 빈틈이 많으며 버려진 곳 역시 있었다. 자재가 쌓여 있고 나무가 군데군데 자란다.

 지금 내가 사는 집 역시 지붕과 천장 위로 쥐가 돌아다니고 이를 잡는 고양이가 움직이곤 했다. 홀몸 노인댁에 방문하여 청소를 도울 때면 장롱 밑이나 부엌에 돌아다니는 바퀴벌레 역시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캬옹!”

 위기를 느꼈는지 고양이가 더욱 날카롭게 울었다.

 ‘왜 이렇게 빨라!’

 나 역시 사력을 다해 몸을 날렸다.

 산동네에는 주인 없는 개나 고양이가 많이 있었다. 애완용으로 기르다 버려진 개와 고양이. 혹은 쥐를 잡으려고 일부러 풀어놓은 고양이 등이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대부분 이를 방관한다.

 골목 사이에서 주춤하다 내 다리 사이를 빠져 다시 뒤로 도망치는 고양이. 태클하듯 발을 뻗자 살짝 닿았다.

 “요놈!”

 손을 뻗었다.

 쏙 빠져나가는 고양이.

 간발에 차로 놓쳤다. 나만큼이나 저 녀석도 필사적이다.

 나는 피부가 긁히는 것을 감수하며 손을 뻗었다. 그리고 비로소 움켜쥐었다.

 “캬아옹!”

 붙잡힌 고양이가 버둥거렸다. 발톱에 긁히고 이빨에 물리고, 아주 난리가 났다.

 나는 쓰라림에 짜증이 버럭 일어 고양이를 그대로 벽에 던져 버렸다.

 “캥!”

 좀 불쌍하긴 하지만 작정하고 벌인 일.

 이리 비틀, 저리 비틀거리는 고양이를 걷어찼다. 붙들고 연속적으로 주먹으로 후려치기까지 했다.

 충격을 입히고 내가 회복되는지를 확인해야 하기에 어쩔 수 없었다.

 “미안하다만, 나도 살려면 어쩔 수 없다.”

 무자비한 폭행을 하는 나 역시도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나는 쿵쾅거리는 심장을 가라앉히려 노력했다.

 그렇게 위선을 떤 나는 조심히. 아주 조심히 쥐었던 왼손을 펼쳤다.

 입힌 손해만큼 회복되었는가?

 왼손의 상처는.

 “크윽!”

 그대로였다. 여전히 아팠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외려 꽉 쥔 탓인지 더 피가 나오고 있다. 나는 아직 죽지는 않은 고양이를 놓고는 목장갑으로 핏기를 닦아보았다. 상처가 조금이라도 아물었는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해.

 정말이지 통증은 적응이 안 된다.

 “씨펄!”

 상처는 역시나 그대로였다.

 만일 게임에서처럼 체력을 흡수할 수 있었다면, 하다못해 흐르는 피라도 멈추거나 조금이라도 통증이 완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전혀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천만다행이었다.

 쥐고 있던 고양이를 놓아주니 풀썩 쓰러진다. 내가 저만큼 멀어지자 바들바들 떨며 도망쳐 사라졌다.

 이로써 험난했던 1차 테스트가 끝났다.

 나는 남은 실험을 위해 자리를 옮겼다.

 2차 테스트는 시체를 흡수하는지를 확인하는 것.

 ‘어쩐다… 아!’

 고양이를 때려죽일 수도 없고, 하며 고민하던 나는 뒤늦게 자신을 자책했다.

 맞다. 이토록 힘들게 할 것 없이 진작 시장으로 갔으면 쉬운 일이 아니던가.

 ‘너무 서둘렀었어.’

 도로변으로 나가 택시를 잡았다. 그리고 횟집으로 가 살아있는 낙지와 활어 따위를 산 뒤 돌아오며 시험해 보았다.

 “……”

 오늘은 해물탕을 먹어야겠다.

 

 

 * * * *

 

 - 성륜은 현실에서 반응하지 않는다

 고양이 추격부터 고등어 살해에 이르기까지 웃지 못할 촌극 끝에 얻은 결론이었다.

 난리법석을 떨긴 했지만, 마음만큼은 가볍기 그지없었다. 만약 이게 현실에서 먹혔다면 그야말로 상상 이상의 일이 일어나지 않겠는가.

 성륜을 지닌 자가 게임에서 급속도의 성장을 이룬다. 그리고 그 성장이 현실에서 적용되어 초인에 가까운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면 실로 영화 같은 일이 현실이 되어 버린다.

 가상과 현실의 구분이 없어진다는 것. 그것은 내게 있어 혼돈 그 자체였다.

 “어이! 탈거요, 말 거요?”

 “아, 네.”

 버스 정류장에 애매하게 서 있던 나는 버스 기사의 재촉에 올라 좌석에 앉았다. 급한 마음에 택시를 타고 시장에 갔었지만 올 때는 여유도 생겼고 급할 것도 없어 버스를 기다린 것이다.

 스쳐 가는 풍경을 따라 상념을 흘려보냈다.

 뜨는 햇살 사이로 조각구름이 느릿느릿 흐르고 있었다.

 

 (2)

 

 * * *

 

 산동네 앞 정거장에 내리자 나를 부르는 이가 있었다.

 “아침 일찍 시장에 다녀오는 길이니?”

 매일 아침마다 길목을 청소하는 장필모 목사였다.

 “네, 갑자기 해산물이 먹고 싶어서요.”

 “그런데 조금 많아 보이는구나.”

 나는 짐짓 넉살을 떨었다.

 “제가 요리를 못 하잖아요. 사모님한테 선물로 드리고 얻어먹으려구요.”

 “하하. 그러자구나. 그럼, 지금 먹을까?”

 아직 6시 40분경. 다른 가정이라면 이제 일어날 시간이었지만 두 목사 내외는 한창 아침 준비를 시작할 무렵이었다. 새벽 5시에 조촐하게 새벽 예배를 드리는 탓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쳐도 이 시각에 들어가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아뇨, 아침부터 너무 든든한 것도 별로죠. 이따가 저녁때 얻어먹으러 가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장필모 목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런데 상현아. 아무래도 네 이야기를 춘남 형제가 들은 것 같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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