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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의 구세주
작가 : 코뿔소
작품등록일 : 201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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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작성일 : 17-06-04     조회 : 469     추천 : 2     분량 : 5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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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 사건 발생 2달 전.

 세주 네 집 본체 1층, 거실에 있는 피아노 의자에 민호가 앉아 있다. 굳이 소파가 있는데도 항상 민호는 그 자리에 앉아 신문을 보거나 박 감독이 지내는 별채를 멀뚱히 쳐다보곤 했다.

 부엌에는 가정부 서너 명이 늦은 아침을 준비하고 있다. 그 속엔 이유리도 있었다.

 부엌 바로 옆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세주의 방이 나온다. 2층 전체가 세주의 방이었다. 흰색 위주의 디자인에 아기자기한 장식품들과 고급스러운 외제 가구들로 멋을 낸, 한 마디로 참 부잣집다운 방이었다.

 누군가 웃으며 욕실에서 뛰쳐나온다.

 세주였다.

 세주는 이제 막 씻고 나왔는지 머리카락을 물에 젖어 있었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체였다.

 세주를 따라 급하게 나오던 연옥은 커다란 수건을 들고 세주를 타일렀다.

 

 “세주! 고모 힘들어~얼른 와서 물기 닦고 옷 입고 내려가서 밥 먹자! 응?”

 

 아무리 또래보다 어려 보이고 체구가 작다고 해도 20살이 넘은 여자 계집아이였다. 연옥은 그런 세주를 볼 때면 마음 한구석이 턱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내색 한 번 한 적이 없었다. 자신의 유일한 피붙이였고, 가족들이 자신에게 남겨준 부탁이자 선물이었으니까.

 세주는 연옥의 말에도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거실을 가로질러 침대로 가 나체로 누워버렸다. 그리고선 침대에 늘 올려 있는 토끼 모양 인형을 끌어안았다. 연옥은 세주를 따라 침실로 들어가 누워있는 세주의 몸을 수건으로 닦으며 말을 했다.

 

 “이따 과외 선생님 면접 보러 온다는데, 세주가 옷 안 입고 밥도 안 먹으면 못 보겠네.”

 

 연옥의 말에 그제야 세주는 벌떡 일어나 토끼 인형을 안은 채 연옥이 입혀주는 옷을 입기 시작한다.

 

 “고모! 근데 요번에도 천사가 아니면 어떻게 해?”

 

 세주는 초초한 듯 입을 삐죽거리며 말을 했다. 요 며칠 계속 과외 선생님들이 그만두고 면접 오는 족족 세주 맘에 안 들었던 게 이유였다.

 

 연옥은 솔직히 천우와 세주가 사탄이며 천사며 어쩌고저쩌고 하는 애기 따위는 믿지 않는다. 다만 늘 악령이 보인다며 잠도 못자고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는 세주를 위한 방법이 세주가 천사라 부르는 사람들을 곁에 두는 거밖에 없었기에 그저 과외 선생이라는 명목으로 세주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돈을 주고 사 옆에 있게 해주었다.

 

 병원을 안 가본 건 아니었다. 대학병원부터 한방병원까지 안 가본 곳이 없었다. 그런데도 세주가 무엇을 왜 무서워하는지 그리고 왜 가끔씩 몸서리치듯 고통스러워하는지 알 수 없었다.

 연옥은 세주의 옷을 매만지며 세주에게 말을 걸었다.

 

 “세주야~왜 고모는 천사가 아니야? 고모가 천사면 편하잖아. 항상 세주 옆에 있어 주니까”

 

 세주는 연옥의 말에 안쓰럽다는 듯 고모인 연옥을 안아주며 말했다.

 

 “고모~ 우리 가문은 사탄과 영혼 계약을 해서 태어날 때부터 사탄이래. 그래서 고모는 천사가 안 돼. 세주가 사탄을 볼 수 있지만 없앨 순 없는 것도 그래서래.”

 

 연옥은 자신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누가 그래? 네 외삼촌이 그러든?”

 “응……그치만 괜찮아. 고모 옆에 세주가 있으니까.”

 

 세주는 연옥의 목을 당기며 다시 한 번 꼭 안아주었다. 연옥은 나지막이 “미친 새끼”라며 천우를 욕했다.

 

 “엇! 삼촌 나간다!”

 

 연옥을 안고 있던 세주가 움찔하며 말한다. 참 이상했다. 밖을 보는 게 아닌데도 세주는 항상 천우가 들어오고 나가는 걸 알고 있었다.

 연옥은 세주에게 1층으로 내려가 식탁에 앉아 기다리라고 한 뒤 침실 창가 쪽으로 다가갔다. 거기서 천우가 나가는 걸 찬찬히 쳐다봤다. 180cm가 넘는 키에 슈트 정장을 입고 머리를 쓸어 넘기며 걷는 천우는 꽤나 볼만 했다. 뭐 영화판에서도 영화를 잘 만드는 것보다 배우보다 잘생긴 감독으로 유명한 사람이었으니까.

 근데 그것조차 연옥의 심기를 건드린다. 연옥은 창가에서 천우를 보며 비웃었다.

 “자기는 구원자고 나는 사탄이야? 여자 구두 페티쉬 주제에… 네가 구원자면 나는 하느님이다.”

 

 ****

 천우가 한 시골집 앞에 서 있다. 그 집에선 시끌벅적, 요란스러운 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굿판이 벌어지는 모양이었다. 천우는 그 집 대문 앞에서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몸을 풀다가 가방에서 성수가 든 병을 꺼내 들었다. 천우는 자신의 이마와 양쪽 어깨에 성수를 조금씩 묻히고 기도를 했다. 그리고선 10cm 정도의 날카로운 칼자루 3개를 집어 왼쪽 손가락 마디마다 끼우고선 성수를 쏟아부었다.

 

 천우는 심호흡을 한 번 크게 내쉬고는 대문을 박차고 그 집으로 들어섰다. 꽹과리, 장구, 북, 피리 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순간 천우의 눈에 힘없이 쓰러져 있는 여자아이 하나가 보인다. 이제 겨우 고등학생 정도 되어 보였다. 천우는 계속 안 쪽으로 발을 옮기다 무당과 눈이 마주쳤다.

 무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천우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옆으로 살짝 자리를 피해 주었다.

 

 요란스러운 굿 타령 소리……그리고 그 속에서 천우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정장을 입고 있는 천우는 살풀이춤을 추기 시작했다. 북과 장구 소리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며, 정장 구두를 신은 발로 사뿐사뿐 땅을 내려 밟았다. 낮은 자세로 손을 휘저으며 땅에 닿을 듯 머리를 내리다 이내 다시 고대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며 어쩔 땐 무용수처럼, 또 어떨 땐 무당처럼 춤사위를 이어갔다.

 

 댄디 컷으로 정리된 머리와 슈트 정장 차림하고는 어울리지 않은 춤사위였다. 그런데도 천우는 전혀 어색해 하지도 않고 늘 해왔던 일처럼 춤을 추며 힘없이 쓰러져 있는 여자 아이에게 다가갔다.

 무당과 장구잽이는 그런 천우를 보며 제발 저 아이 좀 어떻게 해달라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자신들의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던 모양이었다.

 

 어느새 마당을 가로 지어 쓰러져 있는 여자아이에게 다가간 천우는 무릎을 꿇은 채 여자아이의 이마에 손을 대고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신의 대리인으로서 너에게 명한다. 그만 본 모습을 드러내라.”

 

 천우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힘없이 쓰러져 있던 여자애가 갑자기 고개의 힘을 주며 천우에게 얼굴을 들이 밀었다.천우는 이를 악문 채 여자아이의 이마를 밀어내며 말했다.

 

 “괜한 사람 괴롭히지 말고 그만 나와. 이런다고 달라지는 거 없어. 너만 고통스러워 질 뿐이야.”

 

 천우가 강한 어조로 말했지만 여전히 목에 힘을 주며 천우에게 얼굴을 가져다 대던 여자애는 오히려 웃으며 말을 한다. 목소리가 갈라지고, 거친 남자의 목소리였다.

 

 “피붙이가 하나 있네? 아니 이게 누구야? 그 유명한 사탄과 구원자 사이에서 태어난 딸내미이네?”

 

 여자아이는 웃던 표정을 금세 악랄하고 사나운 표정으로 바꾸며 말을 이어갔다.

 

 “어디 까불어봐 개새끼야. 네 조카랑 이 여자애, 둘 다 사지를 잘라 지나가는 개밥으로 던져 줄게. 해봐! 해 보라고! 이 *발 *끼야”

 

 악랄하게 소리를 소리치는 여자애의 얼굴은 어느새 실핏줄이 터지고 눈에는 피눈물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천우는 끔직한 광경에 자신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흔들었다. 늘 봐오던 모습이어도 구역질나고 역겹기는 매 한가지였다.

 

 천우는 여자애의 이마를 밀던 오른손을 재빠르게 여자아이의 목으로 옮기더니 힘을 주기 시작한다. 그러자 갑자기 여자아이의 볼에서 또 다른 얼굴이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괴기스럽고 징그러운 사탄의 모습 그 자체였다. 천우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 얼굴에 왼손에 있던 칼날 하나를 꼽는다.

 

 그 순간. 여자아이의 볼에 있던 얼굴과 칼날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여자아이는 고통스러워하며 땅을 뒹굴기 시작했다. 옆에 서 있던 여자아이의 부모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채 발만 동동거리며 그 광경을 보고 있다.

 

 여자아이는 엎드린 채 고통스러워하며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 천우는 다시 한번 여자애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여자아이가 온 힘을 다해 천우에게 달려들며 천우의 목을 움켜쥔다. 천우는 순간 그 힘을 당해내지 못하고 뒤로 자빠졌다. 그러면서도 천우는 눈을 질끈 감았다. 무섭거나 역겨워서가 아니었다. 힘이 제압당한 순간에 눈을 보이면 천우의 약점이 사탄에게 보여 지기 때문이었다.

 

 목을 짓누르는 아귀힘에 천우의 목은 어느새 시뻘게지고 천우는 연신 기침을 쏟아냈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 성수를 여자아이에게 뿌리기 시작했다. 신부님이었다.

 예상치 못한 공격에 사탄은 고통스러워하며 주춤 뒤로 빠졌다. 천우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눈을 떠 상체를 일으키며 여자애 목덜미에 모습을 드러낸 사탄에게 두 번째 칼날을 꽂았다. 천우는 사탄이 두 번째 칼날에 고통스러워 날뛰는 동안 몸을 일으키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천우의 예상과는 다른 모습이 펼쳐졌다. 고통스러움에 피를 토하면서도 여자아이는 다시 한번 천우의 목덜미를 잡았다. 그리고선 천우의 눈을 또렷이 쳐다봤다. 천우는 시뻘게진 얼굴로 온 힘을 다해 여자애를 밀어냈다. 지켜내기 위해.

 그 순간 여자아이의 몸은 하늘로 붕 떠 뒤 쪽으로 나뒹굴었다.

 땅에 떨어진 여자아이는 고통스러움에 피를 토하면서도 천우를 향해 웃어 보였다.

 

 “찾았다. 약점!”

 

 말이 끝나자마자, 여자아이의 몸에서 뱀 같은 모습을 한 검은 색의 악귀 여러 마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선 그 악귀들이 재빠르게 마당을 지나 담을 넘어 산을 타기 시작했다. 미친 듯이 빠른 속도로 어디론가 날아가기 시작한다. 산을 넘고 도로를 지나 사람들이 많은 도심을 지나 어느새 악귀들은 한 집 앞에 도착한다.

 세주의 집이었다.

 

 악귀들은 요상한 소리를 내며. 세주의 집 담장을 넘으려 했다. 하지만 무언가가 가로막혀 있는 듯 연신 튕겨져 나왔다. 천우가 집에 쳐 놓은 방어막이었다. 그것이 악귀들이 집에 들어오려는 것을 막고 있었다.

 한편, 2층 자신의 침실에서 토끼 인형을 안은 채 놀고 있던 세주가 악귀들이 내는 요상한 소리에 고개를 돌려 창가 쪽을 쳐다봤다. 뱀의 형상을 한 악귀들의 흉악한 모습이 세주의 눈에 들어온다. 세주의 표정은 금세 굳어졌다.

 

 “고모!!”

 

 세주는 울며불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연옥은 세주의 소리에 단숨에 1층에서 2층 세주 침실로 뛰어 올라왔다.

 

 “왜 그래 세주야! 괜찮아 고모 여기 있잖아!”

 

 연옥은 두려움에 사로잡혀 울고 있는 세주를 끌어안았다. 한 달에 서너 번은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도 연옥도 세주도 도통 익숙해지지 않았다. 늘 고통 그 자체였다.

 

 “고모! 저기. 저기 악귀가 집에 들어오려고 해!”

 

 세주는 공포심에 소리치며 창밖 담장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세주의 말에 연옥이 창밖을 쳐다보지만 연옥의 눈에는 그저 맑은 하늘만 보일 뿐이었다.

 연옥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세주를 안아주며 세주의 머리를 쓸어 넘겨주었다. 세주의 머릿결을 넘기는 연옥의 손이 심상치 않다.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뜨거운 커피를 마시려다 세주의 소리에 놀라서 뛰어 올라오다 손을 덴 모양이었다. 꽤나 아플 텐데도, 연옥은 자신의 손은 신경도 쓰지 않고 세주를 끌어안고 연신 괜찮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런 연옥의 마음은 모른 채 세주는 울며불며 소리쳤다.

 

 “없잖아! 지금 내 옆에 천사가 없잖아!”

 

 요 며칠 과외선생들이 갑자기 그만두면서 세주가 천사라 부르는 사람들이 세주 옆에 없는 시간의 공백이 커졌다. 지금 세주에게 악귀가 달려들기 힘들게 할 만한 천사가 없었다.

 세주를 끌어안고 있던 연옥은 갑자기 예전에 천우가 했던 말을 떠올랐다.

 

 ‘네 남자친구도 천사야. 믿기지 않겠지만.’

 연옥을 소리치며 민호를 부르기 시작했다. 연옥의 부름에 민호는 어기적어기적 귀찮다는 듯이 세주 침실로 들어섰다. 연옥은 그런 민호에게 다급하게 소리쳤다.

 

 “너 여기 좀 있어 애 진정될 때까지.”

 

 연옥의 말에 마지못해 민호는 멀뚱히 그 옆에 서 있었다. 세주는 그런 민호를 올려다보다 민호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그때였다.

 

 방어막을 뚫은 악귀 한 마리가 마당을 가로질러 세주 방에 들어섰다. 세주는 순간 놀래 아무 말도 못하고 숨도 제대로 못 쉬며 자신의 주위를 도는 악귀를 쳐다봤다. 악귀는 마치 세주를 찾는 듯했다. 뱀의 모습처럼 몸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세주의 침실을 도는 모습이 기괴했다. 천사인 민호의 손을 세주가 잡고 있어 못 찾고 있는 모양이었다. 세주는 두려움에 민호의 손을 꽉 세게 잡았다. 민호는 그런 세주가 짜증 난다는 듯 쳐다보다 이내 그 손을 뿌리친다.

 

 그리고 그 순간!

 악귀가 세주에게 달려들며 세주 입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빌리이브 17-06-10 01:08
 
저랑 표지가 같아서 읽고 있는데, 어머낫 재미있어요~. 이것도 인연이네요. ㅋㅋㅋ
행복한 주말 되세요~.
아 그리고 저기 위에 천사가 아니면 어떻게 해? 아닌가요? 꾸벅~.
  ┖
코뿔소 17-06-10 20:10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자주가서 작품 읽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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