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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의 구세주
작가 : 코뿔소
작품등록일 : 201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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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작성일 : 17-06-09     조회 : 443     추천 : 1     분량 : 4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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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 다 그렇게 들어오게 해도 돼?”

 

 드레스 룸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는 연옥을 향해 민호가 물었다. 민호가 세주의 손을 뿌리친 뒤 쳐다보지도 않던 연옥이 어느새 민호에게 곁을 내주었다. 민호는 늘 그렇듯 싸우다 풀리고를 반복하는 거라 생각해 연옥에게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민호는 모르는 사실이 있다. 연옥은 어느새 민호와의 관계를 정리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뭐 일상적인 남녀관계가 그렇지만 민호는 연옥을 아직 잘 몰랐다.

 

 그녀는 오직 세주에게만 따듯한 여자였다. 언제든 자신의 이익이나 자신의 기분에 따라 사람을 쳐내거나, 혹은 관계의 판을 다시 짤 수 있는 여자였다. 그건 남녀관계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연옥은 아직 민호에게 어떠한 내색도 하지 않았다. 그게 사람들이 연옥을 향해 독사 같은 여자라고 평하는 이유 중에 하나다. 상대가 아무런 낌새도 알아채지 못했을 때, 그때 상대의 목을 잡아 뜯는 사람이었다. 어쨌든 연옥은 아무런 내색도 없이 늘 그렇듯 대답했다.

 

 “뭐, 들어오지 못하게 할 만한 이유가 있나?”

 

 연옥의 대답에 민호는 비스듬히 옷장에 기대어 연옥을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한명은 경찰이고 한명은 사기전과가 있는 애잖아. 특히나 경찰 나부랭이를 들어오게 해도 돼? 들리는 애기로는 정치인 몇 명하고 검사하고 짜고 보낸 거라는데.”

 “네 말대로 경찰 나부랭이인데 뭐가 어때? vip 양반이라도 들어오면 몰라. 물론 vip께서 내 손아귀에 있는데 들어 올리는 없겠지만…”

 

 연옥은 옷 단추를 매만지며 말을 이어갔다

 

 “그깟 계집애 하나 들어온다고 뭐가 달라질 것 같아? 적당히 보다 우리 집에 그 애 보낸 애들 살며시 보내주면 돼. 뭐 그런 거 가지고. 난 그냥 우리 세주만 괜찮으면 돼. 세주가 좋다면 다 돼.”

 “솔직히 말해. 세주 진짜 네 딸 아니야? 아니 아무리 하나뿐인 피붙이라지만 너무 애지중지하니까.”

 “맞아. 내 딸이야. 내가 17살에 낳은 딸!”

 

 연옥은 옷장 문을 닫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가슴으로 낳은 딸. 17살 때 내 품에 들어온 내 딸이야.’

 

 ****

 21년 전

 대학병원 응급실에 어린 17살 연옥이 서 있었다. 연옥에 눈앞엔 이미 목숨을 잃은 오빠와 간신히 숨만 잡고 있는 새언니가 보였다. 그리고 연옥의 부모님은 자기 아들의 죽음 앞에 아무런 말도 못하고 그저 통곡 어린 눈물만 흘리고 있다. 연옥의 부모는 며느리는 안중에도 없는 듯 오직 사늘하게 식어가는 자기 아들만 쳐다보고 있었다. 연옥은 참혹한 현실에 눈물도 흘리지 못하고 그저 멍하니 서 있었다.

 

 그때 힘들게 손가락을 움직이며 자신을 쳐다보는 새언니가 연옥의 눈에 들어온다. 미치도록 싫은 사람. 돈 한 푼 없이, 제대로 된 학벌과 직업도, 집안도 없는 그저 그런 여자. 값어치 없는 사람이 자신의 가족이 된 게 연옥은 참 싫었다.

 

 그렇게 싫어하는 새언니가 자신을 쳐다보며 자신을 힘들게 부르고 있었다. 연옥은 망설이다 이내 새언니에게 다가가 얼굴을 가까이 댔다.

 

 “이름은 세주예요. 오빠가 지었어요. 지켜줘요. 부탁이에요.”

 

 그게 새언니의 마지막 말이었다.

 

 새언니는 세주를 낳다 그렇게 되었다고 했다. 오빠는 세주가 세상으로 나온다는 애기를 듣고 병원으로 달려가다 차사고가 나 온 몸이 다 부셔져 이미 병원에 도착했을 때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였다고 나중에서야 듣게 되었다.

 

 연옥은 어린 세주를 안고선 병원을 나오면서 자꾸만 새언니의 마지막 말이 기억되었다. 미치도록 싫었던 사람이었는데, 이상하게 그 사람의 마지막 말이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세주가 퇴원을 하던 날 그 날은 이상하게도 맑은 하늘에서 폭풍우 같은 비가 하루 종일 내렸는데, 혹시 비를 맞을까 연옥은 세주를 자신의 가슴 쪽으로 당겨 안았다.

 그때 연옥은 부서질 듯 여린 세주를 보며 처음으로 지키고 싶은 게 생겼다.

 

 ****

 한편, 2층 세주 방 거실에서 세주가 피아노를 치고 있다. 쇼팽의 왈츠 10번을 치고 있다. 세주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였다. 그런 세주의 모습을 과외 하러 온 여대생이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자신보다 피아노를 잘 치는 세주에게 그 과외 선생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옆에 앉아 멍하니 있는 거, 세주와 시계를 번갈아 쳐다보는 거, 그것밖에는 없었다.

 정확히 한 시간 반. 땡 하자마자 과외 선생은 기다렸다는 듯이 세주에게 인사를 하고 나가려 한다.

 세주는 피아노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여대생을 향해 걸어가며

 

 “가지마.~ 밥 먹고 가 응?”

 

 아쉬운 표정으로 말을 걸었지만, 여대생은 그런 세주가 귀찮다는 듯이.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귀찮고 짜증 나지만 차마 내색할 수 없는 표정으로 약속이 있어 어쩔 수 없다는 거짓말로 자리를 피했다.

 

 “다음 선생님 있어요?”

 

 세주가 가정부에게 물었다. 가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누군가를 데리고 왔다.

 

 “새로 오신 선생님이세요. 간식 올려 드릴게요.”

 

 미숙이었다.

 약간 까무잡잡한 피부에 머리숱이 많은 편이여서 자신도 자신의 머리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듯이 미숙은 연신 자신의 머리를 매만지었다. 짙은 눈썹과 쌍꺼풀, 깡마른 체구를 가진 이제 겨우 20살이 넘어 보이는 여자였다.

 

 “はじめまして” 처음 뵙겠습니다.

 

 “日本語の先生ですか。よろしくお願いします” 일본어 선생님이시구나. 잘 부탁드려요.

 

 미숙은 전혀 예상치 못한 세주의 대답에 인사를 하러 내린 고개를 얼른 올리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선 속으로 나지막이 욕을 뱉어냈다.

 

 ‘명훈이 이 새끼. 정신연령 7살이라 히라가나만 가르치면 된다더니. 이 애새끼가 진짜’

 

 미숙은 애써 밝은 미소로 세주를 쳐다봤다. 하지만 이미 표정은 속된 말로 ‘뭐 됐다’ 싶은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고등학교도 제대로 졸업 못 한 미숙은 같이 동거하는 명훈이가 만들어준 허위 졸업장을 들고 명문대 일본어학을 졸업한 것으로 둔갑시켜 이 집에 들어왔다. 그리고선 ‘단기간에 배우는 일본어’ 라는 책을 일주일 동안 정독하고 겨우 히라가나나 외우고 왔다. 처음에는 혹시나 걸릴까 싶어 걱정스러웠지만 자신을 면접도 보지 않고 바로 합격을 준 연옥을 보고 의외로 싶겠다 싶었는데, 미숙은 예상치 못한 세주의 실력에 망했다 싶었다. 그런 미숙을 쳐다보던 세주가 말을 꺼냈다.

 

 “日本語できないんだな” 일본어 못하는 구나.

 

 세주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미숙은 자신도 모르게 천장을 한 번 훑어보더니 대충 넘기자 싶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はい” 네!

 

 세주는 미숙의 말에 짓궂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 때 가정부가 간식을 가지고 올라왔다.

 미숙은 간식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처음 보는 고급 아이스크림이었다. 고급 바닐라빈 위에 케비어가 올려 있고 23k 식용 황금 잎사귀가 장식되어 있었다. 그 옆엔 외제 비스켓 여러 개가 종류별로 있었다.

 미숙은 얼른 소파도 아닌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는 테이블에 올려있는 고급 아이스크림을 들이마시다시피 했다. 그런 미숙을 보며 세주가 입을 열었다.

 

 “일본어 안 해도 돼. 그냥 세주 옆에만 있어.”

 

 세주의 말에 미숙은 기다렸다는 듯,

 

 “그래. 잘 생각했어. 그런 거 배우는 거 아니야. 한국 사람이 한국 말해야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이 언니는 대대로 독립군 집안으로서, 그런 거 배우면 안 된다고 생각해”

 

 미숙은 고아다.

 그런 미숙을 보며 뭐가 좋은 지 마냥 웃으며 아이스크림을 먹던 세주가 그만 자신의 반바지에 아이스크림을 떨어뜨린다.

 

 “엇! 이러면 끈적거려.”

 

 세주는 벌떡 일어나 반바지와 하의 속옷을 벗었다. 미숙은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순식간에 벌어진 그 광경에 깜짝 놀라 세주의 하체를 쳐다봤다.

 

 “아 벌써 여기가 끈적거려.”

 

 세주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자신의 허벅지 안 쪽을 만지작거렸다. 그러다 갑자기

 

 “엇! 삼촌 나가나 봐!”

 

 하더니 창가 쪽으로 몸을 돌렸다.

 미숙은 자신도 모르게 얼른 세주의 하체를 끌어안았다. 아무리 그래도 다 큰 여자가 하의를 입지도 않고 창가 쪽으로 가는 걸 그냥 볼 수가 없어서였다.

 그리고 그 순간 미숙의 얼굴에 세주의 토실한 엉덩이가 물컹하고 와 닿았다. 세주는 그런 미숙을 내려다보며 해맑게,

 

 “뭐해?

 

 라며 두 손으로 입을 막으며 수줍게 웃어 보였다.

 미숙은 여전히 세주의 하체를 끌어안은 채 정말로 ‘뭐 됐다’라고 생각했다.

 

 ****

 한 편 천우는 황급히 집 밖을 나서고 있었다. 신부님한테 온 급한 연락 때문이었다.

 

 ‘성당을 향해서 악귀들이 마구잡이로 들이닥치고 있습니다. 분명히 성당이나 절 같은 종교 시설에는 들어 올 수 없는 걸로 아는데 이상하게도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다친 사람도 있어요. 문자 보시는 데로 바로 와 주세요.“

 

 천우는 이상하다 싶어 고개를 갸우뚱거리다 이내 급하게 옷을 입고 마당을 가로질러 뛰어나가고 있었다.

 

 그런 천우의 모습을 부엌에 있는 작은 창으로 보던 유리가 급하게 쓰레기봉투를 들고 마당으로 나온다. 마주칠 일이 거의 없는 천우를 그렇게 해서라도 가까이 보고 싶어서였다. 이유리는 천우의 영화를 몇 번이나 봤는지 모른다. 거의 대사까지 달달 외울 정도였다. 그저 예상치 못한 반전이나, 독특한 소재 때문은 아니었다.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이 좋았다. 어느 순간 유리는 영화가 아닌 그 영화를 만든 천우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런 유리의 마음을 알 리 없는 천우는 그저 유리에게 손을 올려 간단히 눈인사만 한 채 대문을 급하게 열고 나갔다.

 

 신부님의 성당은 그리 멀리 있지 않기에 천우는 차를 몰지 않고 급하게 뛰어가기 시작했다.

 비탈길을 뛰어 내려가면서 천우는 고개를 돌려 집을 올려다보았다. 천우의 눈엔 다른 이에게 보이지 않는 방어막이 들어온다. 군데, 군데 부서지고 깨져있었다. 어제 늦게 들어 온데다 피곤하여 미처, 고치지 못했다.

 천우는 불안한 눈빛을 애써 거두며 성당을 향해 다시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참을 뛰어가던 천우가 모퉁이를 돌 때 누군가와 어깨가 부딪힌다. 미영이었다.

 천우는 미영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미안합니다.” 라는 말과 함께 급하게 사라졌다. 미영은 그런 천우를 쳐다보다 자신의 핸드폰에 온 문자 하나를 쳐다본다.

 

 ‘그 집에 사는 사람, 누구든 상관하지 말고 예의주시해. 분명 그 중에 불법 정치자금에 대해 모르는 사람 없을 거야. 반드시 캐내’

 

 미영은 비탈길 꼭대기 쪽에 있는 세주의 집을 올려다보았다. 단호한 눈빛과 함께.

 그리고 그 순간 세주의 집 앞에서 소리를 지르는 한 여자가 눈에 들어온다.

 유리였다.

진랑 17-06-16 13:49
 
* 비밀글 입니다.
  ┖
코뿔소 17-06-16 22:45
 
* 비밀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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