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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
작가 : 유호
작품등록일 : 2016.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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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 화
작성일 : 16-07-11     조회 : 775     추천 : 0     분량 : 7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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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남

 

 

 

 오후 교대 시간에 파출소로 나가 얼굴도장을 찍은 차승호는 동료들에게 미안하다는 말만 남기고 본서로 직행했다.

 멀지 않은 거리를 터무니없이 긴 시간 동안 달려 본서 주차장 한쪽에 바이크를 세웠다.

 그의 눈앞에는 삭막한 흰색 외벽의 아담한 건물이 덩그러니 서 있었다.

 3년 넘게 부대꼈던 직장에서 정을 뗀다는 기분으로 잠시 영내를 둘러보았다. 솔직히 지난 몇 달은 정말 악몽 같았다.

 징계 절차에 따른 전출에다 법원으로, 감사계로 줄곧 끌려다녔고 판결이 난 뒤에는 사회봉사와 자체 징계 심의가 이어지면서 단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막판에 상황이 급변하면서 다소나마 입장이 나아졌지만 기분은 여전히 더러웠다.

 몇 번 심호흡을 해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천천히 상황실로 올라갔다.

 박춘배에게 사과 같은 걸 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 남은 건 협박, 직접 얼굴을 맞대고 흔들어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박춘배는 상황실에도, 자기 방에도 없었다. 잠시 복도에서 서성거리자 그를 본 상황실 근무자가 나와 혀를 차며 그의 등판을 펑 두들겼다.

 “짜샤, 성질 좀 죽여라.”

 “어, 김 경장.”

 같이 임용된 동료로 지능수사계에서 근무할 당시 많이 마주쳐서 나름 친하게 지낸 친구였다.

 흐릿하게 웃은 그가 어깨 너머로 박춘배의 방을 가리켰다.

 “이미 종쳤는데 뭐. 저거 어디 갔냐?”

 “아까 청에 들어간다고 나갔는데 아마 마사지 받으러 갔을 거야. 그거 어제도 새벽까지 달린 거 같더라. 거 사거리 모텔 도리에 스포츠마사지 하는 데 있잖아. 꼭대기에 사우나 있고 걔네들이 4층부터 2층까지 쓰는 데…… 이름은 모르겠다. 어쨌든 거기 가봐.”

 “여자들 벗고 설치는 데 말이냐?”

 “그래. 그 자식 요즘 자주 간다더라.”

 동료가 이야기한 장소는 말이 스포츠마사지지 방마다 샤워 시설까지 갖춘 고급 안마시술소였다.

 물론 고객이 원하면 끝까지 가는 퇴폐 업소로 경찰이 몇 번 단속을 했는데도 사업자 이름만 바꿔서 버젓이 영업을 계속하고 있었다.

 가격도 턱없이 비싸서 경찰관 봉급으로는 언감생심 꿈도 꾸기 어려운 업소였다.

 더구나 사우나로 직접 연결되어 있어서 여차하면 사우나에 다녀왔다고 오리발을 내미는 것도 가능했다. 그는 쓰게 웃었다.

 “후후, 거기 가서 근무시간에 왜 여기 있냐고 함 따져볼까?”

 “거기서 홀랑 벗고 붙는 게 낫지 않냐? 흐흐.”

 “됐다. 수고해라. 어디서 커피나 한잔하면서 기다릴란다. 정리되면 한잔하자.”

 “진짜 사표 내려고?”

 “미련 없어. 이참에 독립해서 장사나 해야지 싶다.”

 “씨발, 이놈의 동네는 저밖에 모르는 새끼들 천지라니까.”

 “입조심해. 너도 잘릴라. 후후.”

 “그 새끼 결재 받을 필요 있냐? 그냥 경무과에 보내면 그만이잖아.”

 “절차는 밟아주려고. 뒷모습은 깨끗한 게 낫잖아.”

 “젠장, 알아서 해라. 전화해.”

 “그래. 수고해라.”

 객쩍은 인사말 몇 마디를 건넨 그는 서둘러 서를 빠져나오면서 길 건너에 대기하는 오지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지연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

 -상황은?

 “그 자식 사무실에 없다. 너 마사지 받아본 적 있어?”

 -마사지?

 “스포츠마사지, 안마 뭐 이런 거 말이야.”

 -받으러 가자는 건 아니지?

 “하라는 거야.”

 -뭐?

 “일단 따라와, 후후.”

 그는 바이크 시동을 걸면서 킥킥대고 웃었다. 오지연의 반응이 재미있을 것 같아서였다.

 지난밤, 단둘이 마주 앉아 주거니 받거니 새벽까지 달려서 많이 친숙해졌지만 아직은 조금 어색한 상황인데 오늘로 나머지를 모두 털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

 

 박춘배는 등을 누르는 마사지사의 매서운 손아귀 힘에 진저리를 쳤다.

 젊은 아가씨의 힘이라고는 절대 생각할 수 없는 괴력, 매번 겪는 일이지만 적응은 여전히 쉽지 않았다.

 통증이 사라지자 오일의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 그리고 매끄러운 손길이 척추를 훑어 내렸다.

 여자의 가슴이 어깨와 허리를 스치면서 아랫도리에 불끈 힘이 들어갔다. 여자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팔다리를 풀어놓고 귓가에 속삭였다.

 “돌아누우세요.”

 “끙.”

 신음을 토해낸 그가 돌아눕자 여자가 힘이 들어간 아랫도리 위에다 마른 수건을 덮고 얼굴에는 따듯한 수건을 덮었다.

 순간, 걸어놓은 슈트 상의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받으시겠어요?”

 “가져와.”

 “네.”

 재빨리 오일을 닦아낸 여자는 전화기를 꺼내 그의 손에 쥐어주고 다리부터 오일을 부어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그는 수건을 살짝 들어 화면에 뜬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잠금을 풀었다. 전화기에서는 어눌하지만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무슨 짓이냐?

 “뭐가?”

 -아이들 어디로 데려간 거야? 먹었으면 먹은 값을 해야지.

 “데려가다니?”

 -어제 물건 가지러 나온 아이들이 없어졌다. 너희 아니면 손댈 놈들이 없잖아.

 “무슨 헛소리야. 우리가 체포했다면 내가 모를 리 없다. 지들끼리 싸움박질 났을 수도 있어.”

 -찾아라. 뒷일은 우리가 처리한다.

 “씨발, 분명히 하자. 일단 알아보겠지만 가능성은 희박해. 그것들 문제일 거다.”

 -그렇게 전하지. 밤에 다음 스케줄 통보하겠다. 이번엔 실수하지 마라.

 “너나 잘해.”

 퉁명스럽게 전화를 끊은 박춘배는 전화기를 머리맡에 던지고 눈을 감았다.

 ‘병신 같은 새끼들, 무주공산을 만들어줘도 삽질이야.’

 발목을 마사지하던 여자의 부드러운 손길은 허벅지를 지나 사타구니까지 올라오고 있었다. 나른했다.

 평소 같으면 여자의 가슴이라도 더듬었을 텐데 오늘은 사지가 공중에 뜬 기분이었다. 어제 그제 연속으로 과음해서일 터였다.

 깜빡 잠이 들었나 싶었는데 문이 살짝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어 여자가 얼굴에 덮은 수건을 따뜻한 새것으로 바꾸며 귓가에 속삭였다.

 “잠깐 주무세요. 뜨거운 수건 좀 더 가져올게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잠이 쏟아졌다.

 

 차승호는 복도에 기대선 마사지사의 눈앞에다 5만 원 권 몇 장을 흔들었다.

 “5분.”

 마사지사는 잠깐 고민하는 척하더니 지폐로 손을 가져왔다. 그는 재빨리 지폐를 뒤로 빼면서 말을 덧붙였다.

 “내 얼굴 기억나?”

 “여기 누가 있어요? 아무도 안 보이는데?”

 “천국은 10분쯤 있다가 보내주라고.”

 “으흥.”

 콧소리를 낸 여자가 지폐를 탁 잡아채 브라에 끼우며 요염하게 웃었다. 그는 어깨를 들썩여 보이고 방문을 밀었다.

 먼저 들어간 오지연은 벌써 노트북을 찾아내 USB를 끼우고 있었다.

 그는 들어서자마자 놈의 머리맡에 있는 전화기 배터리를 빼고 재빨리 심카드를 바꿔 끼웠다.

 가방과 재킷을 뒤져 나머지 전화기 하나를 찾아 마저 심카드를 바꾸고 전원을 올리면서 박춘배의 얼굴에 씌워놓은 수건을 꾹 눌렀다.

 놈은 코까지 골고 있었다.

 “뭘 쓴 거야?”

 “스페셜-T, 주성분은 라제팜하고 케타민인데 이것저것 다른 성분도 좀 섞인 초강력 진정제야. 대충 15분쯤 인사불성일걸?”

 오지연은 눈도 돌리지 않고 키보드를 두들겨 크랙 프로그램을 돌렸다.

 그는 전화기들을 타월에 닦아 지문을 없앤 다음 제자리에 돌려놓고는 문에 기대서서 오지연의 섹시한 엉덩이와 다리를 노골적으로 훑어보았다.

 오지연이 걸친 건 업소 마사지사들이 입는 붉은 원피스인데 속이 다 비치는 하늘하늘한 망사 재질로 여자들이 신혼여행에 가져가는 야한 란제리 수준이었다.

 그리고 망사 아래로 은은하게 보이는 오지연의 몸매는 확실히 날렵하고 탄탄했다.

 “이렇게 잘빠졌는지 몰랐는데?”

 “닥쳐. 또 그런 눈으로 쳐다보면 눈깔에 먹물 사그리 뽑아버릴 거다. 젠장, 무지하게 느리네. 빨리 좀 넘어가라, 빨리.”

 내문서와 숨겨진 문서들만 골라 내려받는데도 화면에 올라온 남은 시간은 아직도 4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픽 웃은 그는 방문을 살짝 열어 좁고 어두운 복도를 내다보았다. 한쪽 손에 수건을 잔뜩 든 반라의 여자가 따분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지나가고 있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다른 여자가 40대쯤 보이는 사내를 데려와 옆방으로 들어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초조했다. 4분이 4시간쯤 되는 것 같은 느낌, 총알이 빗발칠 때와는 또 다른 색다른 긴장감이었다.

 나름 긴장을 풀기 위해 심호흡을 해봤지만 별로 효과는 없었다. 수십 번쯤 심호흡을 한 뒤에야 오지연이 카운트다운을 했다.

 “10초…… 5, 3, 2, 1. 오케이. 나가자.”

 오지연은 USB를 빼자마자 파워를 눌러 강제로 노트북을 꺼버리고 가방과 함께 원위치시켰다.

 조용히 복도로 나온 두 사람은 금방 섹스를 마친 커플처럼 허리에 손을 두르고 계단을 내려갔다.

 남은 문제는 오지연이 옷을 갈아입는 것과 카운터를 통과하는 것, 그런데 해결이 생각보다 간단했다.

 들어올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아가씨들 숫자가 워낙 많아서 서로를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오지연은 카운터 앞에서 구두를 신는 그에게 생글생글 웃으며 손을 흔들고는 아주 자연스럽게 카운터 옆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는 천천히 카운터를 지나 밖으로 나왔다.

 주차장에서 바이크를 끌어내 골목에 세우고 잠시 기다리자 코트에 하이힐을 신은 오지연의 모습이 나타났다.

 란제리 위에다 그냥 코트를 걸치고 나온 듯, 아래는 스타킹도 없는 맨살이었다.

 오지연은 재빨리 차로 돌아가 시동을 걸면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집으로 간다. 넌 서로 돌아가서 사직서 제출해.

 “나온 거 있으면 알려줘.”

 오지연은 대답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그는 혼자 낄낄거리면서 대로로 빠져나왔다.

 

 ***

 

 박춘배가 서로 돌아온 건 오후 6시가 훨씬 지나서였다. 사우나에서 제대로 담그고 온 듯 얼굴 전체가 발그레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차승호가 열린 문에 노크를 하자 박춘배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사표냐?”

 그는 문가에 서서 벌겋게 상기된 박춘배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어깨 너머에서 타오르는 석양의 검붉은 색감과 기묘하게 대비되는 느낌, 보면 볼수록 정이 안 가는 인간이었다.

 그는 대답을 생략하고 불쑥 결재판을 내밀었다. 내용을 대충 훑어본 박춘배가 과장 칸에다 거창하게 사인을 하고 책상 위에다 툭 던졌다.

 “반쪽이라도 이달 치 월급까지는 받아 가시겠다? 뭐 좋아, 인정하지. 대신 조용히 지내라. 또 사고 치면 그냥 넘어가기 어려워.”

 예상외로 담담한 반응, 술자리에서 벌어진 일은 아예 기억에 없는 것 같았다. 그는 박춘배가 던진 결재판을 집어 들고 히죽 웃었다.

 “웬만하면 근무시간에는 오입질하러 다니지 마십쇼.”

 “뭐?”

 “오늘 석양 절묘하네요, 좋을 때 맘껏 즐겨두쇼. 금방 어두워질 거니까.”

 일순 말문이 막힌 박춘배의 면전에다 되는대로 몇 마디 더 주워섬긴 다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을 나섰다.

 이제 사표만 제출하면 경찰 생활은 공식적으로 종료, 솔직히 시원섭섭했다.

 힘들고 위험한 직업이지만 손발 맞는 동료들과의 생활은 즐거웠고 국가와 사회를 위해 봉사한다는 생각에 나름 보람도 있었다.

 그러나 이젠 일도 동료도 모두 소원해지고 말았다. 어쩌면 이쯤에서 떠나는 게 최선의 선택일 수도 있었다.

 ‘내 앞길도 갑……갑하지만 너도 만만치 않을 거다, 빌어먹을 놈아.’

 그가 앞으로 마주할 시간들은 십중팔구 춥고 황량한 겨울밤일 것이었다.

 그러나 놈에게는 더 춥고 혹독한 밤이 기다릴 것이고 확실히 그건 위안거리였다.

 다시 놈의 얼굴을 보게 될 때는 재수 없는 직장 상사가 아니라 피의자 신분이 될 것이었다.

 그는 곧장 경무과에 들러 사표를 제출하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계단을 내려왔다.

 현관에 서서 마지막으로 서를 둘러보려는데 새로 받은 이어폰형 전화기가 나직하게 떨렸다. 오지연이었다.

 “재미있는 거 좀 나왔어?”

 -아직, 지금 영등포로 와.

 “자금성?”

 -그래, 거물들이 모이는 거 같다. 나도 가는 중이야.

 “퇴근 시간이라 오래 걸릴 거야.”

 -빨리 와.

 예상대로 영등포까지는 무려 두 시간 가까이 걸리는 대장정이었다.

 도착 시간은 밤 8시 42분, 또다시 텅 빈 위장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가까운 편의점에서 샌드위치 하나를 사서 우유와 함께 씹으면서 오지연이 운전석에 앉아 있는 밴의 조수석으로 올라탔다.

 “언놈이야?”

 “홍인철, 앞뒤로 어깨들 쫙 깔렸잖아. 아까는 다른 가게 삐끼들이 제법 보였는데 쟤들이 다 정리했는지 한 놈도 안 보인다. 좀 전에는 그놈 애인처럼 보이는 부티 나는 여자도 하나 들어갔고.”

 “여자?”

 오지연이 들고 있던 야시경을 건네받은 그는 이면 도로 안쪽의 4층짜리 건물 현관 주변을 훑어보았다.

 밖에 서 있는 덩치들의 숫자만 최소한 여덟 명, 확실히 행사가 있긴 한 모양이었다.

 뒷자리에서 모니터에 시선을 주던 이민우가 내비게이션 화면에 여자가 차에서 내리는 사진을 띄우며 말을 받았다.

 “엄청 섹시하던데요? 모자챙이 너무 커서 턱밖에 안 잡혔습니다. 타고 온 벤츠 번호판은 길림성에서 호텔업을 하는 내국인 소유입니다. 룸살롱도 그 사람 이름으로 되어 있는데 이름이…… 이명석이네요, 74세고 전과는 없습니다.”

 이민우 말대로 어두운 데다 역광이어서 이목구비를 가늠하기는 어려웠다.

 다만 어깨들이 줄줄이 늘어서 머리를 숙이는 품이 여자가 만만치 않은 위치에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일흔넷 논네가 룸살롱 사장이라…… 홍인철이가 물주 되시고 세컨드가 운영하시는 거네. 그런데…… 쳐다보기만 할 거냐?”

 “무조건 들어갈 수는 없잖아.”

 “박춘배는 전화질 안 해?”

 “아까 술집 아가씨하고 한참 떠든 거밖에 없어. 컴에 있는 건 아직도 확인하는 중이야.”

 “기다리는 거 취미 없는데, 그냥 쳐들어가는 거 어때?”

 “생각 중이다.”

 “마법사는 뭐래?”

 “이야기했잖아. 이쪽은 내가 지휘할 거야. 기본적으로 마법사가 맡은 쪽이 더 심각하거든. 테란이 당하는 통에 꼴이 우스워졌지만.”

 “그렇군.”

 “어차피 지금은 큰집 노인네들 만나러 가서 연락 안 돼.”

 “깨지는 거야?”

 “마법사 정도 레벨이면 깨지지 않아. 잔소리는 좀 듣겠지.”

 팀원이 작전 중에 사망했으니 심각해도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닐 터, 조용히 넘어가지는 못할 것이었다.

 그는 야시경을 돌려주고 남은 샌드위치를 입에 털어 넣었다.

 “자…… 그럼 대장님, 우린 그 섹시하다는 홍인철이 세컨드 얼굴 구경이나 좀 할까?”

 “참아, CCTV에 얼굴 들이밀어서 좋을 거 없어.”

 “그냥 술 한잔하면서 왕마담 부르는 거야. 뭐라도 하나 건지면 좋잖아?”

 빤히 마주 보는 그의 얼굴을 힐끗 건너다본 오지연은 말없이 고개를 가로젓더니 시트백에서 플라스틱 케이스 하나를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케이스에는 평범한 뿔테 안경이 얌전하게 고정되어 있었다.

 “왼쪽 안경테 끝에 있는 버튼 누르면 고화질 화면이 전송될 거야. 써봐.”

 “오호, 이런 물건도 쓰시네? 우리도 실시간으로 안면 인식 프로그램 돌리고 그러나?”

 그가 버튼을 누르고 안경을 쓰자 뒷자리에서 모니터를 주시하던 이민우가 슬그머니 끼어들었다.

 “예, 아직 데이터베이스가 작아서 실효성은 의문이지만요. 됐습니다. 전송됩니다.”

 그는 안경을 노인들 돋보기처럼 내려쓰고 이민우를 돌아보았다.

 “조커, 룸살롱 가봤어?”

 “네?”

 “여자 나오는 술집 가봤냐고.”

 “단란주점은 한 번 가봤죠. 흐흐.”

 “그럼 가서 좀 놀다 오자.”

 “예?”

 이민우는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결정을 내려달라는 뜻, 오지연이 말없이 그를 돌아보았다.

 그가 양손을 깍지를 끼고 등받이에 기대며 싱글거렸다.

 “혼자 가는 건 아무래도 부자연스럽잖아. 여자 나오는 술집에 마님이 들어갈 수도 없고, 안 그래?”

 오지연은 이민우를 향해 고개만 까딱했다. 그가 문을 열며 다시 말했다.

 “오케이, 조커 넌 그냥 놀다가 내가 나가라고 하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나가. 알았냐?”

 “넵!”

 “가자. 마담, 넌 프로그램 돌리다가 걸리는 거 있으면 바로 알려줘.”

 “카피, 만일이지만 도박장 보게 돼도 그냥 빠져. 오늘은 조용히 가자.”

 “그래야지, 수고.”

꽁냥이 17-05-08 14:40
 
작가님 너무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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