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콰쾅!
살벌한 연쇄 폭발이었다. 선착장은 물론이고 어선과 밴까지 한꺼번에 터져나가고 있었다.
반사적으로 머리를 숙인 그는 폭발의 후폭풍이 지나가기가 무섭게 다시 머리를 내밀었다.
마치 시간이 정지된 것 같은 장면, 화염과 함께 뿜어져 나온 검은 연기가 순식간에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몇 초 침묵이 흐르고 한 박자 늦게 정신을 차린 오지연이 고함을 질렀다.
-철수! 철수!
어수선하게 쓰러져 있던 외곽의 대원들이 시커먼 연기 속으로 뛰어들고 곧바로 대원 둘을 부축한 채, 연기를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경찰 차량이 움직입니다. 현장 진입! 경찰차 현장 진입!
급기야 이민우까지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현장에서 폭발이 일어난 건 이미 보고 있을 터, 굳이 상황을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마님, 철수시켜. 현장 돌아가는 거부터 확인하자.”
당장은 가짜 경찰일 가능성이 높은 차량 두 대가 전부지만 곧 진짜 경찰과 소방차가 들이닥칠 테고 조금만 시간이 더 흐르면 기자에 구경꾼까지 몰려들 터, 현장에 무장 병력을 남겨둘 수는 없었다.
오지연은 침착하게 피해부터 확인했다.
-대기, 알파, 피해는?
-경상 둘, 이상.
-컨펌, 조커, 사진 채증 됐어?
-당근이죠.
-좋아, 철수한다. 반복한다, 전원 철수. 2선 대기.
-조커 카피.
-알파 카피.
타격 팀이 철수하는 동안에도 차승호는 현장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이미 사건이 터졌는데 뒷목을 스멀스멀 기어 다니는 불쾌한 기운이 도통 가시질 않고 있었다.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폭발이 일어나기 직전까지 선착장 위에 있던 놈들이 어디로 사라졌는가였다.
이동 수단이 모두 날아갔으니 남쪽 어딘가로 달아났거나 북쪽 축대 아래 숨어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현장을 뒤덮은 시커먼 연기 때문에 상황을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바람이 제법 강하게 부는데도 연기를 말끔히 훑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쥐색 소나타가 경광등을 번쩍이면서 나타나 가까운 공터에 멈춰 섰다.
차에서 내린 건 건장한 체격의 사내 둘, 그는 상체를 능선 위로 올려 운전석에서 내린 사내에게 야시경 초점을 맞췄다.
경광등이 가짜일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진짜라면 누군지 얼굴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나 연기가 시계를 가려서 얼굴을 식별하기는 어려웠다.
두 사람이 휴대용 소화기를 들고 어정쩡하게 서서 불타는 밴을 지켜보는 사이, 반대쪽 도로를 통해 다른 차량이 접근했다.
북쪽 도로를 차단했던 차량일 터였다. 차는 해안 선착장 축대 앞에 멈춰 섰고 차에서 내린 두 사람이 소화기를 들고 신속하게 선착장 쪽 축대를 뛰어내렸다.
얼핏 보기엔 불을 끄려는 행동 같았지만 불길이 워낙 거세서 휴대용 소화기로는 어림도 없을 것 같았다.
순간, 느닷없이 마법사의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팩맨, 숙여!
그는 반사적으로 몸에 힘을 빼면서 머리를 잡초 속에다 처박았다.
핑!
날카로운 소닉붐이 머리를 스쳤다. 뭔가 타는 냄새가 느껴졌다.
***
사내는 다시 조준하지 않고 몸을 뺐다.
‘이건 뭐야?’
누군가 등 뒤 페어웨이를 거침없이 가로지르며 총탄을 날리고 있었다.
거리가 멀어서 위협적이지는 않았지만 총탄이 발밑 흙무더기를 튕겨 올리는 판에 한가하게 장난질을 계속할 수는 없었다.
돌아누우면서 접근하는 놈에게 총구를 돌렸다.
틱! 티딕!
연속해서 다섯 발, 놈은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부드럽게 잔디를 구르면서 벙커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재빨리 몸을 일으켜 연기가 치솟는 둔덕 너머를 힐끗 돌아보았다.
이젠 사이렌 소리까지 제법 커졌고 학교에서 사람들까지 몰려나와 혼란은 충분했다.
조금 더 시간을 끌어주면 똘마니들에게 도움이 되겠지만 이 정도면 할 만큼 한 셈이었다.
그는 머리를 내민 놈에게 다시 총탄을 날리면서 동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런데 추격이 예상보다 끈질겼다. 300미터가 훨씬 넘는 거리를 전력으로 달렸는데도 거리가 벌어지지 않았다.
놈도 자신과 같은 종류의 인간이라는 뜻, 총탄이 날아왔는데 총성이 들리지 않았으니 보나 마나였다.
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그의 위치를 찾아낸 것도, 이렇게 따라붙는 것도 동류라는 단어 하나로 설명이 가능했다.
무조건, 그리고 최대한 빨리 현장을 벗어나야 했다.
일단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러프 가장자리의 나무에 기대 따라오는 놈에게 남은 총탄을 모두 비워버리고 탄창을 갈아 끼웠다.
거리는 여전히 60여 미터, 저쪽도 무장은 권총이 전부여서 이 거리에서 정확한 사격은 불가능했다.
이러면 곧장 둔덕 너머 바이크로 직행하는 편이 최선의 선택, 다시 몇 발을 연사하고 단숨에 능선을 뛰어넘었다.
바이크는 탈출이 용이하게 경사로 아래를 향해 세워져 있었다.
바이크에 올라타자마자 경사로를 내리달으면서 시동을 걸고 탄력을 받아 낮은 화단을 뛰어넘었다.
화단 너머는 텅 빈 골프장 카트 도로, 방향을 틀면서 스로틀 그립을 끝까지 잡아당겼다.
우릉!
묵직한 소음을 토한 바이크는 앞바퀴가 들릴 정도로 강력하게 속도를 붙였다. 순식간에 구릉을 가로지른 도로 관통, 백미러를 확인했다.
추격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대신 멀리 골프장 입구가 보였다.
마지막 코너를 돌면서 다 빠져나왔다는 생각을 떠올리는 순간, 도로변에서 시커먼 그림자가 유령처럼 튀어나왔다.
‘이런 개 같은!’
대응을 생각하기도 전에 놈의 발이 허공을 갈랐다.
순간적으로 그립을 놓고 웅크리면서 양손을 돌려댔지만 상대가 너무 빨랐다. 타격은 고스란히 옆구리를 강타했다.
끼아악!
바이크에서 떨어져 나온 그의 몸은 허공에 완전히 떴다가 몇 바퀴를 굴러 화단으로 처박혔다.
날카로운 통증이 어깨와 옆구리를 쑤셔댔지만 움직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화단 위를 구르면서 탄력을 이용해서 상체를 일으켰다.
그를 공격한 놈은 도로 아래에서 막 자세를 바로잡았는데 검은색 스키 모자를 목까지 뒤집어쓰고 있어서 누군지 알 수는 없었다.
티딕!
그의 총구가 먼저 불을 뿜었다. 정확한 사격은 아니지만 놈을 도로 밖으로 굴리기에는 충분했다.
물러서면서 마구잡이로 방아쇠를 당기고 골프장 담장을 간단하게 뛰어넘었다.
‘윽!’
착지와 동시에 이 사이로 격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 특히 옆구리는 불로 지지는 것 같은 지독한 통증이었다.
바이크에서 떨어지면서 다친 어깨는 별것 아닌데 놈의 발차기에 정통으로 당한 옆구리는 심각했다.
최소한 갈비뼈 하나는 나간 모양새, 발을 떼어놓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고통스러웠다.
그래도 달리는 건 얼마든지 가능했다. 고통은 언제나 통제 안에 있었다.
-사라졌어, 젠장.
골프장 서쪽 이면 도로로 건너간 오지연이 짜증스럽게 말했다.
차승호는 뛰다 말고 발목을 움켜쥔 채 주저앉았다. 바이크 탄 놈을 걷어차고 떨어지다가 발목을 살짝 겹질린 것 같았다.
“씨바, 그래서 나도 총 달라고 했잖아. 확 쏴버렸어야 되는데!”
-시끄러, 그래서 안 주는 거야. 마구잡이로 죽여서 어쩌자는 건데?
“그럼 모가지 들이대고 나 죽여줍쇼 하라는 거냐?”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자 마법사가 말을 잘랐다.
-그만, 그놈 널 죽일 생각 없었다.
“에?”
예상외의 말에 무전기가 조용해지자 마법사가 빠르게 상황을 정리했다.
-그놈 프로야. 정말 죽이려고 작정했으면 그 정도로 안 끝났어. 기껏해야 부상이나 입힐 생각이었을 거다, 사람이 죽는 건 아무래도 시끄러우니까. 조커, 현장 상황 확인되나?
-순찰차 두 대, 소방차 네 대 추가로 진입했습니다. 기자들도 들어갑니다.
-먼저 들어왔던 승용차 두 대 주시해라. 나머지는 2선 집결지로 이동.
-마님 카피.
“팩맨 카피.”
차승호는 곧장 바이크를 끌고 지식정보단지 전철역 뒷길에 있는 공원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이민우의 밴과 오지연의 제네시스는 주차장 초입에 나란히 세워져 있었다.
헬멧을 벗어 그립에 걸고 열린 밴의 백도어 사이를 들여다보자 이민우가 손을 들어 보였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는 마주 손을 들어 보이고는 밴에 기대서서 담배에 불을 붙이고 현장의 기억을 더듬었다.
어선이 접안하고 밴에서 두 놈이 내려 선착장으로 갔다. 어선에서는 한 놈이 선수로 나와 가방 네 개를 던졌다.
이어 대원들이 밴에 접근하면서 잠깐 눈을 돌린 사이에 폭발이 일어났다.
최초 폭발의 규모와 섬광의 색깔로 보아 폭약은 군사용 RDX 계열이었다.
대량의 파편과 화염을 만들어내는 인마 살상용으로 T-4 혹은 사이클로나이트로 알려진 물건이었다.
폭발 이후는 외길 수순. 도로를 차단했던 차량 두 대가 현장으로 들어오고 두 사람은 선착장으로, 둘은 불타는 밴 근처에서 얼쩡거렸다.
이후는 총격 때문에 볼 수가 없었다.
‘이게 말이 돼?’
전후 사정을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놈들은 처음부터 밴과 보트를 폭파시키기로 작정을 했고 공격을 기다리고 있었다.
‘왜?’
그는 밴 유리창에다 가볍게 머리를 찧었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가 담배 연기를 길게 뿜어내자 오지연이 밴에서 내려 제네시스 운전석에 반쯤 걸터앉으며 중얼거렸다.
“아직 안 끝났어.” 그는 오지연의 얼굴을 힐끗 돌아본 뒤, 아직도 연기가 치솟는 해안에 시선을 던졌다.
“조커! 바이크에서 건진 거 있어?”
오지연이 발을 차 안으로 돌려 넣으면서 이민우에게 소리를 질렀다. 이민우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도난 신고된 바이크네요. 2011년식 BMW S1000RR 프리미엄, 비싼 거 골랐네, 빌어먹을 놈. 그저께 청담동에서 도난당했습니다.”
“경찰차는 아직 안 움직여?”
“현장이 엉망이라 확인 안 됩니다. 근처에 있는 CCTV 카메라를 전부 뒤지고 있는데…… 오케이, 골프장 카메라에 잡히네요. 아직 현장에 있습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겹질린 발목을 만지작거렸다.
“마법사는 어떻게 알고 온 거야? 연락했어?”
“아니.”
심드렁한 오지연의 대답에 이민우가 토를 달았다.
“그 양반 원래 홍길동이에요. 언제 나타났는지 언제 사라졌는지 아무도 몰라요. 지금도 근처에 있을 텐데 우린 어디 있는지 모르죠, 아마? 크크. 어? 지금 움직입니다.”
오지연이 재빨리 시동을 걸면서 되물었다.
“어느 쪽이야?”
“북쪽 도롭니다.”
“CCTV 전부 동원해서 추적해. 마법사한테 연락하고.”
“카피.”
오지연은 차 문을 닫으려다 말고 소음기 달린 권총 한 정과 탄창 주머니를 꺼내 연속해서 그에게 던졌다.
“죽기 직전까지 쏘지 마.”
말은 쏘지 말라고 했지만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건 오지연도 인정한다는 뜻, 이제부턴 진짜 총탄이 난무할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
그는 탄창을 빼 실탄을 확인하고 허리춤에 챙기면서 장난스럽게 머리를 숙였다.
“알아 모시지요, 중전마마. 후후.”
주차장을 빠져나온 두 사람은 북쪽 도로와 만나는 국제업무지구 방향으로 직행했다.
멀리 고속으로 이동하는 전조등이 보였다. 아직 공사가 진행되지 않아서 완전히 허허벌판인 지역이라 찾기는 쉬웠지만 미행은 어려워 보였다.
그는 전조등을 끄고 속도를 줄였다.
“전조등 꺼.”
-카피.
앞서 가던 오지연도 전조등을 껐다. 그런데 대각선으로 빠르게 이동하던 전조등이 갑자기 방향을 틀더니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물건 넘기는 모양이다. 시간 없어. 그냥 치자.”
허허벌판에 차가 섰다는 건 거기서 물건을 전달한다는 뜻이고 전달이 끝나면 바로 움직일 터, 시간을 놓쳐 흩어지기라도 하면 목표를 잃어버리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었다.
-조커, 들었지? 우리 위치로 타격 팀 이동시켜.
-카피.
“먼저 들어간다. 진입로 막고 엄호해.”
-카피, 무리하지 마.
“나 오래 살 거야.”
전조등 불빛이 사라진 블록까지 곧장 진입한 그는 도로를 가로막는 오지연의 제네시스를 부드럽게 통과해 잡초만 무성한 비포장도로로 들어섰다.
멀리 폐자재 야적장 한쪽에 붉은 브레이크 등이 보였다. 이어 검은 그림자 몇이 어수선하게 움직이더니 전조등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그를 봤다는 뜻이었다.
‘늦었나?’
보이는 전조등은 세 쌍, 경광등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최대한 가속해서 야적장으로 진입했다.
순간, 야적장 초입을 가로막은 승용차 두 대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경광등이 달린 것으로 보아 조금 전 도로를 차단했던 승용차였다.
그는 불붙은 차량을 피해 폐자재 더미 뒤쪽으로 돌아 중간으로 튀어 나갔다.
전조등이 켜진 차량들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둘은 승용차, 하나는 탑이 실린 트럭이었다.
승용차 하나가 매섭게 방향을 틀더니 먼지를 날리며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길을 막으려는 의도일 터, 나머지는 반대쪽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는 들이받을 기세로 빠르게 접근하는 승용차를 피해 다시 폐자재 사이로 뛰어들었다.
“조커! 반대쪽 막아!”
-3분 내 진입!
“너무 늦어!”
폐자재 사이를 30미터쯤 달리다가 빠져나왔다. 되돌아온 승용차는 가까이 있었다.
스로틀 그립을 최대한 잡아당기면서 코너를 돌았다. 순간, 야적장 반대편에서 총소리 같은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콰직!
선두로 나간 승용차가 야적된 폐자재를 들이받고 핑그르르 돌아 전조등을 하늘로 뻗어내고 있었다.
그러나 트럭은 그대로 야적장을 벗어나 비포장도로를 질주했다.
-원 다운.
오지연의 목소리,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타이어를 제대로 맞춘 모양이었다.
“제법인데?”
장난스러운 대사를 던지면서 트럭이 피워놓은 흙먼지를 뚫고 야적장을 일직선으로 통과했다.
남은 한 대가 따라붙었지만 지금은 그걸 신경 쓸 형편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가 야적장을 빠져나오는 순간, 다시 폭음이 터졌다.
멀리 보이는 트럭이 휘청하면서 방향을 틀더니 잡초 더미 속으로 코를 처박고 기우뚱 횡으로 넘어갔다.
쩍!
완전히 누워버린 트럭까지 일직선으로 달린 그는 트럭 캐빈 앞에서 바이크를 돌려세우고 거미줄처럼 갈라진 앞 유리창을 통해 안을 살폈다.
운전자는 안전벨트에 뒤엉켜 몸을 일으키려고 발버둥치고 있었다.
심하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금방 나오기는 어려워 보였다.
죽기 살기로 따라오던 승용차는 갑자기 야적장 초입에서 급정거하더니 알 수 없는 고함 소리가 오갔다.
폐자재를 들이받은 차에서 내린 놈을 태우는 것 같았다.
이어 차 문이 열렸다 닫히더니 배기음을 끌어올렸다. 그도 스로틀 그립을 살짝 당겼다.
우릉.
뿌옇게 일어난 흙먼지가 전조등 빛줄기를 따라 멀리 뻗어나갔다.
-알파, 현장 진입! 1분만 버티세요!
“제기랄, 죽은 담에 보낼 거냐?”
그는 툴툴거리면서 바이크를 도로 위로 올렸다. 이러면 바이크를 자동차 아래에다 처박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승용차가 굉음을 뿜어내며 야적장을 뛰쳐나오고 그는 제자리를 돌면서 심하게 흙먼지를 피워 올렸다.
어떻게든 여기서 승부를 보겠다는 생각, 그런데 달려들던 승용차가 갑자기 방향을 틀더니 말라 죽은 잡초 속으로 뛰어들어 북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여기서 사각 안 나와! 따라가!
‘젠장!’
그는 즉시 먼지 속을 빠져나왔다. 순간, 팅 하는 파열음과 함께 바이크 계기판에서 불꽃이 튀었다.
헤드라이트가 나간 것도 동시였다. 그는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다가 길가에 파인 구덩이에 처박혔다.
“저 새끼들이!”
어렵게 헬멧을 벗어 던진 그는 쑤시는 어깨를 부여잡고 욕설부터 토했다.
달아나는 차량 옆에서 분명히 총구 화염을 본 것 같았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대한민국 땅에서 하루에 두 번씩이나 총질을 당하는 건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 황당하다 못해 미칠 지경이었다.
“니미, 환장하겠네. 북쪽이다! 무장했어!”
-이쪽은 맡겨. 트럭이나 확인해.
마법사의 목소리, 그는 멀어지는 자동차를 향해 주먹감자를 먹이고 미련 없이 돌아섰다.
트럭에서는 막 깨진 유리창을 차낸 사내가 기어 나오고 있었다. 그는 입맛을 다시면서 놈에게 앉으라고 손짓을 했다.
“힘 빼지 말자. 귀찮다.”
그런데 놈은 엉거주춤 서서 그를 훔쳐보더니 곧장 돌아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알파, 그쪽으로 한 놈 도망간다. 체포해.”
-알파 카피.
그는 달아나는 놈은 신경도 쓰지 않고 트럭 뒤로 돌아갔다. 누가 뭐래도 지금 시점에 가장 중요한 건 트럭에 실린 물건이었다.
그러나 그가 몇 발 다가서기도 전에 느닷없이 불길이 치솟았다. 어찌 손을 쓸 겨를도 없었다.
불길은 무서운 기세로 치솟아 순식간에 트럭 전체를 휘감았고 급기야 폭음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그는 반사적으로 몸을 날려 가까운 도랑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귀청을 찢을 것 같은 굉음이 터졌다.
콰쾅!
다시 정신을 차리는 데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렸다. 그러고도 머리를 내밀 수가 없었다.
여전히 콩 볶는 소리가 들렸고 화염과 연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느낌상 불길 속에 남은 총탄이 계속 폭발하는 것 같았다. 아주 멀리서 오지연이 소리를 질렀다.
-팩맨 괜찮아? 팩맨!
“제기랄! 괜찮아! 이거 문단속이다! 뜨자!”
그도 고래고래 악을 썼다. 모든 걸 태우고 폭파하는 상황, 누가 봐도 뒷문을 닫는 수순이었다.
이 난장판에서 증거 같은 걸 수거할 재간은 없었다. 일단 뜨는 것이 정답이었다. 마법사의 명령도 같았다.
-승용차 따라간다. 마님 따라와, 나머지는 2선 대기, 아웃.
-마님 카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