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 가는데 방해했네."
"너도 이런곳에 있지 말고."
짧은 인사를 나눈 두사람은 금방 헤어졌다. 단순히 동물들을 사냥해 먹이로 주는 거라면 근처에 있는 동물들을 사냥하면 됐지만 그럴순 없었다. 모두가 한 가족으로 생각하고 있기에 근처동물들이 아닌 몬스터들을 사냥해 동물들의 고기 대신 주었다. 다행이도 다이아 울프 였기에 몬스터 고기도 별 무리없이 잘 소화하고 잘 먹었다. 렌과 헤어진 알프는 마을 도서관으로 향했다. 어차피 더이상 애들이 자신을 부르기 위해 굳이 마을까지 오지 않을거란 생각했기에 마음편히 책을 읽을수 있을거라 생각했다..조금은 겉돈다라고 느낄수 있는 행동이였지만 어차피 알프는 보통의 엘프들과는 조금 다른 점들이 많았기에 완전히 무리에 섞일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에도 혼자 오는구나."
마을 입구에서 촌장이 알프를 기다렸다는듯 반겼고 알프는 촌장을 향해 쪼르르 달려가 얇은 다리에 매달렸다.
"촌자앙님."
마을에서 가장 지혜로운 엘프만이 장로들의 시험을 걸치고 통과해야 마을의 촌장이 될수 있었다. 나이에 상관없이 시험의 결과만으로 능력의 인정을 받아 마을을 이끌 지위를 얻는다. 다만 그 시험이 어려워 보통은 고령의 엘프가 통과하여 촌장이 된다. 알프를 반겨준 촌장도 그러한 경우였다. 450세가 조금 넘어가는 고령의 엘프였다. 엘프들의 평균 나이가 500이라는걸 고려한다면 이제는 노후를 준비하고 있어야 할 때였지만 알프가 살고있는 마을 '쿠란'은 좀처럼 촌장이 될만한 인재가 없어 쉽사리 촌장직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였다.
"그렇게 어리광 부려도 심법에 관한 책은 아직 안된다."
"쳇."
유일하게 알프가 어린아이처럼 어리광 부리면서 조르는 대상이 쿠란 마을의 촌장이였다. 고령의 나이와는 다르게 겉모습은 청년 엘프와 똑같았지만 내면은 상상치 못한 연륜과 지혜가 담겨있었다.
"너는 너무 급해 밥을 빨리 많이 먹는다고 바로바로 자라는게 아니란걸 알잖니."
"그래도..."
당장에라도 무엇인가 몰입할만한게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수 없었다. 지금 알프는 너무나도 무료한
상태였다.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알프에게는 아이들과 노느것이 그저 산책의 용도밖에 되지 않았고 지금의
나이때는 할수있는것이 많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야 세상 밖 구경을 하고싶었지만 150살이 되기 전까지 마을 밖으로 나가 세상으로 나가는걸 엄격히 금지했기 때문에 그럴수도 없었다. 남은 140년의 세월은 인간으로 살고있던 기억을 버리지 못한 알프에게는 너무나도 까마득한 시간이였다. 그랬기에 더 많은 지식에 강함에 매달렸다. 140년의 지겨운 시간을 인간의 영혼을 가지고 견뎌야 했기에.
터억
촌장인 '타빈 프론'은 부드럽게 알프의 머릿결을 쓰다듬으면서 자세를 낮춰 눈을 바라봤다.
"너를 보면 항상 우리가 억지로 이곳에 묶어두는거 같아 미안하구나."
"억지로는 아니에요."
눈에서 느껴지는 현기(賢氣)에 알프는 자기도 모르게 눈을 피했고 작게 대답했다. 억지로는 아니지만 알프 아니
원래의 강진태라는 영혼에게 있어서는 강제성이 있었다. 아무리 평소 동경하고 오고싶다고 생각했던 세계에 온건 좋았지만 그저 눈으로 보고 읽는거하곤 직접 체함하는 것은 차이가 너무나도 심했다. 그저 철없는 치기에 불과한 생각들이 막상 겪어보니 적응을 하지 못하는 것이였다. 특히 종이 달라 긴 시간을 참아야 하기에 더 적응이 힘들었다.
"너가 이곳에 온것은 분명 이유가 있을거다."
움찔
마치 자신의 비밀을 관통하는 듯한 말에 알프는 움찔했고 촌장은 정령을 이용해 몸을 공중으로 띄워주었다.
"좋은 경험을 시켜주마."
슈우욱
부드러운 바람이 알프의 몸을 원의 형태로 둘러싸 감쌌고 알프ㅡ를 하늘 높이 올려다 주었다. 마을이 있는 산맥이 보일정도로 아주 높이.
"와아."
전생에서도 보지 못했던 신비로운 장관에 알프의 입은 다물어 질줄 몰랐다. 그저 아무것도 없는 거대한 나무로만 뒤덮여 있는 산이였지만 그걸 보고 있자하니 자연의 신비로움이 그대로 느껴지는듯 했다.
슈우욱
얼마 안되는 짧은 시간이였지만 그 시간동안 분명 알프는 무언가를 느꼈고 그 느낌은 영혼과 몸의 동화를 작게나마 진척 시켰다.
주륵
갑자기 알프에 눈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보자 촌장은 적잖게 당황했다.
"좀..무서웠니?"
알프도 갑자기 흐르는 자신의 눈물을 보고서 당황스러웠지만 안절부절 못하는 촌장의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나와
버렸다.
"풉."
울다가 웃는 모습을 보고서 자신이 혹시 실수라도 한것인지 머리를 팽팽하게 돌려 생각했고 알프는 손을 흔들면서 마을 도서관으로 뛰었다.
"촌장님 나중에 또 봐요."
그모습을 보고 당했다는 생각에 힘빠진 미소를 지으며 멀어져 가는 알프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어머니의 가호가 부디 저 아이와 함께 하기를."
촌장의 축복속에서 자란 아이는 점점 커져만 갔고 어느새 10년이란 세월이 훌쩍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