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들과 함께 달려드는 단검 따위를 가볍게 쳐내며 배나 가슴을 향해 일격을 넣었다.
“크억”
“컥”
이제 이런 것도 익숙해져서 이나드는 어느 정도 세기의 타격만으로 상대방의 전의만 잃게 할 수 있는지를 터득해 버렸다.
“제...젠장!”
그 후 카샤의 설교 아닌 설교를 통해 올바른 길로 인도 한 뒤 배웅해 주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게 벌써 몇 번째의 노상강도일까
“선량해 보이는 사람들이 왜 칼을 드는 걸까요”
“힘드니까 그렇지. 먹고 살기 힘드니까.”
“먹고 살기 힘들어서... 인가요”
이나드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농민은 농사만 잘 지으면 먹고사는 데 문제없는 거 아닌가요?”
“그런 일을 하면서도 먹고 살기 힘드니까, 칼을 드는 거지”
“왜죠?”
평소였으면 계속되는 질문에 짜증이 났겠지만, 이상할 정도로 진지한 이나드에 덩달아 진지해졌다.
“음... 그건 여러 이유가 있지만 지금의 경우에는 농사가 잘 안 됐거나 마을에서 쫓겨난 경우겠지”
“왜 그렇게 된 거죠? 왜 그럴 수밖에 없던 거죠?”
계속해서 들어오는 물음에 카샤는 섣불리 답을 하지 못했다.
“교회의 가르침이 없기 때문이야. 우리가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해.”
“그렇다면 다른 교의 가르침이 있었어도 되지 않을까요?”
“이나드!”
“저희들은 저 사람들을 위해 힘쓰는 것이지 않습니까. 그럼 저들이 최우선이 아닌가요?”
멀리 있는 리스츠교의 보호와 가르침, 가까이 있는 이교도의 보호와 가르침. 어린 양을 위해서라면 이교도들도 포용해서 당장의 어린 양들을 구원해야 하지 않겠는가. 단순히 이론과 결과만을 따지고 본다면 그의 말이 틀리진 않다. 하지만
“입 다물어 이나드. 넌 지금 교회를 모독하고 있어.”
지금 그가 하고 있는 말은 교회를 모독하는 말이다. 아무리 교회에 속하는 자라 해도 할 말과 하면 안 될 말이 있는 법. 그러나 지금, 그는 수준을 넘어섰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파악하는 것이 교회를 모독하는 건가요”
“이나드!”
“저는!”
말을 한번 고른 이나드는 다시금 말을 이어갔다.
“저는 이 일이 도대체 뭘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혼란스럽다. 저 말을 하는 이나드도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카샤 자신은 더욱 혼란스러웠다.
‘이번 일들로 여러 가지 생각하게 된 건가’
열다섯에 정식사제가 된 천재소녀면서도 겨우 열여섯 밖에 안 되는, 아직 경험이 부족한 소녀인 카샤는 처음으로 접해본 난해한 질문에 답을 내 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상황에 답답함이 들었고, 같이 지낸 나날동안 커진 강한 의구심과 강한 의문을 가지는 그의 질문에 답을 해 줄 수 없는 자신에 대한 자괴감이 들었다.
“그들은 잘못 되었어. 넌 모르겠지만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을 행하고 있었다고!”
“그들은 전부 불행하거나 슬퍼보이지 않았고 죄를 짓지도 않았어요. 그걸 믿는다는 걸 제외하면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었단 말이에요!”
“그건......”
“다시 물어보겠습니다.”
이나드는 한 글자 한 글자
“저희가 하는 이 일들이...”
마치 정리를 하듯 읋었다.
“정말 올바른 건가요?”
그 말에 베로 영지에서 이나드가 한 질문이 떠올랐다.
‘결국 그 때 정말 물어보고 싶었던 것은 이거였구나’
잠시 생각을 정리하자 이나드가 원하는 두 가지가 파악되었다. 그것은 그가 묻고 싶어하는 것
“왜 이 일을 하는 가...라...”
그리고 알고 싶은 것
‘이 일이 올바른가...’
그의 말을 잠깐 곱씹어보자 뜻하지 못한 질문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칼텐 신부님에게 들었던 선문답 같은 말과 비슷한 느낌이다.
“사악한 자들의 꾐에 빠지는 자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
그들은 정말 사악한가?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리스츠교가 아닌 그들이 당장 믿을만한 정신적 버팀목인 무언가가 아닐까?
“그건... 나도 모르겠어”
“그럼 대체...”
“우린 잘못되지 않았어!”
카샤는 복잡한 심정으로 이나드에게 토해내듯 말을 했다.
“하지만 잘못되지 않다는 게 올바르다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긴 해... 하지만...”
“카샤...”
이리저리 생각하던 카샤는 침통한 심정으로 답을 했다.
“난... 난 지금 그 대답을 해 줄 수 없어. 그러니!”
말을 하려는 이나드의 행동을 칼로 자르듯, 단호하게 말을 이어갔다.
“나에게 시간을 줘. 기다려 줘. 너의 질문에, 내가 납득할 만한 답을 찾아낼거야 ”
그녀의 강렬한 눈빛이 이나드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알겠습니다.”
“지금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우린 잘못되지 않았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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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실링”
이것이 영지에서 나오기 전, 여관의 아저씨가 5일치 음식들에 대해 요구한 금액이었다. 이나드였다면 냉큼 그 금액을 줬겠지만 그가 마주하고 있는 사람은 이곳저곳 다닐 만큼 다녀 본 카샤였다. 그리고 그녀는 아저씨가 제시한 금액이 기존에 비해 얼마나 부풀렸는지를 잘 알고 있다.
“15실링”
“...음”
카샤의 말에 아저씨는 눈에 띄게 흔들렸다. 하지만 많은 여관 일로 다져진 경력들이 그의 근성을 한 번 더 자극했다.
“30...”
“십. 오. 실링이죠?”
그녀는 양손에 펜던트를 감싸 쥐곤 한 마디 한 마디 또박또박 말하며 빙긋 웃어보였다.
“...그렇다네”
그 무언의 압박에 무너진 아저씨는 “쳇”하며 혀를 찼다. 아무래도 이나드의 명성이 도시 내에 퍼진 것 같아 주인도 한 몫 챙길 생각인 것 같았다. 그에 카샤는 질린 듯이 이나드를 돌아봤다.
“대단하다 너도”
“...죄송합니다.”
“흥!”
이번에도 눈치 없이 감사하다! 라거나, 이 정도는 별 거 아니라는 말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지만 순순히 죄를 고하자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여기까지가 삼일전의 이야기이다. 이걸로 둘은 이전과는 달리 풍족해진 식량과 식단 - 그래봤자 빵이 좀 덜 딱딱한 것과 건육이 있다는 점이지만 - 으로 점심을 먹었다. 하지만 풍족해진 식단으로도 둘의 이상 기류를 자연스레 되돌리긴 힘들었다. 그에 침묵을 견디다 못한 이나드가 먼저 말을 했다.
“언제... 쯤 되면 도착 할 수 있습니까?”
“...저녁 이전에 데이러스에 도착 할 수 있어”
식사를 하던 카샤가 이나드에게 통보를 하듯 말했다.
“데이러스라면 저번에 이야기 한 곳인가요?”
“응”
“거길 가서 뭘 하는 건가요?”
“음... 글쎄...”
그 점에 대해선 떠오르는 것도, 생각한 적도 없던 그녀는 잠시 뜸을 들였다. 왜냐하면 할 일을 다하고 나서야 도착하는 곳이 데이러스인지라 아무것도 안 한다가 정답이지만, 어째선지 그 말은 이나드에게 하고 싶지 않았다.
“가보면 알겠지”
그렇게 식사가 끝나고, 다시금 걷기 시작했다. 이따금 양들과 양치기를 하는 사내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고 해와 지면과의 거리가 한 뼘도 남지 않았을 때 까지 걸었을 때 쯤, 언덕 하나를 지나치자 도시가 눈에 들어왔다.
“저곳이 바로 데이러스야.”
“정말 저녁 이전에 도착했네요”
“그렇다니까 내가 거짓말 한 적 있어?”
“거짓말이라...”
그녀가 그 말을 하자마자 이나드는 베로 영지에서의 일을 즉각적으로 떠올렸다. 그러자 앗차 싶은 카샤가 재차 말했다.
“한 번 밖에 없잖아”
“한 번이라...”
“이이익!”
그렇게 둘이서 의미 없어 보이는 진실을 파악하는 사이, 어느새 도시 앞까지 다다랐다.
“와~ 이게 도시인가요?”
“...그래. 저번의 애매했던 베로 영지와는 달리, 이게 진짜 도시라고”
도시전체를 뒤덮은 석재 성벽. 그리고 그 위를 돌아다니는 수비병은 그로 하여금 난공불락으로 느껴지게 했다. 그리고 이나드는 생소한 것을 보게 되었다.
“저게 뭐하는 거죠?”
“뭐가?”
그가 가리킨 곳을 보자 그녀는 귀찮다는 표정을 명백히 드러냈다.
“...안 하던 짓을 하고 있네 귀찮게”
성문 앞에서 병사들이 도시를 들어가려는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확인하는 듯 행동하고 있었다.
“저건 뭐하는 겁니까”
“경비병들이 출입하는 사람들의 신분을 확인하는 거야”
“저번의 그 도시에선 안 했던데요?”
도시 둘러보느라 그런 건 신경 안 쓰는 줄 알았는데 파악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걸 보던 카샤는 이나드에게 말했다.
“통행증 또는 신분증 또는 대체 할 무언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카샤는 이나드에게 무언가를 달라는 듯이 말했지만 역시나 이나드가 그녀에게 준 것은, 그동안 적잖게 봐온 그게 뭡니까 라고 말하는 듯한 얼굴이었다.
“...내가 말을 말지”
카샤는 경비병의 얼굴을 봤다. 스스로 꽤 많은 사람의 얼굴을 기억한다고 자부하는데 그 사람은 모르는 얼굴이었다. 그 점에 속으로 한숨을 쉬며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건 뭔가..흡”
카샤가 이나드의 눈앞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조용히.”
“한~ 마디도 하지마.”
그녀의 단호한 말에 이나드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경비병에게 각자 똑같이 생긴 물건을 내밀었고 경비병은 그걸 확인한 뒤 통과 시켰다. 그리고 간혹 마차나 수레를 몰고 오는 자들은 그 물건 외에도 가져온 짐들을 수색하고 있었다. 그리고 둘의 차례가 되자, 카샤는 앞의 사람들과 다른 물건을 내밀었다. 은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는 동그란 물체에 교회의 문양이 도드라지게 들어간 물건이었다. 경비병은 그걸 보곤 그녀와 물건을 두어 번 번갈아 봤다.
“성직자셨군요 하지만 이 자는...”
경비병은 이나드를 보았다. 옷은 그럴 듯 하지만, 평범한 사내처럼 보이는 행동거지와 더벅머리, 그리고 등에 지고 있는 짐가방. 그 모습은 성직자라기보다는 일꾼이나 짐꾼에 가까워 보였다.
“이 사람은 저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사람입니다. 아직 수행이 많.이. 부족하지만요,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신분이 보장된 가녀린 성직자와 수상해 보이는 그녀의 따까리, 경비병은 잠시 고민했다. 그 때.
“어이, 톰!”
상인의 마차를 조사하던 경비병이 말을 걸었다.
“왜, 핸슨!”
“그 분 카샤 사제님이야! 여기 교회에 계시는 사제님!”
그 말을 들은 톰이라고 불린 경비병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결정을 내렸다.
“...통과”
그에 카샤는 핸슨이라 불린 경비병에게 작게 감사의 기도를 표하자, 핸슨도 목례로 답했다.
“방금 그건 뭐였죠? 사람들이 줄서서”
성문에서 멀어지자 이나드는 궁금했던 걸 묻기 시작했다.
“도시에 누가 들어오는지 파악하려는 거야. 작은 마을에 비해 드나드는 사람이 많으니까 수상한 사람이 도시에 들어오는 것도 늘기 마련이야. 그러니 이런 걸로 이상한 사람의 출입을 사전에 막는 거지.”
‘하지만 이 도시는 그런 것에 별로 신경 안 썼는데, 무슨 일이 있는 건가’
“교회 가서 신분증도 만들어야겠다. 따라와”
이나드는 잠자코 그녀를 따라 걸었다. 도시의 건물들은 그가 여태 봐온 어느 곳 보다 크고 세련되었으며 많은 수의 사람들이 활기차게 돌아다녔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던 그의 눈앞에 자리하는 건물 한 채가 있었다. 그 건물은 목재만으로 이뤄져 있었으며, 주위의 어느 건물보다도 더욱 커다랬고, 그 꼭대기에는 해바라기 같이 생긴 태양의 심볼이 자리하고 있었으며 2미터는 되어 보이는 나무 울타리가 초목으로 뒤덮인 채로 입구를 제외한 전부를 둘러싸고 있었다. 분명 처음 보는 양식의 건물이지만, 이나드는 그것이 교회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카샤가 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서니 정면 너머, 커다랗게 유리에 그려진 그림이 보였다. 색을 입힌 듯한 유리창은 화려하게 빛을 통과시키며 찬란한 색색의 향연을 선보이며 이나드의 시선을 빼앗았다.
“와...”
“저건 스테인드글라스라는 거야”
그 감동에 걸음을 멈추곤 넋을 놓으며 감명 깊게 바라보고 있자 흥미를 느낀 카샤가 설명해주었다.
“저걸 그린 게 누군지 알아?”
그걸 이나드가 알리 없었기에 그냥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지만 카샤는 눈을 빛내며 말했다.
“바로 위대한 예술가 발라 폴로스가 만든 작품이라고!”
말하면서 혹시나 모르는 거 아닐까 싶었지만
“...그게 누군데요”
역시나였다. 그 말에 작게 흥분한 얼굴이 찬물이 끼얹어진 듯, 얼굴이 차게 식었다. 그리고 물어본 내가 바보지... 라는 말을 속으로 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스테인드글라스에서 시선을 돌리니 기다란 목제 의자에 앉아 기도를 올리는 소수의 사람들과 스테인드글라스 바로 아래에서 광채를 받으며 제단에 서서 책을 읽고 있는 중년의 사제가 눈에 들어왔다.
“칼텐 신부님”
여태 본 적 없는, 아니 맨 처음 세리오스와 대면했을 때의 모습을 취하며 카샤는 칼텐 신부라고 부른 사람에게 다가가 말했다.
“왔는가”
“예”
큰 키에 수염하나 없이 인자하면서도 근엄함이 깃드는 얼굴, 연갈색의 머리에 흰 머리가 희끗희끗 나 있는 게 그의 나이를 알려주었으며, 그녀와 같은 옷을 입고 있으면서도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말하자면 보다 더 의지가 되고 사제답다고나 할까. 그렇게 이나드가 칼텐 신부를 파악하던 중, 그와 눈이 마주치게 되었다.
“이... 이나드라고 합니다.”
그러자 긴장 때문인지, 자신도 모르게 자신에 대해 소개하고 있었다.
“반갑네, 이곳의 신부인 칼텐 오르소라고 하네”
그는 그렇게 말하며 오른손을 내밀었다. 악수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나드는 그렇게 말하며 악수를 하자, 왠지 모를 전율이 흘렀다. 왜냐하면 자신은 깨닫지 못했지만 그것이 이나드 인생 최초의 제대로 된 악수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느낌도 잠시, 가볍게 감싸쥔 손에서 형언하기 힘든 기세가 느껴졌다. 분명 적의는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에게서 느껴지는 무언의 힘은 결코 쉽게 판단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
“이나드?”
멍하니 있는 걸 보고 카샤가 말을 걸었다.
“핫! 죄송합니다.”
“교회에선 넋 놓고 다니지 말게. 사람들 보기 좋지 않으니”
칼텐 신부는 그냥 감정 없이 흘리듯 말했지만, 말에는 무게가 실려있었다.
“알겠습니다... 칼텐 신부님”
신부라는 명칭은 교회 한 곳을 총괄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명칭으로, 대개 많은 경험과 높은 지위를 가진 자가 이 역할을 맡게 된다. 한 마디로 이 지역을 담당하는 최고 사제라는 것. 카샤는 그런 그를 보고 신부님이라고 했다.
‘이 사람이라면 답을 찾아줄 수 있을지도...’
하지만 곧바로 그 생각을 떨쳐내었다. 답을 해 줄 사람은 따로 정해져 있다. 자신은 그 사람에게 답을 맡겼고 그 사람은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러니 아무리 궁금하고 답을 알고 싶어도, 믿고 기다려야 한다.
“신부님. 마을 입구에서 경비병들이 검문을 하던데 무슨 일입니까”
“별일 아니네 라고 하기엔 별일인 상황이지. 하지만 우리 교단이랑 별 상관없는 이야기네”
하지만 카샤는 신부의 말에 성이 차지 않는다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자 칼텐 신부는 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영주관에 도둑이 들었다고 하네”
“별일 아니군요”
“말했잖나 별일 아니라고”
그 말에 이나드는 그것이 별일인지 별일이 아닌지 고민을 했다.
“엔지 사제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나요?”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모양이야, 그래도 며칠 이내로 돌아올 거네”
“그렇군요”
안도와 걱정이 반반 섞인 듯한 말투를 내뱉었다.
“이나드군”
“예”
“자네의 방을 알려 주겠네, 따라오게”
“안내는 제가 하겠습니다.”
“내가 하도록 하지. 카샤는 그 동안 예배당을 봐 주게나.”
“알겠습니다.”
카샤의 공손한 모습을 조금 더 보려했지만 앞서가는 칼텐 신부의 발걸음에 발길을 향해야만 했다. 그가 향한 곳은 한 쪽의 계단이었다. 계단의 옆에 벽면이 덧 입혀져 있어, 옆에서 보면 계단이 있는지도 모를 곳이었다. 그를 따라 계단을 올라가자 1층과는 별개로 숙소의 느낌이 제대로 만들어져 있었으며, 이전의 여관과 비슷한 분위기의 방문이 양 옆으로 6개가 있었으며 한 쪽에 큰 공간이 있었다. 칼텐 신부가 안내한 방은 오른쪽에서 3번째 방이었다.
“저 공간은 식당이고, 이 방이 자네가 쓸 곳이네”
끼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보인 방안의 풍경은, 창문과 침대와 옷장, 그리고 책상으로 보이는 물건과 검게 물든 무언가의 물체가 비스듬히 세워져 있는 평범한 방이었다. 방의 크기와 심플하지만 있을 건 있는 구조에 불평할 마음은 없다. 그 앞에 ‘더러운’이라는 접두사가 붙기 전에는 말이다. 바닥은 흙인지 먼지인지 모를 것으로 거뭇거뭇하고 거미줄이 이리저리 현재진행형으로 쳐져 있었으며 침대는 원래의 색을 잃은 건지 원래의 색이 저런 건지 모를 존재가 되었다. 그걸 본 이나드는 칼텐 신부를 빤히 쳐다 보았다.
“......”
“......”
“아, 그렇군. 그렇기에 그런 표정을 짓고 있었군 자네”
그는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이나드를 바라보았다.
“?”
“자네는 이제부터 이곳에서 생활하게 될 걸세. 그러니 이 방은 자네가 관리하는 거네”
“그러니까... 이제 이 방이 제 거라는 건가요?”
“그렇다네”
그 말을 들은 이나드는 자신의 방이 생겼다는 점과 자신이 이곳을 전부 청소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 저울질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칼텐 신부는 그런 이나드를 내비두고 조용히 내려왔다. 이나드가 칼텐이 사라졌다는 걸 알게 된 것은 얼마 지나고 난 뒤 였다.
칼텐 신부가 아래로 내려오니 그 사이에 사람들이 조금 줄어들었다. 그를 보곤 카샤가 말을 걸었다.
“어떤 방을 주셨어요?”
“자신의 몸과 마음을 열심히 닦을 장소를 주었다네”
빙긋 웃으며 말하는 칼텐 신부의 말이 무슨 뜻일까 생각하던 그녀는, 한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치듯 지나가자 방에 들려봐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럼 이제, 여행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듣도록 하지”
“예”
그렇게 말하며 칼텐 신부는 신부실로 들어갔고, 카샤는 방 안으로 뒤 따라 들어가며 그에게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저기... 신부님”
“뭔가? 카샤 사제”
카샤는 우물쭈물하더니 칼텐 신부의 눈치를 보며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저기... 이번에 예기치 못한 여러 일들이 있었습니다.”
“알고 있네”
“그로 인해서 예상외로 추가적인 금액을 많이 소모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군”
“그래서...”
“그래서?”
카샤는 최대한 간절하고 자비를 구하는 듯한 표정으로 칼텐 신부를 올려다 보았다.
“저에게 예산을 조금만 더 주신다면...”
“안 돼. 봐줄 생각 없어, 돌아가”
“우에에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