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드의 수업이 시작한 것은 다음날 부터였다. 아침식사와 오전 예배가 끝난 후, 칼텐 신부의 개인실에서 카샤의 수업이 시작되었다. 견습 사제가 된 이나드에게 카샤가 가르쳐 줄 것들은 바로
“예법과 화술을 배우게 될 거야”
“단어만 들어봐도 복잡하게 느껴지네요”
“사제라 함은 마음가짐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몸가짐, 행동, 말투 등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것들 전부가 중요한 거야. 그리고!”
갑자기 삿대질을 하며 돌아보기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너! 나한테 은근히 반말을 쓰던데?”
그건 카샤 사제님한테는 존댓말이 여간 입에 붙지 않아서... 라는 말이 입안에 맴돌았지만 용케 버텨냈다.
“...노력하겠습니다.”
그렇게 이나드는 오전엔 카샤에 의해 사제로서 가져야 할, 가지고 있어야 할 것들에 대한 가르침을 받았고 점심식사 이후에는 교회의 뒤편에서 엔지의 수업이 이어졌다. 이전에 카샤가 머리를 깎아줄 때도 느낀 적이 있지만, 나름 손질이 되어있는 초목과 돌로 만들어진 우물이 이나드의 눈에는 꽤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엔지는 그런 이나드를 보며 판단을 하고 있었다.
‘기본기도 튼튼하고 체력과 몸의 완성도가 동년배의 다른 애들에 비해 월등히 뛰어나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 뿐. 독특하다고 할 만한 것도, 천재성도 보이지 않는다. 물론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엔지는 거기까지만 하며 생각을 접었다. 확실한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사람의 자질을 판단하는 건 그의 특기가 아니다.
“자. 첫날이니 이론적인 것부터 시작하자. 그럼 뭐부터 시작할까...”
잠시 고민을 하더니 뭔가가 떠오른 듯이 재차 말했다.
“성력!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성력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성력이라는 건 어떻게 하면 얻을 수 있을까?”
답을 구하듯 이나드를 보며 말했다.
“신실한 마음으로 기도를 하면 주께서 내려주시는 겁니다.”
“누구에게?”
“그야 당연히... 사제들... 아닌가요?”
이나드가 자신 없다는 듯이 말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만, 가르침을 받아서 기도를 하는 교인들도 미약하게나마 가질 수 있어. 이 성력으로 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농사를 짓게 되면 해충의 영향에 덜 받고 대장장이들이 물건을 만들면 쪼오끔 더 단단하거나 정교해지고 병의 영향을 덜 받게 되는 그런 효능이 주어져 그렇게 티가 나는 정도는 아니지만. 아! 이건 다른 마법사들이나 무술가들에게도 마찬가지야”
“오호”
성력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이나드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럼 성력이 많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기도를 열심히 해야지 성심성의껏, 진심으로”
“그런 당연한 소리 말고는...”
그러자 엔지는 하여튼 어린애란 편법 같은 거 좋아한단 말이야 라는 혼잣말을 이나드에게 들리게끔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타고나야 하는 거야. 성력도 마력과 비슷한 맥락이거든? 마법사가 되려면 선천적으로 타고나야 하듯이, 선천적인 재능이 있는 사람이 많은 성력을 가지게 된다는 거지. 여기서 재밌는 게 뭔지 알아?”
한 차례 푸념 하려했던 이나드는 재차 이어지는 엔지의 질문에 생각이 전환되었다.
“...뭔데요?”
“마법사의 재능이 있는 사람은 사제의 재능이 있다는 거”
“...네?”
“정확히는 마법사의 재능이 100인 사람이 사제가 된다면 70정도의 성능을 발휘 할 수 있어. 좀 전에 말했잖아 속성이 좀 다를 뿐이지 성력과 마력은 비슷한 맥락이라고. 말하자면 마법사는 명상 같은 걸 통해서 마력을 체내에 흡수해서 사용하고 우리는 기도를 통해 마력을 받아들이고 그 마력을 성력으로 변환시킨다고 보면 돼. 가끔 특이한 사람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아무튼 신앙심이 깊어지면 성력이 어떻게 된다?”
“...많아진다?”
“그렇지! 자. 성력에 대해 좀 더 말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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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오전의 신부실. 어딘가 편안한 마음이 들게 하는 나무 냄새가 풍겼지만 그런 걸 제대로 느낄 겨를이 없었다. 카샤는 이나드를 가르치고 있었고 생소한 것들을 배우는 이나드는 진땀을. 그런 이나드를 가르치는 카샤도 진땀을 빼고 있었다.
“문제. 어떤 사람이 많은 물건을 교회에 기부한다고 찾아왔어. 어떻게 해야 할까?”
“문제. 아침에 일어나서 1층으로 내려왔는데 거리가 나, 엔지 사제, 칼텐 신부님 순서대로 있어 누구에게 먼저 인사해야 할까?”
“문제. 도둑이 불쌍한 눈으로 찾아와서 도움을 요청해. 어떻게 해야 할까?”
“문제. 배고픈 사람이 교회를 찾아왔어 어떻게 해야 할까?”
“문제...”
“정답! 일단 물건을 받습니다.”
“땡”
“정답! 칼텐 신부님, 엔지 사제님, 카샤 사제님 순서대로 인사합니다.”
“땡”
“정답. 일단 숨겨줍니다.”
“땡”
“먹을 것을 줍니다.”
“땡”
“하나요?”
“때앵!”
“안 하나요?”
“때애애앵!”
“...몰라요”
“...땡”
이나드를 어디서부터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던 카샤는, 문제를 내서 이나드의 수업 범위를 알아내려 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대단해... 다 틀렸어 게다가 몇 개는 알려줬던 건데...”
“......”
“기부하는 건 좋은데 어떤 사람인지 무슨 물건인지 살펴봐야하는 거고 인사는 무슨! 늦게 일어나서 죄송합니다 라고 말해야지! 여기선 일일이 인사하거나 딱딱하게 할 건 없지만 원래대로라면 니가 제일 일찍 일어나 있어야 한다고!”
며칠 후
카샤가 여태 지켜 본 결과. 이나드에겐 사제로서 가져야 할 몸가짐이라던가, 교양, 예법, 화술 아무튼 그런 것이 전무했다. 종교적 언어의 이해는 어느 정도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리고 그 외에 식사예절은 같이 밥 먹으면서 천천히 고치면 된다.
“......”
이나드는 지금, 허리를 꼿꼿이 피곤 두 손을 배꼽 언저리에 둔 공손한 자세로 서 있었는데, 그의 옷 안쪽에는 척추를 따라 길고 가느다란 나무막대가 세로로 끼워져 있어서 허리를 안쪽으로 구부리든 바깥쪽으로 구부리든, 나무가 바로 부러지게 되어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는 회초리가, 옆에 있는 탁자에는 처참히 부서져 있는 파편들이 쌓여있었는데 나는 나무막대로 살아갔었노라 하며 증명하는 것 같았다.
“가을이라 나무들이 바싹 말라서 다행이야. 안 그러면 따로 건조시켜야 했을 텐데”
“그러게요. 참 다행이네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녀의 말에 한 줌의 동의도 들어있지 않은 말투였다. 어쩜 그렇게 가느다랗고 말라비틀어진 것들만 골라왔는지 조금만 자세를 바꿔도 나뭇가지는 바삭 소리를 내며 부서졌고, 숨을 크게 쉬어도 나뭇가지가 비명을 질러서 숨도 크게 못 쉬었다.
“누가 보면 귀족가의 자식인 줄 알겠어요”
귀족들은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그들만의 특수한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혹독한 예의범절을 배우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나드는 자신이 행하고 있는 이 교육이 그것과 맞먹지 않을까 판단하며 말했다.
“귀족가의 자식?”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눈을 보자 그 생각은 오판이라는 걸 곧바로 판단했다.
“아뇨 아닙니다.”
“그런 방식으로 하드하게 교육시켜 줄까?”
한 없이 진지한 그녀의 눈을 보자 일이 틀어졌다는 걸 곧바로 판단했다.
“아뇨 저는 지금으로도 하드합니다.”
“혹시 몰라? 하드하게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지도 모르잖아”
진지함을 넘어서 흥미가 일기 시작한 그녀의 눈을 보자 판단력은 곧 상실되고 공포가 엄습했다.
“잘못했습니다. 용서해주세요 제발!”
하지만 그의 용서가 용납되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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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사내는 마주보며 서 있었다. 한 명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차분한 반면 한 명은 모든 힘을 쏟아내는 듯, 땀을 흘리며 진지한 자세로 거친 호흡을 내며 서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였다. 촛불이 흔들리며 꺼지듯 그렇게 이나드의 자세가 흐트러졌다.
“하아... 하아...”
“20초”
이나드는 거친 숨을 내뱉으며 곧장 쓰러질 듯 비틀거렸지만 두 손으로 무릎을 잡으며 버텨냈다.
“그게 니 한계다. 너도 20초가 짧다고 생각하지?”
끄덕끄덕
이나드는 말할 기운도 없는지 고개만 끄덕이며 의견을 표했다.
“니가 그렇게 20초 만에 퍼지는 이유가 뭔지 알아?”
그 말에 힘겹게 고개만 비스듬히 올려다보며 대답을 했다.
“하아.. 하아.. 뭡니까?”
“힘의 조절”
“조절이요?”
“그래 강화에 너무 많은 힘을 불어넣어, 그래서 1분도 못 가서 픽픽 쓰러지는 거고. 물론 그렇게 과다하게 사용하면 더 강하긴 하지만, 효율적이지 못해”
“후~... 그럼 어떻게 하면 되죠?”
“어떻게 하긴 조절 해야지”
“어떻게요?”
“너의 경우는 다른 단계들을 전부 건너뛰고 신성강화를 먼저 사용하게 되는 경우라서 세세하게 컨트롤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해. 아니, 능력만 부족한 게 아니지 이것저것 전부 부족하지.”
그는 남의 비평을 바로 앞에서 당연하다는 듯이 하고 있었다. 물론 그 말이 당연한 말이긴 하지만 왠지 짜증났다.
“너의 능력인 강화는 말이야. 하나하나 단계와 절차를 밟아가며 얻게 된 능력이 아니라 우연찮게 찾아온 운이다. 예를 들자면... 어쩌다 고급요리를 만들었는데 성공한 요리사 같은 거지. 하지만 이게 왜 맛있는지 이유를 모르는 요리사. 만드는 방법은 기억해놔서 만들고 있지만 여전히 왜 이 음식이 맛있는지, 자신이 어떻게 이 요리를 성공시켰는지 모르는. 그것처럼 이나드 너 역시 그 능력을 알지도 이해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다가, 그것을 반증하듯 보다 쉬운 단계의 능력들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게 그 증거다.”
“......”
뭐라고 한 마디라도 하고 싶지만, 그의 말 중 틀린 것이 하나도 없었다.
“고로 능숙하게 되는 방법은 스스로의 반복된 수련과 숙련뿐이다. 나는 그걸 거들어 주는 것뿐이지.”
“그럼 매일 이 일을 하면 되는 건가요?”
“아니. 그것보다 이전 단계의 수련을 하는 거야 수련도 적합하고 올바른 수련을 해야 효과가 있는 법이지”
“그럼 어떤...?”
“음... 가장 좋은 수련은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고 치료하는 자해수련법인데...”
한 때 교회의 일부에서 유행했던 수련법으로 의심이 많이 가는 방법이지만, 효과만은 탁월했다. 하지만 그 수련을 행하며 이상한 취미에 눈을 뜨는 자들이 생겨서 금기가 된 수련법이지만, 그 수련법을 행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정말요?”
진지하게 되묻는 이나드를 보며 엔지는 놀리는 맛이 훌륭한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그건 아냐”
그 말에 이나드는 안심이 되었다.
“아! 그럼 되겠네.”
결단을 내린 그의 얼굴을 보자 이나드는 다시금 이유 없이 불길해졌다.
“내가 너를 때리면 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