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판타지/SF
당신에게 축복이 함께 하기를
작가 : 한량
작품등록일 : 201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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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작성일 : 17-06-09     조회 : 277     추천 : 0     분량 : 3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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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이게 무슨 미친 소리인가

 

 “너와 내가 무술수련을 하면 네가 다치기 마련이니까 그걸 자가치료하면 되겠네”

 

 “...애초에 제가 다친다는 게 기정사실인 것 같은데 너무 자만하시는 것...”

 

 훙

 

 “......”

 

 얕은 바람소리와 함께 엔지의 주먹이 얼굴을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이나드는 반응 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무방비 상태에서 날아온 기습이지만 이런 적은 어머니 이후로 처음이었다.

 

 “어때? 이래도 자만으로 보여?”

 

 이나드는 방금 상황에 대해 머리로는 인정했지만, 청소년의 혈기어린 자존심으론 인정하지 못했다.

 

 “다시. 다시 한 번 더해요. 방금 전엔 기습적인 공격이라 반응하지 못 한 거예요”

 

 “흐음~”

 

 엔지는 그런 이나드의 모습을 이해했다. 그것은 끈기이자 집착이자 오기였다. 장점이기도, 단점이기도 한 그 감정은 사람으로 하여금 불가능해 보이는 것에 도전하게 만들고 실패에도 굴하지 않게 만든다. 하지만 자기 자신과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부작용이 있다. 그걸 고치게 하는 방법은

 

 “좋아!”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 다시 같은 일이 일어나도 울면서 다시 하자고 하기 없기다.”

 

 “당연하죠!”

 

 그 말에 이나드는 발끈하며 주먹을 쥐었고

 

 “후배의 실력을 한 번 볼까?”

 

 엔지는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우연인지 아니면 보편적인 방법인지는 몰라도, 그는 저번의 세리오스와 비슷한 자세로 이나드를 도발했고, 효과는 뛰어났다. 이나드는 엔지에게 곧장 뛰어들어선 주먹을 퍼부었고 엔지는 이나드의 공격을 피하고 쳐내거나 흘리면서 객관적으로 평가를 시작했다.

 

 훅 훅 쉭

 

 ‘기본에 충실하고 잘 다져진 기본기와 체계를 가지고 있다. 하나’

 

 훅

 

 ‘상체 위주의 공격에’

 

 휘익

 

 ‘직선적이고’

 

 쉐엑

 

 ‘단조롭... 아 취소’

 

 배로 오는 듯 했던 공격이 위로 치고 올라오며 어퍼컷으로 바뀌었고, 그 공격은 위협적이었다. 조금 아주 조오금. 그 후로 이나드가 계속 공격을 가했지만 엔지의 몸에 적중되는 공격도, 위협적이었던 공격도 없었다. 그렇게 5분이 지났다.

 

 “헉... 헉...”

 

 지칠 대로 지친 이나드에 비해, 엔지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쌩쌩했다.

 

 “이대론 심심한데...”

 

 그의 여유 있는 모습에 이나드는 짜증이 났다. 공격이 막히는 건 둘째치고 성실하지 않고 대충대충 임한 점에 대해 짜증이 났고 욕보여졌다는 느낌? 세리오스보다 심했다.

 

 “내기를 하자”

 

 “하아... 내기요?”

 

 “어”

 

 그렇게 말하곤 3개의 손가락을 폈다.

 

 “내가 3번의 공격을 할 테니까 그걸 버티면 너의 승리, 못 버티면 나의 승리. 물론 성력은 사용하지 않을게”

 

 순간 울컥하곤 자신을 우습게보냐고 말할 뻔 했지만 그가 자신보다 훨씬, 저번에 운 좋게 이길 수 있었던 노반씨 보다도 강하다는 사실, 그리고 일단 이기고 보자는 생각에 넘어갔다.

 

 “제가 이기면 뭔가요?”

 

 “네가 이기면 내가 자만했다는 걸 사죄할게”

 

 순순히 이야기하는 모습에 약간 놀랐다.

 

 “그리고 내가 이기면 내 부탁하나 들어주기.”

 

 “...알겠습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별 거 아니리라 생각하곤 일단 응했다. 그렇게 내기가 성립하자 그의 눈이 처음으로 진지해졌다. 얼굴은 아직 웃음기가 있는 얼굴이었지만 눈만은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그에 이나드도 새삼 진지하게 임하며 자세를 취했다.

 

 “간다.”

 

 말과 동시에 움직였고, 순식간에 가까워진 그는 왼발을 조금 앞으로 내세우곤 아까와 같은 속도의 왼손공격을 얼굴로 행했다.

 

 “!”

 

 여전히 빠른 속도였지만 온 신경을 공격에 집중시킨지라 왼쪽으로 몸을 움직여 간신히 스치듯 피할 수 있었다.

 

 ‘이걸로 한 번!?’

 

 그렇게 생각했지만 어느 샌가 복부에 일격이 들어갔다. 가벼운 공격이었지만 온 신경이 첫 번째 공격에 집중했던지라 보지도 생각지도 예상하지도 못한 공격이어서 충격이 컸다. 이나드는 비틀거리며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지만 아직 쓰러지진 않았다.

 

 ‘버티면 된다.’

 

 오직 그 생각뿐이었다.

 

 한 발자국

 

 엔지는 이나드가 멀어진 그 한 발자국만큼 다가가며 같은 곳으로 주먹을 향했고 이나드는 그 공격이 가까이 오기도 전에 복부를 단단히 가드했다. 하지만 그 주먹은 그를 놀리는 듯이 궤적을 부드럽게 바꿔선 그의 턱을 향해 솟아올랐다.

 

 “!”

 

 이나드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하늘 위로 올라가는 주먹과, 웃고 있는 엔지의 얼굴이었다. 그리고 마음속에서 불같이 타오르는 듯한 감정을 느끼며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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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식사 이후, 교회는 급한 일이 아니면 사람을 받지 않는 텅 빈 곳이 되어버린다. 그곳에서 칼텐 신부의 가르침이 시작된다.

 

 “이나드군. 성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어... 성력이란 천상에 계신 하느님의 신성한 힘을 선택받은 자들만이 다루는 성스러운 힘이라고 많이들 알지만, 사실은 진심으로 신을 믿으면서 마력 적성 있는 자라면 아무나 다룰 수 있는 것이라고 아리네 선생님이 가르쳐 주셨습니다.”

 

 ‘엔지 사제님이 알려 주신 것도 있지만’

 

 “...잘 알고 있군”

 

 솔직히 감탄했다. 정식사제는 되어야 알 수 있는 내용을 이 아이가 알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 말이다. 그리고

 

 “아리네...라...”

 그 이름에 대해 잠시 생각하던 그는 재차 수업을 시작했다.

 

 “그 말대로 신을 믿고, 마력 적성이 있는 자라면 성력을 사용 할 수 있다네. 하지만 신이 아닌 다른 존재를 믿더라도 미약하지만 성력이 느껴 질 수 있네, 우리와는 다른 성질의 성력이지만. 자네도 겪어 봤을 테지”

 

 “아..,”

 

 일전에 그가 마을촌장에게 미약하게나마 느꼈던 것이 성력이라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그럼 기도에 대해 말해보지. 기도란 무엇인가 이나드군”

 

 “진심으로 바라는 바가 이루어지기를 주님께 기원하는 일이자 주님과의 대화이기도 합니다.”

 

 “그래 그것이 우리 ‘교회의 기도’지. 하지만 언어학자들의 어원으로만 따지자면 자신보다 뛰어난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마음속으로 간절히 비는 것. 그것을 바로 기도라고 하네”

 

 “자신보다 뛰어난 누군가... 요?”

 

 “그래. 우리의 하나님을 제외한 그 어떤 존재에게 행하든 그것이 기도로 성립한다는 것이네”

 

 “......”

 

 새로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들로 이나드는 생각에 빠졌고 칼텐 신부는 그가 생각할 시간을 주었다. 그리고 짧은 기도문을 읊을 시간이 지났다 싶었을 때쯤, 칼텐 신부는 말을 계속했다.

 

 “주신인 리스테레츠님 외에 다른 존재를 믿는 걸로 유명하기로는 악마숭배의 악마교단과 죽음 그 자체를 숭배하는 사자교단, 혼돈을 숭배하는 아나키스트, 겨울신을 믿는 겨울교단이라고 있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황혼교단일세”

 

 “황혼교단이요?”

 

 “그래 황혼교단. 황혼교단은 북서쪽 대륙에서 주로 활동하는 교단으로 이 세상에는 황혼. 즉 종말의 때가 다가오고 있으며 자신들을 천국으로 인도한다는 메시아를 추종하는 자들로 교회에서 주의를 기울이는 교단이지.”

 

 그런 그의 말에 이나드는 이상한 점을 느꼈다.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뭔가 이나드군”

 

 “지금 황혼교단만 자세하게 설명하시는 이유가 뭡니까?”

 

 “좋은 질문이네. 그건 우리와 지금 직접적인 마찰을 빚고 있는 것이 황혼교단이기 때문이지. 자네들이 활동하며 조사한 일들. 기억하나?”

 

 그러자 지난 몇 주간 카샤와 행동한 일들이 이나드의 머릿속으로 지나갔다.

 

 “예”

 

 “교회에서는 그 일들을 벌이는 원인이 황혼교단의 사제임을 밝혀냈다.”

 

 “그래서...”

 

 그렇게 납득하던 이나드는 다시금 이상한 점을 발견해냈다.

 

 “근데 황혼교단은 북서쪽에서 활동한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칼텐 신부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답을 해줬다.

 

 “남부는 예로부터 문제가 많았고 마수도 많았지. 문제가 많기에 마수가 많은 건지 마수가 많기에 문제가 많은 건지 뭐가 먼저인지는 모르지만 결과상 이렇게 되었지. 무슨 말인지 알겠나?”

 

 “...아뇨”

 

 “거리가 멀다는 점을 감수하더라도 문제를 일으키기 좋다는 곳이라네.”

 

 “아~ 알겠습니다.”

 

 칼텐의 간단한 요약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그들은 여기까지 와서 무슨 일을 하는 걸까요”

 

 “글쎄... 그건 곧 알게 되겠지”

 

 칼텐 신부는 그렇게 말하며 남부의 역사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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