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공격이었지?’
상황을 되짚어 봤다. 로브를 쓴 사내에게 달려들다 그가 주머니를 늘어뜨리곤 한 바퀴정도 돌리더니 그 안에서 무언가가 날아오기에 반사적으로 두 팔을 교차해서 막았는데, 그 물체가 팔에 닿자마자 폭발했다. 그리고 그 물체가 뭔지 이나드는 파악하지 못했다. 머릿속에선 돌멩이라고 판단을 내리고 있지만 돌멩이가 터진다니 그가 알고 있는 상식으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것 말고도 그를 신경 쓰게 만드는 게 있는데, 바로 그 물체가 발사된 가죽주머니. 바구니같이 물체를 감싸는 움푹한 곳과 양 끝을 꿰매어 이은 기다란 가죽 끈 손잡이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움푹한 곳으로 물체를 감싸 물체가 떨어지지 않게 하고 있었고 가죽끈을 잡고 빙글빙글 돌려서 발사해, 힘도 제대로 못 쓸 것 같은 몸으로도 엄청난 위력을 내고 있었다.
수도원에서 살던 그에겐 생소한, 아니 어지간한 누구에게라도 생소할 무기인 그것은 주로 동부 출신. 그것도 소수의 동부인들이 사용하는 무기이며 아리네 선생이 수도원에서 미처 알려주지 않은 무기 중 하나로 슬링이라는 이름의 무기이다. 슬링은 이나드가 본 것처럼 원심력과 가속도를 불어 넣어 탄환의 파괴력을 극대화하는 무기로 탄환도 화살처럼 가공품이 아니라 땅바닥에 굴러다니는 돌 중 맞으면 겁나 아프겠다 싶은 돌을 주워서 사용하면 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정확히 맞추려면 꽤나 많은 숙련이 필요한 무기이다. 머리가 복잡해진 이나드는 일단 단순하게 접근하기로 했다.
“저기 궁금한 게 있는데요”
“응? 뭔데”
그는 순순히 대화에 응했지만 오른손에 들린 가죽주머니는 여전히 느린 속도로 돌아가고 있었다.
“아까 저희가 오고 있는 걸 어떻게 아신거죠?”
“그거? 우리가 감지마법 하나 안 해뒀을까 봐?”
“그렇군요. 그럼!”
그렇게 말하며 기습적으로 달려들었지만 그는 예상한 듯이 물체를 날려 보냈고, 이나드 또한 예상한 듯이 다시금 두 팔을 교차해 그 공격을 막아내었다. 이번에도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과 충격이 일었지만, 성력으로 피해를 최소화 한 그는 생각을 정정해야 했다. 날아온 물체는 확실한 돌멩이였다. 뭔가가 새겨져 있는 듯해 보였지만 확실한 돌멩이였다. 그러나 물체가 뭔지를 알았다 한 들 저 공격이 위협적이라는 사실은 전혀 줄지 않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혼자가 아니었다.
‘뭐 저딴 특이한 놈이 다 있어!?’
둘의 싸움을 흘깃 봤지만 황당하게 생각한 것은 엔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엔지는 저자가 무슨 공격을 하는 것인지, 저 자가 누구인지도 방금 공격으로 확실하게 파악했다.
“룬 석을 이용한 슬링샷이라니...”
룬 석이란 돌에 마법을 각인한 물건으로, 별다른 주문 없이 돌에 각인된 마법을 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며 저 자가 룬 석을 사용한다는 것은 저자가 룬 마법학파의 룬 마법사라는 뜻이기도 하다. 룬 마법학파는 소수학파로, 얼마나 복잡하고 다양한 마법을 다양한 물건에 새겨서 사용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연구하는 특이한 학파다. 그래서 주로 보조 물품이나 물건에 지속형 마법을 각인해서 팔거나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룬 마법사들은 전투 마법사에는 적합하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엔지는 판단했다. 하지만 지금 이나드를 상대하고 있는 자는 몇 안 되는 룬 마법사 중에서도 몇 안 되는 실전형 룬 마법사로, 흔히들 말하는 전투 마법사다. 그들은 주로 공격형이나 방어형 마법문자 같은 걸 돌멩이에 각인해서 사용하는데, 강력한 마법을 각인하지 않았더라도 얼마나 준비했느냐에 따라서 큰 효과를 발휘하고 준비 없이 곧바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니, 순발력과 속도만큼은 어느 마법학파보다도 우월하다 할 수 있어 어떻게 보면 전투에 딱 맞는 마법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마법의 위력과 등급이 높을수록 각인의 난이도와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니 효율이 떨어지기 마련이고 전투 마법사의 수가 적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이나드의 눈앞에 있는 자는 대륙에서 유일한 ‘슬링을 사용하는 룬 마법사’라고 할 수 있다. 평소 같았으면 저런 자를 상대하게 된 이나드를 지켜보며 불쌍하다고 동정했을 테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못 됐다.
탓. 타닷. 탓. 팟.
은은하게 성력이 둘러진 엔지의 주먹이 상대의 배를 향해 내뻗어갔지만 마찬가지로 성력이 둘러진 상대의 팔에 의해 막혔다.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공격을 가했지만 그의 귀엔 자신의 주먹과 상대의 팔이 맞부딪치는 소리만이 계속해서 들렸다. 그리고 이 소리는 이름 모를 룬 마법사에 대해 생각하기 전부터 지금까지 계속 들려오던 소리였다. 주위를 맴돌며 얼굴, 목, 가슴, 팔, 배, 허벅지를 계속 공격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공격이 제대로 들어간 적이 없다. 빈틈이 없는 것도 그렇고, 계속되는 공격으로 빈틈을 만들려고 해도 빈틈이 당최 생기질 않았다. 공격을 하든 이쪽에서 허점을 보이든, 녀석은 그저 방어. 방어 일변도일 뿐이었지만 그게 문제였다. 자세를 낮추고 방어만 하고 있는 그는 몸을 움츠린 거북이처럼 단단했고 도저히 해법이 보이지 않았다. 거북이의 등껍질을 부술 만큼 강한 공격을 하면 되지 않은가 싶지만, 그 동안의 경험으로 인한 본능은 그 방식에 대해 주의를 보내고 있었다.
“흡!”
계속되는 공격 속에서 기습적으로 어퍼컷을 날렸다. 떠보는 듯한 공격이었기에 이번에도 가드에 막혔지만 엔지는 느낄 수 있었다. 두 팔 너머로 보인 순간적으로 매서워진 눈빛을. 등껍질을 부수기 위해 큰 허점을 내보이는 순간, 거북이는 머리를 내밀어 물어버릴 것이다. 해괴한 마법사와 거북이 같은 상대, 그리고 조금씩 강해지는 의식. 가볍게 생각할 만한 사태가 아니었다.
“...미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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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이상한 무기와, 처음 보는 공격 방식, 그리고 처음 보는 폭발하는 돌멩이. 하지만 하나 깨달은 것이 있다.
‘그냥 단순히 거리를 좁히면 된다.’
하지만 그게 안 된다. 생긴 건 샌님인데 공격할 땐 마치 숙련된 무술가처럼 움직여선 순식간에 탄환을 날린다. 피하자는 각오로 피하자면 피할 수 있겠지만, 공격하러 다가갈 경우 마주하며 날아오는 탄환을 피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다가가는가? 이나드가 그런 생각을 하며 지켜보고만 있자, 잠시간의 대치가 이뤄졌다. 장기전으로 가서 돌을 소모시키는 방법을 생각했지만 엔지의 행동을 보자 시간에 쫓기는 듯, 생각보다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모습에 장기전은 금물이라고 판단했다. 그렇게 이나드가 잠시 한 눈을 팔자 원 운동을 그리던 가죽주머니가 순간적으로 빨라지며 돌을 쏘아 내었다.
“읏차!”
그렇지만 이나드는 상체를 움직여 아슬아슬하게 피했고 빗나간 돌은 이나드를 지나쳐선 벽에 부딪혀 폭발했다.
“흐음”
이나드가 공격을 피해내자 그는 아쉽다는 눈빛을 노골적으로 보냈다.
“저기 궁금한 게 있는데... 마법사 맞죠?”
“예 마법사입니다.”
“이런... 마법사도 있어요?”
이나드는 부서진 돌 파편을 주워들며 말했다. 그 모습에 이런 마법사는 약간 발끈했지만 침착성을 유지했다.
“있어요. 얼마 없지만”
“다른 마법도 많은데 왜 이런 어린애 장난 같은 마법을 택한 거죠?”
“어린애 장난이라... 어린애 장난 맛 좀 보시죠!”
결국 화가 난 듯, 아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돌이 날려 보냈지만, 이번에도 이나드는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앞으로 돌진했다.
‘돌을 재장전해서 발사하는 속도는 4초 정도. 한 번은 몸으로 막아낸다고 하면 접근 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며 재빠르게 돌진했지만 상대는 별로 당황한 모습이 아니였다.
“따악”
파파팡
손가락이 튕기는 소리와 함께 이나드의 바로 앞에서 예기치 못한 불꽃이 땅으로 부터 솟아올랐다.
“으아앗?”
곧바로 몸에 제동을 건 뒤 함정에서 벗어나 피해는 없었지만 그게 끝이 아녔다.
“제가 그런 것 하나 예상 못 했을 거라 생각했습니까!”
그렇게 말하며 왼손의 돌을 주머니를 향해 던졌고, 그걸 공중에서 주머니로 낚아채곤 곧바로 날렸다. 이나드는 옆구리로 날아드는 돌을 가까스로 피해 냈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따악”
다시금 손가락이 튕기는 소리와 함께 돌이 폭발했다 여태까지의 공격보다 더욱 강력한 위력이었다.
“크아앗”
연속적으로 일어난 상황에 반응하지 못한 그는, 성력을 미처 사용하지도 못한 채 공격을 허용했고 타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뒤로 물러났다.
‘처음에 돌이 빗나갔어도 터트리지 않은 것은 지금을 위한 속임수인가?’
하지만 또 다시 공격이 날아오자 생각할 겨를도 몸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이리저리 피해 다녀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