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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축복이 함께 하기를
작가 : 한량
작품등록일 : 201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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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작성일 : 17-07-21     조회 : 299     추천 : 0     분량 : 5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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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묶을까요 저 사람?”

 

 “그런 사소한 거에 신경 쓸 상황이 아냐”

 

 그의 시선을 따라 마법진으로 시선을 돌리자 아까전에 비해 더욱 심상치 않은 상태로 변한 마법진이 보였다.

 

 “어서 빨리 크읏...”

 

 뛰어가려던 엔지는 고통에 찬 신음소리와 함께 옆구리를 부여잡았다.

 

 “엔지 사제님!”

 

 “신경 쓰지 말고 먼저가!”

 

 엔지가 걱정스러웠지만 그의 외침에 어쩔 수 없이 걸음을 옮겼다.

 

 “카샤!”

 

 “...받아!”

 

 그 말과 함께 마법진이 폭발하듯 빛무리가 한 차례 터져 나왔고, 카샤가 튕겨지듯 날아왔다. 그 모습에 당황했지만 본능적으로 몸이 움직였다. 튕겨져 나오는 각도는 다행스럽게도 그가 달려가고 있는 쪽. 상황을 이해하기보다 날아오는 카샤를 붙잡는 것에 집중하기로 한 이나드는 다리에 박차를 가했다. 온 힘을 다해 공중으로 몸을 날린 이나드는 카샤의 몸이 땅에 닿기 직전 잡는데 성공했고, 카샤를 끌어안은 채 몸을 비틀어 낙법을 취했다. 그렇게 몇 미터를 굴러가서야 둘의 움직임은 멈췄다.

 

 “괜찮아요?”

 

 “어. 고마워”

 

 카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안은 팔에 힘을 줬는데 그게 유효했는지 그가 보기에도 멀쩡해 보였다.

 

 “그러니까 이제 좀 비켜 줘”

 

 “아... 예”

 

 그렇게 몸을 추스르자 어느새 다가온 엔지가 그 둘의 옆에 서 있었다.

 

 “괜찮아요 오빠?”

 

 “아프긴 하지만... 견딜만 해”

 

 그렇게 말하는 그의 옆구리엔 백색의 빛을 발하는 손이 얹혀있었다. 저 정도면 뼈에 금이 가거나 한 정도가 아니라 부러졌을 것이다. 그리고 분명 견딜만한 통증이 아닐 터. 그렇게 생각한 이나드는 엔지와 눈이 마주쳤다.

 

 “내가 말했지 사소한 거에 신경 쓸 겨를 없다고”

 

 그렇게 다시금 마법진으로 눈을 돌렸다. 가까이에서 보자 처음에 비해 2배 가까이 커진 마법진의 크기에 위압감이 느껴졌고 크기만 커진 것이 아니라는 듯, 보랏빛의 기운을 물씬 풍기고 있었다.

 

 “설마...”

 

 “오빠. 제가 생각하고 있는 거 맞을까요”

 

 “...모르겠지만 아마 맞을거야”

 

 “뭔데요?”

 

 둘만의 대화에 못 따라가고 있던 이나드는 질문을 던졌다.

 

 “신성화”

 

 “망할”

 

 그렇게 한 차례 욕을 내뱉은 카샤는 뭔가 떠올랐는지 재차 말을 꺼냈다.

 

 “...하지만 성력의 양이 그렇게 많진 않을 텐데요?”

 

 “성력의 양도 중요하지만. 성력의 다양성이 충족된다면 상관없어.”

 

 “다양성이요?”

 

 “한 사람만의 성력이 아닌, 각각 다른 사람들의 성력을 한데 모으면 시너지 효과가 발휘된다. 그 다양성이 일정 수치 이상 넘어가면 특이한 성향을 띄게 되는데 그게 바로 신성(神性)이다.”

 

 “신성... 이라고요?”

 

 “그래. 말 그대로 신의 성격을 띄게 되지 그리고 그걸 사용하면... 인간의 격을 벗어나게 되지”

 

 많은 사람들의 기도, 염원을 한데모아 그것들로 자기 자신을 승화시킨다. 그 말은 즉...

 

 “...신이라도 되는 겁니까?”

 

 “그것까지는 모르겠지만 미친놈이 탄생한다는 건 확실하다.”

 

 엔지는 그렇게 말하며 마법진을. 정확히는 마법진 안의 사내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우리는 저런 자를 ‘거짓된 초월자’ 라고 부르지”

 

 “거짓된... 초월자...”

 

 “일단... 최대한 시간 좀 끌어줘요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으니까”

 

 “할 수 있겠어?”

 

 “할 수 있어! 아까 전엔 반발력이 너무 세서 튕겨 나온 것 뿐이야. 이번엔 문제없어”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마법진을 향해 걸어갔다.

 

 “꼭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건가요?”

 

 “무슨 생각하는지 아는데 이럴 수 밖에 없어”

 

 “이게 다 카샤의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거란다 이해해라”

 

 “오빠는 쫌!”

 

 그 말에 엔지는 어깨를 으쓱하며 안으로 들어갔고, 카샤, 이나드 순으로 뒤따라 들어갔다. 이나드는 안으로 들어가며 긴장했지만, 그가 걱정했던 일 중 그 어떤 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카샤는 다시금 기도하는 자세를 취했고 엔지는 그녀의 앞에 서 있었다. 그에 뒤따라 이나드 자신도 엔지의 옆에 섰다.

 

 “이 쪽은 준비 완료”

 

 “자. 그럼 시작할게요.”

 

 “저희도 뭘 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혼자 받던 부하가 셋으로 늘어난 거니까 그냥 앞에서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그러니까... 카샤를 믿어. 그리고... 버텨!”

 

 엔지의 그 말과 동시에 알 수 없는 힘이 작용했다.

 

 “크읏”

 

 “크으으...”

 

 위에서 짓누르고 안쪽에서 밀어내는 듯한 압력.

 

 ‘카샤는 이만한 힘을 혼자서 버티고 있었던 건가’

 

 엔지 쪽을 쳐다보자 그는 옆구리를 잡고 있다는 것만 빼면 멀쩡히 버티고 있었다.

 

 “또 들어왔군”

 

 카샤의 기도에 반응하듯 눈을 뜬 그는 하찮고 귀찮다는 듯이 말을 내뱉었다.

 

 “이번엔 세 명인가? 혼자든 셋이든 결과는 같을 텐데”

 

 “메시아는 어디다 팔아먹고 이런 짓을 벌이려는 거지?”

 

 계속되는 빈정거림에 엔지가 반문했다.

 

 “메시아? 세상이 멸망하고서야 힘을 발휘한다는 메시아?”

 

 빈정이 섞이고 배신당한 듯한 목소리를 듣고 엔지는 ‘그런 케이스였나’ 라고 작게 중얼거리곤 말을 이어갔다.

 

 “그래 그 잘나신 메시아”

 

 “그런 건 메시아가 아냐!

 

 비명과도 비슷한 외침

 

 “능력이 있는데도 발휘하지 않는다? 그런 건 무능보다도 더 심해! 심각한 악이다! 내가 직접 메시아가 되어주겠어!”

 

 마법진이 한층 진해지며 하나의 생명체처럼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압력이 더욱 강해졌고 이런 일을 처음 접하는 이나드도 위험한 상황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순간 이대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좋아. 파악했어”

 

 그 어둠 속에서 카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

 

 카샤는 무릎을 꿇은 상태로 품에서 세공된 물병을 꺼내어 자신의 주위에 물을 뿌려 원을 그렸고, 남은 물은 자신의 머리 위로 흩뿌렸다. 그렇게 머리가 촉촉이 젖은 그녀는 다시금 기도를 시작했다.

 

 샤르나는 자신의 죄를 깨달아 주께 죄를 아뢰니 주께서 그의 죄를 사하였다.

 주여 저의 목소리를 들어주소서

 

 “음?”

 

 그 기도에 영향을 받은 듯 거침없던 마법진의 기세가 한결 주춤했다. 그걸 확인한 카샤는 좀 더 단호하고 확연한 목소리로 기도문을 읊었다.

 

 죄를 짓고만 자의 목소리를 들어주시고 저희의 용서를 들어주소서

 

 카샤가 다시금 기도문을 읊자 마법진의 기세가 달라진 것이 확연히 느껴졌다. 그 기도문은 이나드도 아는 것이었다.

 

 “참회록...”

 

 저희의 죄악을 용서해 주시고 음울한 죄책감에서 우리를 해방시켜 주소서.

 

 그녀가 한 마디 한 마디 읊을 때마다 백색의 기운이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그 기운은 마법진의 기운과 뒤엉키기 시작했다.

 

 “이건...”

 

 “이나드. 파마침 가지고 있냐”

 

 “예 있습니다.”

 

 혹시 몰라서 챙긴 몇 안 되는 물건 중 하나. 적은 성력으로도 이 큰 막대기를 집어넣을 수 있나 싶었지만 어떻게든 들어갔다.

 

 “그럼 신호하면 꺼내.”

 

 “예”

 

 저자는 분명 죄를 지었으나 사악한 꾐에 넘어간 불쌍한 자일뿐이니

 

 뒤엉키던 두 기운은 결국 서로 반발하며 맞부딪쳤고, 그 여파는 마법진 전체로 퍼져나갔다. 파장은 엔지와 이나드에게도 영향을 미쳤지만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은 카샤였다. 그녀의 기도가 끊기거나 하진 않았지만, 힘겨워하며 식은땀을 흘리는 그녀의 얼굴이 모든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자신의 죄를 알지도 못하는... 우둔한 저자를 대신하여 용서를 구하나이다

 

 기도문의 한 구절이 끝나자 카샤의 하얀 기운이 잠시 우위를 점했고, 보랏빛의 기운은 위축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순간의 폭발을 위한 마력의 압축. 그리고 엔지는 그 점을 놓치지 않았다.

 

 “이나드! 지금!”

 

 “예!”

 

 엔지 사제의 다급한 외침에 이나드는 준비하고 있던 파마침을 꺼냈고, 그에 맞춰 엔지 자신도 파마침을 꺼내곤 자신의 발 앞에 박아 넣었다. 그리고 상황을 파악한 이나드도 자신의 발 앞에 파마침을 박아 넣었다. 파마침의 뾰족한 끝은 돌로 된 바닥을 뚫고 잘만 꽂혔다.

 

 “사악한 것으로부터 보호할 방패를.”

 

 그러자 엔지의 말에 반응하듯 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은은한 기운이 넘실거리며 이나드의 파마침까지 닿았다. 그러자 이나드의 파마침도 공명하듯 울리며 이나드의 성력을 가져갔다. 그 상황에 순간적으로 놀라 손을 떼려고 하자.

 

 “놓지마!”

 

 엔지의 호통에 정신을 차린 이나드는 파마침을 꽈악 잡았다. 파마침에서 은은한 기운이 퍼져나오며 엔지의 기운과 연결되자, 얽히고설키며 하얀 방벽이 형성되어 되었고 카샤의 얼굴은 한결 편안해졌다.

 

 “이 개자식들이... 나를 방해하지 마라~~”

 

 그의 외침과 동시에 강력한 기운이 퍼져나왔다.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방벽이 형성되기도 전에 충격이 모두를 덮쳐 심각한 피해를 입혔을 것이다. 그렇게 그와 그녀의 힘겨루기가 이어졌고 그에 따라 이나드는 죽을 맛이 되었다. 엔지는 미동도 없이 파마침을 지키고 있었지만 이나드는 전혀 아니었다. 단순한 물리적 압박이 아닌, 계속해서 성력을 조금씩 빨려나가는 이질감이 그를 괴롭혔다.

 

 “크윽”

 

 “지켜!”

 

 모두는 주님의 자식 제 앞의 불쌍한 죄인을 가여이 여겨 죄를 가져가 주옵소서

 

 보랏빛의 기운이 약해지고 카샤의 기도문이 이어지자, 마법진의 문양들이 하나 둘 씩 힘을 잃으며 파괴 되어갔다. 그리고 백색의 기운은 엔지와 이나드를 덮으며, 그들에게 가해지는 영향도 약해져갔다.

 

 “이건... 대체...”

 

 “이게 바로 카샤가 어린나이에 정식사제가 될 수 있었던 이유야. 자세한 이야긴 나중에 하자”

 

 하지만 추가적인 설명이 없어도 충분했다. 기도문에 성력을 섞어서 사용한다니...

 

 ‘둘 다 대단하잖아!’

 

 백색의 기운은 마법진 전체를 온화하게 휘몰아치며 빛의 너울을 형성했고 그렇게 상황이 마무리 되는 가 싶었다.

 

 “이럴 순 없어... 이럴 순 없어!”

 

 그가 남은 기운을 자신의 몸에 가득 담은 채.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 눈빛으로 이 쪽을 향해 바라보았다.

 

 “하아... 하아...”

 

 방벽은 두 명으로 인해 만들어졌지만. 그 방벽을 유지하는데 사용한 성력의 양은 엔지의 성력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저 자가 같이 죽자는 마음으로 다가온다면 자신으로선 도저히 막을 여력이 안 되기에 그냥 자멸하기만을 바랬다.

 

 “이럴 순 없다고!”

 

 “이런...”

 

 하지만 그의 바람과는 다르게 비명과도 같은 절규를 지르며 달려오기 시작했다.

 

 “...이나드!”

 

 잠시 망설이던 엔지는 그렇게 말하며 물건을 던졌다. 그건 다름 아닌 교회의 징표인 태양의 목걸이.

 

 “가! 한 방 먹여줘!”

 

 이나드는 엔지와 목걸이를 한 차례 번갈아 봤다. 그리곤 목걸이를 주먹에 움켜쥐며 달려갔다.

 

 “으랴아아앗!”

 

 소리와 이나드의 모습에 반응한 그는 타겟을 이나드로 바꿨다. 이나드는 달려들며 그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고, 그는 팔을 휘둘렀다. 공격이 닿은 것은 이나드지만 그저 얼굴이 90도 정도 돌아가고 움직임이 멈췄을 뿐이다. 그 상태로 눈동자가 번뜩였고 시선이 마주친 이나드는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그렇게 죽음을 직감했었다.

 

 주께선 그 기도를 갸륵하게 여기었고 그리하여 샤르나로 비롯된 더러운 것, 불순한 것, 거짓된 것 모두 그 앞에서 죄를 고하였다고 하나이다.

 

 기도문의 마지막 구절이 외쳐지자 이나드의 손에 담겨있던 목걸이가 빛을 발하며 그의 힘을 하얗게 불태우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앗~”

 

 “아-멘!”

 

 그녀의 종언과 함께 마법진과 그의 몸을 채우던 보라색의 기운들은 백색의 기운에 의해 불타오르듯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

 

 “으... 아... 내가...”

 

 그렇게 그는 모든 기운을 내뿜곤 실이 끊겨버린 인형처럼 쓰러졌다. 분명 모든 것을 마무리 한 건데 어딘가 씁쓸하고 허전한 느낌이 마음 한 구석에서 가시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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