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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 사프란 마법 여학교였던 학교
작가 : 강명운
작품등록일 : 2016.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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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화
작성일 : 16-07-12     조회 : 917     추천 : 0     분량 : 5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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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ologue]

 

 

 

 아나나스 왕국은 마법사라는 직업을 천대하는 나라였다. 다른 나라에 다 있는 궁정 마법사조차 없는 곳이다.

 아나나스 왕국에서 한때 마법사는 용병이나 그 이하로 취급받기도 했다.

 덕분에 수많은 마법사 인재들은 다른 나라로 빠져나갔고, 결국 아나나스 왕국은 마법이 낙후된 왕국인 됐다.

 그러나 이웃 나라들이 마법의 힘으로 잘살거나 국력이 강해지는 것을 보고 조금씩 생각이 바뀌어갔다.

 결정적으로 마족과의 전쟁이 터지면서 인간들은 연합을 만들어 반격한 오랜 마족과의 전쟁은 간신히 정전 협정을 맺게 됐지만 마법사가 없는 아나나스 왕국은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결국 강한 기사단으로 이름 높았던 대국 아나나스 왕국이라는 명함은 옛것이 됐다.

 그제야 마법의 중요성을 인식한 아나나스 왕국은 뒤늦게나마 마법사 육성에 힘을 쏟았지만 뿌리 깊게 박힌 마법사는 천한 직업이라는 의식은 쉽게 바꾸지 못했다.

 그런데도 아나나스 왕국에는 최근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는 마법 학교가 두 곳이나 생겼다.

 그중 하나가 사립 사프란 마법 여학교다.

 예의범절이 우수한 귀족 영애와 마법 능력이 뛰어난 인재를 배출해 낸다는 다소 언밸런스한 목표를 가진 학교다.

 그러나 이 학교에서 가르치는 마법은 어디까지나 부록, 즉 보통의 아가씨 학교와는 다른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마법이라는 부록을 넣은 것이다.

 실제로 이 학교 졸업생의 절반은 마법을 못 쓰는 아가씨이고, 나머지 절반은 써도 한두 가지가 고작이거나 별 도움 안 되는 마법을 재미 삼아 배워서 졸업하는 수준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전부 그런 것은 아니다. 대륙에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는 예의 바르고 아름다운 아가씨 마법사 베고니아가 이 학교의 졸업생이기도 하다.

 그리고 사프란 마법 여학교는 이 베고니아를 모델로 해서 ‘베고니아 님 같이 되고 싶어’ 라는 꿈을 가진 여학생들이 매년 입학하고 있다.

 그래도 베고니아 같이 천재이면서 예의 바른 아가씨 마법사는 두 번 다시 탄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식을 줄 모르는 베고니아의 인기로 인해 이 학교는 계속해서 귀족이나 부잣집 아가씨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그렇다. 학교가 탄생한 지 10년이 되는 그날까지 이 학교는 마법을 가르친다는 부록을 가진 평범한 아가씨 학교였다.

 사프란 마법 여학교가 생긴 지 정확히 10년째인, 봄이 되기 전의 2월 말.

 사프란 마법 여학교의 교감 샤스타데이지는 복도를 성큼성큼 걷고 있었다.

 명문 아가씨 학교답게 예의범절이 엄격한 이 학교에서 복도 달리기는 말도 안 되는 행위다. 이는 학생뿐만 아니라 선생님에게도 적용되는 교칙이다.

 그러나 지금 샤스타데이지는 거의 뛰는 것 같은 걸음걸이로 걷고 있었다.

 누군가 본다면 주의 정도는 줘도 될 모습이지만 그녀의 얼굴을 본다면 아무도 그런 생각을 못할 것이다.

 긴 금발의 끝을 녹색 리본으로 단정하게 묶고, 테 없는 둥근 안경을 쓴 다소 딱딱한 인상이기는 하지만 누구라도 그녀를 보게 되면 고개가 돌아갈 정도로 상당한 미모의 소유자.

 그녀의 이름은 샤스타데이지 레들라인. 여자이면서 뛰어난 마법 실력을 가진 그녀의 나이는 서…….

 갑자기 샤스타는 엄청난 살기를 눈에 담고 천장을 쳐다봤다. 그녀의 에메랄드 색 눈동자는 원래 루비 색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살기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아, 아무튼 그녀의 나이는 서…….

 갑자기 샤스타는 손에 마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살기는 더욱더 강해져서 마치 누군가를 반드시 죽여 버리고 말겠다는 기세가 하늘까지 뻗어갔다.

 에, 또, 아무튼 다시 그녀에 대해 계속 설명하자면 그녀의 이름은 샤스타데이지 레들라인. 여자이면서 뛰어난 마법 실력을 가진 연령 불명의 젊은 아가씨로…….

 샤스타는 겨우 무시무시한 살기를 거두고 다시 잰걸음으로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입조심 안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경고의 살기를 누군가에게 남기고 있었다.

 아, 아무튼 샤스타는 여자이고 아직 젊은 나이임에도 교감이라는 중요한 직책에 앉은 슈퍼우먼이다.

 더욱이 이 사프란 마법 여학교를 실질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여자다.

 그렇다고 교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학교의 교장 이름은 올리브 프러스주의.

 제국에서 손꼽히는 부자로서 사프란 마법 여학교도 그의 사비를 털어 만든 사립 여학교이다.

 그리고 샤스타는 교장 올리브가 이 사프란 마법 여학교를 만든 이유를 아는 유일한 인물이었다.

 그 이유는…….

 ‘다른 아가씨 학교들은 교복이 너무 안 예뻐. 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그래서 나는 만들었지, 교복이 사랑스럽게 예쁜 이 사프란 마법 여학교를!!’

 란 이유였다.

 샤스타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많이 들어서 이미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생각해 낼 때마다 두통이 나는 이유다.

 교장 올리브의 야망대로 사프란 마법 여학교의 교복은 굉장히 귀엽고 아름다운 디자인이었다. 다만 너무 귀여운 게 문제였다.

 세상에는 여학생이 입었던 교복을 사고파는 취미를 가진 이상한 사람들이 있다.

 그런 어둠의 시장에서 사프란 마법 여학교의 교복은 레어 중의 레어로 엄청난 고가로 거래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올리브의 야망은 120%의 효과를 거둔 것이다. 물론 좋은 쪽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리고 올리브는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말도 안 되는 정책이라도, 무슨 짓을 해서라도 반드시 실행시키는 행동력을 가지고 있다.

 ‘그 행동력의 절반만 제대로 된 곳에 쓰면 아마도 사프란 마법 여학교는 세계 제일의 사립학교가 됐을 거야.’ 라고 샤스타는 종종 한숨을 쉬었다.

 아무튼 이번에 샤스타가 화가 난 것도 바로 올리브의 말도 안 되는 정책 때문이었다.

 “교장 선생님!!”

 콰앙!

 엄청난 소리가 나면서 교장실의 문이 열렸다. 그 엄청난 기세에 의자에 앉아 있던 교장 올리브는 뒤로 넘어질 뻔했다.

 “샤, 샤스타데이지 군? 무, 무슨 일인가? 깜짝 놀랐다네.”

 “풀네임으로 부르지 마세요! 그것보다 오늘은 입학식 문제로 조금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입학식? 무언가 문제가 생겼나, 샤스타데이지 군?”

 “풀네임으로 부르지 말라고 했습니다!!”

 “이거 미안하군, 샤스타데이지 군. 앞으로 주의하겠네, 샤스타데이지 군.”

 올리브 교장은 즐거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험악한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가라앉혀 보기 위한 농담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샤스타에게는 사람 놀리는 행위로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교.장. 선.생.님!!”

 “미, 미안하네, 샤스타 군. 어, 어쨌든 자리에 앉게나. 지금 곧 포트넘&메이슨을 내오겠네.”

 포트넘&메이슨은 고급 홍차로 그 맛과 향은 세계 최고라고 일컬어진다. 홍차광인 샤스타에게 포트넘&메이슨은 최종 병기였다.

 그 홍차만 내오면 아무리 화가 난 샤스타도 ‘뭐, 어쩔 수 없지’ 로 넘어가 버리는 것이다.

 실은 말도 안 되는 정책들이 샤스타가 있는데도 실행된 것은 이 홍차의 힘이 아주 컸다.

 이번에도 올리브는 홍차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

 바꿔 말하면 올리브의 목숨은 샤스타에겐 홍차 이하라는 말도 된다.

 그래도 포트넘&메이슨은 고급 홍차이니 일반 홍차보다는 비싼 목숨이라는 점이 위안이 될 수 있을까?

 별로 위로가 될 것 같지가 않아 보이는군.

 “지금 그것보다 입학식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더 급합니다. 거기 앉.으.세.요!”

 “네.”

 올리브는 서둘러 의자에 앉았다. 아니, 무릎까지 꿇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어냐?’ 라고 묻는다면 ‘홍차’ 라고 주저 없이 대답하는 샤스타가 고급 홍차 포트넘&메이슨까지도 거부했다.

 그것은 그녀가 얼마나 화가 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올리브는 섣불리 그녀의 심기를 건드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막 흰머리가 하나둘 보이기 시작하는 갈색 머리를 올백으로 넘긴 올리브 프러스주의.

 그는 사립 사프란 마법 여학교를 사비를 털어 만든 대단한 부자로 나이는…….

 갑자기 올리브가 무서운 표정으로 살기를 띠며 천장을 쳐다봤다.

 왜 갑자기 그런 짓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의 나이는 쉰 살로 제법 많은 편이다.

 “어째서 나는 통하지 않는 거야?”

 올리브는 투덜거렸다.

 “무슨 이야기입니까?”

 “아니, 저쪽의 이야기.”

 “……?”

 샤스타는 이해 못할 이야기라는 듯이 고개를 젓고는 가져온 서류를 책상 위에 쾅! 내려놨다.

 “자, 그럼 일단 변명부터 들어볼까요? 이 새로 생긴 마법 특수반은 도대체 뭐죠?”

 “아니, 그게 말이야, 저기…….”

 “더군다나 합격자 중에 남.자.가 끼어 있어요, 남자가!! 이 학교가 여학교라는 걸 잊어먹은 겁니까?!”

 “그러니까 이왕 마법 전문 특수반이 신설됐고 하니… 이왕이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시험을 치르게 해야 우수한 인재가 모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거기다가 보면 알겠지만 입학자 남학생 셋은 무려 수석이네, 수석. 꽤나 어려운 시험인데 수석이라니 놓치면 아깝다는 생각 안 드나?”

 올리브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필사적으로 변명했다.

 “확실히 우수한 학생이라는 것은 인정하겠어요! 하지만 우리 학교는 어디까지나 우수하고 예의 바른 아가씨를 양성하는 학교지 마법사를 양성하는 학교가 아니에요!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본격적으로 마법사를 양성하려고 하는 거죠?”

 “그러니까 그게 뭐냐… 저기… 에… 또…….”

 “변명거리 찾을 생각 하지 말고 진실만 빨리빨리 말하세요!”

 “그, 그럴게.”

 올리브는 한숨을 쉬며 포기했다.

 그래서 설명을 하자면…….

 어느 세계의 어느 분야든 라이벌이라는 건 있기 마련이다.

 물론 사프란 마법 여학교도 라이벌이 존재했다. 아까 말했던 세계적으로 유명한 두 곳의 학교 중 세계 최고의 마법사 양성 학교라 불리는 사립 글록시니아 마법 학교.

 이쪽은 사프란과는 다르게 철저히 마법만을 위한 학교로, 따지고 보면 아가씨 전문 학교인 사프란과 라이벌 관계에 놓여 있다고 보기에는 힘든 학교다.

 하지만 썩어도 준치. 어쨌든 마법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고, 같은 도시에 있는 학교이기에 사프란과 글록시니아는 묘한 라이벌 관계에 있었다.

 덤으로 교장들끼리는 진짜 라이벌이었다. 다만 그 라이벌이라는 관계가 어릴 적 골목대장 쟁탈전의 라이벌이었다는 게 조금 힘 빠지는 이야기지만.

 아무튼 마법 전문 학교인 글록시니아와 마법사 양성으로 승부를 겨루는 짓은 사프란에게 너무나 불리한 일이다.

 하지만 사프란에게는 살아 있는 전설이라 불리는 아가씨 마법사 베고니아가 있다.

 많은 우수한 마법사를 배출한 글록시니아도 이 점에서는 한 수 접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7년 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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