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고급 인력을 배출하는 글록시니아에서 베고니아의 전설을 뛰어넘을 마법사가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다’라고 글록시니아의 아칸더스 교장은 주장했다.
‘아무리 그래도 베고니아같이 아름답고 예의 바른 아가씨 마법사가 글록시니아에서 나올 리가 없다’, 이건 올리브 교장의 주장.
어쨌든 이렇게 시작한 말다툼이 발전해서 3년 후 졸업하는 학생 중에 유명한 마법사가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 내기가 된 것이다.
“…란 이유야.”
“하아!”
샤스타는 골치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그래서 내기에 지면 뭘 잃게 되는 거죠?”
“응?”
“두 분이서 한 내기인 만큼 무언가 말도 안 되는 것을 거셨겠죠? 뭘 건 거예요?”
“그, 그게…….”
올리브는 굉장히 말하기 힘들다는 듯이 우물쭈물하다가 조그맣게 말했다.
“샤, 샤스타 군.”
“…….”
“그, 그 망할 놈의 아칸더스가 샤스타 군을 노리고 있잖아. 그놈, 음흉하지만 보는 눈이 있어서 말이야. 그래서 정말 지면 안 되지. 샤스타 군도 글록시니아에 가기 싫지? 걱정 놓게나. 내가 반드시 샤스타 군을 지켜줄게.”
“…교장 선생님.”
샤스타는 환하게 웃으며 교장이 앉아 있는 의자를 뒤집었다.
“으아아아악!”
덕분에 의자에 정좌로 앉아 있던 교장까지 함께 뒤집어졌다.
무거운 고급 의자와 사람 하나의 무게. 결코 가벼운 무게가 아닌데도 샤스타는 너무나 손쉽게 뒤집었다.
“그런 말하기 전에 남을 멋대로 내기 품목으로 사용하지 마!!”
“으아악! 미, 미안하네! 정말 미안해!!”
샤스타의 등 뒤로 지옥 같은 열화의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분노가 한계를 넘어가면 나오는 ‘교장이고 뭐고 없어! 콱 죽여 버릴 거야!’ 모드.
지난 몇 년간 나오지 않았던 샤스타의 최종 모드에 올리브 교장은 살아남기 위해서 열심히 빌고 또 빌었다.
샤스타 역시 필사적이었다. 이대로 가면 정말이지, 오늘 일 한번 낼 것 같았다. 그렇기에 필사적으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참을 인 세 개면 살인도 면한다. 참을 인 세 개면 살인도 면한다. 참을 인 세 개면 살인도 면한다.’
중얼거린 효과가 있었을까? 샤스타는 간신히 화를 가라앉혔다. 아직 교장에게 들어야 될 일도 많고, 따져야 될 일도 많은데 벌써부터 이성을 잃으면 안 된다.
필사적으로 마음을 다잡은 샤스타는 숨을 몰아쉬며 물었다.
“그럼 이쪽이 이겼을 때는 뭘 받아오는 거죠?”
“응?”
“나를 걸 정도면 저쪽도 굉장한 물건을 걸었겠죠?”
“응, 맞아. 엄청나게 귀중한 것이지.”
“그런가요?”
샤스타는 그것으로 마음의 위안을 삼기로 했다. 혹시라도 글록시니아의 마법 물품이나 귀중한 마법서 같은 거라도 걸려 있다면…….
“무려 글록시니아의 여학생이 입었던 교복 일체를 받기로 했네.”
쨍그랑!
순간 샤스타는 자신의 마음에서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뭐를 받기로 했다고요?”
샤스타의 말투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그렇기에 때문에 올리브는 그녀의 속에서 뭐가 변하고 있는지 알아채지 못하고 신나게 말을 늘어놓았다.
“알고 있잖나! 글록시니아 여학생들도 우리 학교와 마찬가지로 평균 미모가 높은 것을! 만약 우리가 이기면 미모의 글록시니아 마법 여학생들이 입었던 교복 몇 백 벌이 내 손에 들어오는 거야! 이 얼마나 멋진 물건인가?! 아마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거야!!”
물론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단지 어디까지나 위험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의 세계에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 조금 문제였지만.
“호오, 그거 정말 잘된 일이군요.”
역시나 변함없는 샤스타의 말투. 하지만 어쩐지 폭풍전야 같은 느낌의 말투다. 하지만 신이 나 있는 올리브는 거기까진 미처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비록 세 명이지만 우수한 인재라 남학생을 세 명이나 입학시켰다? 흐음, 그럼 교문의 간판 밑에 이상한 간판을 단 것도 교장 선생님이군요?”
“이상? 으음, 센스 있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부족했나? 뭐, 나중에 고쳐 두겠네.”
“교장 선생님.”
“응?”
“한번 죽어볼래?”
순간 싸늘한 한기가 교장실 전체에 흘렀다.
“샤, 샤스타 군?”
“지금 당장 죽어! 어서 빨리 죽어!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 죽어! 사라져 가는 산소를 아끼기 위해서라도 죽어! 아무튼 간에 당장 죽어!”
그렇게 말하는 샤스타의 표정은 극도로 무표정했다. 그런 표정으로 ‘죽어’를 연발하는 모습이 굉장히 무섭다.
“샤, 샤스타 군? 저기, 농담이 너무 심한데…….”
올리브는 뒷걸음질 치며 샤스타에게 말했다. 하지만 샤스타가 농담을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올리브 자신이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자기 자신의 목숨이 걸린 일이니 당연히 본능적으로 알 수밖에 없겠지만…….
“샤스타 군, 우리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응? 이성적으로…….”
“이성?”
순간 샤스타는 무표정을 풀고 생긋 미소를 지었다.
지금 저 미소는 스위치가 제대로 켜졌다는 신호. 올리브는 마음속으로 신에게 살려달라고 기도했다.
“난 지금 굉장히 이성적이야.”
그렇게 말하는 샤스타의 손에 마법의 불길이 모이고 있었다. 아무래도 신은 올리브를 살려주기 귀찮은 것 같다.
“아니, 전혀 이성적이지 않거든. 제발 조금이라도 좋으니 이성적으로, 이성적으로 생각하자고. 아, 그래. 고급 마법사를 키우는 데 자네 힘이 가장 많이 필요하니 이 기회에 보너스를 지급하지. 그, 그래, 맞다! 고급 홍차 콜렉션 1년치는 어때?”
“필요 없어.”
“그럼 내기가 끝나면 하이와드 휴양지에서 푹 쉬는 게 어때? 물론 고급 호텔에서 원하는 만큼 숙박을 하면서 말이야.”
“필요 없어.”
“자, 자, 그럼 샤스타 군이 원하는 것을 말해보게. 내 다 들어줄 테니.”
어느새 샤스타의 손에 모이던 불길이 구체가 되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샤스타의 필살 마법 중 하나인 헬 파이어 볼.
파이어 볼을 무려 열 번이나 응축시켜서 만든 기술로 이름 그대로 한 번 폭발하면 지옥 같은 불길로 모든 것을 태우는 위험한 마법이다.
그런 위험천만한 마법을 손에 들고 있는 샤스타는 천천히 올리브에게 말했다.
“내가 원하는 것?”
“그, 그래. 샤스타 군이 원하는 거!”
“음, 내가 원하는 것은 교장 당신의 목~숨~”
그렇게 말하며 샤스타는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사람이 한번 미쳐 버리면 얼마나 무섭게 변하는지 그 표본이 지금 올리브의 눈앞에 있다.
“사, 사사사사사사사, 사람 살려!!”
“자, 죽을 시간이야~♡”
샤스타는 끝까지 생글생글 웃으며 손에 모인 마법을 던졌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이 세상 것이라고는 믿기 힘든 전율스러운 비명이 울려 퍼진 후 뒤이어 엄청난 폭발음이 터졌다.
덕분에 학교 곳곳이 흔들렸고, 교문의 간판도 덜컹거리며 흔들렸다.
『사립 사프란 마법 여학교』
『였던 학교』
마지막 ‘였던 학교’ 라는 간판은 급조한 물건이라서 그런지 흔들림을 견디지 못하고 툭,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제1장 마법사가 되고 싶은 소년
[마법사가 되고 싶은 소년 1]
소년은 몰락한 귀족의 자제였다. 때문에 어린 시절을 가난하게 살았다.
소년의 아버지는 다시 한 번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야 한다며 소년에게 기사나 문관이 되라고 검술과 공부를 가르쳤다.
그러나 소년은 마법사가 되고 싶었다.
거창한 이유는 아니었다. 그저 자기 마을을 산적으로부터 구해준 마법사에 대한 동경.
그 사람같이 되고 싶다는 게 이유의 전부였다.
어린 그에게 그것보다 더 큰 이유는 필요 없었다.
그래서 소년은 마법사에게 물었다.
“마법사 님, 저는 커서 마법사 님 같이 되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되나요?”
인자하게 생긴 중년의 마법사는 싱긋 웃으며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단다.”
“예?”
“마법사가 되려면 돈이 많이 들거든.”
그렇게 말하는 마법사의 얼굴은 어쩐지 굉장히 피곤해 보였다.
“……?”
소년은 너무 어려서 어른들의 사정을 잘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왠지 마법사가 되는 일이 굉장히 힘든 일이라는 것은 알 것 같았다.
“그, 그래도 열심히 하면 꼭 될 수 있겠죠? 반드시 그렇죠?”
무엇을 열심히 해야 되는지는 일단 제쳐 두자.
“그래, 그래. 열심히 하면 꼭 될 거야. 아마도.”
그렇게 말하는 마법사의 얼굴은 무언가를 초월한 허탈한 표정. 그 표정은 소년에게 희망이 없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나마 소년이 어려서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거기에다가 소년은 안 된다는 소리를 들으면 더 불타오르는 성격이었다.
“저, 꼭 마법사가 될 거예요! 그래서 아저씨처럼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고 다닐 거예요!”
“그래, 꼭 그렇게 됐으면 좋겠구나. 하지만 꼬마야, 이것만은 잊지 말거라. 중요한 거란다.”
“네!”
소년은 마법사가 하는 중요한 말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귀를 기울였다.
“이 세상에 공짜란 없단다.”
“예?”
그 말은 어린 소년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말뜻은 소년이 어느 정도 철이 들고 나서 알게 됐다.
마을을 구한 마법사는 산적들이 그동안 빼앗은 마을의 재물 절반을 수고비로 받아갔던 것이다.
그 마법사의 말대로 세상에 공짜는 없었다.
이제 막 철이 들기 시작한 소년은 어른들의 사정을 알게 된 순간 그 자리에서 좌절했다.
하지만 포기하지는 않았다. 포기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불이 붙었다.
‘반드시 되겠어! 무상으로 사람들을 도와주는 정말로 착한 마법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