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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 사프란 마법 여학교였던 학교
작가 : 강명운
작품등록일 : 2016.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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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 화
작성일 : 16-07-12     조회 : 574     추천 : 0     분량 : 6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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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나? 마로니에 군, 왜 그러고 계세요?”

 “아니, 그게 여러 가지로 피곤해졌다고 할까요?”

 마론은 손을 땅에 짚고 좌절했다가 겨우 일어섰다.

 “음, 그러고 보니 아까 교문 앞에서도 머리를 감싸 쥐고 계셨죠? 정말로 어디 아픈 거 아니신가요?”

 “아, 아뇨. 정말로 아픈 데 없어요. 그것보다 선배님, 저건 도대체 뭐죠?”

 마론은 겨우 본론으로 들어가서 이 이상한 사태에 대해서 물어볼 수가 있었다. 페튜니아는 마론이 가리키는 교문 간판을 보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아, 귀여운 이름이죠? 저도 저 이름이 너무 마음에 들어요.”

 “아니, 그게…….”

 그걸 물어보는 게 아닙니다. 저게 귀여운 이름인가요? 수상하다는 생각은 안 드세요? 등등.

 마론은 수많은 문제 중에 뭐부터 걸고 넘어져야 할지 갈피를 못 잡았다.

 “귀엽긴 뭐가 귀여워? 난 가끔 가다 페튜니아의 미적 상식이 이해가 안 간다고.”

 고맙게도 로우즈가 마론의 심정을 대변해서 대신 말해줬다.

 “우우, 충분히 귀여운 이름인데 뭐가 이상하다는 거예요?”

 페튜니아는 뺨을 잔뜩 부풀리며 투정을 부렸다. 연상인데도 투정을 부리는 모습이 마론의 눈에는 너무 귀여워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저기요, 페튜니아 선배님. 이 사프란 마법 학교는 원래 여학교였나요?”

 “네, 작년까지 여학교였어요.”

 “그럼 역시 저 간판은 이제부터… 저기… 그 남녀 공학이라는 뜻인가요?”

 그 간단한 질문을 하기가 너무나 힘들었다.

 “네, 맞아요. 일반적인 남녀 공학 학교보다 훨씬 더 귀여운 이름이죠.”

 페튜니아는 포기하지 않고 이름이 귀엽다는 것을 강조했다. 마론은 마음속으로 ‘어디가요?’ 라고 태클을 건 후 계속 물었다.

 “저기, 그럼, 저어기… 어째서 남학생이 안 보이는 거죠?”

 가장 핵심적인 질문이자 현재 마론이 가장 궁금해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질문이다.

 “아, 다른 학생이라면 이미 입학식이 시작되는 강당에 도착해 있어요. 입학식은 조금 후에 시작하니 마로니에 군도 빨리 가보세요.”

 “그, 그렇습니까?”

 마론은 너무나 싱거운 사실에 힘이 쭉 빠졌다. 그만큼 많이 긴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마론이 단순히 늦게 와서 다른 남학생을 보지 못했던 것뿐이다.

 “나름대로 일찍 나온다고 나왔는데……. 이야, 다른 남학생들은 전부 부지런하군요? 저도 본받아서 내일부터는 더 일찍 나와야겠어요.”

 “어머나, 나머지 두 사람도 그렇게 일찍 나온 건 아니에요. 마로니에 군이 도착하기 10분 전쯤에 들어갔는걸요.”

 “하하하, 그렇군요. 하하하하하! 네?”

 “왜 그래, 갑자기 이상한 얼굴을 하고?”

 로우즈가 마론의 이마를 톡톡 치며 말했다. 하지만 마론은 그것보다 더 신경 쓰이는 말을 방금 들었다.

 “저기… 선배님, 방금 ‘나머지 두 사람’이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네, 그랬는데요.”

 “무슨 얼빠진 질문이야? 방금 들어놓고.”

 “아니, 그게… 나머지 두 사람이라는 게 도대체 무슨 뜻이죠?”

 “네?”

 “무슨 뜻이냐니? 정말 몰라서 물어? 너를 뺀 나머지 두 남학생이 조금 전에 들어갔다는 뜻이잖아.”

 “나를 뺀 나머지 두 남학생?”

 여전히 얼빠진 얼굴로 마론은 물었다. 아니, 혼자서 중얼거렸다.

 “네, 마로니에 군. 무슨 문제가 있나요?”

 문제라면 아주 많다. 어디서부터 따져야 할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러나 마론은 천재적인 계산 능력을 발휘해서 곧바로 포인트만 뽑아내 물었다.

 “혹시… 아니라고 생각은 하지만요, 그래도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요, 남학생은 절 포함해서 세 명 뿐인가요?”

 마론은 제발 페튜니아가 ‘아니요’라고 대답해 주기를 바랐다.

 페튜니아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

 “네, 그런데요.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무슨 문제냐고요? ‘선배가 어째서 그렇게 묻는지 그것도 포함해서 전부 다 문제예요’ 라고 마론은 차마 소리칠 수 없었다.

 그저 그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좌절할 뿐.

 어제까지 사립 사프란 마법 여학교였던 학교.

 오늘 부로 남녀 공학이 된 학교로 전교생 수는 920명. 그중 여학생 917명, 남학생 3명.

 언제 터질지 모르는 수많은 트러블을 보유한 채 새로운 학기의 입학식이 시작됐다.

 

 

 

 [마법사가 되고 싶은 소년 3]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

 굉장히 힘 빠지는 한숨을 쉬면서 마론은 강당으로 향했다.

 중간까지 같이 왔던 페튜니아와 로우즈가 뭐라고 한 것 같지만 무슨 말을 했는지 마론은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마론의 머리 속을 끊임없이 괴롭히던 문제.

 사립 사프란 마법 학교의 남학생 수는 자신을 포함해서 단 세 명.

 이건 말이 좋아서 남녀 공학이지 실제로 거의 여학교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기 때문에 어디로 고개를 돌려도 여자뿐이었다.

 마론과 눈을 마주친 여자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지만 하나같이 자기들끼리 소곤거리면서 힐끔힐끔 마론을 쳐다봤다.

 마론을 쳐다보는 것은 대부분이 2, 3학년 상급생들이다.

 페튜니아의 말로는 학생의 과반수가 집에서 교육을 받다가 학교에 왔든지, 처음부터 여학교만 다녔던 아이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러니 지금 마론이 그녀들의 눈에 얼마나 신기해 보이는지는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정말이지, 어쩌다 이렇게 된 거람?”

 마론은 다시 한 번 한숨을 쉬고 고개를 저었다.

 그때 마론의 코를 자극하는 향기가 났다.

 “응?”

 마론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봤다.

 “호오, 꽃밭이구나.”

 정확한 표현은 정원. 입학식이 시작되는 강당으로 가던 중에 페튜니아가 마론에게 가르쳐 준 지름길이다.

 동서고금의 온갖 꽃을 다 모아놓은 아름다운 정원을 보면서 마론은 생각했다.

 ‘뭐, 여자가 많다 뿐 마법 학교에 입학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고, 더구나 그리 나쁜 학교는 아니잖아? 그래, 여자가 많다는 것도 이렇게 꽃이 많다는 것으로 생각하면 문제없을지도. 아니, 전혀 문제없어. 내 배움에 대한 갈망과 훌륭한 마법사가 되겠다는 목표에 방해물이 될 수 없어! 그래, 힘내자, 마론! 파이팅!’

 마론은 어릴 적부터 세상의 부조리한 이치를 몸으로 겪으면서 살아온 탓에 회복도 남달리 빨랐다.

 정확히 풀이 죽은 지 5분 만에 기운을 회복한 마론은 아까 교문에서 하지 못했던 꿈을 향해 한 발짝 다가갔다.

 ‘앞으로도 힘내자’ 라는 감격의 파이팅 포즈를 취했다.

 마로니에 루드베키아. 16세. 지금 그는 새로운 배움의 장소에서 다시 한 번 자신의 꿈을 되새기며 맹세했다.

 ‘돈에 휘둘리지 않고, 권력에 굴하지 않고, 약자를 돕는 훌륭한 마법사가 반드시 되겠어!’

 그것이 바로 마론의 삶의 목표였다.

 삶의 목표를 새로운 배움의 장소에서 다짐한 마론은 곧바로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하지만 몇 걸음 못가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신발 끈이 풀려 있었다.

 “체엣, 모처럼 사람이 힘내자고 다짐했는데…….”

 하지만 마론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 정도 일은 굉장히 사소한 일일 뿐 자신의 앞길을 방해할 요소는 전혀 아니다.

 그러나 앞에서도 말했지만 운명의 갈림길이란 때론 본인에게 굉장히 사소한 일로 보일 수 있다.

 그리고 후에 생각하면 그때 사소했던 일이 바로 지금 자신의 운명을 결정짓는 일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예를 들면, 모 인물이 10여 년 전 처음으로 별 생각 없이 성인용 미소녀 게임을 해보고 나서 지나고 보니 그때 그 일 때문에 지금 이 일을 하고 있더라는 식으로 말이다.

 참고로 어디까지나 예를 든 것뿐이다.

 “아앗! 비켜주세요!”

 “응?”

 무릎을 꿇고 신발 끈을 고쳐 매는 마론의 귀에 소녀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마론은 무슨 일인지 궁금한 표정으로 좌우를 둘러봤다.

 그때 갑자기 마론의 뒤통수에 격렬한 충격이 닥쳤다.

 “크허억!”

 “꺄아아악!”

 마론과 소녀의 비명이 울려 퍼지면서 털썩 쓰러지는 소리가 두 번 울렸다.

 “으윽! 뭐, 뭐냐? 모처럼 사람이 의욕에 넘쳐 있는데…….”

 마론은 일어나면서 자신의 뒤통수를 가격한 그 어떤 것을 찾았다. 그때 마론의 눈에 들어온 것은 새하얀 강아지였다.

 “강아지? 이 강아지가 내 뒤통수를 친 건가? 어라? 하지만 확실히 여자 목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마론은 타격으로 인해 어질어질한 머리를 흔들며 다시 한 번 새하얀 강아지를 쳐다봤다.

 그제야 그 강아지가 살아 있는 것이 아닌 천에 그려진 그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에, 또… 손수건?”

 강아지가 그려진 천은 삼각형 모양으로 굉장히 작았다. 그리고 어쩐지 천 옆으로 사람 다리가 뻗어 나와 있었다.

 “어라? 어라라라라?”

 “으음.”

 “강아지 그림 천이 신음 소리를 낸다?”

 천이 소리를 낼 리가 없다.

 마론도 이미 그 천의 정체는 어느 정도 눈치 챘을 것이다.

 다만 공부만 하느라 이성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마론은 눈앞의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머릿속 허용량이 너무 부족했던 것이다.

 머리가 복잡한 마론 대신에 지금 상황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마론이 갑자기 앉는 바람에 뛰어오던 여학생이 피하지 못하고 마론의 머리를 가격하고 넘어졌다.

 그리고 치마가 훌러덩 뒤집혀서 마론의 눈앞에 새하얗고 귀여운 강아지 무늬 팬티를 훤히 드러내 놓은 상태로 기절한 것이다.

 이상이 현 상황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다.

 마론도 겨우 현재의 상황을 현실로 받아들이게 됐고, 동시에 당황했다. 이런 일을 처음 겪다보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자주 겪는 남자라 해도 그때마다 당황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을 자주 겪는 행운아가 있으려나?

 어쨌든 치마가 말려 올라가 팬티를 훤히 드러내놓고 있는 여자를 언제까지 그대로 놔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에, 그러니까… 이럴 때 해야 되는 일은… 어떻게 해야 되지? 아악! 교과서에는 이런 내용이 안 적혀 있었다고!!”

 그런 교과서가 있을 리가 없다. 아니, 있다면 그 교과서를 만든 인물의 머릿속을 의심해야 될 것이다.

 “으으음.”

 여자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계속 신음 소리를 내면서 몸을 뒤척였다.

 “안 돼. 침착하자, 침착해. 이 상황, 소녀가 일어나면 나에게 좋지 않아. 자, 그럼 일단 해야 될 일은… 목격자 확인!”

 어이!

 “됐어! 목격자 없음! 그, 그럼 다음으로 해야 될 일은… 에… 또… 묻어야 되나?”

 어이, 이건 추리 소설이 아니잖아! 그리고 그 전에 아직 안 죽었어!

 마론은 전혀 침착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여자는 계속 신음 소리를 내고 있었다. 넘어지면서 바닥에 머리를 강하게 부딪친 것 같았다.

 “아악! 침착하자고 했잖아! 마로니에 루드베키아! 16세! 침착하겠습니다. 침착하겠습니다. 좋았어. 제일 먼저 해야 될 일은… 치, 치마부터 내려주자.”

 드디어 제대로 된 할 일을 찾은 마론은 소녀의 치마를 잡았다. 그리고 내려주려고 손을 움직이는 순간,

 “으음.”

 신음 소리를 내며 몸을 뒤틀던 소녀가 그대로 몸을 뒤집었다.

 “으아악!”

 덕분에 치마를 잡았던 마론의 손이 그대로 소녀의 엉덩이에 깔린 모양이 됐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부드러운 감촉이었다.

 “와악! 아아아! 어, 어어어어어, 어쩌지?”

 안절부절못하는 마론은 문득 소녀의 얼굴을 쳐다봤다. 아까까지는 소녀가 엎드려 있어서 마론은 그녀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긴 자주색 생머리의 소녀는 왼쪽 귀 옆의 머리를 땋아서 하얀색 리본으로 묶고 있었다. 얼굴은 갸름하고 턱 선이 얇았으며 눈을 감고 있어서 기다란 속눈썹이 잘 보였다.

 넘어지면서 이마를 부딪쳤는지 이마가 빨갛지만 그건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예, 예쁘다.’

 마론은 잠시 자신의 처지를 잊고 소녀의 아름다움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봤다.

 물론 아까 페튜니아와 로우즈도 미인이었다. 하지만 페튜니아가 원숙한 미인이고 로우즈는 보이쉬한 미인이라면 눈앞의 소녀는 어른과 아이의 중간 과정이라고나 할까?

 얼굴에 아직 어린 티가 남아 있으면서도 묘하게 색기 있는 모습에 마론의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으음.”

 그때 소녀가 눈을 떴다. 희미한 자주색 눈동자는 마치 자수정을 보는 것 같았다.

 넘어질 때 심하게 머리를 부딪친 충격 때문인지 아직 눈빛이 몽롱한 소녀는 간신히 몸을 일으켜서 주위를 둘러봤다.

 그리고 서서히 소녀의 눈빛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론과 눈이 마주쳤다. 소녀는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잠시 갸웃거리고는 자신의 몸을 둘러봤다.

 말려 올라간 스커트, 그로 인해 드러난 강아지 무늬 팬티, 자신의 엉덩이에 깔린 마론의 손, 넘어지면서 조금 엉망이 된 교복, 그 이외에 기타 등등…….

 소녀의 얼굴이 점차 붉어졌다.

 “저, 저기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것 같아. 특히 비명을 지르고 싶겠지만 일단 진정하고 내 말부터 들어줬으면 좋겠어. 이 일은 모두 우연한 일이 겹치고 겹쳐서 일어난 불행한 사고로…….”

 “꺄,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마론의 필사적인 변명에도 불구하고 소녀는 정해진 정석대로 비명을 질렀다, 온 학교가 울릴 정도로 아주 크게.

 “으아악! 역시 이렇게 되는 거였어?!”

 이런 게 아니라면 어떻게 되길 원한 것일까?

 아무튼 소녀의 엄청난 비명으로 인해 저 멀리 보이는 강당에서 신입생들이 밖으로 나왔고, 등교하던 학생들이 근처로 모여들었으며 교사들까지 뛰어왔다.

 그리고 마론과 소녀의 모습을 남김없이 낱낱이 보게 됐다.

 “하하하! 최악이다!”

 마론의 머릿속에서는 퇴학이라는 두 글자가 생각났다. 등교 첫날 입학식에 퇴학. 실행되면 어쩌면 이 학교 역사상 최초라는 기록을 세우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딴 기록은 세우고 싶지 않은데…….”

 마론은 여전히 비명을 질러대는 소녀를 앞에 두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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