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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 사프란 마법 여학교였던 학교
작가 : 강명운
작품등록일 : 2016.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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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 화
작성일 : 16-07-12     조회 : 520     추천 : 0     분량 : 7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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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교감 선생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소동의 현장으로 달려온 사람들 중에 지적으로 생긴 미녀가 앞으로 나오면서 말했다.

 교감 선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샤스타는 현장만 보고 멋대로 판단하지 않았다.

 샤스타는 마론과 소녀의 모습을 보고는 즉시 구경꾼들을 해산시키고 두 사람을 교장실로 데려왔다.

 교장실은 최근에 대대적인 수리라도 했는지 학교 건물에 비해서 굉장히 새것 같았다. 하지만 고풍스러운 전체적인 분위기가 방의 주인인 교장과 잘 어울렸다.

 멋들어진 중년 남자인 교장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둘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반갑네. 내가 이 학교의 교장 올리브 프러스주의라네. 편안하게 올리브 오빠라고 부르면 된다네.”

 “네에?”

 마론과 소녀는 이해 불능의 소리를 내뱉었다. 옆에 서 있는 교감 선생인 샤스타가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 쥐는 것이 보였다.

 앞부분을 조금 수정. 올리브 교장은 고풍스러운 방과 겉모습만 잘 어울렸다.

 “교. 장. 선. 생. 님.”

 샤스타가 단순히 교장을 부르는 것뿐인데 교장실의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노, 농담이네, 농담. 두 사람의 긴장을 좀 풀어주려는 농담.”

 “하아, 됐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가만히 입 다물고 계셔주세요.”

 “너, 너무하네, 샤스타데이지 군! 난 교장으로서 이 재미있는 사건의 전후 사정을 파악해야 될… 아, 실례. 죄송합니다. 계속하세요. 입 다물고 있겠습니다.”

 올리브는 샤스타의 손에 마력이 살짝 맺히는 것을 보고 얼른 입을 다물었다.

 올리브에겐 교장실이 완전히 박살났던 그날의 악몽이 다시 재현되는 것은 절대 사양하고 싶은 일이다.

 “그럼 그쪽 여학생부터 이름을 말해보세요.”

 교장실에 와서야 마론은 소녀의 이름을 알게 됐다.

 “리아트리스 에르미야라스입니다. 이름이 길어서 부르기 불편하시면 리아도 괜찮습니다.”

 리아라고 이름을 밝힌 소녀는 아까의 흐트러진 자세로 비명을 지르는 모습이 이미 남아 있지 않았다.

 다부지게 다문 입술과 타인의 시선을 피하지 않는 당당한 눈빛. 어쩐지 굉장히 고집이 세 보이는 성격 같았다.

 “그럼 리아 양으로 부르겠습니다. 그리고 그쪽은 마로니에 군?”

 샤스타는 한 장의 서류를 보고는 마로니에의 이름을 맞혔다. 아마도 전에 ‘사진’ 이라는 것을 찍었던 서류일 것이다.

 “네, 마로니에 루드베키아입니다. 마론으로 불러주시면 됩니다.”

 마론은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급히 애칭을 말했다.

 “자, 그럼 이번 소동의 원인을 처음부터 자세하게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샤스타는 둘에게 각각의 사정을 말하게 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오해는 풀렸다.

 리아는 입학식에 늦을 것 같아서 급히 뛰고 있는 중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앞서 가던 마론이 갑자기 자리에 주저앉는 바람에 미처 피하지 못하고 부딪힌 것이다.

 넘어지면서 머리를 부딪쳐서 잠시 정신을 잃었는데 간신히 눈을 떠보니 눈앞의 남자가 이상한 짓을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부분을 말할 때 리아는 굉장히 부끄러운지 머뭇대며 설명했다.

 곧이어 마론은 오해라고 말하며 설명을 시작했다.

 마론은 갑작스럽게 뒤통수에 충격을 받아서 정신이 없던 중에 눈앞에 리아의 치마가 말려 올라간 것을 보고 내려주려고 치마를 잡았는데 타이밍 나쁘게 리아가 돌아누우면서 정신을 차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물론 리아는 그 말을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샤스타는 가만히 마론을 쳐다봤다. 마론은 조금 당황했지만 샤스타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 동안 마론의 눈을 쳐다보던 샤스타는 옅게 웃으면서 말했다.

 “거짓말은 아니군요.”

 “에에?!”

 소리를 지른 것은 리아였다.

 “그렇게 경망스러운 소리는 지르는 것이 아닙니다.”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샤스타가 엄하게 주의를 주자 리아는 급히 고개를 숙이며 사죄했다. 그래도 무언가 말하고 싶은 것이 있는지 샤스타의 눈치를 살폈다.

 샤스타는 손을 들어 리아의 말을 제지하고 계속 말했다.

 “하고 싶은 말은 알 것 같습니다. 물론 당시 상황을 보면 리아 양의 피해가 큽니다. 알지도 못하는 남자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으니 죽고 싶을 만큼 창피하고 화가 나겠죠.”

 샤스타의 말에 마론과 리아는 아까의 장면을 다시 떠올리고는 둘 다 얼굴이 화아, 붉어졌다.

 “하지만 그 원인을 제공한 것을 어디까지나 리아 양, 당신입니다. 마론 군은 늦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교칙에 따라 함부로 뛰지 않고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건 사실이다. 그것은 페튜니아가 가르쳐 준 것이었다.

 늦을 것 같아서 뛰어가려는 마론을 붙잡고 무조건 뛰어서는 안 된다는 것과 아직 시간은 여유가 있으니 정원을 가로지르는 지름길로 가면 충분하다는 사실을 가르쳐 줬다.

 그때 페튜니아가 해준 말을 지킨 것이 지금 마론에게 득이 된 것이다.

 ‘페튜니아 선배님, 정말 고맙습니다!’

 마론은 페튜니아가 등에 새하얀 날개를 감춘 천사라고 생각했다.

 마론이 혼자 망상에 빠져있는 동안 샤스타의 말은 계속됐다.

 “리아 양, 앞에 가던 마론 군이 신발 끈을 묶으려고 앉았을 때 피하지 못했다고 했죠? 그건 다시 말하면 피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뛰고 있었다는 뜻이 됩니다. 제 생각이 틀렸나요?”

 “아닙니다. 교감 선생님 말씀이 맞습니다.”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그렇다면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아시게죠?”

 “…네. 이번 일은 쌍방의 과실이었습니다. 마론 씨에게 정말 죄송합니다. 마론 씨, 정말 죄송합니다.”

 리아는 갑자기 분위기가 나긋나긋해지면서 마론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약간 물기 있는 눈으로 마론을 바라보면서 사과하자 마론은 당황하며 손을 저었다.

 “아, 아니, 쌍방 과실이니 사과니 뭐니 받을 입장은 아니야. 나야말로 재빨리 대처하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둘이 서로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자 갑자기 올리브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박수를 쳤다.

 “이야, 정말 보기 좋은 모습이군! 잘됐어! 정말 잘됐어! 이 오빠는 너무 흐뭇한 광경을 봐서 10년은 더 젊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드네! 이 감동을 준 두 학생에게 감사하네! 자, 우리 함께 이 감동을 뜨거운 포옹으로 승화시키며… 샤, 샤스타 데이지 군, 농담이네, 농담! 그냥 분위기를 띄워보자는 차원에서…….”

 샤스타는 손에 모이는 마력을 풀고는 한숨을 쉬고 음산한 목소리로 올리브에게 경고를 줬다.

 “풀네임으로 부르지 말라고 했습니다, 교. 장. 선. 생. 님.”

 “…네.”

 올리브는 목을 움츠리며 작게 대답했다.

 샤스타는 한숨을 한 번 쉬고는 분위기를 바꿔서 마론과 리아에게 말했다.

 “자, 그럼 곧바로 입학식을 시작할 거니까 둘은 강당으로 향해주세요.”

 “네, 실례 많았습니다.”

 “정말 죄송했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마론은 교장실을 나오면서 사과와 함께 샤스타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했다.

 만약에 현장 모습으로만 판단하는 선생이었다면 마론은 당장에 퇴학, 아니, 심하면 그 이상의 일도 당할 수 있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샤스타는 전후 사정을 파악하고 올바르게 대처해줬다.

 마론은 점점 이 학교가 마음에 들었다. 좋은 선생이 있고, 좋은 선배가 있다. 그리고 첫 만남은 조금 안 좋았지만 친하게 지내고 싶은 동급생이 있다.

 “그럼 리아, 어서 강당으로 가자. 물론 걸어서.”

 마론은 쾌활하게 웃으면서 리아를 돌아보며 말했다.

 “에?”

 마론은 순간 자신의 눈이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마론의 눈앞에 서 있는 리아는 온몸으로 싸한 냉기를 뿜어대며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리아트리스.”

 “에?”

 “나를 부르려거든 리아트리스라고 불러요! 당신 같은 남자한테 애칭으로 불리긴 싫어요!”

 “에? 에?!”

 마론은 혼란스러웠다. 방금 전 교장실에서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진심으로 사과하며 예쁜 미소를 짓던 리아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하지만 이왕이면 이름도 부를 수 없게 영원히 안 만났으면 좋겠군요. 도대체 어째서 이 학교에 남자 따위가 있는 거지?”

 “아니, 그건 올해부터 남녀 공학으로…….”

 하지만 마론은 말을 끝까지 하지 못했다. 리아가 매서운 눈으로 마론을 노려보았기 때문이다. 마론은 자신이 뱀 앞에 놓인 개구리 같은 기분이 들었다.

 “홍! 당신 같은 남자가 들어오는 학교라니, 사프란 마법 여학교의 명성도 땅에 떨어지겠군요.”

 “아니, 저기…….”

 점점 말이 심해져 갔다. 하지만 마론은 여전히 혼란 상태라 어떻게 대응해야 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부디 학교에 누를 끼치는 행동은 자제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럼 평안하세요, 마로니에 루드베키아 씨!”

 끝까지 표독스럽게 마론을 쏘아붙인 리아는 우아한 몸짓으로 인사를 하고는 그 자리를 떠나갔다.

 혼자 남겨진 마론은 멍하니 있다가 중얼거렸다.

 “풀네임으로 부르지 말란 말이야.”

 하지만 이 말을 들어야 될 리아는 이미 저 멀리 사라지고 난 뒤였다.

 

 

 

 제2장 소년은 여학교였던 학교에 입학했다.

 [소년은 여학교였던 학교에 입학했다 1]

 

 

 

 사립 사프란 마법 여학교였던 학교의 대강당은 겉모습부터 보는 이를 압도시켰다.

 ‘무엇 때문에 돈을 저렇게 쳐 발랐을까?’ 라는 생각이 들게끔 말이다.

 화려한 대리석 기둥이 강당을 떠받치고 있고, 벽 역시 비싸 보이는 대리석이다.

 아름다운 여신상이 문의 양쪽에 장식되어 있고, 입구 앞 팻말에는 ‘마법 자동문입니다. 문 앞에 서면 자동으로 열립니다’ 라고 쓰여 있다.

 그 마법 자동문도 어쩐지 비싸 보이는 고급 원목을 사용했고, 문에는 각종 여신과 천사-어째서인지 여성 천사만-들이 새겨져 있어서 문 하나가 하나의 예술품이었다.

 보는 것만으로 사람을 압도시키는 강당 앞 입구에서 마론은 그저 입을 헤 벌리고 놀랄 뿐이었다.

 “…여기, 정말 학교일까?”

 시간만 허락된다면 다시 교문 앞으로 가서 확인하고픈 심정이다.

 대강당뿐만이 아니다. 아까는 정신없는 사건으로 인해 학교 건물을 자세히 볼 수가 없었지만 그 역시도 ‘저, 비쌉니다’라고 광고하고 있었다.

 어쨌든 압도당한 채 언제까지 이 앞에 서 있을 수는 없었다.

 마론과 리아 때문에 잠시 중단됐던 입학식이 곧 열릴 것이다.

 “좋았어.”

 왜인지 마론은 기합을 넣는 행동을 한 번 하고는 숨을 크게 들이쉰 후 대강당의 문 앞에 섰다.

 위이잉!

 문이 바닥을 스치는 소리가 조용히 울리면서 문이 열렸다. 그리고 638개의 눈이 마론을 향했다.

 ‘헉!’

 마론은 자신도 모르게 속으로 비명을 지르면서 살짝 한 발짝 물러났다.

 그 정도로 여자들의 시선은 압박이었다. 이미 아까의 소동과 미리 와 있는 두 명의 남학생 때문에 사프란 마법 여학교는 더 이상 여학교가 아니란 것을 여자 신입생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어딘가에 앉아 있을 두 명의 남학생과 계속 같이 앉아 있었던 만큼 마론이 들어오는 것이 새삼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입학식 첫날 화려하게 신고식(?)을 치른 남학생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여학생들은 마론을 쳐다보며 자기들끼리 수군수군거렸다.

 굉장히 신경 쓰이는 행동이지만 마론은 애써 모른 척하며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여어! 이쪽이야!”

 그때 어디선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자다. 마론은 남자의 목소리가 이렇게 듣기 편안하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았다.

 그렇게 남자의 매력을 알게 된 마론은 점점 남자 동급생과의 우정에 빠져들게 되고, 이윽고 우정은 손을 대서는 안 되는 금단의 과실을 취하게 되고… 같은 재미있는 사건은 마론의 성격상 생길 리가 없다.

 만약 생긴다면 스토리 진행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텐데 아까울 따름이다.

 ‘기분 탓인가? 순간 오한이 들었는데…….’

 마론은 갑자기 닥쳐온 오한을 털어버리려는 듯이 몸을 한번 털고는 남자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여자들 틈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은 표정으로, 아니, 주눅 들기는커녕 만면에 웃음을 띤 남학생과 곤란한 미소를 짓고 있는 남학생이 앉아 있었다. 다만,

 ‘어째서 한가운데냐?!’

 마론은 한가운데, 그것도 사방팔방이 여자로 둘러싸인 자리를 보고는 신음을 흘렸다.

 하지만 안 앉을 수는 없다. 남은 자리는 아마도 그곳뿐일 것이다.

 ‘하아!’

 마론은 속으로 한숨을 한 번 쉬고 자리에 앉아 있는 여학생들에게 일일이 양해를 구하면서 자기 자리로 보이는 빈자리로 이동했다.

 겨우 몇 미터의 거리가 지금 마론에게는 대륙의 끝과 끝 같은 느낌이었다.

 ‘가, 간신히 도착했다.’

 “요, 반가워! 그런데 왜 그렇게 지쳐 있는 거야?”

 처음 마론을 불렀던 남학생이 지쳐서 숨을 몰아쉬는 마론을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며 말했다.

 “아니, 뭐랄까. 정신적으로 지쳤다고나 할까?”

 “그래? 주위에 이렇게 정신 영양제가 많은데 특이한 녀석이군.”

 “정신 영양제?”

 “아름다운 소녀들은 눈의 영양제, 아름다운 소녀들의 체취는 코의 영양제이며 아름다운 소녀들의 분위기는 마음의 영양제지.”

 남학생의 거침없는 말에 마론은 입을 떡하니 벌리며 놀랐다. 그리고 서둘러 주위 분위기를 살폈다.

 그러나 주위 여학생들은 기분 나빠하기보다는 어쩐지 부끄러워하고 기뻐하는 표정뿐이었다.

 마론은 남학생의 얼굴을 자세히 보고는 여학생들의 반응을 납득했다.

 잘생겼다.

 이 한마디 이외에 다른 모든 말은 필요없다.

 마론을 부른 남학생은 그야말로 잘생겼다. 웨이브 진 금발과 푸른색 눈동자, 갸름한 턱 선, 적당한 체격과 센스있는 옷맵시, 그리고 가만히 있어도 흘러넘치는 기품까지.

 정말로 잘생겼다. 그러니 그런 느끼한 말투라도 여자들은 용서가 되는 것이다.

 뭐, 기본적으로 예쁘다는 말을 싫어하는 여자도 없고.

 마론은 만약 자신이 그런 대사를 한다면 여자들의 반응이 어떨지 상상해 봤다.

 ‘할 수 없어! 절대 못해!’

 마론은 방금 전 대사를 하는 자신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얼굴이 새빨개졌다. 반응이 어떻고를 떠나 그 이전에 내뱉을 수 있느냐의 문제다.

 “요! 친구! 뭘 멍하니 서 있는 거야? 뒤에 앉은 숙녀 분들에게 실례라고!”

 “아, 으응? 미, 미안.”

 ‘그런데 언제부터 친구가 된 거지?’

 하지만 마론은 곧 그 생각을 그만뒀다. 어차피 여자투성이의 학교에서 단 셋뿐인 남자이다. 친하게 지내서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성격이 좀 이상해 보이지만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았다. 또 다른 갈색 머리의 남학생은 순한 인상으로 친해지기에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

 “내 이름은 제라늄 카이란스야. 제라늄이라 불러도 좋고 친근함을 담아서 제라야~♡라고 불러도 좋아.”

 마론은 이 순간 제라늄이라는 이름의 금발 머리 남학생은 다른 의미로 친해지기 어려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제라늄으로 부를게.”

 “그래? 쩝. 제라야~♡가 좀 더 친근한 느낌인데 말이야.”

 “아니, 사양할게. 제라늄이 더 멋진 이름 같아.”

 “호오, 그래? 이야, 내 이름을 칭찬해 주다니 이거 영광이군. 너랑은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아.”

 “응, 나도.”

 마론은 솔직하게 웃으며 거짓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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