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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 사프란 마법 여학교였던 학교
작가 : 강명운
작품등록일 : 2016.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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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 화
작성일 : 16-07-12     조회 : 498     추천 : 0     분량 : 6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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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하여 저 보기 싫은 글록시니아 마법 학교의 교장 아칸더스에게 다시 한 번 패배의 쓴맛을 보여주는 겁니다. 아, 덤으로 내 손에 글록시니아 여학생 교복도 들어오게 되고요. 그렇게 되면 나중에 여러분께도 포상이 돌아갈 겁니다. 기대해도 좋아요.”

 “하아?”

 순간 신입생들 입에서 이해 불명의 소리가 튀어나왔다. 하지만 올리브는 신경 쓰지 않고 주먹을 불끈 쥐고 열변을 토했다.

 “물론 저는 우리 학교의 교복을 너무나 사랑합니다. 내가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만든 교복이니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교복 컬렉터라는 취미를 가진 이상 타인이 만든 물건에 관심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천명. 더구나 글록시니아 마법 학교의 교장 녀석은 보기 싫지만 교복 디자인은 우리 학교와 막상막하의 귀여운 디자인으로 반드시 손에 넣어서… 크에에엑!”

 올리브의 열변은 계속되지 못했다.

 급히 단상으로 달려온 샤스타의 주먹이 올리브의 턱을 날린 것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턱을 날린 샤스타는 그대로 올리브의 머리를 양손으로 붙잡고 뛰어오르며 무릎으로 가격했다.

 “이 멍청한 교장아!”

 “커헉!”

 그리고 착지와 동시에 몸을 회전시키며 원심력이 실린 발뒤꿈치로 뒤로 넘어가는 교장의 뒤통수를 가격, 쓰러지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크허억!”

 “내가 제발 엉뚱한 짓 하지 말라고 했지!!”

 다시 자세를 잡은 샤스타가 올리브의 복부에 펀치를 꽂아 넣었고, 올리브는 충격으로 몸이 ㄱ자로 꺾였다.

 그러자 샤스타는 몸을 ∞로 흔들면서 손에 마력을 모았다. 그리고 그대로 올리브의 얼굴에 좌우 원투 펀치를 계속해서 날렸다.

 흠잡을 데 없는 훌륭한 뎀프시룰이다.

 “크에에에엑!”

 드디어 올리브는 바닥에 쓰러졌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샤스타는 그대로 단상을 잡아서 들어 올렸다.

 성인 남자 세 명분의 무게가 나가는 고급 목재 단상이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샤스타의 손에 들려졌다.

 “이 망나니 교장아! 오늘은 내가 정말 너를 끝장내겠어!!”

 아마 말리지 않으면 농담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아니, 그전에 샤스타는 절대 농담을 하고 있지 않았다.

 뒤늦게 허겁지겁 달려온 다른 선생들이 필사적으로 샤스타를 붙잡아 말렸다. 덕분에 교장 올리브의 생명은 간신히 무사할 수가 있었다.

 분노와 경악, 혼란이 난무하는 가운데 선생 중 한 명이 땅에 떨어진 소리 증폭기를 붙잡고 외쳤다.

 “이것으로 제11회 사립 사프란 마법 학교의 입학식을 마치겠습니다! 신입생 여러분은 학교 건물 입구 앞에 설치된 반 배정표에 따라서 각자 반으로 이동해 주세요!! 어서 빨리 이동해 주세요!”

 신입생들은 하나같이 얼이 빠진 표정으로 일어나서 강당을 나갔다.

 등 뒤에서 교장의 공포에 찬 비명과 샤스타의 분노에 찬 외침과 필사적으로 말리는 선생들의 경악성이 들렸지만 신입생들은 하나같이 애써 신경 쓰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아까 전에 샤스타를 화나게 만들었던 마론과 리아는 얼굴색이 납빛이었다.

 지금 등 뒤에서 일어나는 참상이 자신들에게도 적용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옆에서 디옴과 바이올렛이 걱정하는 표정으로 둘의 안색을 살폈고, 제라늄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 설마 죽이기야 하겠어?”

 “으아아아아악!! 주, 죽는다! 진짜 죽을 거야!”

 “그래! 오늘은 정말 죽여 버릴 거야! 올리브 프러스주의!!”

 타이밍 좋게 들려오는 외침에 제라늄이 헛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아하하하하! 그, 그러니까 살아남아라.”

 “위로, 고맙다.”

 “후에에에엥!”

 어깨를 축 늘어뜨린 마론과 울 것 같은 표정의 리아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걸음으로 교장실로 향했다.

 

 

 

 [소년은 여학교였던 학교에 입학했다 2]

 

 

 

 가시방석이란 어떤 느낌일까?

 단언하건대 마론과 리아가 지금 앉은 자리는 가시방석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마론과 리아는 현재 교장실에 마련된 소파에 앉아 있었다.

 아무리 고민해도 방금 전 일어난 참상이 지금 둘에게 남의 일 같지 않았다.

 “하아, 어쩌지……?”

 리아는 한숨을 쉬며 손톱을 깨물었다. 교장실에 오고 나서 내내 저런 상태였다.

 마론 역시 불안하기는 매한가지고, 밉살맞은 여자지만 그래도 여자가 옆에서 불안해하고 있는데 같이 불안해할 수는 없었다.

 뭐, 남자의 오기라는 것도 있지만 마론은 어릴 적에 어머니께 여자에게는 항상 상냥하게 대해주라고 배웠다.

 “너무 걱정하지 마.”

 마론의 말에 초조해하던 리아가 마론을 쳐다봤다. 물론 호의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시선이다.

 “걱정하지 말라고요? 방금 전에 그 참상을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와요?! 저렇게 화가 난 상태인데 그 불똥이 작게 튀란 법 있나요?! 만약 퇴학이라도 당하게 된다면……. 아아, 정말 최악이에요!”

 “설마 퇴학까지 시키겠어?”

 어쩌면 퇴학당하는 것이 다행일지도 모르지만 마론은 애써 뒷말을 삼켰다.

 “그건 모를 일이죠. 어쩌면 차라리 퇴학당하는 것이 나은 일일지도…….”

 마론이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는 상황을 리아가 지적했다. 덕분에 마론은 아까의 귀신같은 형상의 샤스타 교감의 모습을 기억하고는 몸을 떨었다.

 “거, 걱정하지 마. 다, 다 잘될 거야. 트, 틀림없이.”

 “말, 떨리고 있네요.”

 “시, 신경 꺼!”

 “…후.”

 한숨을 쉰 리아는 입을 다물었다. 마론 역시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둘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교장실에 온 지 꽤나 시간이 지났지만 샤스타는 아직 나타날 기미가 없었다.

 리아는 ‘얼마나 더 기다려야 되는 걸까?’, ‘혹시라도 지금쯤 시체를 치우고 있느라 늦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애써 그 영상을 지웠다.

 리아가 머릿속에서 열심히 올리브 교장의 시체를 치우는 샤스타의 모습을 지우고 있을 때 마론이 조용히 말을 걸었다.

 “저기…….”

 “뭐죠?”

 “리아, 아, 아니, 리아트리스는…….”

 마론은 애칭으로 불렀다가 리아가 노려보자 급히 수정해서 다시 불렀다. 하지만 리아는 노려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뭐, 뭐야?! 리아트리스로 불렀잖아! 왜 노려보는 거야?!”

 마론이 억울함을 호소하자 리아는 노려보는 것을 멈추고 말했다.

 “양을 붙여주세요. 친한 척 이름만 부를 생각 말아요!”

 “하아! 네, 네, 잘 알겠습니다. 그럼 리아트리스 양. 이걸로 됐지?”

 “흥! 뭐, 좋아요.”

 마론은 ‘뭐는 뭐야? 뭐는?!’이라 소리치며 삿대질하고 싶은 것을 꾹 참았다. 지금은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다.

 마론은 아까부터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리아트리스 양은 어째서 나한테 존댓말을 쓰는 거야?”

 “친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반말을 하는 버릇없는 행동은 안 하는 주의입니다.”

 “하하하.”

 마론은 힘없이 웃었다.

 리아의 존댓말은 예의 운운 따지기 전에 굉장히 차갑고 거리감 있게 들렸다.

 하긴 아침의 접촉 사고(?) 사건에 아까 입학식 때 말싸움 사건으로 도저히 친해지려 해도 친해질 수 없는 사이가 된 것은 인정하지만,

 “그래도 동급생이잖아. 반이 갈릴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가끔 가다 복도에서 만나게 될지도 모를 동급생에게 일일이 존댓말을 쓰는 건 좀 피곤하지 않아?”

 실제는 거리감 느껴진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말했다가는 틀림없이 ‘제가 왜 당신과 거리가 가까워져야 되죠?’ 같은 말이 표독스럽게 돌아올 게 뻔했기에 마론은 말을 약간 바꿨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무의미한 걱정입니다. 전혀 피곤하지 않거든요. 오히려 친하지도 않은데 친한 척 지내는 것이 더 피곤합니다.”

 “아, 그래.”

 마론은 기운이 쭉 빠졌다. 도저히 대화 진행이 안 된다. 리아의 마음의 방어벽은 두텁고 높고 거대했다. 마치 거대한 AO필드 같았다.

 “더구나 불행히도 다른 반이 될 것 같지도 않군요.”

 “응? 무슨 소리야?”

 마론은 방금 전 리아의 말을 이해 못 하고 반문했다. 리아는 고개를 돌리며 한숨을 한 번 쉬고는 작게 중얼거렸다.

 “그쪽이 마법 특수반 수. 석. 입학자라면서요. 저 역시 마법 특수반이니까요.”

 어쩐지 수석이라는 단어에 묘한 가시가 돋친 듯한 느낌이지만 마론은 애써 무시했다.

 “그, 그래? 그랬구나. 이야, 이거 좀 곤란한걸?”

 “무슨 소리죠? 제가 같은 반이라는 것이 당신에게 그렇게 곤란한 일인가요?”

 리아의 눈이 도끼눈이 되어서 마론을 노려봤다. 마론은 손을 저으며 급히 말했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그… 아, 봐. 같은 반 동급생이잖아. 그런데 존댓말을 들어야 된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 그래서 곤란하다는 거야.”

 “말, 떨리고 있습니다.”

 “쓰, 쓸데없는 참견이야.”

 리아는 한숨을 한 번 쉬고 말했다.

 “네, 그거예요.”

 “응? 뭐가?”

 “방금 전 당신이 한 말이요.”

 “방금 전 한 말? 아!”

 마론이 방금 전 한 말이 쓸데없는 참견이라는 말이다. 리아는 다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당신이 했던 말 그대로 아까 전에 당신이 한 질문에 돌려드리죠.”

 “그, 그래.”

 마론은 입을 다물었다. 피곤했다.

 솔직히 자신이 왜 이런 피곤한 여자에게 말을 걸었는지 스스로도 의문이 들었다.

 첫 만남과 두 번째 만남이 최악이라도 조금이라도 대화를 해보면 풀어지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것이 어리석었다.

 “후우.”

 마론은 작은 한숨을 한 번 쉬고는 입을 다물었다.

 이대로 입을 다물고 있을 작정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리아 쪽이 입을 열었다.

 “어째서 이 학교에 남자가 들어온 거죠? 정말이지, 여기가 여학교라는 사실을 몰랐단 말인가요?”

 마론은 ‘그 불평, 전에도 했던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니까 난 입학하기 전까지 몰랐어. 그리고 어차피 공식적으로 남녀공학이 된 거잖아? 아니, 그전에 리아트리스 양이야말로 남녀공학이 된 걸 모르고 있었잖아. 그걸로 서로 비긴 게 되지 않을까?”

 “쓸데없는 참견입니다. 말 걸지 말아주세요.”

 “아니, 난 그쪽 질문에 대답한 것뿐인데…….”

 “방금 것은 저의 혼잣말입니다.”

 “그럼 헷갈리게 혼잣말까지 높임말을 쓰지 마!”

 “제 마음입니다.”

 “크윽!”

 마론은 이를 갈며 리아를 노려봤다. 리아 역시 지지 않겠다는 표정으로 마론을 노려봤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흥!”

 마론이 먼저 고개를 홱 돌려 버렸다. 그것으로 살기 넘치는 눈싸움은 끝. 교장실에는 다시 싸늘한 침묵의 시간이 돌아왔다.

 약간의 시간이 더 흘렀지만 여전히 교장도 교감도 돌아올 생각을 안 했다.

 마론은 혹시 샤스타 교감이 진짜로 올리브 교장을 죽여서 못 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끔찍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리아도 조금 전에 생각했던 올리브 교장의 시체를 치우는 샤스타의 모습을 다시 떠올리고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그 영상을 지웠다.

 “마법 학교라면 남녀공학이고 유명한 글록시니아 학교도 있는데 굳이 아가씨 전문 학교인 사프란 들어온 것은 무슨 심보일까요?”

 리아도 가만히 있으려니 계속해서 쓸데없는 무서운 상상이 들어서 입을 열었다.

 아무튼 이번에도 마론이 대꾸하면 어디까지나 혼잣말이라고 리아는 주장할 생각이었다.

 “글록시니아 학교에도 시험을 치려고 했지만 입학금과 학비가 너무 비싸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 하지만 우연히 발견하게 된 사프란 마법 학교가 수석 입학자에게는 입학금, 학비 면제뿐만이 아니라 지원까지 해준다는 말에 시험을 치르게 됐어. 지금 생각하면 입학시험은 거의 죽기 아니면 살기라는 필살의 각오로 치른 것 같아.”

 이번에도 마론은 성의 있게 대답했다. 리아는 이 남자는 학습 능력이란 것이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며 한숨을 쉬었다.

 “마로니에 루드베키아 씨, 머리 나쁜 당신을 위해서 다시 한 번 말해두겠지만요, 저는…….”

 “지금까지의 말은 내 혼잣말!”

 리아의 말이 끝나기 전에 이번에는 마론이 선수를 쳤다.

 “윽!”

 리아는 짧은 비명을 지르며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번에는 마론에게 명백하게 당한 것이다.

 리아는 분한 표정으로 마론을 노려봤고, 마론은 고소하다는 표정으로 리아의 시선을 받아넘겼다.

 “앞에 앉은 리아트리스 양의 표정이 심상치 않은데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이것도 나의 혼잣말.”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마론의 마무리 공격이 날아오자 리아는 다시 한 번 분노했다.

 “후우! 후우!”

 하지만 몇 번 심호흡을 하는 것으로 평정심을 되찾았는지 표정이 점차 누그러졌다. 무서울 정도로 빠른 자기 회복이다.

 “남자가 유치하게 애들 싸움을 거는 것 같아서 잠시 기가 막힌 표정을 짓고 말았네요. 이건 저의 혼잣말입니다.”

 이번에는 마론의 표정이 구겨질 차례였다.

 하지만 마론 역시 애써 분노를 억누르며 억지 미소를 지었다.

 “호오, 그럼 이 여자는 유치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서 했다는 말이군. 정말 대단히 유치한 여자야. 이것도 내 혼잣말.”

 다소 심한 말이 오갔지만 리아 역시 미소를 잃지 않았다. 하지만 입가가 실룩실룩거리는 것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미소였다.

 “호호호, 벌건 대낮에 여자를 덮치는 남자보다는 낫죠. 물론 제 혼잣말입니다.”

 “하하하, 앞도 잘 보지 않고 무턱대고 뛰다가 남의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여자가 할 말은 아닌데……. 당연히 내 혼잣말.”

 “오호호호호호!”

 “아하하하하하!”

 분명히 두 사람은 웃고 있었다. 하지만 사나운 불꽃이 튀는 것 같은 기운이 두 사람의 등 뒤에서 무럭무럭 피어 나오고 있었다.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좋을까? 옛날식으로 표현하면 용호상박?

 아무튼 이대로 이 분위기가 계속되다가 폭발이라도 하게 되면 틀림없이 교장실은 풍비박산이 날 분위기다.

 그러다 다행히도 그렇게까지 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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