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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 사프란 마법 여학교였던 학교
작가 : 강명운
작품등록일 : 2016.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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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 화
작성일 : 16-07-12     조회 : 513     추천 : 0     분량 : 7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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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고전하기는 바이올렛도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정리하면 제라늄이라는 남자와 사귀기로 했기 때문에 옆에 앉고 싶다, 그 말이지?”

 “으, 응. 그래, 그 말이야.”

 “그래? 그렇군. 그런데 말이야, 어째서 자꾸 눈을 피하는 거야?”

 “아? 아하하하! 피, 피한 적 없어.”

 “말도 떨고 있네?”

 “떠, 떤 적 없어.”

 “흐음.”

 하지만 말과는 달리 바이올렛은 사시나무 떨 듯이 떨고 있었다.

 기분이 나빠서 날카로워져 있는 리아에게 거짓말을 해본 적이 없다. 아니, 이 정도로 기분이 나빠진 리아는 난생 처음 겪어본다.

 제라늄이 세운 작전의 오산은 디옴은 거짓말을 못하는 순둥이였다는 점과 바이올렛은 이렇게 화가 난 리아는 처음 대해본다는 점이었다.

 위기에 몰린 세 사람에게 마론과 리아는 최후통첩을 날렸다.

 “자, 이제 더 이상 변명은 그만두고.”

 “얌전히 자리를 바꿔줬으면 좋겠어.”

 제라늄 등은 적대적이었다는 것까지 잠시 잊고 죽이 착착 맞는 두 사람을 보며 생각했다.

 ‘의외로 잘 어울리는 한 쌍이 될지도…….’

 물론 세 사람은 이 말을 죽어도 입 밖으로 낼 생각은 없다. 그런 말을 했다가는 손대지 못할 뒷감당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아무튼 세 사람에게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하지만 도움의 손길은 남아 있었다.

 도저히 손댈 수 없는 위압적인 두 사람에게 누군가가 말을 건 것이다.

 “네, 거기까지. 자리 배치라면 나중에 제비뽑기라도 할 테니 두 사람 다 지금은 얌전히 자리에 앉아주세요.”

 “어? 어라?”

 “교, 교감 선생님?”

 마론과 리아는 교탁 앞에 선 인물을 확인하고는 군소리 않고 즉시 자리에 앉았다.

 지금까지의 위압적인 자세와는 달리 공포에 질린 마론과 리아를 보고 학생들의 머릿속에는 자연스럽게 먹이사슬의 피라미드가 그려졌다.

 피라미드의 최정상에 위치한 인물은 물론 샤스타였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교장은 맨 아래였다.

 샤스타는 조용해진 교실의 두려움으로 가득한 공기를 읽고 쓴웃음을 지었다.

 올리브 덕분에 자신의 이미지가 엉뚱한 방향으로 신입생들에게 각인된 것이다.

 샤스타는 작게 한숨을 쉬며 최대한 부드러운 어투로 말하기 시작했다.

 “먼저, 다시 한 번 마법 특수반 신입생 여러분의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제가 오늘부터 마법 특수반의 담임을 맡게 된 샤스타데이지 레들라인입니다.”

 샤스타가 담임이라는 말에 학생들은 일순간 공포심을 잊고 수군대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교감이 한 반의 담임을 맡는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 학생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샤스타는 손뼉을 치며 학생들을 조용히 시키고 말을 계속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바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된 것은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이번 마법 특수반은 갑자기 정해진 거라 학교에서 아직 만족할 만한 준비를 갖추지 못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여러분께 이것 한 가지만은 약속드리겠습니다. 절대로 수업만큼은 만족할 만한 준비를 갖추겠다는 겁니다. 새로 생긴 반에 준비도 미흡한 마법 특수반이지만 여러분은 모두 그 어려운 시험을 통과한 우수한 인재들입니다. 더구나 수석 동점 입학자도 세 명이나 되고요.”

 샤스타는 그렇게 말하고는 수석 입학자인 마론과 제라늄, 그리고 디옴을 차례로 쳐다봤다. 자연스럽게 여학생들의 시선도 같이 쏟아졌다.

 이제는 익숙해질 만도 한데 마론은 아직까지 여자들의 시선이 쏟아지면 얼굴부터 붉혔다. 옆에서 흥 하는 작은 콧소리가 들렸지만 마론은 애써 무시했다.

 샤스타는 곧 마론들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제 입으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조금 부끄럽지만 우수한 인재인 여러분을 가르칠 수 있는 마법사 선생은 지금 사프란 마법 학교에 저 한 사람밖에 없습니다. 우수한 선생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점은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선생님 쪽은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제가 최선을 다해서 여러분들을 가르치겠습니다.”

 듣고 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특별반만 만들어두고 선생이 없다는 것은 무대포식이라고 부르기도 무색할 정도로 엉망인 정책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학생들 사이에서는 별다른 동요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샤스타의 말을 신뢰하는 분위기였다.

 단 한 사람을 빼고는.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마론은 주위 학생들의 반응을 보고는 슬며시 앞자리에 앉은 디옴의 등을 찔렀다.

 “응? 왜 그래?”

 디옴은 살짝 돌아보며 작은 소리로 물었다.

 “저기, 샤스타 교감 선생님, 유명하신 분이야?”

 그렇지 않고서야 말도 안 되게 준비가 덜 됐는데도 불만이 없는 학생들의 태도는 설명할 수가 없다.

 “정말 몰라서 묻는 거야?”

 질문을 받은 디옴이 진심으로 하는 소리냐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디옴은 표정은 있었지만 딴 사람이 보기에는 변화가 없는 실눈에 약간 미소 지은 표정 그대로다.

 하지만 다행히도 말투로 디옴의 의사는 어느 정도 전달됐다. 마론은 조금 부끄럽다는 듯이 뺨을 긁적이며 말했다.

 “그게… 내내 공부만 하다 보니 사람들 소문이나 명성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나 할까? 아니, 관심 없었다는 것이 맞는 말이겠다.”

 “그래도 마법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 샤스타데이지 선생님에 대해서 정도는 알고 있을 텐데… 정말 몰랐어?”

 “정말에 정말로.”

 디옴은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여전히 딴 사람에게는 그렇게 보이지가 않았지만.

 디옴은 가볍게 한숨을 한 번 쉬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아니, 여전히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똑같은 표정이지만. 어쨌든 마론에게 설명해 줬다.

 “샤스타데이지 교감 선생님은 실은 그 실력을 인정받아 마법 왕국이라고 불리는 아르메리아 왕국의 궁정 마법사로 추천받았던 분이야. 하지만 거절하셨지. 그리고 대신에 이곳 사프란 마법 학교의 선생님으로 들어오셨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야. 더구나 그 유명한 아가씨 마법사 베고니아님의 스승이기도 하고.”

 “응? 아가씨 마법사라니? 뭐야, 그건?”

 디옴은 놀라움을 지나쳐 경악의 표정을 지었다.

 “설마 베고니아님도 모른다는 말이야?”

 “그, 그게…….”

 마론은 한층 더 붉어진 뺨을 긁적거렸다.

 거짓말도 아니고 농담은 더욱더 아니다.

 정말로 마론은 마법 공부만 했고, 사람 사귀기보다는 마법 책과 사귀었으며, 사람들이 떠들어대는 세상 소문은 아예 관심이 없었다.

 마을 축제 때 떠돌이 음유시인이 전하는 이야기와 노래 또한 들을 기회가 없었다.

 아니, 없었다기보다는 스스로 간 적이 없으니 당연히 듣지도 못했다.

 남들이야 흥청망청 떠들든 말든 마론은 착한 마법사가 되겠다는 꿈을 위해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이 당연히 가지고 있는 작은 추억 한두 개조차도 포기한 것이다.

 주위에서 보기에 마론의 공부만 하는 모습은 열심이라는 말보다 광기라는 말을 먼저 떠올리게 했다.

 확실히 그때 마론은 일반적인 열심히가 아닌 속았다는 배신감을 원동력으로 공부에 힘을 쏟아부었으니 광기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그런 사정을 모르는 디옴은 이 정도까지 세상 물정을 모르는 마론이 그저 신기하게 보일 뿐이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작은 소리로 대화를 했지만 바로 옆에 앉아 있어 마론과 디옴의 대화를 듣게 된 리아 역시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마론을 쳐다보고 있었다.

 “할 줄 아는 것은 마법 공부와 여자 희롱하는 법뿐인가?”

 리아는 자기도 모르게 심한 말을 중얼거리고 말았다.

 당연히 마론은 사나운 표정으로 리아를 노려봤다. 리아도 속으로 ‘아차, 방금 말은 심했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할지언정 겉으로는 절대 내색 안 하며 리아는 새침한 표정으로 마론의 시선을 무시했다.

 잘못했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마론한테는 사과하기가 싫었다.

 그리고 마론 또한 웬만한 일은 참고 넘어가는 성격이지만 리아에 관해서만큼은 참을 수 없었다.

 “그쪽이야말로 할 줄 아는 것은 남의 이야기 몰래 훔쳐 듣는 것과 남 헐뜯는 것뿐인가 보지?”

 “뭐라고요?!”

 리아는 발끈 화를 내면서 책상을 쾅! 치며 일어났다.

 “해볼 테야?! 분명히 말하지만 이번에 시작은 네가 먼저 했어!”

 마찬가지로 마론 역시 무서운 기세로 책상을 치고 일어났다.

 그렇게 둘은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한순간도 가만있지 못하고 싸움에 싸움을 거듭했다. 주위 사정 같은 것은 까맣게 잊고 말이다.

 “두 사람 다 지금이 무슨 시간인지 잊어먹었습니까?”

 분노를 참고 있던 샤스타의 말에 마론과 리아는 퍼뜩 정신이 들었다.

 “죄, 죄송합니다.”

 “잘, 잘못했습니다.”

 마론과 리아는 동시에 샤스타에게 고개를 숙이며 용서를 빌었다. 샤스타는 골치 아프다는 듯 머리를 손으로 짚으며 한숨을 쉬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지금 당장 친하게 지내라는 소리는 안 하겠습니다. 그리고 말다툼하지 말라는 말도 안 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시간과 장소 정도는 구분해 달라고 했죠?”

 “네, 네. 정말 죄송합니다.”

 “정말로 잘못했습니다.”

 열심히 빌고 있는 두 사람에게 샤스타는 앉으라 말하고 두 사람이 싸우느라 듣지 못한 말을 다시 반복했다.

 “그럼 다시 한 번 창가 쪽 자리부터 자기소개와 인사를 간단히 해주세요. 마론 군과 리아 양은 서로 상대방을 뜨겁게 의식하느라 앞으로 3년을 함께 보낼 친구들의 소개를 듣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 주시구요.”

 샤스타의 고의성 짙은 농담에 여기저기서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물론 당사자인 두 사람은 웃을 수 없는 이야기라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푹 숙일 뿐이었다.

 아마도 이것이 샤스타가 나름대로 두 사람에게 주는 벌이 아닐까?

 “그래, 그래. 앞으로 1년간 지낼 소중한 친구들의 소개잖아? 잘 들어둬야지. 안 그래?”

 마론의 뒤에 앉은 제라늄이 수첩과 연필을 꺼내며 말했다. 제라늄이 말을 걸어서 뒤를 돌아보던 마론이 그걸 보고 물었다.

 “수첩은 왜 꺼내?”

 “응? 왜라니? 지금부터 같은 반이 될 친구들의 이름과 프로필을 적는 것은 당연하잖아.”

 마론은 어쩐지 제라늄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었다. 그래서 시험 삼아 물어봤다.

 “그 수첩에 나랑 디옴의 프로필도 들어가냐?”

 “무슨 바보 같은 소리야? 이미 알고 있는 친구 이름을 적을 리가 없잖아?”

 “그럼 리아트리스 양과 바이올렛의 프로필은?”

 “당연히 적어야지.”

 “하아!”

 마론은 더는 질문할 가치가 없다 판단하고 자기소개를 하는 같은 반 학생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제라늄처럼 철저하게 뭔가를 적을 생각은 없지만 최소한 같은 반 친구가 될 학생들의 이름과 얼굴 정도는 기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 자기소개가 끝날 때마다 마론의 표정은 시시각각 굳어져 갔다.

 차원이 다르다.

 여자들의 미모 수준이 타 학교와 차원이 다르다는 소리가 아니다.

 아니, 애초에 지금 사프란 마법 학교 여학생의 미모는 타 학교와 차원이 다른 상위권 미모들이지만 어차피 마론이 알 만한 일은 아니다.

 마론이 똑똑히 느낄 수 있는 차원이 다른 일은 바로 신분이었다.

 어찌 된 것이 여학생의 전부가 전 세계에서 모인 자작, 남작, 백작가의 귀족 딸들이었다.

 간혹 귀족이 아닌 애도 있었지만 그녀들은 이름 있는 기사의 딸이거나 유명한 상인들의 딸이었다.

 물론 마론은 그것을 모르고 있었지만 주위 여학생들이 ‘어머, 그 누구누구네 기사님의 딸?’이라든지 ‘아! 그 유명한 상회의!’ 같은 말을 주고받는 것을 들었다.

 한 사람 한 사람 소개가 끝나고 자신의 차례가 다가올수록 마론은 걱정이 됐다.

 과연 자기소개를 무엇으로 하면 좋을까?

 루드베키아 가는 마족 전쟁에서 대부분의 전력을 잃고 몰락했다. 그전에는 굉장히 유명한 가문이었다고 들었지만 마론이 철들 무렵에는 이미 몰락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마론은 아버지에게 기사가 돼서 다시 가문을 일으켜야 한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하지만 마론은 마법사가 되기 위해 공부를 했다. 덕분에 거의 가출에 가깝게 집에서 뛰쳐나왔다는 그 이야기 또한 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몰락 귀족입니다’라고는 더 말할 수 없다.

 마론이 말할 수 있는 것은 마법 실력과 사프란 마법 학교의 수석 입학생이라는 타이틀뿐이다.

 하지만 마법이야 마법 학교에 입학한 이상 당연한 특기이고, 그렇다고 열여섯 살에 마법 학교 수석 입학생이라는 타이틀을 자랑하며 소개할 만큼 마론의 배짱은 두둑하지 못했다.

 마론이 고민을 하든 말든 차례는 사정없이 다가왔다. 마론이 앉은 자리는 뒷줄부터 자기소개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드디어 마론 바로 뒤에 앉은 제라늄이 소개할 차례였다.

 ‘이런, 아직 생각을 정리하지 못했는데……. 제라늄, 부탁한다. 최대한 오래 끌어줘.’

 마론은 열심히 제라늄에게 눈짓을 보냈다. 하지만 제라늄이 마론의, 아니, 정확히는 남자의 눈짓을 알아들을 리가 없다.

 제라늄은 마론의 도움을 요청하는 눈짓을 가볍게 무시하고 자신감 가득 찬 목소리로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안녕! 내 이름은 제라늄 카이란스! 아름다운 숙녀분들도 잘 알다시피 이 학교에 수석으로 입학한 천재 중의 하나지. 아, 날 부를 때는 친근함을 담아서 ‘제라야~♡’라고 부르면 돼. 단, 여성 한정이지만.”

 마론은 책상 위로 엎어졌다. 자신은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고민했던 내용을 제라늄은 너무나 간단하고 자랑스럽게, 그리고 작업 멘트까지 붙여서 말했다.

 하지만 두렵게도 제라늄 같은 미형의 남자가 자신감 가득한 목소리로 말하자 아니꼽다거나 이상하게 들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런 제라늄을 선망과 동경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여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일부는 아예 얼굴을 붉히며 뭐가 좋은지 꺄꺄 비명을 지르는 여학생도 있었다.

 제라늄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성원에 손을 들어 여유 있게 답했다.

 한편, 교탁에서 학생들의 자기소개를 지켜보던 샤스타는 머리를 감쌌다. 처음 봤을 때부터 어쩐지 분위기가 비슷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지금 도가 넘치는 자신감과 여성에게 말할 때 반드시 작업 멘트를 집어넣어야 된다는 듯한 투철한 의지.

 샤스타는 제라늄의 모습에서 올리브 교장의 과거를 보는 것 같아서 골치가 아프고 또한 두려웠다. 과연 올리브 교장과 제라늄을 나란히 세워두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상하기조차 두려웠다.

 아무튼 여학생들의 성원에 답한 제라늄은 소리가 조금 잠잠해지자 헛기침을 하고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음, 아까도 말했듯이 난 천재 중의 한 명일 뿐이야. 이야, 세상은 넓다고 하지만 그래도 설마 그 어려운 시험을 나와 동점으로 수석을 따낸 학생이 두 명이나 더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했어. 나도 아직 우물 안 개구리라는 사실을 절실히 느끼게 됐지. 그래서 난 이 사프란 마법 학교에서 좀 더 나를 갈고닦을 생각이야. 세계 최고의 인기 있는 미남 마법사가 되기 위해.”

 중반 부분은 꽤나 괜찮았다. 마지막 부분만 아니라면 훌륭한 자기소개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한숨짓는 사람은 일부 몇 사람뿐 대부분의 여학생은 다시 한 번 박수와 환호를 제라늄에게 보냈고, 제라늄은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여학생의 성원에 일일이 답했다.

 “자, 그럼 다음 차례로 세 명의 천재 중 한 명인 마로니에 루드베키아 양에게 넘깁니다.”

 “풀네임으로 부르지 마! 아니, 그전에 은근슬쩍 붙인 양은 뭐야?!”

 마론은 발끈해서 제라늄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며 소리쳤다.

 “자자,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잖아. 사소한 문제는 바람에 실어서 날려 버리자고.”

 “방금 발언의 어디가 사소한 문제라는 거냐?!”

 “마론 군, 기분은 잘 이해하겠지만 일단 진행부터 먼저 해주세요.”

 이번에도 폭주 직전의 마론을 말린 것은 샤스타였다.

 마론은 불만이 한가득이지만 그래도 샤스타의 말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마론은 일단 정면을 보고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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