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론 군, 첫인사란 굉장히 중요한 것입니다. 억지로 미소를 지으라고는 못 하겠지만 조금이라도 표정을 풀면 안 될까요?”
“죄, 죄송합니다.”
마론은 잔뜩 구겨진 표정을 풀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그런 마론을 도와주기 위해서 제라늄이 끼어들었다.
“그래, 그래. 미소는 정말 중요한 거지. 자, 미소를 지어봐요, 마론 군~”
그렇게 말하며 제라늄은 마론의 양 볼을 붙잡고 위로 잡아당겼다. 덕분에 마론의 입은 억지로 웃는 모양으로 만들어졌다.
굉장히 익살맞은 그 모습에 여학생들은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내내 꽁한 표정을 짓고 있던 리아마저도 입을 가리고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고 있었다.
물론 당하는 입장인 마론은 즐거울 리가 없다.
“뭐 하는 짓이야!”
마론은 제라늄의 팔을 뿌리쳤다.
“아니, 미소를 짓는 것이 힘들어 보이기에 조금 도와줄까 싶어서…….”
“방금 그게 도와주는 거냐?! 사람을 웃음거리로 만들었잖아! 본인은 웃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웃겨서 어쩌자고?!”
“아, 그렇군. 나 혹시 희극배우의 재능이 있는 거 아닐까?”
“지금 누가 네 재능 따지고 있었냐?!”
“에이, 사소한 문제는 바람에……?”
제라늄은 말을 하다 말고 갑자기 입을 뻐끔뻐끔거리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는 눈으로 입을 뻐끔거리던 제라늄은 급기야 자신의 입을 가리키며 뻐끔거렸다.
“너, 뭐 하냐?”
마론은 갑작스런 제라늄의 이상한 행동에 새로운 장난인가 싶어서 경계하며 뒤로 슬슬 물러났다.
“침묵 마법을 걸었습니다. 계속 두 사람의 만담을 듣다가는 하루 종일 걸릴 것 같아서 말이에요. 그러니 이제 안심하고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그렇게 말하는 샤스타도 억지로 웃음을 참고 있는 표정이었다. 그녀 역시 마론의 아까 표정은 굉장히 웃겼던 것이다.
“그리고 제라늄 군, 이 시간이 끝나면 마법을 풀어줄 테니 쓸데없이 마력을 운용하지 말고 자리에 앉으세요.”
“…….”
제라늄은 어쩔 수 없다는 제스처를 취하고는 얌전히 자리에 앉았다.
제라늄은 마법에 걸렸다는 것을 알고 마력을 모아 자신에게 걸린 마법을 무효화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샤스타의 말대로 그것은 쓸데없는 마력 운용이었다.
제라늄은 샤스타의 마력에 대항하는 일이 얼마나 쓸데없는 일인지 한번 부딪쳐 보고는 알았다.
‘과연 세계 최고의 마도사라는 칭호는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군. 그런 사람이 이 조그마한 학교의 교감으로 지내고 있다니 정말 재미있어. 자, 앞으로 그녀에게 뭘 배우게 될지 기대되는걸.’
그렇게 생각하는 제라늄의 눈은 아주 잠깐이었지만 날카롭게 빛났다.
“하아아.”
마론은 다른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게 작게 한숨을 쉬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방금 전의 소동 탓에 맥이 풀린 마론의 표정은 한결 부드러워져 있었다. 마론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 덕분에 여학생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이제 마론은 집안이니 재력이니 하는 것에 그리 연연하지 않게 됐다.
바로 앞에서 소개를 했던 제라늄은 굳이 집안이 어디인지, 재력이 얼마나 되는지 말하지 않았다.
그렇다. 앞으로 같이 공부해 나갈 친구들과 집안이나 재력을 따지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가?
그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자기 자신에 대해서 떳떳하게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이 최고의 소개가 아닐까?
제라늄의 경우는 조금 이상한 쪽으로 폭주해 버렸지만…….
마론은 숨을 살짝 들이쉬고는 자신감에 가득 찬 목소리로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내 이름은 마로니에 루드베키아야. 조금 여자 같은 이름이라 마음에 안 들어서 스스로 마론이라는 애칭을 지었지만… 그냥 편한 대로 마론이든 마로니에든 부담 없이 불러도 좋아. 특기는 마법으로, 솔직히 마법 이외에는 할 줄 아는 게 없어. 그래서 다소 재미없는 성격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새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 앞으로 잘 부탁해.”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제라늄에 비교하면 평범하고 무난한 소개였다. 너무 무난해서 재미는 없었지만 꾸밈없는 솔직한 말이다.
뭐, 솔직함으로 따지자면 제라늄의 자기소개도 솔직하기는 했지만 그쪽은 도가 지나쳤다.
아무튼 마론의 솔직한 자기소개는 같은 반 친구들에게 잘 전해진 것 같았다.
학생들은 따뜻한 박수로 마론의 자기소개에 답해줬다. 형식적이라는 티가 팍팍 나기는 했지만 리아 역시 박수를 쳐주고 있었다.
마론은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걱정하던 것에 비해서 너무나 쉽게 일이 해결되었다.
따지고 보면 이것도 제라늄이 앞서 난장판을 만들어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말로 일부러 그런 것일까?’
마론은 아까 전에 들었던 샤스타 선생님의 제라늄에 관한 추측을 떠올리고는 슬쩍 제라늄을 살폈다.
침묵 마법 때문에 말을 못 하고 있는 제라늄은 예의 수상한 수첩에 무언가를 열심히 적고 있었다. 물론 적고 있는 것은 여학생들의 신상 정보다.
‘샤스타 선생님,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이 녀석에 대한 평가만큼은 선생님의 말을 신용할 수 없어요.’
마론은 한숨을 쉬며 제라늄에게서 시선을 거뒀다.
“온시디옴 폰 다이가드입니다. 발음하기 어려운 이름이니 그냥 디옴이라고 불러주셔도 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특기라고 할 만한 것은 없고, 좋아하는 과목은 연금술 관련입니다. 앞으로는 이 좋아하는 과목이 특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마론이 잠시 제라늄에게 신경을 쓰는 사이에 어느새 디옴의 자기소개가 끝났다.
그러나 그것보다 마론이 신경 쓰이는 것이 있었다.
바로 교실의 분위기.
아까까지 제라늄의 바보짓과 거기에 휘말린 마론 덕분에 교실의 분위기는 밝았다.
그러나 디옴의 자기소개가 끝났을 때 몇몇 여학생들이 소곤거리며 디옴을 쳐다보고 있었다.
더구나 그리 호의적인 눈빛이 아니었다.
디옴은 그것을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지만 괜히 뒤에 앉은 마론이 거북해졌다.
‘뭐지? 디옴이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해서 그런 거지?’
별로 이상할 것 하나 없는 평범한 소개였다. 방금 전 소개말의 어디에 여학생들이 반감을 가진 시선으로 쳐다봐야 될 이유가 있을까?
오히려 마론의 상식에 비춰보면 제라늄의 바보 같은 소개에 반감을 품어야 되지 않을까?
하지만 평균 이상의 미모와 묘한 자신감에 가득 찬 말 덕분에 대부분의 여학생들은 제라늄에게 호의, 혹은 그 이상의 감정을 품게 됐지만.
물론 안 그런 여학생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한 명 꼽아보자면 마론의 옆자리에 앉은 리아다.
마침 다른 여학생의 소개가 끝나고 리아의 차례였다.
“리아트리스 에르미야라스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게 끝이다. 붙임성 제로를 달리는 인사말이다.
‘저 녀석답다고 해야 되는 건가?’
마론이 리아가 눈치채지 못하게 작게 혀를 차며 생각했다. 그때 교실의 분위기는 또 변했다. 이번에는 시선이 죄다 리아에게로 쏟아졌다.
흔히 여학생들 사이에서 얼굴 예쁘고 건방진 성격이면 ‘쟤, 뭐니? 얼굴 예쁘다고 콧대 높은 거야? 기분 나빠’ 같은 소리를 중얼거리며 흘겨볼 만한데 반 여학생들이 리아를 보는 시선은 달랐다.
여학생들은 하나같이 이해를 못 하겠다는 표정으로 리아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표정은 ‘왜 이 학교에 왔을까?’라는 표정이다.
‘또 왜들 저러는 거지?’
마론은 계속해서 여학생들의 이상한 반응에 적응을 못 하고 당황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세상 물정에 대해서 잘 모르는 마론은 에르미야라스라는 성이 국내 제일의 공작가 가문의 성이라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에르미야라스 공작 가문.
에르미야라스 가문은 과거로부터 문무 안팎으로 숱한 공을 세운 인물들을 배출한 가문이다.
그 공적만을 따지자면 국왕으로 추대되어도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로 아나나스 왕국 최고의 가문인 것이다.
단지 이 가문은 이상하게 대대로 딸만이 태어나고 있었다.
즉, 문무 안팎으로 숱한 공을 세운 인물들이 죄다 여자라는 것이다.
대가 끊기지 않기 위해서 에르미야라스 공작가는 대대로 데릴사위를 들였다.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에르미야라스 가문의 이름은 끊기지 않고 계속 내려왔다.
가끔, 태어난 딸 중에는 그 총명함과 세운 공적을 인정받아 국왕의 아내가 되기도 했다.
소문에 의하면, 이번 에르미야라스 공작가의 영애도 현 황태자의 아내가 될지도 모른다는 진짜 같은 소문이 돌기도 했다.
즉, 리아는 어쩌면 미래에 여왕님이 될지도 모를 인물인 것이다.
그런 인물이 어째서 마법을 배우기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것일까? 물론 사립 사프란 마법 학교는 마법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부가적인 요소일 뿐 실상은 마법을 취미로 배우는 귀족 영애들을 아가씨로 만드는 학교다.
일반 반으로 입학했다면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하지만 지금 이 반은 마법을 전문으로 배우는 장소이다. 그것도 지금 다시 생각해도 머리가 아픈 어려운 마법 시험을 치르고 입학한 것이다.
왜 그녀 정도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본격적으로 마법을 배우기 위해 이 학교에 이 마법 특수반에 들어온 것인가?
궁금증과 호기심에 가득 찬 시선들을 받으면서도 리아는 평소 그대로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오히려 옆자리에 앉은 사정을 모르는 마론이 여학생들의 시선에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모습을 교탁 위에서 바라보고 있던 샤스타는 작게 혀를 찼다.
‘예상은 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더하군.’
아까 교장실에서 리아의 이름을 듣고 알아차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될 거라는 것 또한 이미 예상한 일이었다.
본인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리아의 존재는 본인이 원하지 않더라도 이 마법 특수반의 존재를 흔들게 될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에르미야라스 공작가의 이름이 가진 힘은 컸다.
‘하지만…….’
샤스타는 시선을 돌려 리아의 옆자리에 앉은 마론을 쳐다봤다.
아까 마론과 리아가 벌인 소동은 도저히 소문의 공작가 영애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오히려 그 나이에 어울리는 고집 센 여자아이 모습이었다.
‘어쩌다 보니 당신에게 거는 기대가 커져 버렸습니다. 그녀를 잘 부탁해요, 마론 군.’
샤스타는 모종의 계획을 생각하며 싱긋 웃었다.
그러는 와중에 드디어 학생들의 자기소개가 모두 끝났다.
샤스타는 다시 한 번 주의를 환기시키며 학생들에게 말했다.
“자, 그럼 오늘은 기숙사의 방 배정을 위해 교과서만 받고 일찍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당분간 학급 일을 맡아줄 임시 반장을 뽑아야 되는데 그건 선생님이 임의로 선정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샤스타는 장난기 가득한 미소로 마론과 리아를 쳐다봤다. 어쩐지 마론과 리아는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물론 그 예감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들어맞았다.
“마로니에 군과 리아트리스 양, 두 사람에게 한동안 반장과 부반장의 역할을 부탁드립니다.”
샤스타가 계획한 모종의 계획이란 바로 이것이었다.
“이의 있습니다!”
“이의 있습니다!”
샤스타의 예상대로 마론과 리아가 동시에 손을 들며 동시에 외쳤다.
“기각합니다.”
하지만 샤스타는 얼굴의 미소를 지우지 않으며 단번에 거절했다. 그리고 덧붙여서 말했다.
“이건 부탁이 아니라 아까 소동의 벌 대신입니다. 아니면 역시 다른 벌을 받는 쪽이 좋으신가요?”
“아, 아닙니다.”
“여, 열심히 하겠습니다.”
마론과 리아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금방 손을 내리고 얌전해졌다.
그 둘 덕분에 다른 학생들의 마음속에는 ‘샤스타 선생님께 걸리면 상상할 수 없는 무서운 벌이 내려진다’라는 인식이 깊게 박혔다.
“그럼 반장과 부반장은 도와줄 사람을 데리고 교과서를 받으러 오세요.”
마론과 리아는 망설임 없이 제라늄과 디옴, 그리고 바이올렛을 쳐다봤다.
그들에게 거부권은 없었다.
[소년은 여학교였던 학교에 입학했다 4]
“피곤하다.”
마론은 새로 받은 교과서를 가져온 가방에 담으며 한숨을 쉬었다.
육체적인 피곤함이 아니다. 여러 가지 일이 겹치고 겹쳐 정신적으로 굉장히 피곤했다.
“피곤해.”
그리고 자신의 피곤함의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옆에서 자신과 똑같은 말을 중얼거리며 교과서를 챙기고 있었다.
리아트리스 에르미야라스.
이 나라의 귀족 중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에르미야라스 가의 영애.
하지만 그건 마론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가 되는 것은 최악의 만남부터 시작해서 사사건건 자신의 일에 트집을 잡는 재수 없는-마론에게만-여자란 점이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리아 쪽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앙숙이 돼버린 둘이건만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둘은 같은 마법 특수반에, 그것도 옆자리에, 더구나 반장, 부반장의 직책까지 맡아버렸다.
얼굴도 보기 싫은데 왜 이렇게 얽히는 걸까?
둘은 똑같은 생각을 하며 한숨을 쉬었다.
둘 다 상대방을 싫어한다는 점을 빼면 겉보기에는 마음이 잘 맞는 듯이 보였다.
하지만 그렇게 오해를 했다가는 괜한 불똥이 튀게 된다.
“여어, 신입생 커플 제1호, 슬슬 돌아가자.”
그러나 세상에는 알면서도 불똥이 맞고 싶은 건지, 아니면 그냥 바보인지 분간이 안 가는 사람이 있다.
마론과 리아는 도끼눈을 치켜뜨고 제라늄을 노려봤다. 하지만 제라늄은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뭐 해? 기숙사로 가서 방 배정받고 정리하려면 빨리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그렇게 말하는 제라늄은 그 어떤 기대감에 가득 찬 눈을 하고 있었다.
“남들이 들으면 오해할 말은 하지 말아요!”
“그렇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어!”
“에이, 그렇게 죽이 착착 맞으면서 오해라니? 두 사람은 부끄러움을 너무 많이 타는구나? 이야, 뜨거운데? 휴휴, 두 사람, 정말 뜨거워. 뜨거워? 뜨, 뜨거워! 진짜로 뜨거워어!!”
어느새 제라늄의 주위로 시뻘건 불꽃이 날름거리며 타고 있었다.
넘실거리며 타고 있는 불꽃은 금방이라도 제라늄을 태울 기세로 제라늄의 주위를 빙빙 돌고 있었다.
“자, 잠깐! 이거 마론이야? 마론이 불러낸 거 맞지?! 설마 절친한 친구를 겨우 농담 한마디 했다고 태워 죽이려는 거냐?! 말로 하자고, 말로!!”
“언제부터 우리 사이가 절친한 사이였냐? 그리고 가만두지 않겠다고 분명히 경고했어.”
그렇게 말하며 마론은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제라늄의 주위를 돌던 불꽃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이야아, 과연 수석 천재로구나, 역시 그 어려운 시험을 수석으로 합격한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르군.”
“자화자찬이냐?”
마론은 자신과 똑같이 수석으로 입학한 제라늄을 비꼬듯이 말했다.
“그나저나 이 정도 마법은 충분히 방어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왜 그렇게 엄살이 심한 거야?”
“아니, 나는 실전보다는 이론만 빠삭한 타입이라……. 뭐, 여성을 대하는 일이라면 24시간 늘 실전 대기 상태지만 말이야.”
“그게 자기 입으로 할 소리냐?!”
“흥! 역시 남자는 다 똑같이 저질이군요?”
남의 일인 양 가방을 챙기던 리아가 말했다. 당연히 마론은 그 말에 발끈하며 따지고 들었다.
“어딜 봐서 나랑 이 녀석이랑 똑같다는 거야?!”
“무례하고 저질이란 점이요.”
“잔인한 소리 하지 말아줘! 난 적어도 이성은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고!”
“흥! 내가 보기에는 두 분 다 이성을 놓고 온 것처럼 보이는데요?”
“그러니까 저 녀석이랑 똑같이 취급하지 말라고 분명히 말했어!!”
“둘 다 잔인해.”
제라늄은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울먹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