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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 사프란 마법 여학교였던 학교
작가 : 강명운
작품등록일 : 2016.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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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 화
작성일 : 16-07-14     조회 : 472     추천 : 0     분량 : 7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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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기, 그것보다 서두르지 않으면 방 배정 시간에 늦을지도 모르는데…….”

 그때가지 잠자코 듣고 있던 디옴이 시계를 가리키며 말했다.

 디옴의 말대로 아까 전달받은 기숙사 방 배정 시간까지는 이제 30분도 남지 않았다. 학교에서 기숙사까지 20분 정도 걸리니 여유 부리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어?”

 “응? 디옴, 아직 안 갔냐?”

 그러나 마론과 제라늄은 디옴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었다.

 “응, 계속 여기 있었는데……?”

 그렇게 말하며 디옴은 부끄러운 듯 뺨을 긁적거렸다.

 그때 마론 등은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같은 생각을 했다. ‘어째서 디옴이 여기 있는 걸 눈치채지 못했지?’라고.

 디옴은 가공하다는 표현을 써도 좋을 정도로 존재감이 약했다.

 마론 등이 디옴의 가공할 스텔스 능력(?)에 놀라고 있을 때 어느새 돌아갈 준비를 마친 리아와 바이올렛이 교실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바이올렛은 마론 등에게 손을 흔들어 말했다.

 “아, 저기, 미안! 우리 먼저 갈게!”

 “바이올렛. 일일이 저분들에게 인사 같은 건 안 해도 돼.”

 “하지만 같은 반 친구인데…….”

 “난 저분들과 친구가 된 기억이 없어. 물론 앞으로도 될 생각이 없고.”

 “리, 리아야.”

 “자, 어서 가자.”

 “으, 응.”

 찬바람이 몰아쳐도 이보다는 따뜻할 것이다.

 바이올렛은 리아의 뒤를 따라가다가 뒤를 돌아보며 마론 등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마치 대신 사과라도 하는 듯한 행동이었다.

 리아와 바이올렛이 사라지자 마론은 가방을 들며 한숨을 쉬었다.

 “도대체가 저 녀석은 한 마디라도 곱게 말할 생각은 아예 없는 건가?”

 “뭐, 첫 만남이 최악이었으니 어쩔 수가 없잖아?”

 제라늄의 지적에 마론은 첫 만남을 생각했다. 확실히 최악이었다.

 “난 그렇게 만나고 싶어서 만났던 게 아니라고.”

 “뭐, 그렇기는 하겠지만…….”

 “그나저나 리아트리스 씨도 힘들겠다.”

 디옴이 진작에 싸뒀던 가방을 들고 마론의 뒤를 따라가며 말했다.

 “응? 뭐가?”

 “그녀의 출생 때문이지.”

 역시 가방을 든 제라늄이 마론의 옆으로 나란히 걸으며 말했다.

 “출생? 아, 그러고 보니 아까 소개 시간 때 말이야. 여자애들의 그 반응, 어떻게 된 거야? 리아트리스를 그 뭐라고 해야 되나……. 음, 꺼려하는 느낌 같던데…….”

 “어쩔 수 없지. 그녀는 에르미야라스 공작가 영애니까.”

 “에르미야라스 공작가 영애? 그거랑 다른 여자애들이 꺼려하는 거랑 무슨 상관이 있어?”

 제라늄과 디옴은 신기한 걸 보는 눈으로 마론을 쳐다봤다.

 “뭐, 뭐야?”

 “아니, 세상 물정 모르는 것도 그 정도면 범죄겠다 싶어서 말이야. 차라리 미소녀가 세상 물정 모르면 귀엽기나 하지, 남자가 돼서 그 정도로 세상에 대해서 모르면 말이야… 앗! 미, 미안! 말이 헛나왔어! 미안하다니까! 제발 불꽃은 치워!!”

 어느새 마론의 손안에 넘실거리는 마법의 불꽃을 보며 제라늄은 후다닥 뒤로 물러나며 소리쳤다.

 마론은 한숨을 쉬며 주먹을 꾹 쥐었다. 그러자 방금까지 마론의 손안에서 타고 있던 마법 불꽃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에르미야라스 공작가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영향력 있는 귀족 가문이야. 만약 현재 왕위 계승자가 없다면 가장 유력한 후보가 에르미야라스 공작가 사람이야.”

 제라늄은 한숨을 쉬며 간단하게 설명해 줬다.

 “어? 잠깐! 그거 무슨 뜻이야?”

 “그러니까 그녀, 리아트리스는 왕녀가 될지도 모르는 신분이란 뜻이지. 뭐, 그렇게 되려면 지금의 황태자가 없어져야 된다는 전제 조건이 붙지만……. 뭐, 황태자와 결혼한다는 선택도 있지. 한때는 진짜로 황태자와 약혼했다는 소문도 있었어. 뭐, 사실이 아니라는 점은 이미 밝혀졌지만 마음만 먹으면 기정사실로 만들 수도 있는 집안이야. 그만큼 차원이 달라도 너무 다른 신분이라는 거지.”

 그렇다. 장차 왕녀가 될지도 모르는 신분의 공작가 영애가 무엇 때문에 마법사가 되기 위해 마법 특별반으로 들어온 것인가? 그 점이 바로 다른 여자아이들이 리아를 꺼려하는 이유인 것이다.

 “흠.”

 마론은 심각하게 고민하는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이제야 일의 중대함을 알아차린 걸까? 그렇게 생각한 제라늄과 디옴은 말없이 걷기만 했다.

 잠시 후 마론은 여전히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런데 말이야.”

 “응?”

 “그 일이 어째서 여자들이 리아트리스를 꺼리게 되는 이유가 된다는 거야?”

 제라늄과 디옴은 그 자리에서 멋지게 넘어졌다.

 마론은 왜 그러냐는 표정으로 둘을 쳐다봤다.

 “정말 몰라서 묻는 거냐?”

 제라늄의 말에는 한심하다는 투가 듬뿍 담겨 있었다. 그것을 느낀 마론은 조금 붉어진 얼굴로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모, 모르는 걸 어쩌라고?!”

 무언으로 한숨을 쉬는 제라늄 대신에 디옴이 보충 설명을 달아줬다.

 “그러니까 말이야, 우리 같은 하급 귀족이랑 차원이 다른 신분이 무엇 때문에 마법사를 지망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꺼려하는 거야.”

 “신분 차이? 나 원 참, 다들 이상한 데 신경을 쓰는구나?”

 “이상하다고?”

 제라늄의 의문에 마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이상하잖아. 마법을 배우고 싶은데 어째서 신분 차이에 신경을 써야 되는 거야?”

 그 이유는 아무리 현재 마법사가 국가의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해도 아나나스 왕국은 과거에 마법을 부정하던 왕국이다.

 지금이야 마법이 중요한 전력이라는 점 때문에 육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도 마법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잔재 의식이 남아 있다.

 아직도 왕궁에 궁정 마법사가 없는 유일한 나라가 아나나스 왕국이다. 그리고 아나나스 왕국은 남존여비 사상을 지닌 나라다.

 여자의 몸으로, 하물며 명문 귀족의 영애가 마법사로 활약하는 것은 보기 안 좋다는 낡은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 사프란 마법 여학교도 마법은 보너스고, 실체는 예절 바른 아가씨를 양성하기 위한 귀족 영애를 위한 학교다.

 이런 상황이니 사프란 마법 학교에서 세계적으로 널리 이름이 알려진 아가씨 마법사 베고니아가 나온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런 사프란 마법 여학교에 리아가 입학을 한다면 당연히 일반 클래스로 가야 정상인 것이다. 그것이 아나나스 왕국의 상식인 것이다.

 그런데 아나나스 왕국 사람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을 이 상식에 마론은 순수하게 의문을 가지고 이의를 제기하고 있었다.

 그 순간 제라늄과 디옴은 똑같은 생각을 했다.

 ‘이 녀석, 순수 배양?’

 그렇다. 마론은 바깥세상과 단절된 생활만 한, 글자 그대로 순수 배양된 천재인 것이다.

 제라늄은 마론의 어깨를 치면서 말했다.

 “너, 정말 아깝다.”

 “응? 뭐가?”

 “너, 여자였다면 틀림없이 애독자 인기 순위 1위를 차지할 순진무구한 미소녀 캐릭터가 됐을 거야. 거기에 자주 화내는 성격이란 점이 금상첨화지. 요즘은 나긋나긋한 순진무구 미소녀보다는 냉정한 성격을 가진 순진무구한 미소녀가 더 인기거든. 일반적인 상식을 모르는 것을 자존심 때문에 아는 척하다가 나중에 들키게 되면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며 어쩔 줄 몰라 하는 그 반전이 남자의 애간장을 녹이지. 말이 나와서 말인데…….”

 그렇다. 요즘 대세는 튕기는 맛이 있는 미소녀란 말이다. 거기에 약간 일반 상식이 모자라는 캐릭터라면 더욱더 귀엽다.

 더구나 그런 성격의 미소녀가 나중에 주인공에게 잘해주는 모습이나 부끄러워하는 반전이 죽여준단 말이다!!

 제라늄이 그런 대세에 대해 설명하려고 할 때 마론이 급히 말을 끊으며 말했다.

 “아니, 잠깐 스톱. 이해할 수 없는 네 취향은 더 듣고 싶지 않아. 그 이전에 방금 한 말, 은근슬쩍 내 이름이 여자 같다고 놀린 것이지?”

 이해할 수 없는 취향을 가져서 미안하군, 마론. 이 재미없는 놈 같으니…….

 “아니, 순수하게 네 성격을 칭찬한 말인데.”

 특정 부류만 납득할 수 있는 칭찬인 것이 마론에게 문제라면 문제지만.

 “이상한 말로 주제 흐리지 마! 내 질문에는 대답 안 해줄 거야? 왜 리아트리스가 그런 이상한 취급을 받아야 되는 건데?!”

 “역시 납득할 수 없는 거야?”

 “납득 못 하지.”

 “어째서 납득 못 하는데? 어차피 마론, 너한테 피해가 가는 것도 아닌데 그냥 모른 체해도 되잖아?”

 “그게 말이 되냐!!”

 마론은 정말로 화를 내고 있었다. 순수한 분노, 그것은…….

 “같은 반 친구 일인데 신경 쓰이는 게 당연하잖아?!”

 “그렇게 싸워대는데도?”

 “그거랑 이거는 별개! 아무튼 난 그런 차별은 도저히 납득 못 하겠어!”

 마론의 말에는 순수하게 같은 반 친구를 걱정하는 진심이 깃들어 있었다.

 그 진심은 일부러 비아냥거리는 말을 하던 제라늄과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디옴에게 확실하게 전해졌다.

 제라늄은 씩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마론이 해야 될 일은 하나뿐이네.”

 “무슨 일?”

 “마론부터 순수하게 같은 반 친구로서 친하게 그녀와 지낼 것.”

 “친하게 지내라니? 그건 무리다. 나랑 리아트리스는 앙숙이라고.”

 “그러니까 그 앙숙인 상태로 친하게 지내면 된다는 거야.”

 앞과 뒤가 맞지 않는 단어 나열에 마론은 이해 못 하겠다는 표정으로 제라늄을 쳐다봤다.

 그 표정이 재미있게 보였는지 제라늄은 쿡쿡거리며 웃었다.

 “일단은 내 말대로 해봐. 그러면 네 걱정거리가 자연스럽게 사라질 거야.”

 “도대체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이해를 못 하겠다.”

 마론은 지쳤는지 더 이상 따지고 드는 것을 그만뒀다. 그때 앞서가던 제라늄은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마론에게 물었다.

 “그럼 마론은 어때?”

 “뭐가?”

 “그러니까 리아 양이 진심으로 마법사가 되겠다고 한다면 무슨 말을 해주고 싶어?”

 “무슨 말이냐니?”

 마론에게는 뚱딴지같은 질문이었다.

 앙숙한테 무슨 좋은 말을 해주란 말인가? 뭐, 그렇다고 나쁜 말을 해주고 싶을 정도로 미운 건 아니었다. 그저…….

 “뭐, 열심히 해라 정도겠지.”

 “너한테는 그 정도가 한계구나.”

 “그 이상 뭘 바라는데?”

 “꽉 껴안으면서 귓가에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이는 거야. 남들이 뭐라고 하든 난 널 응원하고 있어. 열심히 해, 리아. 사랑하고 있어 정도는 해야지.”

 “…절대로 무리. 아니, 갑자기 사랑하고 있어는 또 뭐야?! 그게 그렇게 간단히 내뱉을 말이냐?”

 “응? 난 매일 여자들에게 말하는데?”

 “최악.”

 인상을 구긴 마론의 표정이 뭐가 재미있는지 제라늄은 키득거렸다.

 “아, 그리고 말이야…….”

 거기서 잠시 말을 멈춘 제라늄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 역시 관둘래.”

 “말하다가 말고 뭘 관둔다는 거야?”

 “이 이상은 도와주기 싫다는 거야. 나도 리아 양이 마음에 들거든.”

 “하아아?”

 여전히 이해 못 할 녀석이다. 아니, 평생 가도 이해 못 할 녀석이 될지도 모른다. 마론은 제라늄에 대한 인상을 그렇게 단정 지었다.

 “자, 재미없는 이야기는 여기서 끝! 우리 함께 파라다이스로 어서 돌아가자!!”

 “파라다이스?”

 “가보면 알아~ 가보면~ 어이, 디옴! 빨리 가자! 파라다이스로 고, 고고!!”

 제라늄의 등쌀에 마론과 디옴은 거의 반강제로 달렸다.

 하지만 그 셋은 잊어버리고 있는 것 같았다, 사프란 마법 학교의 교칙 중 ‘복도에서 뛰지 말 것’이라는 항목이 있다는 것을.

 아니, 잊어버렸다고 말하기 전에 제라늄은 애초에 모르고 있는 것 같았지만.

 덕분에 세 명은 깐깐한 여선생에게 걸려서 복도에 서 있게 되는 벌을 받게 되지만 그건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다.

 중요한 일은 마론 등이 사라진 복도의 교실 문이 열리면서 얼굴을 살짝 붉힌 리아와 그런 리아의 표정을 보며 킥킥 웃고 있는 바이올렛이 나왔다는 일이다.

 두 사람은 리아가 잊은 물건이 있어서 돌아오는 길에 마론 등의 목소리를 듣고 ‘저런 녀석과 더는 얼굴 마주치기 싫다’는 이유로 빈 교실에 숨어 있었던 것이다.

 “뭐야?”

 자신을 쳐다보며 생글생글 미소 짓는 바이올렛이 마음에 걸리는지 리아는 볼멘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 그냥. 마론은 좋은 사람이다. 그치?”

 “흥.”

 바이올렛의 질문에 리아는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부정은 하지 않았다. 아까 마론이 진심으로 외쳤던 말은 리아에게도 잘 전해진 것이다.

 그것을 알아차린 바이올렛은 입가를 가리고 쿡쿡 웃었다.

 “웬만하면 이제 안 좋았던 일은 잊어버리고 친하게 지내는 게 좋지 않아?”

 “…….”

 “아침에 있었던 사건 때문인 건 이해하지만 그건 리아 쪽 잘못도 있어.”

 “…….”

 “그런데도 마론은 다른 사람처럼 리아를 색안경 끼고 보는 짓은 안 하잖아. 틀림없이 천성이 착한 사람일 거야.”

 “그, 그건 그 녀석이 단지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것뿐이야!”

 “하지만 방금 설명을 듣고도 나쁘게 말하지는 않았잖아?”

 “그, 그거야 그렇지만… 그래도… 그… 뭐냐… 그게…….”

 리아는 끝까지 뭔가 항변을 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솔직히 절반 정도는 바이올렛의 의견에 찬성하고 있었다.

 자신의 출생에 대해서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오히려 신경 쓰는 사람들이 이상하다는 말까지 해준 마론이 고맙게까지 생각됐다.

 하지만 자존심 때문에 쉽게 긍정하기는 싫었다.

 “재미없는 이야기는 그만하자. 어서 돌아가지 않으면 방 배정 시간에 늦게 돼. 그 녀석, 흠흠, 마, 마로니에보다 늦게 가면 먼저 나온 우리 입장이 뭐가 되겠어? 어서 서두르자.”

 결국 자존심이 이겼는지 리아는 끝까지 인정하지 않고 새침한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아주 조금은 인정한 건가? 뭐, 리아답지만…….’

 리아가 항상 그 녀석이라고 말하던 마론을 이름으로 부른 것만으로도 크게 양보한 것이다.

 ‘뭐, 그래도 마론 앞에서는 죽어도 저 모습을 안 보이겠지. 아깝다. 이렇게 귀여운데…….’

 바이올렛은 자신보다 훨씬 어른스럽고 믿음직했던 친구가 지금 이 순간 정말로 귀엽게 보였다.

 그러다 문득 이런 모습의 리아는 처음 본다는 사실을 생각해 내고는 다시 쿡쿡거리며 웃었다.

 리아는 바이올렛의 웃음이 신경 쓰였지만 두려운 대답이 돌아올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물어볼 수 없었다.

 그렇게 서두르는 중에 리아는 문득 잊어버리고 있던 그 어떤 사실이 기억났다.

 왜 그렇게 중요한 일을 잊어버리고 있었을까? 아니,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생각 안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기, 바이올렛.”

 “응?”

 “마로니에와 애들, 어느 기숙사에 들어가는 거야? 사프란 마법 여학교는 여자 기숙사밖에 없잖아.”

 정확히는 ‘였던 학교’다. 비록 남자는 셋뿐이지만 오늘부로 사프란 마법 여학교는 정식 남녀공학이 된 것이다.

 “어라? 그러고 보니… 에? 설마……?”

 그리고 오늘부로 남녀공학이 된 사프란 마법 학교에 기숙사는 아직 하나뿐이다. 무엇보다 단 셋뿐인 남학생 때문에 새로 기숙사를 지을 리는 없고, 지었다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

 더구나 샤스타 교감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안 했다.

 아니, 그전에 지금 생각하면 샤스타 교감은 은근히 그 문제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기를 꺼려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세 남학생은 어느 기숙사에 들어가는 것인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금방 답이 나온다. 당연히 남자 기숙사다.

 다들 이 상식에 사로잡혀서 가장 중요한 문제를 놓쳤던 것이다.

 첫째, 사프란 마법 여학교였던 학교에 남자 기숙사는 없다.

 둘째, 샤스타 교감은 따로 남학생의 숙소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셋째, 있는 숙소라고는 여자 기숙사밖에 없다.

 힌트는 셋, 그리고 정답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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