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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노을
작가 : 아이린
작품등록일 : 201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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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시선
작성일 : 17-06-04     조회 : 298     추천 : 0     분량 : 3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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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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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나가 그 곳을 계속 응시하다 자신의 괜한 착각이라고 생각하고 집으로 들어간다.

 집으로 들어가자 특유의 찻잎 냄새와 오래된 나무 냄새가 났다.

 익숙한 곳에 들어서자 안나의 위축된 몸이 풀렸고, 곧장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는 방 2개가 있는데 하나는 어릴 때 엄마 레이첼이 쓰다가 방학마다 안나가 와서 쓰는 방이 되었고, 하나의 방은 주로 서재로 쓰고 있었고, 방 한쪽엔 찻잎을 말려 놓은 것들이 있다. 자신의 방 문 앞에 서자 어릴 때 써놓은 ‘안나의 방’이라고 써져 있는 팻말을 만지며 미소를 짓는다. 방문을 여니 침대엔 새 이불과 함께 없었던 컴퓨터와 화장대가 놓아져 있었다.

 책상 위에 놓인 컴퓨터와 하얀 화장대를 보자 마가렛이 자신을 위해 마음 써준 게 고마웠다.

 옷장을 열어 트렁크에 든 옷가지들을 정리하고 나니 횅하게 느껴져 조만간 시내로 나가 옷과 필요한 것들을 사야겠다고 결심을 한다.

 새로워진 방을 둘러보다 문득 창문을 보더니 다가가 문을 활짝 연다.

 창문으로 보이는 숲 속들 사이에 집 높이만한 나무 하나가 보이자 반가운 안나다.

 그 나무는 안나가 태어나던 해에 마가렛이 심은 나무였고, 어느 덧 자라 2층 집 높이만큼 자랐다. 워낙 좋은 나무가 많은 센드레지만 안나는 자신의 이 나무를 유독 아낀다.

 나무를 한참 바라보다 캐리어 구석에 있던 아빠 매튜에게 선물 받은 드림캐처를 꺼낸다.

 악몽을 자주 꾸는 안나에게 매튜의 걱정스러운 마음이자 행복한 꿈을 꾸길 바라는 소망이 담긴 선물이었고, 그 것을 창문 윗 쪽에 달아놓는다.

 화장대에 화장품과 책상에 물건을 정리하고 나니 온전히 자신의 방 같아서 마음이 놓였다.

 

 침대에 누워 멍하게 있자, 밖에서 차 소리가 들리며 조이의 차가 집 앞에 들어선다.

 마가렛이 내리자 안나가 얼른 1층으로 내려가 할머니를 반긴다.

 

 

 “짐은 정리 다 했고?”

 “네. 짐이 그렇게 많진 않아서 금방이었어요.”

 “필요한 거는 주말에 할미랑 사러 나가자꾸나. 배고프지?”

 

 

 안나가 이사하느라 정신이 없어 배고픈 것도 잊고 있다가 자신이 하루종일 먹은 게 없는 것을 깨닫고 웃으며 끄덕이자 마가렛이 주방으로 가서 분주하게 움직인다.

 평소 마가렛의 음식을 좋아하던 안나는 할머니를 졸졸 따라가서 식탁에 앉는다.

 재료가 없다며 베어컨과 계란 프라이를 하며 미안한 표정을 짓자, 안나는 내일 오전엔 장 보러 가자며 웃어보인다.

 웃는 안나의 모습을 보자 안심을 한 마가렛이 미소를 띄며 접시에 베어컨과 프라이를 담고, 안나가 냉장고에서 주스를 꺼내 컵에 담는다.

 평소와 다른 저녁이었지만 안나는 애써 밝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고, 마가렛도 어제 일에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저녁 식사가 끝나고 마가렛과 즐겨보던 드라마를 시청하며 부모님 일을 잊으려고 애썼다.

 드라마가 끝나자 방으로 씻고 자아겠다며 안나가 마가렛에게 인사를 한다.

 

 

 “안녕히 주무세요. 할머니.”

 “잘자라. 안나.”

 

 

 안나는 마가렛 앞에선 미소를 유지하고 2층으로 얼른 올라간다.

 1층에서는 더 이상 텔레비전 소리가 나지 않았고, 집에는 정적이 흘렀다.

 방으로 들어온 안나는 거울 앞에 한참을 있다가 왼쪽의 렌즈를 빼기 시작한다.

 파란색 눈으로 돌아오자 거울을 보기 싫은지 거울을 괜히 치고는 욕실로 들어간다.

 욕실은 마가렛이 준비 해놓은 새로운 세면도구들과 샤워가운이 보였고, 거울을 보지 않고 곧바로 욕조에 물을 받기 시작했다. 욕조에 물이 가득차자 옷을 벗고 안으로 들어간다.

 갑작스럽게 날씨가 쌀쌀한 곳으로 와 움츠렸던 근육들이 풀리면서 몸이 따뜻해졌다.

 

 몸의 피로가 풀리자 문득 장례식에서 일이 생각나며 안나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자신들을 향해 했던 독설들. 상처 받았지만 아닌 척 했다.

 처음부터 오드아이로 태어났던 것은 아니었다.

 단지 자라면서 외출하고 온 어느 날 갈색 눈이었던 오른 쪽 눈이 파랗게 바뀌었을 뿐.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유명한 안과란 안과는 다 다녀봤지만 원인불명이었다.

 그렇게 오드아이가 되었고, 사람들의 신기한 시선과 조롱어린 시선을 견뎌야했다.

 처음엔 안대를 하고 다녔지만 그 것도 곧장 짓궂은 아이들에게 놀림거리가 되었고, 결국 렌즈를 끼고 파란 눈을 가리게 되었다.

 그나마 집에 있을 때는 거의 렌즈를 빼고 있고, 나간 후에는 꼭 자기 전에 렌즈를 뺀다.

 장례식 때 렌즈를 일부러 끼지 않았다. 부모님 가시는 길에서 조차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람들 차가운 반응에 안나는 주먹이 하얗게 되도록 세게 쥐었고 얼마나 세게 쥐었는지 손바닥에 손톱자국이 날 지경이었다.

 

 안나는 자신의 손바닥을 보며 한숨을 내쉬곤 욕조에서 나와 목욕가운을 입는다.

 방으로 들어오자 창문을 열어놓은 탓에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고 화장품을 바르고 침대로 뛰어들었다. 푹신한 이불에 기분이 좋아졌고, 오늘은 왠지 잠이 안 올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집에서 즐겨 입던 부드러운 소재의 잠옷으로 갈아입고 트렁크에 있던 책 ‘오만과 편견’을 꺼내와 읽다 잠들어야겠다고 생각을 한다.

 책을 펼쳐 읽다보니 책에 빠져들었고, 창가에 있던 드림캐처가 바람이 살짝 불어 흔들린다.

 드림캐처에 있던 구슬과 깃털이 흔들리자 안나가 창가를 바라본다.

 누군가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져 창가를 내다 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숲 속의 한 나무 가지에 어떤 형태가 서있자 뭔지 하고 눈을 찡그리며 집중해서 본다.

 보이지 않았고, 부엉이인가 하고 다시 침대에 엎드려 책을 읽기 시작한다.

 

 안나가 응시했던 나무 가지 위엔 검은 머리를 한 남자가 서있었고, 안나의 방 안을 지켜본다.

 남자가 고개를 까닥하고는 숨을 크게 쉬어 냄새를 맡는 듯 했다.

 묘한 표정을 짓고는 그 나무에서 사라진다.

 안나는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책을 읽다가 잠들었다.

 

 아침이 밝자 어둑한 하늘과 안개로 가득하자 자신이 센드레에 왔다는 걸 다시 실감한다.

 창가에 보이는 짙푸른 나무들을 보니 문득 숲 속에 가보고 싶어졌다.

 방학 때마다 숲에 들어가서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게 안나의 취미였다.

 이제 앞으로 계속 할 생각을 하니 조금 들떠서 1층으로 내려갔다.

 부엌에서는 치킨 스프 냄새가 났고, 마가렛이 토스트 한 빵을 접시에 놓으며 안나를 반긴다.

 식탁에 앉은 안나가 오늘 일정에 대해 조잘조잘 떠든다.

 

 

 “오늘 오후에 찻집으로 갈게요.”

 “그래. 그 때 장보러 가자꾸나. 오전에는 뭐할거니?”

 “필요한 거 정리하고 산책 좀 하려고요.”

 “그래. 너무 숲 속 깊게는 들어가지 말아라.”

 “네.”

 

 

 아침을 먹은 후, 마가렛은 찻집으로 출근을 했고 안나는 집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필요한 것을 확인하고는 책상에 앉아 메모를 하기 시작한다.

 그리곤 CD플레이어랑 책을 들고 숲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걸음을 뗐고, 숲 속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나무들이 더 높게 뻗어있고 어두워지기 보단 밝아지는 느낌이었다.

 어제부터 느껴졌던 자신을 꿰뚫어 보고 있는 듯한 시선이 자꾸 들어 주변을 돌아본다.

 자신이 괜히 그런가 싶어 다시 앞을 보는데 숲 속 멀리 사람의 형태가 보인다.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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