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는 마지막 구절을 소리를 내어 읽다가 책을 덮으며 미간이 찌푸려지며 알 수 없는 표정이다. 전설 같은 것에 흥미 있었지만 그 남자의 정체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
남자의 빠른 속도는 보지 못했지만 어느 순간 자신의 앞에 와있던 건 확실했다.
외모 가지고는 도저히 그를 뱀파이어라 확실할 수 없었고 한 번 더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가 만약 시내 한 복판을 걸어 다녔다면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을 것이다.
그만큼 그는 아름다웠고, 모델 같았다. 안나는 그에 대해 고민을 하다 잠이 든다.
안나는 알람소리에 힘겹게 눈을 떴다. 센드레의 아침 날씨는 제법 좋은 축에 속하는 날씨였다. 여전히 어두운 도시였지만 비는 오지 않았고, 온도도 춥지는 않았다.
어제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생각할 겨를도 없었지만, 새 학교로 전학을 가는 날이었고 갑작스러운 전학에 긴장이 되는 안나였다.
절대 슬픈 아이로 보이지 않고 밝은 아이로 보이겠다고 다짐을 하고 방을 나섰다.
1층으로 내려가니 조이가 부엌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고, 안나를 보고 반갑게 인사를 한다.
“안나, 오늘 전학 첫 날이라서 내가 데려다 주려고 왔어.”
“고마워요.”
“니 차를 구하고 있는데 구하면 바로 니가 탈 수 있도록 할게.”
“우와. 차 생각도 못했는데. 정말 고마워요.”
“이따가 내 동생도 같이 갈 건데 널 안내 해줄 거야.”
“아, 혹시 라일리?”
“라일리 기억하고 있네. 너랑 학교 다닐 생각에 신난 거 같던데?”
조이의 동생 라일리는 방학 때 센드레에 올 때 가끔씩 찻집에서 마주치기도 했다.
조이와 비슷한 외모로 성격도 조이처럼 쾌활하고 유쾌해서 금방 친해졌다.
안나는 라일리랑 학교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해보지 않았는데 다행이다 싶었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마가렛에게 인사를 하고 조이의 차에 올라탔다.
시내에 들어서자 길가에 서있던 남자를 보더니 차를 멈춰 섰다. 라일리였다.
뒷문이 열리고 라일리가 앉으며 인사를 했고, 학교에 대해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시내에서 조금 달리자 센드레 고등학교 간판이 나왔고 조이가 빠르게 주차 후 안나와 라일리가 내렸다. 조이는 안나를 당부하면서 라일리의 머리에 꿀밤을 주고는 시동을 걸었다.
라일리는 머리를 만지며 안나를 보며 민망한 듯 웃다가 학교 안내를 한다.
전교생이 300명 이하로 소도시의 작은 학교였고, 전과 다니던 학교와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처음 보는 이방인을 보자 학생들은 안나를 힐끔 거렸고, 시선이 불편해진 안나는 고개를 숙이고 라일리 옆에 붙어 걷기 시작했다.
“안나, 작은 동네에 새로운 사람이라 저러는 거니까 신경 쓰지마.”
“응.. 내가 이상해 보이나?”
“그건 아니야. 콘월은 햇빛이 강렬할 텐데 니가 너무 피부가 하얘서 그런 거 아닐까?”
라일리의 농담에 안나는 황당하면서 조금씩 안심이 되는지 이것저것 질문을 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시선들이 더 따가웠지만 라일리의 특유의 친화력으로 그들에게 인사를 가볍게 하고 교무실로 들어갔다.
교무실에서 안경을 쓴 날카로운 인상의 선생님이 안나를 보자마자 서류를 보며 인사를 한다.
“니가 안나 그린이구나. 시간표 먼저 주마.”
“네. 안녕하세요.”
“안나, 나랑 시간표는 거의 같으니까 나랑 같이 가자.”
라일리의 시간표와 거의 비슷해서 안심의 한숨을 쉬고 라일리를 따라 복도를 걸어갔다.
복도를 걷다 긴 생머리의 금발 소녀가 라일리의 등을 탁하고 치며 인사를 반갑게 했다.
“캐시, 여기는 안나. 내가 어제 얘기했지?”
“안나! 반가워. 나는 캐시 워드야. 넌 안나 그린이지?”
“반가워. 다들 날 알고 있구나.”
“라일리가 떠들어대고 다녀서 그래. 앞으로 잘 부탁해.”
“나도.”
캐시의 말에 라일리는 부끄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고, 캐시가 악수를 청하자 안나도 손을 내밀었다. 두 명의 친구와 얘기를 하며 교실로 들어섰고 교실에 앉아있던 학생들은 초면인 안나를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시선이 부담스러운 안나는 얼른 자리에 가서 앉았다.
선생님이 들어오기 전, 교실 문이 열리고 한 남자애가 들어섰다.
그 남자애를 보고 안나는 놀란 눈으로 바라봤고, 두려움에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안나의 시선 때문인지, 채취 때문인지 안나를 향한 시선이 고정 되어 있었고, 안나가 볼 수 없는 자리에 앉아서도 계속 안나를 쳐다봤다.
시선이 계속 느껴진 안나는 숨이 막히는 듯 했고, 알 수 없는 기분에 휩싸였다.
렌의 시선 때문인지 새 학교에 대한 긴장보다 렌에 대한 긴장감이 생겨 버렸다.
선생님이 들어와서 문학 수업이 시작됐고, 렌은 계속 안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안나에게 숨 막히던 수업들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어 라일리와 캐시랑 식당으로 움직였다.
입맛이 없던 안나가 샐러드만 받아왔고, 그들과 자리를 잡았다.
그리곤 안나에게 한 발소리가 집중되더니, 렌과 리키가 식당으로 들어섰다.
리키는 학생들에게 미소를 짓고, 음식을 받아갔고 렌은 표정 없이 리키를 따라갔다.
안나와 동떨어진 테이블에 둘은 앉았고, 리키는 음식을 입에 대지 않고 떠들기 시작 한다.
렌은 리키의 말을 듣는 건지 마는 건지 창가만 바라 봤다.
안나는 그들을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라일리, 혹시 쟤들이 누군지 아니?”
“응. 쟤네는 리키, 렌 캠벨이야.”
리키와 렌의 얘기에 캐시가 끼어들며 속삭이듯 설명하고, 안나는 귀를 기울였다.
“렌 캠벨, 금발 머리 남자애야. 보다시피 엄청 잘생겼어. 뭐 아름답다고 표현하는 게 맞나?
우리랑 같은 클래스야. 아까 수업에서 너도 봤지?”
“응. 동갑이었구나.”
“맞아. 그리고 갈색 머리는 리키 캠벨. 렌보다는 아니지만 쟤도 잘생겼어. 귀엽지. 리키는 우리보다 한 학년 아래야.”
“둘이 형제인거지?”
“응. 둘이 되게 닮은 듯 안 닮은 듯 하지? 둘은 보이는 것처럼 우리랑 안 어울리려는 거 같아. 리키는 아닌 거 같은데 렌은 그런 거 같아.”
“맞아, 나도 말해본 적은 한번 뿐이야.”
안나는 말없이 끄덕였고 렌을 힐끔 보자 렌이 안나를 뚫어질 듯 바라보고 있었고, 희미하게 미소를 짓는 거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