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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노을
작가 : 아이린
작품등록일 : 201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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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6-08     조회 : 332     추천 : 0     분량 : 2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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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빛에 비춘 안나의 얼굴은 땀으로 뒤엉킨 긴 붉은 기의 갈색머리가 들러붙어 있었다.

 진정되지 않는 심장을 붙잡고 창가로 가 창문을 열고 바람을 쐬며 눈을 감았다.

 센드레의 새벽은 선선했고, 공기도 맑아 안나를 안정시켜 주었다.

 꿈이 너무 실감이 나서 생생하게 생각이 났고, 그 남자는 본 적이 없었지만 낯익었다.

 렌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겼지만 렌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두 남자가 안나의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결국 뜬눈으로 새벽이 지났고 학교를 갔다.

 

 

 오늘은 라일리가 직접 차를 몰아 안나를 데리러 왔고, 학교에 편하게 도착을 했다.

 안나의 얼굴을 보자마자 라일리, 캐시 모두 못 잤냐고 피곤해 보인다는 말이 인사말이었다.

 문학수업이 시작되고, ‘오만과 편견’ 영화를 감상하기로 하여 비디오가 재생이 됐고, 교실의 불은 꺼졌다.

 이미 여러 번 영화를 봤던 안나는 졸음 가득한 표정으로 영화를 봤고, 괜히 몸을 움직였다 렌의 자리를 무의식적으로 바라봤다. 렌은 자리에 없었고, 조금 실망한 표정으로 앞을 보고 신경 쓰여 집중을 하지 못했다.

 

 수업이 끝나고 정신없이 나가는 아이들 사이로 하품을 크게 하는 안나를 보며 캐시는 얼른 집에 가서 눈이라도 붙이라고 했고, 라일리가 데려다 주겠다고 하고 그의 차에 올라탔다.

 조수석에서 멍하게 기대고 앉아 있는데, 본능적으로 누군가 자길 보고 있다는 게 느껴졌고 그 쪽을 바라봤다. 렌의 동생 리키가 차 안에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미소를 짓더니 운전을 하며 라일리의 차를 지나쳤다.

 

 

 “뭐지..”

 “응? 뭐가?”

 “아무것도 아니야. 오늘도 잘 부탁합니다.”

 

 

 안나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침대로 달려가 누워버렸고 피곤했는지 금방 잠들어버린다.

 

 

 리키의 차가 숲 속 한 가운데 길을 미끄러지듯 달리더니 3층의 큰 창문들로 가득한 집에 도착한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빠른 속도로 렌의 방 앞에 섰고, 방문을 노크한다.

 렌의 대답이 들리기도 전에 방으로 들어가며 소파에 앉아 천진난만한 미소를 짓는다.

 

 

 “나, 들어오라고 안했는데?”

 “오늘 학교 안 온건 안나 때문에?”

 “가기 싫었어. 그냥.”

 “난 말 걸어볼까 하다가 그냥 말았어. 혹시나 불상사가 생길까 해서.”

 “가만히 있어. 아직 방법을 생각 중이니까.”

 “노아 형 부르는 거에 난 찬성.”

 “아직 걔가 우리 정체를 아는 것도 아니잖아.”

 “그건 시간문제 아닌가? 형이 충분히 드러냈다고 보는데. 난.”

 

 

 렌은 머리가 아픈지 관자놀이를 누르며 눈을 감았고, 리키는 렌의 모습을 흥미롭게 본다.

 리키는 오늘 하루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안나에 대한 얘기를 들었고, 그녀에게 쩔쩔매는 렌의 모습이 신기하기도 했고, 재밌게 느껴졌다.

 안나에게는 뭔가 있을 거란 생각에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턱을 괴고 렌을 바라본다.

 

 

 “이제 나가. 그림 그려야겠어.”

 “네. 네. 사냥하러 갈 거니까 저녁까지 들어와.”

 

 

 렌이 말없이 끄덕였고, 리키는 렌의 눈치를 보며 살금살금 장난스럽게 나갔다.

 한숨을 쉬고는 방 한 쪽에 정리된 물감과 이젤을 보고는 그 곳으로 다가간다.

 

 잠에서 깬 안나는 몸이 뻐근해지자 숲으로 산책을 나갈까 하며 책을 챙겨들었다.

 숲에 더 가고 싶었던 건 혹시나 렌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감도 있었다.

 날씨가 오늘 화창한 편에 속해 공기도 맑았고, 선명한 노을을 볼 수 있을 거 같았다.

 짙은 초록색의 나무들 사이를 걸어가며 꿈에 대해 생각해봤다. 그 남자는 누구였을까.

 렌에 대한 정체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렌과 비슷한 사람이라고 생각을 한다.

 숲에서 나무가 없는 트인 공간에서 이젤을 놓고 그림을 그리고 있는 렌이 하늘을 본다.

 해가 지기 전에 그림을 다 그릴 생각을 하고 붓을 잡는데 익숙한 채취가 느껴졌다.

 렌의 눈동자가 그것을 감지하고 번득였고, 붓을 놓아버리고 뒤를 획 돌아본다.

 안나의 모습이 멀리서 보이기 시작했고, 렌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했고 붓을 다시 집는다.

 익숙한 금발 머리의 뒷모습이 보이자 안나는 반가워서 걸음이 빨라졌고 미소를 지었다.

 렌은 가까워지는 안나의 채취에 고개를 돌려 그녀를 노려보듯 쳐다봤다.

 

 

 “여기서 보니까 반갑네. 학교는 왜 안 왔어?”

 

 

 렌은 의외인 질문에 당황을 했고,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냥.”

 “근데 너 정체가 뭐야..?”

 “정체라니.”

 

 갑작스러운 질문에 렌은 다시 한 번 놀라며 딱딱한 목소리로 대꾸를 하며 쳐다봤다.

 

 

 “너.. 그냥 평범한 사람은 아닌 거 같아서.”

 “평범한 게 뭐지?”

 “내가 미신이나 전설, 이런 걸 꽤나 잘 믿는 편이야. 그래서 니가 평범하진 않아서.”

 

 

 안나의 말에 렌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고, 그녀를 해치고 싶지 않았지만 안나는 이미 그의 정체를 눈치 채고 있는 거 같았다.

 말이 없는 렌을 안나는 그의 잿빛 눈동자를 빤히 쳐다봤고, 긴장을 했는지 주먹을 꼭 쥔다.

 

 

 “내가 평범하지 않으면?”

 “상관없어. 그냥 궁금했을 뿐이야.”

 “궁금..?”

 “응. 니가 뭐든 상관없어. 그냥 니가 궁금한 거니까.”

 

 

 안나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자, 렌의 잿빛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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