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은 빠른 속도로 나무 가지 위로 올라갔고, 안나는 그를 신기한 듯 올려다봤다.
그리고 다른 나무로 빠르게 이동하고는 안나의 앞으로 다시 와서 서며 입을 열었다.
“우리는 정체를 들키면 안 돼. 그래서 나를 본 너를 죽이는 쪽보다는 주문을 거는 쪽을 택했어. 그리고 무엇보다 후회를 한 건... 주문이 안 걸리면서 복잡해졌지.“
“주문이라고..?”
“뱀파이어는 주문을 걸어 인간을 조종할 수 있어. 근데 너는 내 주문이 먹히지 않았어.”
“뭔가 잘못 된 거 아니야?”
“아니. 한 번도 주문이 먹히지 않은 적은 없었어. 너를 제외하곤.”
안나의 눈동자가 혼란스러워하자 렌은 다가와 한 손으로 안나의 머리를 감싸고 자신의 잿빛 눈동자를 빤히 바라보게 만들었고, 안나는 순간 몸이 얼었고 그의 눈동자를 빤히 봤다.
렌은 조용히 속삭이든 말을 했고, 안나는 멍해져 렌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미간을 찌푸리는 렌의 얼굴이 다시 보였고, 안나는 멍하게 그를 바라봤다.
“뭐였어?”
“너에겐 역시나 주문이 안 걸려. 뭐가 문제일까.”
렌이 안나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눈가에 손을 대자 안나가 움찔거렸다.
오드아이를 빤히 바라보던 렌이 숨을 크게 쉬더니 안나에게서 떨어져 나간다.
“왜 그래?”
“내가 널 피한다고 했지? 이거 때문이야. 니 채취.”
“내 채취?”
안나는 자신의 몸의 냄새를 맡아봤지만 샴푸 냄새만 나자 이상한 듯 그를 바라봤다.
안정된 숨을 내쉬고는 안나의 모습을 보더니 웃음을 터트리는 렌이다.
“인간들은 맡을 수 없어. 뱀파이어들에게만 자극적인 거니까.”
“아.. 샴푸 냄새가 이상할 리가 없겠구나.”
“니가 처음 이사 오던 날 자극적이면서 신경 쓰이는 채취가 숲 입구에서 났어. 그 채취를 따라 가보니 니가 있었어.”
“나는 어떤 냄새야..?”
“꽃 냄새랑 햇빛 냄새. 햇빛 냄새는 뱀파이어에게 자극적인 냄새야.”
“여기 사는 애들에겐 안 나겠구나..”
“그래서 널 가까이 하는 걸 피했고, 지금도 조심하는 중이야.”
“혹시 햇빛에 가면 넌 어떻게 되는 거야?”
“보고 싶어?”
안나가 끄덕 거렸고, 렌은 안나에게 다가가 안아 들더니 빠른 속도로 숲 속을 걸었다.
빠른 속도에 안나는 놀이기구를 타는 느낌이 들어 신이 났고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어느 덧 산 정산에 도착했고, 안나를 내려주자 신이 난 듯 산 아래를 내려 봤다.
구름에 가려진 해가 드러나자 렌의 잿빛 눈동자가 빨간 눈동자로 변했고 몸 주변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것처럼 보였고 얼굴이 더욱 하얗게 보였다.
“이러고 햇빛을 걸어 다니면 사람들이 놀라겠지?”
“그러겠다. 햇빛에 타 죽는 건 미신이구나?”
“햇빛에 약한 건 사실이야. 이러고는 오래 못 버티니까.”
숲 속으로 걸어 들어가자 렌의 눈동자가 다시 잿빛으로 돌아왔고 안나가 신기한 듯 따라갔고 그의 눈동자를 보며 비장하게 입을 연다.
“니가 뭐든 나는 아무에게도 아무 말 안할게.”
“나도 니가 죽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 말은 조금 무섭다.”
“걱정 하지마. 내가 널 지킬 생각이니까.”
렌의 말에 안나의 입꼬리가 올라가고 환하게 웃었고, 렌도 그녀를 보며 미소를 보였다.
해가 점점 지며 노을이 뜨자 렌은 안나에게 돌아가는 게 좋겠다고 하며 다시 안아든다.
빠르게 나무 사이를 달려 숲 입구인 안나의 집 근처에 도착을 했다.
“한밤중에 숲에 오지 말라는 말 잊지마. 꼭.”
“알았어.”
안나가 대답을 하자 렌은 그녀를 빤히 보고는 숲 속으로 사라졌다.
안나는 렌이 가는 방향을 계속 보다가 조금 설레이는 표정으로 집으로 들어간다.
나무로 둘러싸인 통 유리로 된 집 안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렸고 이내 소리가 멈췄다.
피아노에서 일어난 베스가 렌의 방으로 갔고, 렌은 베스를 보더니 소파에 누워버린다.
베스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소파에 앉으며 물었다.
“렌, 혹시 그 애랑 있었니?”
“응. 나 피곤한데.”
“너한테서 그 애의 냄새가 나길래.”
“같이 있었어. 걱정할 거 없으니까 노아 부르는 건 그만둬.”
“주문 다시 시도 한 거야?”
“해도 안 돼. 그 애가 비밀 지킬 거니까 걱정 안 해도 된다고.”
“위험하니까 그러지.”
“위험하면 내가 그 애 지킬 거니까.”
렌의 대답에 베스가 놀란 듯 렌을 봤고, 이내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