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 될 때까지 안나와 얘기를 나누던 렌은 잠든 안나의 곁에서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그녀의 얼굴을 계속 바라보고만 있다. 어둑한 하늘이 점점 짙은 파란색으로 변하며 새벽공기의 바람이 불며 드림캐처가 살랑살랑 흔들린다.
렌이 창가의 하늘을 보며 시간이 되자 일어났고 창문으로 다가가더니 숲으로 사라진다.
숲 속을 지나 자신의 방을 테라스를 통해 들어가다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을 보더니 미간이 찌푸려진다.
와인 잔을 들며 한 쪽 입꼬리를 올리며 렌을 향해 건배를 하는 노아였다.
“니 방으로 가는 가지?”
“영 심심해서 말이야. 달빛도 좋은 날이었는데 같이 사냥이나 갈까 했더니.”
“나가.”
“냄새를 보아니 그 인간 아이랑 같이 있었나 보지?”
“알면 나가지?”
“니가 그렇게 나오면 나올수록 난 궁금해진다고.”
“좋아. 뭐가 궁금한 건데.”
렌이 대답을 하며 노아를 향해 고개를 돌렸고, 팔짱을 낀 채로 노아를 내려다봤다.
노아는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며 미소를 짓고 렌을 올려다보며 묻는다.
“혹시 내가 필요했던 게 그 아가씨 때문인 건가?”
“.. 그래. 처음엔 니가 필요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어.”
“뭐 죽여 달라는 건 아닐 테고, 주문인가?”
“여기까지가 내 답이야. 나가.”
만족한다는 웃음을 지으며 와인 잔을 들고 방문으로 다가갔고 렌을 보며 인사를 한다.
“학교 잘 다녀와. 렌.”
방문을 열고 나가자 렌은 방문을 한껏 노려보다가 깊게 숨을 내쉬며 침대 위로 누워버린다.
노아가 저렇게 나오는데 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자 신경 쓰여 머리가 아픈 렌이었다.
센드레의 아침이 밝아오자 짙은 구름으로 가득 껴 하늘이 한층 어둑해졌다.
안나는 일어나서 렌을 찾았지만 없자 조금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일어나서 준비를 했다.
아침은 마가렛과 어제 이후로 대화가 없었기 때문에 그냥 나와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평소처럼 데리러 오던 라일리도 보이지 않자 오늘은 버스를 타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뒤에서 빵빵 소리가 들렸고 짙게 썬팅 된 검은색 세단 한 대가 서있었다.
세단의 창문이 열리면서 금발머리가 보이며 렌이 고개를 내밀어 안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안나, 데리러 왔어.”
반가운 얼굴이 보이자 안나의 얼굴은 밝아졌고 렌은 얼른 차에 타라고 손짓을 했다.
차에 올라타자 렌이 안나에게 안전벨트를 매주며 차를 천천히 몰기 시작한다.
“근데 너 운전도 했어?”
“필요에 따라선 차를 이용하기도 해. 낮에 날아다닐 순 없잖아?”“아직 너에 대해 모르는 게 많은 거 같아.”
“차차 알면 되지. 오늘은 왠지 너 혼자 갈 거 같아서 데리러 왔어.”
“맞아. 어제 저녁식사 이후로 할머니랑 라일리랑 좀 그렇거든.”
“라일리 비어스? 그 녀석이랑 같이 밥 먹었구나.”
“응. 우리 할머니 찻집에서 그 애 누나가 일하거든. 그래서 어릴 때부터 친했어.”
“내가 음식 못 먹는 게 이럴 때 아쉽네.”
“나 먹을 때 너도 너 먹는 거 먹으면.. 이상하려나?”
“동물피를 니 앞에서 먹었으면 좋겠어?”
“아하하. 이상한가?”
안나가 어색하게 웃음이 터지자 렌도 웃어버린다.
안나는 계속 같이 식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것저것 얘기를 하며 시도해보자고 한다.
그러던 사이 학교 앞 주차장에 도착했고 걸어가는 캐시를 발견하고는 먼저 내리겠다고 하며 차에서 내려 캐시를 따라갔다.
수업시간에 어쩌다가 렌과 눈이 마주치면 서로 작게 미소를 지으며 눈빛을 주고받았다.
렌이 점심시간에 다가와 안나에게 점심 맛있게 먹으라고 작게 말하고 사라지자 캐시가 그걸 들었는지 안나를 점심시간 내내 괴롭히며 물었다.
“진짜 너네 뭐야? 저번엔 우산도 씌워줬다며.”
“친해졌다니까?”
“흠. 내가 봤을 때 렌의 눈빛이 널 그냥 친구로 보는 눈빛이 아니던데. 평소 눈빛이 차갑긴 해도 되게 좋은 편인데 널 볼 때는 더 따뜻한 느낌이랄까?”
캐시가 렌의 외모에 대한 극찬을 할 때, 라일리는 기운이 없어 보였고 말없이 점심만 먹었다.
안나는 라일리에게 무슨 일 있냐고 몇 번이나 물었지만 라일리는 고개만 저을 뿐이었다.
모든 수업이 끝나고 안나와 캐시가 교실을 나가자 건물 문 앞에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으로 다가가자 선글라스를 낀 밝은 갈색 머리의 키가 큰 남자가 하얀 목티와 검정 바지를 입고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팔짱을 끼고 건물 입구에 기대고 있었다.
먼저 무슨 일인지 뛰어가서 주변 학생들한테 물어보고 있던 캐시에게 다가갔다.
안나가 캐시에게 무슨 일이냐고 묻자 눈이 동그랗게 뜨며 귓속말로 소근 거렸다.
“어떤 남자가 학교 건물 문 앞을 가로 막고 안 비켜준다고 하길래 이러고 있는 거래.”
“나오라고 하면 되잖아.”
“이상하게 애들이 말을 못하던데? 근데 누구지? 되게 멋있다.”
캐시의 말을 듣고 안나가 약간 인상을 찡그리고 그를 바라보자 자신을 빤히 보고 웃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선글라스를 껴서 눈이 보이진 않았지만 자신을 본다는 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언제 왔는지 렌이 다가오며 안나를 자신의 뒤로 팔을 잡아 당겼고 계속 팔을 잡고 있자,
남자가 안나 쪽으로 다가오며 선글라스를 벗었고 파란 눈동자가 보이자 안나는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노아였다. 겉모습이 처음 봤을 때랑 달라 전혀 생각을 못했던 것이다.
노아는 고개를 렌에게 살짝 까닥하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렌, 학교 잘 다녀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