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01. 여우굴속의 구미호
*
"마마!"
시녀들이 나를 다급해 보이는 표정으로 나를 깨우고 있었다.
"응?"
내가 일어나서 그녀들을 쳐다보자 비로소 그녀들이 안심했다는 듯 한숨을 푹 쉬었다.
"악몽 꾸셨어요?"
벨라가 나에게 붙어있는 머리카락을 떼어주며 말했다.처음은 이해를 못했다 그리고 내 얼굴을 만져보고 깨달았다.찐덕찐덕한것이 내 얼굴에 있었는데 나는 그것이 땀임을 알고 있었다.
"아니,악몽은 꾸지 않았어."
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그래도 그녀들이 내가 걱정스러운것인지 나를 측은하게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
"오늘 영 아니시면 폐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
"으응,아니 폐하를 안뵌지도 꽤 된것같고 그래서 만날래.그런데 역시 이 땀은 좀 그럴려나?"
내가 머리카락을 베베꼬며 입꼬기를 내리자 그녀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휘젓으며 나에게 말했다.
"아니예요,폐하께서는 이해해주실거예요."
"으응,그래도 하지만 난 오늘 폐하를 뵙고싶은걸."
내가 시무룩해지자 그들이 일제히 눈치를 봤다.사실 지금 당장 목욕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은 시간이였다.그러자 벨라가 앞에 나오며 말했다.
"다음번을 폐하와 기약해요."
다정다감하게 말하는 투가 퍽이나 감동스러웠다.그정도 뿐이였다.내가 그런 그녀를 마음속으로 조소하며 박수를 짝 쳤다.
"으응,맞아 저녁.곧있으면 해가 질텐데 어서 폐하께 가서 저녁을 같이 못먹게 되어 죄송하다고 전해드리렴,오늘 저녁은 여기서 먹는걸로 할게."
벨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내 방을 벗어났다.나는 모든이들을 다 물렸다.촉촉하게 젖은 내 머리와 내 얼굴에 손을 갖다대며 입수을 콱 깨물었다.
"네까짓게,라."
내가 조용히 읇조렸다.
*
"들어와."
낮다고 하면 낮은 높다고 하면 높은 목소리가 집무실의 메웠다.
"무슨일이지?"
호박보석같은 금안을 지닌 그는 생긴것과는 달리 꽤나 성격이 날카로웠다.그건 언제까지나 한정적이였다.아니,한정적인 것처럼 보였을 뿐이였다.
문이 열리고 그 뒤에서 보인 여인이 공손하게 허리를 굽히며 그에게 예를 차렸다.
"제가 감히 황제폐하를 뵙습니다."
그녀를 보곤 약간 눈이 풀리는가 싶으면서도 그는 그의 냉기를 절대로 풀 기미기 보이지 않았다.그가 시종장에게 고개를 까닥이자 시종장은 이어 알아들은듯 문을 닫았다.냉랭한 집무시에는 남녀가 단둘이 남지 않았다.
"오늘 황후폐하께서 악몽을 꾸시어 오늘 폐하를 못뵙겠다고 하십니다."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가 그녀의 머리칼을 잡아 뜯었다.
"으윽."
푸른 머릿결이 나가 떨어지며 고통을 호소했다.파들파들 떨리는 유리같은 눈동자는 행동과는 달리 두려움따윈 존재하지 않았다.그런 그가 인상을 쓰며 그녀의 머리를 다시한번 쓰다듬었다.
"알겠어."
그의 말에서 나온 말은 꽤나 다정했다.그런 그녀가 머리를 만지며 나갈려고 하자 그의 입술사이에서는 탄식이 새어 나왔다.그런 그녀는 예상하기라도 했는지 웃으며 펜과 종이를 그에게서 빼았으며 조용히 적어내려갔다.
'잘자요.'
어느새 냉랭했던 공기는 어디간건지 그 둘사이에는 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그의 굳어있던 눈이 풀리고는 다시한번 그녀의 눈 위에 자연스레 키스를 했다.
"아쉬워."
"참아요,곧 이예요."
"그렇지만."
"사람이 기다릴줄을 알아야지요.그 자리가 얼마나 내게는 큰자린데."
그녀가 꾸짖듯 그를 혼내가 그가 픽하고 웃었다.
"아니야 그자리가 너에게 있어선 너무 턱없이도 부족한걸."
"아이는 구했어요?"
"응,마침 카르딘가 영애가 제국에서 구했더라고.신기했어 정말 곧있으면 보상을 내릴 참이야."
"보상이요?"
"응."
그가 그녀를 쓰담쓰담 머리를 쓸며 비릿하게 웃었다.
"아."
그녀가 알아차렸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기만했다.
"네가 내 옆에 있었으면 참 좋았을텐데."
그가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푸른 눈동자가 슬픔에 젖자 그가 눈물을 닦아주며 어깨에 기댔다.
"그런데 빨리 안가도되?그년이 찾잖아."
"괜찮아요.한낮 멍청한 황후가 저 따위를 신경쓸리가."
그녀가 혀를 차며 조용히 읇조리자 그가 입술에 포근하게 키스하며 말했다.
"멍청해서 다행인거야."
그가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멍청해도 죄가 되지요."
"응,맞아."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그러자 곧 이내 진하게 서로 키스하며 서로를 느꼈다.전과는 달리 좀 더 상기된 이 공간에서.단둘이.그가 자연스럽게 쇼파위로 가며 옷을 풀자 그녀가 그의 손을 저지했다.
"오늘은 안돼요."
"왜?"
그녀가 절레절레 흔들며 풀린 끈을 다시 조여매고 다시 볼키스를 해주었다.
"다음에,다음에 하기로 해요."
"응,알았어."
꼬리 내린 강아지 처럼 축 쳐져 있어선 그녀가 갈려고 하자 다시 그는 그의 눈동자를 굳혔다.문뒤로 사라져가는 그녀를 보고는 다시 집무에 열중했다.
사각사각사각.
열심히 글을 적어내리던중 펜이 허공에서 멈추었다.
"무슨일이지?"
"저는 무시하셔도 좋습니다."
그가 어이없다는 눈동자로 다시 집무에 집중하고 3시간이 지나서야 고개를 들었다.
"황후의 움직임은?"
"아직까진,없습니다."
그가 턱을 한번 쓸며 말했다.
"이상해,포르체 가의 움직임이 수상해."
"제가 느낀바로는 이상함이 전혀 없었습니다."
연둣빛 눈동자가 전혀 흔들림 없는 눈으로 그를 응시하자 그가 말했다.
"좀 더 지켜봐."
"예."
그리고 사라진 그를 눈으로 대충 흘기며 그는 생각했다.
"나 참 그년을 뒤져서 뭐가 나온다고."
그가 머리를 뒤로 쓸어넘기며 조용히 자기자신을 조소했다.
part 01. 여우굴 안의 구미호.
[벨라벨라.네가 지금 부르고 있는 노래는 뭐야?]
조금은 어린 아이가,붉은 머릿결을 지니고 있는 아이가 꺄르르 웃으며 물었다.그런 아이가 바다같은 아이에게 안기며 물었다.
[어릴적에 어머니께서 불러주시던 노래에요.]
[우웅?]
아이가 갸웃거리자 바다같은 소녀가 웃으며 바람에 흩날리는 제 머리카락을 귀 뒤로 꽂으며 노래했다.
[------]
기억이 나질 않는다.
[-----]
기억이 나질 않아.
[공녀님,탭탭탭]
어린아이에게 걸음마를 알려주면서 들려주었던 그노래.
[-----]
기억이 나질 않아.
[공녀님,잊지말아요.]
노래는 계속되고,
저주는 계속된다.
[당신들이 우리에게 한짓들을.]
싸늘한 목소리 이 감각 나는 기억한다.기억해.
굴러가는 혹독한 운명속에.
"너는 누구지?"
기억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