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4인종의 다리
작가 : 밈밈밈
작품등록일 : 201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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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꿰다_14
작성일 : 17-07-06     조회 : 323     추천 : 0     분량 : 6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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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루린은 백희에게 간단한 호신술과 궁술을 가르치겠다고 했다.

 

  "본격적인 체술을 익히는 것도 좋겠지만 만약 남성이 적이라면… 물론 전 그런 상상조차 하기 싫습니다만 그래도 정말 만약에 남성이 레이디에게 위해를 가하…… 큭!"

 

  유루린은 백희가 누군가에게 위협을 받는 상상만 해도 괴로워 보였다. 그런 유루린의 모습에 백희는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기분이 좋았다. 자신이 소중한 존재로 여겨지는 것이 어깨를 으쓱하게 만들었다.

  유루린이 고통스러운지 이마를 짚으며 말을 이었다.

 

  "물론 만약입니다. 어떤 간악무도하고 인간 이하에 길바닥에 버려진 쓰레기 만도 못한 놈들이 레이디를 해하려고 한다면, 아무리 체술을 익혔다고 하더라고 근본적인 근력차이에서는 이길 수 없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백희는 아리송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백희는 남자에게 직접적으로 위협을 받아보거나 힘의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겪어 보지 못했기 때문에 유루린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백희가 맹한 표정으로 유루린을 바라보자 유루린은 부드럽게 눈웃음 쳤다.

 

  "저는 레이디가 위험이 닥치기 전에 무조건 도망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백희는 눈썹을 찡그렸다. 유루린은 호신술과 궁술을 가르쳐 준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도망가는 것을 전제로 말하는 것이 백희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백희는 자신에게 공격하는 적을 멋지게 물리치거나, 더 나아가서 사람들을 공격하는 악당을 막고 세상을 구하는 허황 된 꿈을 꾸고 있었다.

 

  "도망가기 전에 공격 당하면요?"

  "그렇다면 급소를 한대 친 후 달아나십시오."

 

  백희의 입술을 삐죽거렸다. 그 모든걸 듣고 있던 루크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역시 계집은 도망가는게 어울린다."

 

  백희는 눈에 불이라도 난듯 루크를 쏘아 보았고 유루린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아직 어리신 루크님도 도망가셔야 합니다."

 

  유루린의 말에 루크와 백희의 얼굴은 금새 반전 되었다. 루크는 유루린에게 반박하려고 했지만 유루린은 루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어른과 아이의 힘차이는 상당합니다. 아무리 검술을 연마했다고 해도 상대가 성인이면 소용없습니다. 그러니 도망가는게 제일입니다."

 

  루크는 유루린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 다는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백희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유루린은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며 진심으로 백희와 루크를 위하고 있었다. 그걸 눈치 챈 백희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렇군요. 그게 유루린 스승님의 첫번째 가르침인가요?"

  "그렇습니다. 레이디의 눈에서 총명한 빛이 머물고 있군요. 마치 밤하늘에 떠있는 별 같습니다."

  "쿨럭."

 

  백희는 자신도 모르게 기침소리를 내며 붉어진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유루린은 여자를 홀리게 만드는 고전적인 언어술사에 닭살 테러범이었다.

 

 

 

  유루린은 호신술에 대해 설명했다. 사람의 여러 급소에 대해 설명하였고 어떤식으로 가격해야 아픈지, 상대와의 간격에 대해 어떻게 유리한 지점을 차지할 수 있는지 등 쉴새 없이 말하고 시범을 보여주었다. 백희도 유루린의 말과 행동을 열심히 듣고 따라했다.

 

  "남녀 통틀어 가장 아픈 급소는 사타구니 입니다. 만약 허튼 수작을 하려는 남성이 다가온다면 사타구니를 사정없이 걷어차십시오. 그 자는 난생 처음으로 태어난 것을 원망하게 될 것입니다."

 

  백희는 지구든 파로든 어딜가나 남자의 고간가격이 극심한 고통을 수반하는 것에 대한 공통점을 찾은것이 좋은지 나쁜지 알 수 없었다. 백희는 심각한 표정을 짓고 고개를 끄덕이며 호신술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들었다.

  그런 다음 유루린은 백희에게 왜 검술 대신 궁술을 권했는지 설명했다.

 

  "아름다운 레이디께서 검으로 상대를 베는 감촉을 느끼는것 보다 멀리서 상대를 전투 불능으로 만드는게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야 레이디께서 직접적으로 다치는 것이 덜 할 것이고 죄책감 또한 덜어질 것이라 생각했으니까요."

 

  백희는 유루린을 겨우 두 번 보는 것이었지만 유루린이 자신을 위하는 말들에 진심을 읽을 수 있었다.

 

  '아마 모든 여자들에게 저렇겠지. 정말 이 세계에서도 지구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사람이다.'

 

  백희는 유루린을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옆에서 함께 강의를 듣고 있는 루크는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드는건지 뾰루퉁한 얼굴로 팔짱을 낀 채였다. 백희는 루크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후 다시 유루린에게 집중했다.

 

  "그리고 검 보다는 활이 레이디에게 어울릴 것 같았습니다. 활을 쏠 때의 자세는 온 몸을 이용하기 때문에 굉장히 우아하죠. 그럼 활터에 한번 가보시겠습니까?"

 

  백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루린은 백희와 루크, 그리고 시녀무리를 이끌고 활터로 향했다. 활터를 향하기 위해서는 기사훈련장 한복판을 지나 가야 했기 때문에 훈련하는 기사들을 지나칠 때마다 뜨거운 눈빛들이 백희 무리를 따라왔다.

 

  "여자다. 어? 유루린 단장님이다. 헉! 왕자저하를 뵙습니다."

  "여자……. 헉, 왕자저하를 뵙습니다."

  "여……. 와, 왕자 저하."

 

  모든 기사들이 왕자인 루크를 보고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고 루크는 당연하다는 듯 그들을 무시하며 계속 걸었다. 백희는 새삼스럽다는 표정으로 루크를 내려다 보았다. 몸집은 크고 우락부락한 사내들이 그들의 허리춤에도 못 오는 루크를 보자마자 인사 하는게 마냥 신기했다. 백희는 루크가 왜 그렇게 끝도 없이 건방져 질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왕자긴 왕자였군요."

  "뭐야?!"

 

  루크가 어이없고 화난다는 얼굴로 씩씩 거리며 대꾸하자 백희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덧붙였다.

 

  "기사들이 인사하는데 대꾸 좀 해줘요. 하다 못해 손이라도 흔들어주던가."

 

  그러자 유루린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레이디는 역시 총명하고 어지십니다. 루크님. 기사들의 사기충전에 힘이 될 것입니다."

 

  유루린까지 나서자 루크는 마지못한 얼굴로 기사들에게 조그만 손을 들어 주었다. 그러자 기사들의 감격한 목소리가 여기 저기에서 흘러나왔다.

 

  "큭. 루크 왕자님이 내 인사를!"

  "아니다, 내게 손을 들어주신거야."

  "닥쳐. 나다."

  "저 모리지, 로코왕가를 위해 이 한몸 다 바쳐 죽을 때까지 힘을 다하겠습니다!"

  "저도!" "저도, 저도!"

 

  기사들의 충성을 외치는 소리가 기분 나쁘지 않은지 루크의 얼굴이 금새 붉어졌다. 백희와 유루린은 그런 루크를 귀엽다는 듯이 내려다보았다.

  그들은 기사들의 열렬한 충성맹세 소리를 들으며 훈련장을 횡단해 활터에 도착했다. 활터는 넓디 넓은 기사 훈련장의 구석에 있었는데 활터의 한쪽면은 기사훈련장과 통하고 있었고 세면은 산으로 둘러싸인 직사각형 모양 이었다. 저 멀리 한쪽 산 밑에 작게 보이는 과녁들이 일정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었다. 활터 안에는 활이 날아 다니는 소리만 여기저기서 들려왔을 뿐, 훈련장에서 들었던 기사들의 구령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그들이 활터 안에 들어서자 활을 쏘려고 앉아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궁사들이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궁사들의 훈련을 담당하고 있던 교관도 서둘러 달려와 예를 표했다.

 

  "와, 왕자저하를 뵙습니다."

 

  그러자 루크가 손을 들어 보였다. 교관이 그런 루크를 감격한 표정으로 쳐다보자 유루린은 미소지으며 교관에게 정중히 부탁했다.

 

  "제 11사단 단장이자 루크 저하와 배키님의 스승, 유루린 레드실버 입니다. 갑작스럽게 부탁드려 죄송합니다만 루크 저하와 배키님의 궁술 훈련을 위한 과녁 하나를 양보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예. 물론입니다. 이 쪽으로 오십시오."

 

  교관은 배키를 흘끗 쳐다 보았다. 남자 옷을 입고 있지만 백희는 여자였다. 백희 뒤에 딸린 시녀들도 무려 여덟이나 되었다. 교관은 자신이 교관이 된 이래 이렇게 많은 여자들이 활터에 들어 온 적은 처음이었다. 속으로 무진 당황했으나 왕자가 있는 자리에서 경거망동 할 수는 없었다. 아직 어린 왕자가 괜한 꼬투리를 잡아 왕께 고하기라도 한다면 교관은 그 날로 세상과 안녕해야 함을 알고 있었다. 교관은 백희 무리를 애써 의식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과녁 두 개를 비워 주었다.

  유루린은 교관에게 고마움을 표한다음 백희와 루크를 자신의 앞에 불러 모았다. 그러자 백희무리와 루크가 우르르 다가갔다. 유루린은 유난히 작은 루크와 고만고만한 시녀들, 그리고 그 무리 중 키가 가장 크지만 자신에게는 한참 작은 백희를 보며 눈을 휘었다. 유루린은 자신의 솔직한 감상을 웃음기 가득 머금은 얼굴로 말했다.

 

  "다들 정말 귀엽습니다."

  "난 귀엽지 않다!"

 

  루크가 곧장 반박했지만 유루린은 그저 루크의 머리를 헤집어 흐트러놓았다. 백희의 입꼬리는 슬그머니 올라가 있었고 시녀들은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지 못했다. 유루린은 미소지었다.

 

  "그럼 활 쏘는 법을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때 백희가 손을 들어 끼어들었다. 백희는 자신의 뒤에 있는 시녀무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잠깐만요, 유루린 스승님. 언니들은 아까부터 계속 서있기만 했으니까 저기 궁사들 쉬는 곳에서 쉬고 있으면 안되나요?"

 

  그러자 유루린은 눈을 동그랗게 떴고 루크는 인상을 찌푸렸으며 시녀들은 사색이 되었다. 그들은 차례대로 말했다.

 

  "역시 레이디는 밤 처럼 넓고 깊이를 알 수 없는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지고 계십니다! 저 유루린 참으로 감동했습니다."

  "시녀들에게 언니라니! 넌 정말 법도를 모르는 구나."

  "배, 배키님. 저희는 괜찮습니다. 부디 곁에 있게 해주세요."

 

  시녀 대표 위니의 말에 백희는 뒤를 돌아 그녀들을 쳐다보았다. 백희는 한껏 꿍꿍이가 있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왜요? 저기 궁사들 쉬는 곳에서 같이 담소도 나누고 친해지면 좋잖아요. 그러다 갑자기 딱! 하고 느낌이 오면……."

 

  백희는 뒷 말을 삼키면서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 백희가 이러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백희에게 시녀들은 언니들 같았다. 항상 자신을 정성스럽게 챙겨 주고, 말동무도 되어주고, 위니는 백희에게 글자도 가리켜 주었다. 그런 그녀들이 좋은 나이에 연애도 못 해보고 자신만 따라다니는 모습이 매번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녀들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내에서 약간의 자유를 주고 싶은 백희였다.

 

  그리고 백희의 낭랑한 목소리는 옆에 있던 궁사들의 귀에도 들어갔다. 그들도 젊디 젊은 나이에 훈련장에서 여자 그림자도 밟아 보지 못한 안타까운 청춘들이었다. 그들은 백희무리가 활터에 들어왔던 순간 부터 집중력을 잃고 쏘는 화살마다 족족 과녁에서 비껴나갔다. 교관은 그 모습을 보고 화가 치밀었으나 감히 왕자가 있는 곳에서 소리치지 못했다. 젊은 궁사들은 백희의 말에 쉼터에 우르르 몰려가 옹기종기 앉아있었다. 그들은 자신들과 다르게 향긋한 내음을 풍기는 여인네들과 이야기 꽃을 피울 수 있을까 희망을 품으며 부랴부랴 다과를 준비했다. 그들이 다과라고 내 놓은 것은 육포와 물이 다였지만 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녀들은 윗사람이 서있는데 자신들이 어찌 편히 앉아 쉬고 있을 수 있냐며 거듭 거절했다. 그러자 백희는 입을 삐죽이며 심술을 부리기로 마음먹었다.

 

  "다같이 배울까요? 그럼?"

 

  유루린이 얼굴을 밝히며 긍정했다.

 

  "하하하. 저는 여러 꽃들을 독식하는 행운의 벌이로군요!"

  "말도 안돼!"

 

  시녀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고개를 끄덕였고 루크는 계속해서 말도 안돼를 외치고 있었다. 시녀들은 여러 남자에게 둘러싸여 쉬고 있을 바에야 백희의 곁에서 활을 배우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그녀들이 파로의 여자였기 때문에 내린 결론이었다.

  그리고 그 소식을 들은 쉼터의 궁사들은 쳐진 어깨를 하고서 다시 활터로 엉금엉금 기어나왔다.

 

 

  유루린은 자신이 먼저 활 쏘기 시범을 보인 다음 백희무리와 루크에게 자세를 차근차근 알려주었다. 백희무리는 여자였고 루크는 아직 어렸기 때문에 가장 작은 동개활을 가지고 쏘게 되었다. 동개활은 일반 궁사들이 쏘고 있는 각궁과 생김새는 비슷했으나 그와 달리 활시위가 1미터를 채 넘기지 않아 여자와 아이들이 쏘기 좋았다. 동개활은 작기 때문에 멀리까지 나가지 않는다. 유루린은 궁사 둘에게 부탁해 과녁을 가까이에 배치시킨 다음 동개활을 차례로 다섯발씩 쏘게 했다.

 

  루크는 전부 과녁에 맞추는 쾌거를 보였다. 물론 정중앙은 아니였지만, 시녀무리들이 쏘아 올린 화살들은 과녁을 비껴가거나 아예 근처에도 못가고 툭 떨어져버렸던 걸로 보아 루크의 성적은 아주 좋았다. 그렇기에 루크의 얼굴이 의기양양해 진것은 당연했다.

  백희도 처음 쏘아올린 화살은 과녁 근처에 가지 못했다. 하지만 나머지 3발이 과녁의 사방에 맞고 마지막 한발은 우연히 정중앙에 맞추었다. 그러자 유루린과 궁사들이 놀란 눈으로 백희를 쳐다보았다.

 

  "레이디. 정말 처음 활을 쏘아보는 것이 맞습니까?"

 

  백희는 기쁨을 표출하느라 유루린의 말을 듣지 못했다. 백희가 이리저리 방방 뛰면서 외쳤다.

 

  "와! 대박, 대박! 중앙에 맞췄어요! 우와!"

 

  루크는 자신이 백희에게 졌다는 것에 충격에 휩싸여 몸을 굳혔다. 백희가 자신의 주위를 정신사납게 왔다갔다하면서 승전보를 외치는 모습이 괜시리 얄미웠다. 물론 백희는 순수하게 자신의 기쁨을 표출한 거지만 루크에게는 승전보로 들렸다. 게다가 궁사들도 백희에게 축하의 언사를 한두마디씩 던졌다. 시녀들도 진심으로 기뻐했다. 대부분의 삶을 남들에게 주목 받고 살아 온 루크는 난생 처음으로 소외감이라는 것을 느껴보았다.

  루크는 패배감에, 백희는 환희에 찬 얼굴로 활 쏘기를 마쳤다.

 

  불타는 태양이 점점 져가는 하늘을 본 그들은 내일의 훈련을 기약하며 각자의 거처로 향했다. 백희는 째지는 기분으로 괴상한 박자에 맞춰 가볍게 뛰다가 걷다가를 반복했다. 뒤에 따라오는 시녀들만 백희를 쫒아가느라 정신이 없었다. 백희는 자신의 방으로 가는 길이 이렇게 예뻤나 했다.

 

  화려한 왕궁 복도가 나왔다.

  노을 빛이 창문을 거칠게 뚫고 지나가 거울 재질의 벽을 힘차게 때렸다. 겨울 벽에 부딪힌 빛은 그 힘이 조금 약해진 채로, 하지만 주황 빛은 유지하고서 반짝이는 돌 바닥 위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돌바닥이 은은하게 빛나 아롱거렸다. 노을에 물든 아름다운 장식품들과 고즈넉한 천장 위 벽화들이 백희의 기분을 더욱 고조 시켰다. 로코에 오고 난 이후로 이렇게 행복감에 젖어 본적은 처음이었다. 백희는 왕궁 복도 가운데에서 춤 추듯 빙그르르 한바퀴 돌았다.

  한창 세상이 돌고 있을 때 였다.

 

  "하는 짓도 생김새도 도깨비 같구나. 천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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