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너무 많이 난다.
안 아픈 사람처럼 태연하게 있지만 사실... 너무 아프다.
비명을 지르면 하는까지 들릴 정도로 지르고 싶고 내 아픔을 알리고 싶다.
젠장...
마탈처럼 목이나 조르지.
팔을 잘라버릴 줄은 상상도 못했네.
"왼손만으로 괜찮겠는가? 도와줄까?"
"대왕마마!! 대체 누구 편입니까?!"
"네가 먼저 매너없이 팔을 잘랐잖아. 난 아직 이 인간에게 알아볼 게 있는데."
"왜 말씀 안하셨습니까? 하셨으면 이렇게 안했습니다."
"지금 내 탓 하는 것이냐?"
고개를 끄덕이는 저승사자.
둘이 지금 뭐하는 거야...
날 걱정하는 태도야? 내가 걱정되면 우선 피부터 안나게 해달라고.
과다출혈로 죽게 생겼잖아!!
"일단 가만히 있게. 네 마음대로 움직였다간 죽여버릴 거야."
저승사자한테 협박을 하고 내 오른팔을 가져오는 염라대왕.
절단부위에 살짝 비틀어서 대고 억지로 무언가를 끼우듯이 비틀어서 내 팔을 누르는데...
"끄아아아아아악!!"
"참아."
"너!! 너 인마 뭐하는 짓이야아!!"
"자네 팔을 붙여주는 걸세. 이런 방법 밖에 몰라서 미안하군."
내 오른팔을 절단부위에 비비는데 너무 아프다.
소릴 안 지를 수 없을 정도다.
차라리 왼손을 잘라!!
"붙었군. 3분 후면 움직일 거야."
"하아... 하아..."
"대왕마마. 그냥 죽이는 게 덜 고통스러울 것 같습니다."
"나도 그 생각을 하는 중이네."
"이 녀석이 바닥을 뒹굴면서 난리 피운 덕에 주변이 그로테스크 해졌습니다."
"깨끗히 닦아놓게. 여긴 피를 좋아하는 놈들 소굴이니까."
"늦었습니다. 냄새를 맡았는 지 주변에 깔려있습니다."
"나도 느껴지네. 자네가 다 없애버리게. 난 인간이랑 할 말이 있습니까."
고개를 끄덕이고 저승사자는 어딘가로 가버린다.
사람을 이렇게 만들고 아무렇지 근황토크하듯 대화하면 좋냐?
누군 지금 죽을 것 같은데.
"저승사자는 신경끄게. 우선 하는을 찾는 얘길 해야겠어."
"찾는 건 좋은데... 날 왜 이렇게 고통스럽게 하는 거야?"
"난 저승사자가 자른 자네 팔을 붙여준 것 밖에 없어. 말했잖아, 난 이 방법 밖에 모른다고."
"이런 방법으로 팔이 붙는 게 이상한 거야!!"
"재밌는 걸 알려줄까?"
"뭐?"
"이 방법으로 절단된 몸이 붙는 인종은 마계인 밖에 없어."
눈을 살짝 뜨면서 말하는데 너무 무섭다.
염라대왕한테 나오는 살기라고 해야될까?
암튼... 오금이 저리고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고 있다.
"질문은 받지 않겠네. 하는을 빨리 찾아야 하니까 하는이 관련된 얘기만 하고 싶어."
"아... 알았어."
신경쓰이는 게 많지만 일단 넘어가자.
나중에 물어볼 수 있고, 지금은 집중해야 될 일이 있으니까.
"하는에 싸울 수 있는 병력은 총 10만 명. 맨손으로 싸우는 자들도 있는데 이들을 제일 조심해야 할 거야."
"특별한 힘을 사용하는 거야?"
"그 정도는 아니야. 단련하는 방법이 달라서 평범한 사람의 15배 힘을 가지고 있다 생각하면 될걸세."
"15배라..."
"자네도 보면 알겠지만 하는은 협곡으로 둘러쌓여있는 천연요새야. 여기에 단점이 하나 있네."
"단점?"
"지금 우리가 있는 이 곳을 협곡이라고 소개했지만 사실 여긴 계곡일세."
이건 또 뭔소리야?
계곡이면 물이 흐르고 있어야 되는데 물 한방울 안 보이잖아.
"저승사자가 잡으러 간 마계괴물들이 여기 물을 독점하고 있어서 물이 없는 걸세."
"괴물들이 물을 독점해?"
고개를 끄덕이는 염라대왕.
"여기서 나오는 물은 하는을 포함해서 총 30개 지역에 물을 공급하고 있지."
"잠깐. 그 말은 31개 지역이 지금 물부족이라는 거 잖아?"
"물이 부족한 곳은 하는 뿐이야. 하는만 직접적으로 영향으로 받고 있거든. 나머지는 괜찮아."
"진짜로?"
"당연하지. 내가 이런 걸로 거짓말을 왜 하겠는가. 옥황상제라면 모를까."
은근슬쩍 네 친구 디스하지마.
옥황상제 친구니까 혹시나 해서 물어본 거니까.
"친구끼리 닮는다길래 물어본 거야."
"그런 건 안 닮으니까 걱정마. 닮을 생각도 없어."
"괜찮네. 30개 지역은 왜 괜찮은 거야?"
"저장하고 있는 물이 너무 방대하기 때문이야. 하는은 물을 직접 떠야 하지만 나머지 지역은 물이 흘러들어오거든."
"자네가 좋은 질문을 해줬어. 괴물들이 물을 독점해준 덕에 하는을 뺏기 좋을 시기가 됐네."
"반란군도 물이 부족해졌다?"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염라대왕.
"저승사자한테 괴물들을 없애버리라고 한 거 아니야?"
"내가 말한 '다'는 우리 근처에 있는 괴물들을 말한 거야. 계곡에 살고 있는 괴물을 다 없애려면..."
손가락을 접었다피면서 계산한다.
벌써 30번 넘게 접었다폈다.
"저승사자 500마리로 두 달을 써야 돼."
"못하고 있는 이유는?"
"네가 생각하고 있는 이유지 뭐겠어."
하는에서 두 달 버틸 물이 없는 것.
지역 하나를 위해 저승사자 500마리를 두 달 동안 투입할 수 없다는 것.
저승사자가 하는 일이 뭔 지 모르지만 마냥 노는 애들은 아닌 것 같다.
"SS급 마법사나 네가 직접하면?"
"마계를 통치하는 왕이지만 SS급 마법사를 내 마음대로 쓸 수 없어. 괴물 하나 잡으려고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는데."
"나라의 재산을 그렇게 써도 되는 거야?"
"날 위해 움직여줬으니까 그만큼 대가를 지불하네. 나 때문에 죽었으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건 최대로 해줄 거야."
수염을 쓰면서 입을 땐다.
"유가족들에겐 한없이 부족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게 이런 것 뿐이라는 게 짜증나. 내가 왜 이런 부탁을 해서..."
"우... 우냐?"
"미안하군. 이 일은 내 개인적인 일이니까 신경끄게."
염라대왕은 누구와 다르게 국민들 하나하나 전부 신경쓰려고 하고 있다.
천계인들은 이런 왕을 만났어야 했는데...
"나라 재산은 걱정하지 말게. 이래뵈도 나도 돈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 국민들도 인정해주고 있고."
"안 그랬으면 네가 당당하게 돈을 쓰겠냐."
이제서야 살짝 웃는 염라대왕.
"불필요한 얘기가 너무 길었어. 하는에 대한 설명이나 마저해."
"알겠네. 하는은 철웅성이라 불리는 몇 안되는 지역 중 하나고 반란군 대장이 마계괴물을 기르고 있네."
"어떤 거?"
"알아내려고 스파이까지 동원했는데 어찌된 영문인 지 들켜서 전부 죽었네."
"용의주도하네."
"맞아. 우리도 여러 번 공격을 시도했지만 계속 실패하고 있어."
"원인은?"
"무술가와 마계괴물. 그리고 반란군 대장."
"대장도 실력자라는 말이네?"
"우리 부하들 말로는 내 근위대장을 뛰어넘는다더군."
"아저씨 근위대장이 얼마나 강한 지 내가 어떻게 알아."
"마탈보다 강해."
흘려들을 수 없는 말을 해주시네.
"지금부터 말하는 건 자네한테 도움이 될 지 모르겠지만..."
염라대왕은 그렇게 약 10분 동안 얘길 해줬다.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작전 짜는데 도움이 되는 말들이다.
결국은 내 판단하에 달라진다.
저승사자도 돌아왔고 염라대왕은 어떤 작전을 짜든 수월하게 날 돕기 위해 하는에 있는 병사의 3배를 불렀다.
이 정도면 마탈처럼 정면돌파만 한다해도 쉽게 뚫을 수 있는 병력이다.
"하나 궁금한 게 있어."
"뭐지?"
"저기 중앙에 있는 깔때기는 뭐냐?"
"깔때기?"
염라대왕과 저승사자가 내가 가리키고 있는 곳을 본다.
날 보면서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어디서 많이 본 모양인데.
"깔때기 같아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깔때기가 아니야."
"그럼 뭔데?"
저승사자는 더 자세히 보기 시작했다.
염라대왕은 지켜보기만 할 뿐.
"벽돌로 만들었어."
"그럼 깔때기는 아니지. 깔때기가 중요한 게 아니고. 최대한 빨리 뺏어주면 되지?"
"당연하지. 필요한 건 얼마든 지 지원해주겠다."
"병사 3만이랑 네 근위대장만 있으면 돼."
"3만? 적들은 10만이나 되는 대군이라고 했잖느냐. 근데 3만으로 뭘 할 수 있지?"
"대왕마마 말씀 똑바로 안 들었어? 반란군 대장은 근위대장보다 강해. 더 강한 놈을 데려올 수 있어."
"데려오려면 시간이 걸리잖아."
내 말에 둘은 입을 꾹 다문다.
"너희는 여기서 구경하고 있어. 내가 어떻게 하는을 찾아오는 지."
2시간 후 염라대왕이 부른 3만 명 병사들과 염라대왕 근위대 대장이 도착했다.
마계인은 피부가 다 빨간색인 것 같다.
이 녀석도 염라대왕과 같다.
삼국지에 나오는 장비처럼 생겼고 등에 환두대도로 보이는 검 두 자루를 차고 있다.
"이 녀석 이름은 마슬이다."
"마슬이다. 네 놈이 천계인이 된 인간?"
날 깔보는 시선이 재수없다.
근위대 대장이라고 위세떠는 건가.
"맞아. 지금부터 널 지휘할 군사야."
"군사라고? 어딜봐서? 왜?"
믿을 수 없다는 눈빛 때문에 더 재수없다.
빨간눈을 뽑아버리고 싶네.
"천계에서 뭘 얻어먹겠다고 거기서 군사를 하는 거야? 우리 군사 해. 난 마탈보다 강하거든."
"직접 안봐서 모르겠네."
"마탈은 11명을 데리고 용을 잡았지만 난 혼자 잡을 수 있어."
"대.단.하.다."
"그렇지? 내가 좀 많이 너무 대단해."
만족스럽게 웃는 게 더 재수없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스타일이라 같이 일하기 싫다.
"이건 하는을 되찾아야 하는 중요한 임무다. 실수하지 말고 인간이 하는 말을 잘 듣고 따르길 바란다."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마마. 저 마슬이 온 이상 하는은 5분 안에 되찾을 수 있습니다."
"믿음직스럽구나."
염라대왕은 마슬의 어깨를 토닥해준다.
내 작전대로 움직여줘야 되는데 쟤는 자기 혼자 휘저을 생각하고 있다.
자신감 하나는 인정하지만 구속 받는 걸 싫어하는 스타일처럼 보이는 마슬을 다루는 건 상당히 까다롭다.
이런 놈인 줄 알았으면 마슬빼고 병사만 4만 명 달라고 할 걸.
"후회된다..."
"뭐가 말이냐, 인간?"
"무시해."
"다시 말하지만 하는이 철웅성인 이유는 하는을 둘러싸고 있는 협곡 때문이야."
"출입구는 성에 들어가는 문으로 연결된 길 밖에 없고. 근데 지역을 하나로 만들어서 그 길이 두 개 밖에 안남았잖아."
"잘 기억하고 있어서 다행일세."
"네가 이 말해준 지 얼마나 됐다고 잊겠냐..."
뭐가 재밌는 지 엄청 웃어댄다.
더 이상 시간 보내봤자 얻을 건 없다.
들을 거 다 들었고 필요한 사람들도 왔다.
아!!
마지막으로 하나만 묻고 가야지.
"갑자기 생각나서 묻는건데. 마계랑 천계랑 사용하는 말이 같아?"
"그건 왜 묻지?"
"인간을 천계인으로 만들 때 특수한 장치를 붙이는 건 너도 알잖아."
"네 말이 맞다. 원래 달랐는데 내 고조 할아버지 때 옥황상제와 협의해서 언어를 합쳤다."
"알려줘서 고마워. 저승사자랑 대화할 때부터 계속 쓰였는데 물어볼 타이밍을 못 잡고 있었거든."
"만족했다면 됐다. 완벽하게 해주길 바라겠네."
난 고개를 끄덕였고 마슬을 따라서 계곡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뒤에서 병사 3만 명이 따라오고 있고 마슬 몰래 반절을 다른 쪽 입구로 가라고 말해놨다.
"네 작전이 뭐지? 반절을 다른 쪽으로 보내던데."
반대쪽 입구로 가는 중 마슬이 질문했다.
"철웅성이란 말에 쫄아서 어려운 작전을 짤수록 손해야. 단순한 방법으로 밀면 쉽게 뚫려."
"군사라는 놈이 철웅성 뜻을 몰라?"
"내 말이 어려웠냐? 왜 이해를 못하지?"
날 째려보는 마슬.
검 하나를 잡는 걸 보니 마탈처럼 분노조절장애가 있을 것 같다.
"아니다, 됐다. 하찮은 인간따위 죽여서 어쩌겠다고."
"하찮은 인간 말을 따르는 넌 뭐냐?"
"죽고 싶지 않으면 시비 걸지마라."
이 놈도 저승사자처럼 무턱대로 공격할 게 뻔하다.
그렇다고 자존심 죽이고 이 녀석 말대로 하는 건 더 싫다.
"여기 놈들은 입에 걸레를 물었냐?"
"뭐? 너 지금 뭐라고 했어?"
"들었으면서 왜 다시 물어. 또 듣고 싶어서 그러냐?"
"이 새끼가!!"
몸을 최대한 숙였다.
녀석의 공격이 보여서 피한 게 아니라 내 목을 자를 기세로 검을 휘두를 것 같아서 몸을 숙인 것이다.
혹시나 했는데 정답!!
"어... 어떻게?"
"예측이라는 걸 할 줄 알아야지."
점프해서 무릎으로 마슬의 안면 정중앙을 가격했다.
이 정도 공격은 안 통할 거 알아.
"남자라면 한번은 때려야지!!"
"내 속도를 본 줄 알고 놀랐는데 아니었냐? 상황판단은 칭찬해주지. 하지만 다른 건 다 떨어지는구나!!"
마슬이 또 검을 휘두르기 위해 팔을 올리는 순간 양팔로 마슬의 얼굴을 잡았다.
있는 힘 것 내 쪽으로 당기고 다시 무릎으로 안면 정중앙을 가격했다.
"몇 번을 하든 결과는 똑같아!!"
"됐다."
"뭐?"
"여깁니다!! 여기서 소리가 났습니다!!"
"염라대왕 녀석이 보낸 게 틀림없다!! 전군 공격이다!!"
"가자!!"
모래먼지가 일어나면서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멀리서 처음 들어보는 남자들 목소리도 들려온다.
위험을 감지한 병사들은 무기를 들고 싸울 준비를 끝냈다.
"너, 뭐야?"
놀라고, 당황스럽고, 황당한 표정을 짓는 마슬.
"뭐긴. 군사로서 완벽한 설계와 오차없는 병력배치로 철웅성을 뺏는 걸 보여주는 거지."
"일부러 날 도발한 거냐?"
"당연한 소릴."
"내 성격을 어느 정도 파악했다는..."
"입다물어. 싸울 준비나 해."
적들이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천계에서 데뷔전을 하고 싶었는데 마계에서 데뷔전을 하게 됐다.
어디든 무슨 상관이야.
적들을 쓸어버리고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 지 증명하면 되는데.
검을 뽑는 마슬.
"다음 작전은 뭐지?"
"3만 명 이상 오고 있을 거야. 최대한 병사들 힘을 아껴야 돼."
"내가 한번에 쓸어버리면 되는 거냐?"
난 고개를 끄덕였다.
말을 빨리 알아들어서 다행이네.
"잘 봐라. 마계최고의 검사가 한번의 칼질로 적을 전멸시키는 명장면을."
"허세부리지 말고 빨리 휘둘러."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마슬은 초승달 모양으로 검을 휘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