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이자크는 메이스를 제자로 받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건방진놈.. 내가 그래도 왕년에 전직 기사단장인데 이렇게 애를 먹여 놓고 뭐? 제자? 골탕 좀 먹어봐라'
속 마음을 숨긴 이자크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물론! 내가 부탁한 일만 잘 해결해주면 두 말 하지않고 널 제자로 받아주마"
"여부가 있겠습니까? 무엇이든 100퍼센트 완수하겠습니다"
띠링
이자크의 부탁(퀘스트난이도 ???)
방랑자NPC 이자크의 부탁을 들어주자!
"그 전에 너 진짜 내가 누구인지 모르느냐?"
이자크가 심연처럼 깊은 눈으로 메이스를 바라봤다.
[위압감에 짓눌립니다! 상대방과 능력치 차이가 너무 많이 납니다. 모든 능력치가 50% 감소합니다]
'미친!'
속으로 욕설을 내뱉은 메이스가 대답했다.
"예"
메이스를 뚫어지게 쳐다보던 이자크가 말한다.
"거짓말 하는 것 같지는 않군"
[몸을 짓누르는 위압감이 사라집니다. 모든 능력치가 회복됩니다]
'대박! 얼마나 쌘거야?'
"뭐 알아도 별 상관은 없지만.."
메이스를 골탕먹일 생각에 속으로 음흉하게 미소짓던 이자크가 중얼거렸다.
"예?"
"아니다. 내 이름은 이자크 드 카릴이다"
'귀족 네임드NPC!'
속으로 쾌재를 부른 메이스가 짐짓 놀란 표정으로 되묻는다.
"성이 있으시다는 말씀은..."
이번에는 이자크가 놀랐다.
"너 카릴 가를 모르나?"
"아.. 제가 아무래도 이 세계에 온지 얼마 되지가 않아서.."
메이스를 위, 아래로 훑어보던 이자크가 짧게 한숨 쉬었다.
"하아.. 골 때리는군"
자신의 입으로 카릴 가문을 설명하는 것은 영 내키지가 않는 이자크였다.
결국 자기자랑밖에 안될 테니까..
"아니.. 아니다.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지. 용건을 말하마"
"옙!"
"여기 이 작은 마을에도 영주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나?"
초보마을에도 영주성이 있다는 말은 금시초문이었다.
영주성은 보통 인구 1만명 이상의 중소도시 이상의 지역에서나 볼 수 있었으니까.
더군다나 '베스'라는 이름을 가진 이 작은 초보마을은 인구가 기껏해야 1000명 밖에 되지 않는 작은 마을이었다.
"베스에도 영주성이 있습니까?"
"정확하게는 있었지"
"예?"
이자크의 대답에 메이스가 반문했다.
"베스에서 북쪽 길을 따라 쭉 올라가다보면 오래된 고(古)성이 있다. 그 성 3층에 옛날 영주가 사용하던 집무실이 있는데 그 곳에서 오래된 서책 하나만 찾아오면 된다. 쉽지?"
띠링,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이자크의 부탁(퀘스트난이도 ???)
'아틀란스의 방패' 전 아틀란스왕실기사단장 이자크 드 카릴이 옛 베스성 3층 영주 집무실에 보관되어 있는 낡은 서책을 원한다. 이를 가져다주자!
오래된 서책(0/1)
'대박!!!'
메이스가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전 왕실기사단장이라니. 이 나라에서 제일 쌘 사람 중에 1명이잖아'
"맡겨만 주십쇼, 스승님!"
우렁차게 대답하는 메이스를 보며 이자크는 기가 찼다.
"누가 니 스승이야? 책은 3일 안까지는 가져와. 늦으면 제자 얘기는 없던거다"
"알겠습니다!"
"그 땐 바짓가랑이 붙들고 늘어져도 안돼. 약속하지?"
"예. 그런데 책이 스승님이 원하는 책인지 어떻게 구분합니까?"
"가면 제일 눈에 띄는 서책이 하나 있을거다. 표지가 황금색이라 더 알아보기 쉬울거야"
"알겠습니다. 바로 다녀오겠습니다"
"아, 잠깐"
뒤돌아 나가려는 메이스를 이자크가 불러 세웠다.
"예?"
"음.. 아니다. 잘 다녀와라"
책을 발견하면 절대 열어보지 마라고 말하려던 이자크가 멈칫했다.
'어차피 찾지도 못할테니까'
여관문을 나서는 메이스를 보며 이자크가 아주 약간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베스의 옛 영주성은 마을의 크기에 비해 상당한 크기를 자랑했다. 성 주변에는 벽돌로 쌓아올린 성벽이 아직까지 견고하게 자리하고 있고, 그 안으로 3층 높이의 높은 고성이 위치해 있었다.
성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성벽의 출입문과 붙어 있는 쪽문을 지나 성 안으로 진입해야 하는데 그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는 이자크의 기준으로 하루는 꼬박 걸어야 나오는 데오르트 백작령의 영주가 보관하고 있었다.
이자크는 그 열쇠가 없다면 메이스가 옛 베스 성 안으로 진입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을 확신했다.
'물론 성까지 가기 전에 몬스터 밥이 될 수도 있고...'
여기까지 생각하자 조금 미안한 감정이 드는 이자크였다.
'어차피 그녀석은 모험가.. 죽어도 다시 살아날테지'
이내 잔감정을 털어버린 이자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도 슬슬 가야겠군. 3일 뒤, 제 때 맞춰서 책을 찾아오려면 빠듯하겠어"
혼잣말을 중얼거린 이자크가 여관문을 나서 데오르트 백작령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
"이자크 개신발껌정 십색볼펜 시베리아에서 얼어죽일 개!@$!$@!@$"
메이스가 숲 속에서 회색늑대를 패대기치며 이자크를 욕하기 시작했다.
불과 3시간 전 까지만 하더라도 메이스는 들뜬 마음으로 상점가 여기 저기를 둘러보며 필요한 물품들을 사고 있었다.
물과 육포 등 3일간 먹을 음식, 야숙을 대비한 천막, 망치, 천막용 못, 대장간에 들러 손에 맞는 철검까지 구매하고 전직 기사단장의 제자가 될 것이라는 꿈에 부풀어 기분 좋은 망상을 하며 북쪽으로 출발했던 것이 불과 2시간 전이었다.
넓은 평야를 가로질러 1시간 정도 북쪽으로 올라가다보니 작은 숲이 나왔고 그 숲에서 1시간 째 헤메고 있었다.
"에이 샹!"
퍽
"깨갱"
[레벨이 올랐습니다!]
[엎어치기 스킬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엎어치기(Lv2)
상대방을 엎어 넘어뜨린다.
기본공격력의 150%(상대방의 힘을 100% 역으로 이용했을시 300%)
마나소모:30
"헉, 헉"
자신의 레벨보다 5나 높은 회색늑대를 잡다보니 레벨도 금방 올랐다.
"정보창"
메이스가 시스템 명령어를 외치자 눈 앞에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이름 : 메이스 레벨 : 11 직업 : 무직
힘 : 19 민첩 : 18 체력 : 22 지능 : 14
[사용 중인 칭호 : 없음]
[직책 : 없음]
"심플하네"
라킹의 경우 캐릭터의 육성방식과 성향에 따라 스텟이 자동으로 분배된다. 캐릭터 생성 당시 모든 스텟이 10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메이스는 스텟이 상당히 많이 오른 편이었다.
"대체 성이 어디있다는 거야. 가도가도 나무밖에 없는데"
숲 초입부에서는 그나마 유저를 간간히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유저 그림자도 볼 수 없었다.
메이스가 옛 베스성을 발견하게 된 것은 그로부터 5시간이 지난 뒤였다.
성벽 출입문 앞에 도착한 메이스가 성벽을 올려다보며 그 웅장함에 혀를 내둘렀다.
"여길 어떻게 들어가라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메이스가 이윽고 출입문 옆에 붙어 있는 쪽문을 발견했다.
눈을 반짝이며 쪽문 앞으로 다가간 메이스가 쪽문을 열려고 했다.
덜컥
"?"
덜컥, 덜컥
[출입문을 개방하기 위해 열쇠가 필요합니다]
"이자크 이 개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