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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타임이 없어
작가 : 조선생
작품등록일 : 201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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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다 똑같은 놈들이지
작성일 : 17-06-04     조회 : 54     추천 : 0     분량 : 4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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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 이자크의 욕을 하던 메이스가 씩씩거렸다.

 처음부터 이상하게 생각하긴 했다.

 그렇게 내빼더니 고작 책 1권 가져오면 제자 삼아주겠다니.

 꿍꿍이가 있을 거라 짐작은 했지만 이런 식으로 골탕먹일 줄은 몰랐다.

 '불가능할 정도로 힘들 거라고 생각했지, 아예 불가능한 일을 시킬 줄이야'

 메이스가 속으로 씨근덕거렸다.

 이 쪽문의 열쇠를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나름 한 영지의 성으로 들어가는 첫 번째 열쇠인데 소마을 열쇠장이가 손 쉽게 뚝딱 하고 만들 수 있을 리도 없고, 그렇다고 주구장창 주변에 있는 몬스터들의 씨를 말린다고 열쇠가 드랍될 것 같지도 않고...

 여기까지 생각하던 메이스가 결론을 내렸다.

 "이자크 개새!@$!@$!@$!@. 하는 짓이 그 재수 없는 속물 박영우랑 똑같네. 박영우같은 새끼. 똥물에 튀겨 죽일 새끼. 개!@#%$$#$%@$@$"

 혼자 고래고래 욕설을 내뱉던 메이스가 순간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멈칫한다.

 '...잠깐, 박영우?'

 메이스가 오른쪽 검지손가락으로 우측 관자놀이를 가볍게 톡톡 두드리며 생각에 잠긴다.

 검지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두드리는 행동은 김재원이 깊은 생각에 잠겼을 때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오래 된 습관 중 하나였다.

 잠시 후 상념에서 벗어난 메이스가 씨익 미소 지었다.

 "돈 많은 재벌, 조직폭력배 두목, 힘 있는 권력가들은 전부..."

 말을 멈춘 메이스가 인벤토리에서 천막설치용 대못과 망치를 꺼내 들었다.

 "다 똑같은 놈들이지. 하나같이 자기 살 구멍은 만들어 놓는단 말이야. 하물며 한 지역의 영주는 말할 것도 없지"

 메이스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들.

 '망둥이파, 오태식, 개구멍...'

 그 때부터 메이스가 성을 감싸고 있는 성벽들의 이음새를 허벅지 높이에서 천막용 대못과 망치를 이용하여 하나하나 두드리기 시작했다.

 '사람 너무 우습게 봤어 이자크. 내가 얼마나 독종인지 깨닫게 해주마'

 메이스의 노가다는 장장 20시간이상 계속 되었다.

 게임에서의 2시간이 현실에서 1시간인 것을 감안하면, 메이스가 성벽을 두드리는 생노가다를 시작한지 현실시간으로 따져도 10시간이 훌쩍 지났다.

 툭툭, 툭툭

 [패시브스킬 끈기가 생성되었습니다!]

 

 끈기(패시브, Lv.1)

 쉽게 지치지 않습니다. 스킬의 숙련도에 비례하여 체력이 소폭 증가합니다.

 큰 데미지를 입었을 때 빈사상태에 빠질 확률이 소폭 하락합니다.

 

 시스템 알림음에 메이스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이미 4시간 전에 스킬생성 시스템 알림음을 들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금 시스템 알림음에 정신이 팔려 망치를 놓아버리면 지쳐 곧바로 지쳐 쓰러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집중력(패시브, Lv.1)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합니다.

 스킬의 숙련도에 비례하여 스킬 숙련도 상승 속도가 소폭 증가합니다.

 

 '난 틀리지 않았다, 난 틀리지 않았다. 젠장, 젠장'

 툭툭, 툭툭, 툭툭, 툭....푹

 "....!"

 메이스가 망치로 두드리던 대못이 북서쪽 성벽의 어느 부분을 두드리는 순간 푹하고 들어갔다.

 대못이 들어간 성벽 이음새 부분을 유심히 살펴보던 메이스가 이음새 실선을 따라 조심스럽게 망치질 했다.

 투둑, 투둑, 투둑, 투둑.

 실선 안에 있는 성벽 뭉텅이를 안쪽으로 밀어넣자 이윽고 가로, 세로 90cm 가량의 개구멍이 나타났다.

 

 [액티브스킬 관찰이 생성되었습니다!]

 관찰(Lv.1)

 당신은 범인에 비해 뛰어난 관찰력을 지녔습니다.

 대상의 기본적인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스킬의 숙련도에 비례하여 세부정보, 대상의 약점, 숨겨진 비밀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나소모 : 20  

 

 개구멍 사이로 들어간 메이스가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헉, 헉. 더럽게 힘드네 진짜"

 급격한 피로감을 느낀 메이스가 자신이 뚫어놓은 개구멍을 한 번 뒤돌아보고 곧바로 로그아웃을 하려고 했다.

 "로그아..."

 순간 뻥 뚫린 개구멍 아래 바닥에서 흙투성이의 쪽지를 발견한 메이스가 이를 주워 들었다.

 "...?'

 

 [흙투성이가 된 쪽지] 

 누군가가 남긴 쪽지. 흙투성이가 되어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 

 베스성 영주 집무실에 가면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아이템정보를 보고 주머니에 구겨 넣으려던 메이스가 멈칫한다.

 '영주 집무실에 가면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뭐 영주 집무실에 도착하면 갑자기 종이가 살아 움직이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쓸대 없는 망상에 피식 웃은 메이스가 외쳤다.

 "로그아웃!"

 

 *************

 

 캡슐에서 나오자마자 침대에 쓰러져 자던 재원이 깨어나자마자 화장실로 직행했다.

 간단하게 샤워를 마치고 뭘로 배를 채울지 고민하고 있던 재원의 눈에 책상 위에 올려둔 통장이 눈에 들어온다.

 형사시절 자주 먹던 짜장면이 생각 나 휴대폰을 움켜 쥐던 재원이 멈칫한다.

 "내 형편에 짜장면은 무슨..."

 혼자 중얼거린 재원이 한숨 쉬었다.

 '이래가지고 성공해서 그놈들 앞에 당당하게 설 수 있을까, 아니 평생 밥벌이는 할 수 있을까...'

 게임 캡슐을 사고도 통장에 잔고가 제법 남아 있다지만 이 기세라면 1~2년 안에 노가다 판이라도 뛰어 들어야 할 상황이었다.

 "최소한 1년 안에는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냄비에 물을 부어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 놓던 재원이 혼자 중얼거렸다.

 얼핏 본 휴대폰에는 재원의 파면소식이 전부 알려졌는지 주변사람들로부터 부재중전화가 가득했다.

 캡슐을 사던 날, 경찰청에 쳐들어가겠다던 부모님들을 뜯어 말리고 진정시켜놓은게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순식간에 라면에 밥 1그릇까지 말아 해치운 재원이 캡슐 안으로 들어갔다.   

 '보란듯이 성공해주마'

 이를 악문 재원이 캡슐 안에 몸을 뉘었다.

 

 **************

 

 라킹에 로그인한 메이스가 성벽 안에 있는 정원을 가로 지르기 시작했다.

 성벽 안에 있는 정원은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다.

 옛 양식을 고스란히 간직한 중앙 분수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뻗어 있는 정원수,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을 타지 않았는지 여기저기 자라 있는 잡초들, 지저귀는 새소리, 평화롭게 걸어다니는 해골들...

 "아니 잠깐, 해골?"

 로그아웃 직전에 생성된 스킬을 떠올린 재원이 외쳤다.

 "관찰!"

 

 해골[Lv.15]

 가장 기본적인 언데드계열 몬스터.

 약점 : ???

 

 "설명이 뭐이리 심플해?"

 몇 줄 안떠오르는 정보에 실망한 메이스가 성 앞까지의 거리를 쟀다.

 '대략 100m가 조금 넘고... 성 입구까지 해골이 대략 10마리.. 저 해골들의 대상인식범위가 얼마나 되냐가 문제인데...'

 메이스가 바닥에 있는 돌맹이를 주워 들었다.

 휙, 툭.

 메이스가 던진 돌맹이가 가장 가까이 있던 해골의 바로 옆에 떨어졌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생명체에만 반응하는건가...'

 "야! 뼈다귀새끼들아!"

 메이스가 큰 소리로 외쳤지만 역시나 해골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소리에도 반응하지 않고... 그렇다면'

 메이스가 가장 가까이에 있는 해골에게 슬금슬금 다가가기 시작했다.

 해골에게 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레벨은 비록 4나 낮지만 스텟은 20레벨 유저에게도 꿀리지 않았으니까.

 메이스가 해골의 5m 인근까지 접근하자 그때서야 해골이 반응했다.

 다그닥, 다그닥.

 "뭐이리 느려?"

 메이스가 재빠르게 뒤로 물러나자 해골이 동작을 멈췄다.

 '인식범위는 5m 정도 밖에 안되고, 범위에서 벗어나면 다시 행동을 멈추고...'

 잠시 생각하던 메이스가 씨익 웃었다.

 "껌이잖아?"

  

 "으랴랴랴랴랴랴랴랴랴랴! 뼈다귀들아 나를 따르라!"

 메이스가 정원을 마구잡이로 뛰기 시작하자 인식범위에 메이스가 들어온 해골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그닥, 다그닥

 "오라 오라 오라 오라 오라"

 메이스가 괴성을 지르며 해골들을 '몰이'하기 시작했다.

 정원의 한 쪽 구석까지 해골들을 몰아넣은 메이스가 그 곳을 재빠르게 빠져나왔다.

 "혼자 좀비물 찍는 기분인데"

 씨익 미소지은 메이스가 여유롭게 성문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메이스의 어그로에 이끌리지 않은 해골은 단 1마리.

 적당히 몸을 풀던 메이스가 성문 앞에 있는 해골에게 접근했다.

 다그닥, 다그닥.

 느린 속도로 이동하던 해골이 주먹을 뻗자 메이스가 그대로 그 팔을 잡아 업어쳤다.

 쾅! 파삭.

 [레벨이 올랐습니다!]

 산산이 부숴지는 해골을 보며 뿌듯한 미소를 짓던 메이스가 입맛을 다셨다.

 "쩝, 그냥 쟤내들 다 잡고 갈걸 그랬나. 경험치 대박이네"

 퀘스트 제한시간을 떠올리며 아쉬운 표정을 짓던 메이스가 이윽고 성문 손잡이를 잡았다.

 덜컥

 "...?"

 덜컥, 덜컥, 덜컥

 몇 번을 돌려도 열리지 않는 성 출입문, 그리고...

 [출입문을 개방하기 위해 열쇠가 필요합니다!]

 "이자크 이 개새!@#@!$@!$@!%!@#@!#@!#"

 다시 이자크의 욕설을 내뱉기 시작하는 메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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