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이게 라우스...님의 마법서 라구요?"
라우스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 것도 내가 최근까지 연구한 마법의 정수가 녹아있는 마법서다"
"헉.. 구체적으로 어떤?"
"그걸 설명하기 이전에 마법에 대해서 좀 아나?"
"아니요. 잘은..."
라우스가 턱뼈를 다그닥 다그닥 거렸다.
"됐다. 꼴통한테 설명해봐야 알지도 못할..."
"성심성의껏 들을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오픈 더 이얼!"
"...백마법과 흑마법에 대해서는 아나?"
그 정도는 안다는 듯이 메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4대 원소인 물, 불, 흙, 바람계열 마법들과 사제들의 신성마법을 통틀어서 백마법이라고 부르고, 언데드를 이용하는 네크로맨서나 사악한 저주를 거는 마법들을 흑마법이라고 알고 있는데... 아닌가요?"
라우스가 다시 한번 다그닥 거리며 말한다.
"뭐 대충은 알고 있군. 굳이 나누자면 남을 위하는 마법을 백마법, 남을 해롭게 하는 마법을 흑마법이라 부르지만 철학적인 부분이니까 넘어가도록 하고..."
메이스가 눈을 초롱초롱 빛내는 모습을 보며 라우스가 말한다.
"백마법과 흑마법을 같이 익힐 수 있다는 것은 아나?"
"예!?"
이게 무슨 귀신 시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지나가는 마법사에게 '저 흑마법과 백마법을 모두 배우 흑백마법사에요!' 라고 말했다가는 미친놈 취급받기 딱 좋다.
마법에 무지한 메이스도 그정도는 알고 있었다.
라스트킹덤이 아무리 자유로움을 중시하는 게임이라지만 모든 게임에 공통되는 기본적인 틀이라는게 있으니까.
"아니 라우스님. 제가 마법에 대해 잘 모른다고 너무 막말..."
"거짓말이 아니다"
"예?"
"거짓말이 아니라고. 난 백마법이 8써클에 이르렀을 때 본격적으로 흑마법을 연구했다. 인간은 절대 이루어낼 수 없다는 9써클의 벽. 그 벽을 8써클에 이르고 나서야 절실히 느끼던 때였지. 결코 넘을 수 없는 커다란 벽 앞에 홀로 서 있는 느낌... 그 벽을 뛰어넘기 위해 제일 먼저 연구한 분야가 흑마법이다"
"..."
"흑마법은 내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지. 백마법과는 마법 활용 방식 자체가 완전히 달랐으니까"
"..."
"마법체계는 백마법과 완전히 달랐지만 원래 흑마법의 성취속도가 백마법에 비해 훨씬 빨랐고, 나같은 경우 백마법사 중에서도 독보적인 8클래스에 오른 천재 대마법사였기 때문에 흑마법에 대한 이해도와 연구속도도 상당히 빨랐어. 하지만 흑마법을 직접 배울 수는 없었지. 백마법과 흑마법을 동시에 익힐 수 없다는 태생적 한계. 백마법이 순수한 마나를 사용한다면 흑마법은 마계에서 마기를 끌어다 사용하는데 백마법을 익힌 상태에서 흑마법을 익히게 되면 몸 안에서 마나와 마기가 충돌해서 폭주하니까"
순간 라우스가 재수없다고 느낀 메이스가 뭔가 말하려다가 참았다.
'여기서 잘못 지껄이면 대마법서고 뭐고 다 날아간다'
"...그래서요?"
잠시 메이스를 바라보던 라우스가 말한다.
"그래서 리치가 되었다"
"...!"
"마족을 제외하고 흑마법을 가장 잘 사용하는 종족이 누굴까?"
"그야..."
라우스가 메이스의 말을 중간에서 가로챘다.
"그래, 언데드지. 리치"
'이런 마법에 미친 인간!'
속으로 중얼거린 메이스가 말한다.
"아니 그래서 라우스님의 흑백마법을 익히려면 리치가 되어야 한다 그건가요?"
"흑백마법? 뭐냐 그 구린이름은"
라우스의 말에 메이스가 말한다.
"그럼 뭐 다른 특별한 이름이라도...? 뭐 설마 라우스 마법이라던가"
순간 라우스가 잠시 침묵하더니 말한다.
"...어떻게 알았냐?"
'와 작명센스 지존...개구림 인정.'
속마음을 숨긴 메이스가 말한다.
"네, 그래서 라우스 마법을 익히기 위해서는 리치가 되어야 한다 이 말씀입니까 지금?"
"아니"
"...?"
라우스가 왼손에는 매직미사일, 오른손에는 메이스가 처음 보는 검은색 둥그런 구체를 떠올렸다.
"...!"
"왼쪽은 니가 잘 아는 매직미사일, 오른쪽은 흑마법 저주계열의 기본 커즈가 형태를 갖춘 것이다"
"..."
"리치가 되고 나서 단 1년만에 나는 흑마법과 백마법을 동시에 구사할 수 있었지, 그리고..."
라우스가 매직미사일과 커즈를 합치기 시작했다.
"...!"
그리고 라우스의 손 위에 둥그런 회색 구체가 두둥실 떠올랐다.
"다시 5년이 지났을 때 두 마법을 융합할 수 있게 되었다"
말을 마침과 동시에 라우스가 손 위에 회색 구체를 책장으로 던지자 책장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퉁-
심지어 소리조차 없이...
꿀꺽
메이스가 마른침을 삼켰다.
"그리고 바로 얼마 전에... 인간의 몸으로 이 마법을 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지"
"...!"
메이스가 눈을 초롱초롱 빛내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 아무도 익힌 사람이 없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은 몰라. 까딱했다가는 살지도, 죽지도 못하고 영원히 고통받을 수도..."
"..."
"니 몸에 한번 시험해 볼텐가?"
"하겠습니다!"
메이스가 큰 소리로 외쳤다.
"죽을지도 모르는데? 아... 너 모험가지?"
순간 무언가 깨달은 듯 라우스가 고개를 끄덕인다.
"수 틀리면 니네 세계로 돌아간다 이거냐? 크크크. 하지만 고통은 상상을 초월할거다"
라우스의 말에 메이스가 생각한다.
라스트킹덤의 기본 싱크로율로 봤을 때 게임에서 받는 고통이 현실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갑작스럽게 엄청난 고통을 겪게 되면 현실에도 영향을 미친다.
칼에 베이면 실제 바늘에 찔린 것처럼 따끔한 느낌을 받는 것이 라스트킹덤이니까.
물론 게임사에서 안전장치를 확실히 해두었기 때문에 그 쇼크로 실제로 죽거나 하는 사고 사례는 없었다.
"선택해라"
"예?"
"이자크의 제자가 될지, 내 제자가 될지 선택해라"
"..."
잠시 고민하던 메이스가 '스승님!' 이라고 부르려는 순간.
"참고로 말이지"
"...?"
"이자크도 대륙을 통틀어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대(大)검호다"
"...!"
"저녀석도 나와 마찬가지로 실력을 숨기고 다녀서 그렇지. 이런 약소국에서 썩을 인재는 아니야"
"..."
메이스가 망설이고 있자 라우스가 말한다.
"니가 내 마법서를 이자크에게 전해주겠다면 말리지 않겠다. 어차피 니가 나타나지 않았으면 아틀란스 왕실에 기증할 생각이었으니까. 갑자기 사라져서 미안한 것도 있고..."
"..."
"그러니까 선택해라. 이자크의 제자가 될 것인지, 내 제자가 될 것이지"
메이스가 상념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단순하게 한 쪽은 대륙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대검호, 한 쪽은 역대 유래가 없는 흑마법과 백마법을 융합시킨 8서클 대마법사...하지만...'
여기까지 생각하던 메이스가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기 시작한다.
'난 머리보다는 몸 쓰는게 적성에 맞는데...'
잠시 주변을 둘러보던 메이스가 대답한다.
"저는..."